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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 앞을 지날 때 가끔 궁궐 수문군의 의식을 구경하곤했었지만 그 수문군이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우리 앞에 등장하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만큼 발상이 예상을 뛰어넘었다. 게다가 수문군의 내부 사정이라든가 분위기, 구성원 자체가 직접적인 서술의 대상이 되어 우리 앞에 모습을 펼쳐보이니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대한문 앞에서 의식을 집행하는 수문군은 조선시대 궁궐 수문군을 연기하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진짜가 아니라 이벤트인 셈이다. 국가의 관점에서 보면 현장에서 같은 형태로 계속 반복되는 살아 있는 광고나 다름 없다. 수문군은 국가에서 관리하는 배우들이다. 그러니 진짜보다 더 그림 같아야 하고, 진짜보다 더 많이 인내해야 한다. 수문군이 수문군을 인내하는 그 시간으로는 과거뿐 아니라 현재의 시간과 심지어는 미래의 시간까지 복합적으로 교차하며 흘러다닌다. 기나긴 인내의 시간이 지나 이벤트가 끝나면 수문군은 퍼뜩 자기 자신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때 연기자로써의 수문군의 심정은 어떠할까. 그는 궁궐을 지키는 사람이 아닌가. 오늘날의 수문군에게도 지켜야 할 무엇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포토타임에 대한 소설적 플롯이 도출된 게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면 주인공 원형의 포토타임 안으로 닥쳐오는 새로운 현실은 무엇일까. 무엇이어야 하는가. 이 작가에게 그것은 해결하지 못한 과거의 기억이다. 과거 중에서도 5.18을 상처로 덮어쓴 한 여자에 대한 기억이다. 가까운 친구가, 혹은 사귀었던 남자가 5.18희생자가 되어 돌아왔을 때 그의 여자친구는 그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애도해야만 이 말도 안 되는 사태를 갈무리할 수 있을까. 기껏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가 그와 영혼결혼식을 한다든가 그의 비석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는 것일 터이다. 희생자는 개인이 아니라 너와 나를 대신해 죽은 사람이었기에 거기에 이름을 새겨넣었더라도 그것은 '나' 개인의 이름을 넘어 우리 모두의 마음인 셈이다. 죽어서 돌아온 연인에게 그녀가 줄 수 있었던 것은 이와 같은 작은 위로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 이후가 되겠다. 여자는 그 모든 기억을 안고 계속해서 내일을 살아가야 한다. 그것도 법의 세계에서 말이다. 5.18에 강하게 붙잡혀 죽어버린 남자에게 이름도 주고 마음도 주고 영혼결혼까지 해버린 여자에게 이후가 있을까. 있다면 어떤 형태로 있는가. 한 수문군이 수문군 연기에서 헤어나 막 포토타임에 이르렀는데 그러한 기억을 가진 여자가 그 시간 안으로 뛰어들어온다면? 상상만 해도 어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어질어질한 그 시간을 감당하고 책임지는 것이다. 이때의 책임감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대신하는 책임감이고 무엇보다 마음 속 도성을 지키고 사수하는 일이다. 이 작가가 포토타임에서 겪은 수문군의 진정한 임무도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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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아르바이트 자리를 대신하여 들어간 '수문군' 제목인 '포토타임'은 '궁궐 수문군 교대의식 행사'에서 잠깐 사진찍는 시간이다. 각국의 사람들과 사진을 찍으며 느끼는 잠시잠깐의 유토피아...... 그리고 찾아오는 나만의 기억 재생의 시간...... 누구나 이런 기회가 온다면 의미 깊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하루에 한번 아니 일주일에 한번 아주 잠깐이라도 이런 시간을 마련해보면 어떨까? 자폐인 딸과의 끝없을 것 같은 고통의 시간을 피하기 위해 힘들어도 창피해도 버티게 되는 '수문군' 이라는 자리...... 집이 가장 편안한 곳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이 안타까우면서도 그래도 하루하루 살아내는 화자의 그것은 크게보아 우리 모두의 인생과 대동소이하게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각각은 자신의 슬픔을 안고 그래도 살아가니까...... 어느 누구도 슬피지 않은 사람은 없을테니까...... 그래도 이 슬픔을 웃음으로 슬쩍 바꾸어 주기도 하고 다시 내일을 숨쉬게 해주는 것은 '나만은 알고 있는 좋은 기억'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이 기억들이 과연 온전한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서경별곡 때문에 기억하게 된 '서경'(이 소설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도 결국 화자와는 다른 기억을 갖고 있지 않았는가(그것도 여러 가지)?? 나 역시 화자처럼 자세한 기억을 머릿속에 담고 사는 타입인데 위와같은 의심이 들자 큰 중심이 흔들리는 기분이 들었다.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는 내 주위에 내가 가장 기억력이 좋아 박박우기고 있지만 '서경'같은 친구를 만나게 된다면 딱 그때까지만 유효한 기억이 될지도 모르겠다! 처음으로 구령을 붙이게 된 날 당황하여 틀려버리고 만 후 혼자 억울하다며 했던 생각들, 핑계(안경)들이 인상 깊었다. '이럴수록 한번 더 시켜서 확실하게 알게 해야 조직의 발전이 있지' 분명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실수나 실패에 너무 잔혹하다!! 그러다 결국 잘 안보여서 그렇다며 안경 탓을 하고 마는 부분은 정말 남일같지 않아 뭉클했다. (나도 남탓 먼저 하다가 결국 내탓으로 마무리 하고 만다......) 책을 읽다 우스운 에피소드가 생기고 말아 당분간 이 책을 보면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될 것 같다. '고문관'이라는 뜻을 정확히 몰라 문맥적의미로 조직 내 어리버리한 사람을 뜻하는가 보다 여기다가 (그렇게 여기고 그냥 내리 읽었어야 했다구!!!) 혹시나 해서 남편에게 물어보았는데 그때부터 한시간을 군대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아...... 그냥 녹색창에서 찾아볼 것을!!) 이 단어는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ㅠㅠ 더불어 '수문군'을 들여다보며 아직도 이런 조직이 있을까 싶다가도 남편이 입에 거품을 물고 이야기 하는 모습에 '아직 있지!' 하는 깨달음에 도달한 것은 참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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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타임은 그 무엇이라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시간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게 흘러 가버린다. 소회를 기억의 저장소에 저장하는 한 때의 희비를 전해주기도 한다. 총천연색을 넘어 빛을 투영해 빚을 수 있는 가지수 만큼이나 다양함을 확인하는 요즘이다.
이 책 "포토타임" 은 조선시대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 행사팀에 소속된 자신의 실화를 담은 자전적 소설로 보여지기도 하며 과거의 기억이라는 시공의 공간에 위치한 또다른 존재 지금의 자신을 기다리는 어린 원형의 존재에 대한 마주함을 통해 자신이 가진 고통을 파쇄하려는 의미, 또한 자폐증 딸과의 전쟁과도 같은 삶의 시간속에 마주하는 또다른 이중주 같은 시간의 체험을 들려주는 책이다. 활용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기억의 소환이 아닐까 싶다. 고정적이고 희미해 지지 않는 사진처럼 박제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도 된다.
1980년 5월 18일 한국 현대사의 지울 수 없는 오명, 그 아픈 기억을 마주하고도 온전히 삶을 살아 내기란 정말 힘들었을 이들의 삶이 어찌 그들만의 아픔이고 그들만의 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사람에 대한 그리움에 눈물지을 수 밖에 없다. 머릿속을 헤집고 나간다.
**네이버카페 책을좋아하는사람의 서평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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