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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종 시인의 대표 시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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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그림이 있는 시선집 「섬」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나는 정현종 시선집, 「노래의 자연」. 오래전부터 사람들 입이나 인터넷에 떠도는 시인의 작품 몇 편쯤은 알고 있었지만, 시집이라고 읽은 것은 이번에 읽게 된 시선집까지 쳐도 고작 두 권뿐이다. 그것도 공교롭게도 다 시선집이다. 정현종 시인은 1965년에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한 이래로, 수많은 시와 시집을 발표하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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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그림이 있는 시선집 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나는 정현종 시선집, 노래의 자연.

오래전부터 사람들 입이나 인터넷에 떠도는 시인의 작품 몇 편쯤은 알고 있었지만, 시집이라고 읽은 것은 이번에 읽게 된 시선집까지 쳐도 고작 두 권뿐이다. 그것도 공교롭게도 다 시선집이다.

정현종 시인은 1965년에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한 이래로, 수많은 시와 시집을 발표하였고, 여러 문학상을 탔으며, 현재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다. 예술원 회원이라면 예술인으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영예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런 엄청난 이력의 시인에 대해 고작 시선집 두 권을 읽고 이러쿵저러쿵 아는 척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이 시선집 노래의 자연에는 앞부분의 짤막한 시인의 말과 뒷부분의 작가 연보가 있을 뿐, 시인의 시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어떠한 글도 없다.

오직 출판사에서(혹은 시인이) 선정한 시 50편이 수록되어 있을 뿐이다. 50편의 시는 각각 10편씩 5부로 나뉘어 있는데, 5부로 나눈 기준이 발표 연대순인지, 아니면 작품의 주제별인지는 알지 못하겠다.

하여,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단편적인 소감 위주로 전개될 것이다.

 

정현종 시인의 시는 최선을 다해 삶을 살려는 자세에 대해 노래한다, 다음 시처럼.

 

그래 살아봐야지

너도 나도 공이 되어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살아봐야지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 탄력의 나라의

왕자처럼

 

가볍게 떠올라야지

곧 움직일 준비 되어 있는 꼴

둥근 공이 되어

 

옳지 최선의 꼴

지금의 네 모습처럼

떨어져도 튀어오르는 공

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전문 (20p)

 

동시에 삶의 고통스러움에 대한 고백도 빠뜨리지 않는데, 그 고통의 원인은 사람 사랑하는 일에 연유하는 것 같다, 다음 시처럼.

 

몸보다 그림자가 더 무거워

머리 숙이고 가는 길

피에는 소금, 눈물에는 설탕을 치며

사람의 일들을 노래한다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일은

사람 사랑하는 일이어니

    쾌락은 육체를 묶고

    고통은 영혼을 묶는도다 고통의 축제 2> 4(19p)

 

시인의 시에는 사람 간의 관계, 곧 사랑, 혹은 이별, 혹은 외로움 같은 것을 노래한 시가 많은 것 같다. 이 시선집에는 수록되지 않은 시 을 비롯하여.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전문

 

삶에서 시인이 중시하는 것 중의 하나는 사랑이다. 시인은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고 하며 사랑하는 모습이야말로 좋은 풍경이라고 말한다.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아이가 플라스틱 악기를 부--불고 있다

아주머니 보따리 속에 들어 있는 파가 보따리 속에서

쑥쑥 자라고 있다

할아버지가 버스를 타려고 뛰어오신다

무슨 일인지 처녀 둘이

장미를 두 송이 세 송이 들고 움직인다

시들지 않는 꽃들이여

아주머니 밤 보따리, 비닐

보따리에서 밤꽃이 또 막무가내로 핀다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39p)

 

늦겨울 눈 오는 날

날은 푸근하고 눈은 부드러워

새살인 듯 덮인 숲 속으로

남녀 발자국 한 쌍이 올라가더니

골짜기에 온통 입김을 풀어놓으며

밤나무에 기대서 그 짓을 하는 바람에

예년보다 빨리 온 올 봄 그 밤나무는

여러 날 피울 꽃을 얼떨결에

한나절에 다 피워놓고 서 있었습니다. 좋은 풍경> (40p)

 

그리고 사랑하는 대상의 부재는 삶의 쓸쓸함으로, 혹은시간의 흐름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좀 쓸쓸한 시간을 견디느라고

들꽃을 따서 너는

팔찌를 만들었다.

