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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도발적인 사랑 고백의 시편들을 만나다
거침이 없어 보인다, 문정희의 시는. 그래서겠지만 솔직하다, 새침을 떨지 않는다, 문정희의 시는.
‘오오, 눈부신 고립 /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운명이 묶이다니, 이 시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한계령을 위한 연가'의 이 한 구절에 나는 꼼짝없이 묶인 느낌이다. 이 시가 묶은 것은 정작 '못 잊을 사람'이 아니라 독자의 마음인 것 같다.
거침없는 솔직함은 심지어 도발적이기까지 하다. '햇살 가득한 대낮 /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 네가 물었을 때 / 꽃처럼 피어난 / 나의 문자 / “응” (시 "응"의 1연). 이 시를 읽는 순간 내 머리에는 고려가요 '만전춘'이 떠올랐다. 현대판 남여상열지사라고나 할까. 그럼에도 통속적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통속적이라니, 그 얼마나 솔직담백한 사랑인가.
이 시에서 노래하고 있는 사랑은 다음의 짧은 시편에 잘 드러나 있다.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 머뭇거리지 말고 // 서성대지 말고 // 숨기지 말고 //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겨울 사랑' 전문)
시집 앞머리의 '시인의 말'에 따르면, 이 시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이 세상 모든 사랑은 무죄이다'(을파소, 1998)에서 정선한 것들이라고 하는데, 1998년이라면 시인의 나이 50대 초, 하지만 시적 화자의 나이는 2~30대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이별을 마음 아파하고 절절한 사랑을 갈구하는 목소리를 듣고 싶다면 '한계령을 위한 연가'를 만나보라. 그 고백에 매료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