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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수 작가의 원작이 뛰어난 탓일까. 드라마의 흥행에 기대고자 슬쩍 만들어낸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구성과 대사, 그리고 이주현 작가의 때로는 가속하고 때로는 감속하는 호흡의 강약이 참 좋다. 막장 드라마의 억지나 가벼움, 그리고 내용 없이 감각만 있는 그런 소설들과는 사뭇 다른 묵직한 재미를 느꼈다.
돈 주고 사 보는 소설책인 이상 심심풀이라고 해도 팝콘같은 일회성 재미 그 이상의 가치를 찾고자 하는 게 독자일텐데, 그런 면에서 <황금의 제국>은 치열했던 시대 상황과 선악이 결국 하나일 수도 있었던 바로 그 시대. 우리가 관통해온 황금의 시대를 섬세한 심리 묘사와 사건 구성으로 절묘하게 끼워가는 것이 읽는 내내 그 이상의 복잡한 생각이 머릿 속을 맴돌게 했다.
막장 스토리가 판치고 있는 여름 방송 드라마들 틈에서 <황금의 제국>이 지켜가는 기업소설로서의 깊이와 진지함을 소설로 읽으면서 앞으로 펼쳐질 <황금의 제국> 이야기까지 궁금해져 거꾸로 드라마를 찾아 보고 있다. 드라마를 소설화할 경우 소설에는 드라마가 갖지 못한 +a가 있어야 한다. 황금의 제국 소설판은 이런 면에서 드라마를 좋아한 시청자든 아니면 단순히 읽을만한 소설을 원하는 독자든 일독해도 후회없을 것 같다. 기업 소설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박경수 작가의 원작들을 거꾸로 비교해보며 훑어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일 것 같다.
젊은 독자들이 자기개발서나 가벼운 책들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들이 많다. 가벼울 땐 가벼워야 하지만 황금의 제국이 드라마의 성공과 함께 단순 멜로 소설보다 더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황금의 제국 드라마가 여성독자들에게 어렵다는 말도 있다. 여자들은 기업 용어나 정치적인 갈등을 싫어한단다. 우리나라 여성을 너무 폄하하는 건 아닌가? 적어도 우아한 스파게티 참는 대신 그 돈으로 서점에 들러 책을 사고 일주일내내 읽고 있는 그 여성 독자들을 말이다. 오랜만에 볼만한 기업소설을 만나 참 반갑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