말없이 만든 시간은 가이없고

둥근 안팎은 적막했다.

 

손목에 차기도 하고

탁자 위에 놓아두기도 하였는데

네가 없는 동안 나는

놓아둔 꽃팔찌를 바라본다.

 

그리로 우주가 수렴되고

쓸쓸함은 가이없이 퍼져나간다.

그 공기 속에 나도 즉시

적막으로 일가(一家)를 이룬다-

그걸 만든 손과 더불어. 어떤 적막> (86p)

 

갈수록 일월(日月)이여

내 마음 더 여리어져

가는 8월을 견딜 수 없네

9월도 시월도

견딜 수 없네.

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

사람의 일들

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 안 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시간을 견딜 수 없네.

시간의 모든 흔적들

그림자들

견딜 수 없네.

모든 흔적은 상흔(傷痕)이니

흐르고 변하는 것들이여

아프고 아픈 것들이여 견딜 수 없네> (73p)

 

그리고, 위의 경향과는 좀 동떨어진 듯한(?) 다음의 두 시도 기억에 남았다.

 

개들은 말한다

나쁜 개를 보면 말한다

저런 사람 같은 놈.

이리들은 여우들은 뱀들은

말한다 지네 동족이 나쁘면

저런 사람 같으니라구. 개들은 말한다> 1(55p)

 

불행의 대부분은

경청할 줄 몰라서 그렇게 되는 듯.

비극의 대부분은

경청하지 않아서 그렇게 되는 듯.

, 오늘날처럼

경청이 필요한 때는 없는 듯.

대통령이든 신()이든

어른이든 애이든

아저씨든 아줌마든

무슨 소리이든지 간에

내 안팎의 소리를 경청할 줄 알면

세상이 조금은 좋아질 듯.

모든 귀가 막혀 있어

죽어가고 있는 듯.

그게 무슨 소리이든지 간에.

제 이를 닦는 소리라고 하더라도.

그걸 경청할 때

지평선과 우주를 관통하는

한 고요 속에

세계는 행여나

한 송이 꽃 필 듯. 경청> (80~81p)

 

앞의 시의 저런 사람 같은 놈”, “저런 사람 같으니라구이 두 구절 앞에서 쉽게 눈을 뗄 수 없었다. 2연은 한국산 호랑이의 멸종에 대해 말하는데, 그것이 개와 이리와 여우들 탓이 아니고, 사람들 탓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문제라는 시인의 지적은 동식물을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야 할 존재로 여기는 생태학적 관점에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이다.

뒤의 시의 오늘날처럼 / 경청이 필요한 때는 없는 듯”. 이 구절 역시 우리가 유념해야 할 바라고 생각했다. 목소리 크면 이기는 줄 알고, 말만 잘, 많이 하면 이기는 줄 아는 세상은 불행한 세상이다. 잘 들어주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이다.

 

이 시선집에는 시인의 그림이 있는 시선집 에 수록된 작품과 겹치는 작품도 꽤 있었다. 그렇다면 이 시선집 노래의 자연에 수록된 작품을 정현종 시인의 대표작이라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모든 작품이 다 좋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삶에 대해,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

 

끝내기 전에, 이 시선집의 제목 이야기도 해야겠다. 시선집의 제목 노래의 자연74~75p에 수록된 미당 서정주 선생을 추모하며라는 부제가 붙은 시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시에서 시인은 미당을 최고의 시인(시의 제일 높은 자리 / 노래의 자연을 만판 피워 냈느니)’이라고 기리고 있다. 다만, “그의 정치적 백치 / (중략) / 용서를 빈 바도 있으시고 / (중략) / 관용은 정의를 비로소 정의롭게 하리니라고 하며, 서정주의 정치적 이력을 용서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서정주의 정치적 이력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리라. 서정주의 정치적 이력, 그중에서도 친일 행위를 모르던 문학청년 시절 나는 서정주의 열렬한 팬의 한 사람이었다. 그랬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심히 안타까운 일이다.

t*******1 2022.06.18. 신고 공감 6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