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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파... 『바나나 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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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김밥을 못 싼다. 초등학교 소풍 때부터 도시락으로 김밥을 싸 간 적이 없다. 지금에야 드는 의문인데, 분명 유치원 때도 소풍을 갔고, 엄마도 같이 따라갔는데, 그때는 어떤 도시락을 싸갔던 걸까? 이상하게도 그때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기억 속 소풍 도시락은 초등학교 때부터다. 그런 기억에서 엄마가 김밥을 싸주지 않은 일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슬픈 일이지만,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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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김밥을 못 싼다. 초등학교 소풍 때부터 도시락으로 김밥을 싸 간 적이 없다. 지금에야 드는 의문인데, 분명 유치원 때도 소풍을 갔고, 엄마도 같이 따라갔는데, 그때는 어떤 도시락을 싸갔던 걸까? 이상하게도 그때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기억 속 소풍 도시락은 초등학교 때부터다. 그런 기억에서 엄마가 김밥을 싸주지 않은 일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슬픈 일이지만, 사실인데 어쩌랴. 가까이 사는 친구 엄마가 내 것 김밥까지 싸주시곤 했다. 중학교 때부터는 소풍 도시락을 거의 안 가지고 다녔고, 고등학교 때는 가방도 안 들고 소풍을 다녔으니 뭐, 도시락이 문제였겠나. 그런데도 유독 초등학교 소풍 도시락이 생각나는 건, 누구나 다 싸서 왔던 그 '김밥'이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라는데 있다. 그 나이의 소풍 도시락에 김밥이 없다는 건 큰 슬픔이었고, 창피함이었고, 엄마를 원망할 만한 일이었던 거다. 지금에는 가까운 사람에게 '싸는 김에 우리 딸 것도 하나 싸줘.'라고 부탁할 수도 있는 일이고, 친구 엄마가 도시락을 싸줄 수도 있고, 무엇보다 김밥을 못 싼다는 게 무슨 큰일인가 싶지만, 그땐 그랬다. 지금은, 가끔 밥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동네 분식점에서 김밥 두세 줄로 한 끼 때우는 엄마와 나를 떠올려보면 정말 별거 아닌 일인데 말이다. (여기서 살짝 투정을 더 부려보자면, 우리 엄마는 김밥도 못 싸지만, 떡볶이도 못 만들고, 카레도 못 한다.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인데... ㅠㅠ) 나를 슬프게 했던 김밥이 이제는 그저 그런, 한 끼를 채우는 음식이 되어버렸다는 게 웃음 날 뿐.

 

저자의 기억 속, 세월 속 음식들도 그런 걸까. 어떤 간절한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들이다. 좋아서 같이 먹고 싶었던, 따뜻해서 포근했던, 지금은 돌아갈 수 없어서 생각나는 맛. 오늘을 사는 모든 순간에, 그렇게 한 번씩 치고 올라오는 감정이 동시에 따라오는 음식이 있던 거다. 가족, 사랑, 일상, 여행. 삶을 채우는 어떤 테마를 떠올려도 따라오는 음식이 있다. 오늘의 절망을 목으로 넘기며 진한 한숨의 캬아~ 소리 내고 싶은 소주 한 잔, 너무 짧게 왔다 가는 벚꽃이 아쉬워 차로 마시는 봄날의 시간, 기어코 나오려고 하는 그 울음을 참아야만 했던 날 마시는 아포가토, 청춘의 사랑이 상큼하게 혀끝에 닿는 아이스티, 어려운 시절 최고의 음식이었던 탕수육과 비프가스, 늦은 밤 퇴근길 부모님이 품에 안고 왔을 뜨끈한 만두, 그리고 빨간 소시지 달걀말이. 아, 나도 잊을 수가 없다. 분홍 소시지...

 

나는 그걸 분홍 소시지라고 부르는데, 어렸을 적 항상 도시락 반찬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던 음식이다. 지금이야 몇 천원이면 큰 거 하나 사놓고 몇 날 며칠을 먹을 수 있는 양인데, 그땐 그거 한 조각이 왜 그렇게 간절했는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아무 날에도 생각나지만, 특히 명절날 더 생각이 난다. 핑계 삼아 큰 거 하나 사두려고. 일 년에 두 번 명절에 전 부친다고 엄마가 장 볼 때, 나는 꼭 분홍 소시지 하나를 카트에 넣는다. 엄마는, 입안에서 달라붙고 밀가루 범벅이라 맛도 없는데 뭐하러 그걸 사냐고, 먹을 사람도 없다면서 잔소리를 한다. 그렇다고 안 살 나도 아닌지라, 내가 혼자 다 먹겠다며 기어코 하나 사서 명절 전 부칠 때 같이 부쳤다. 그러고 나서, 명절날 식구들이 모두 모여 식사하는데, 제부가 분홍 소시지를 엄청 맛있게, 많이 먹는 거였다. 엄마가 놀라 제부에게 물었다. “아무개야, 그 소시지가 그렇게 맛있냐?”, “어머니, 저 이거 학교 다닐 때 도시락 반찬으로 싸가고 싶었는데 못 했어요. 저희 형편이 어려웠거든요. 엄마가 이걸 도시락 반찬으로 싸주신 적이 거의 없어요. 너무 맛있네요. (쩝쩝~)” 와우,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분홍 소시지를 보고 나만 그런 기억이 있는 게 아니었던 거다. 내 눈은 찌릿~ 엄마를 한 번 향했고 엄마는 의외라는 듯 웃고 말았다. 그 후로 엄마는 명절이 되면 꼭 분홍 소시지 하나를 장바구니에 넣는다. 늙어서도 말 안 듣는 딸을 위해서가 아니라, 뭘 먹어도 예쁘기만 한 막내 사위를 위해서... 엄마의 예쁜 막내 사위가 좋아하는 분홍 소시지의 발견 내가 했거든?!

 

먹는 것에 관심 없어 하면서도 가끔 허기질 때가 있다. 나도 모르게 ‘배고파...’ 하고 혼잣말을 할 때, 그럴 때는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더라. 평소 먹던 양의 몇 배를 먹어도 배부름을 느낄 수가 없다. 늘 그렇듯,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그런 때는 배가 고픈 게 아니라 마음이 고픈 거다. 그 허기진 마음을 채울 수 있는 건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유명 맛집의 소문난 음식도 아니다. 그때 그 순간, 내가 기억하는, 나를 데워줄 음식이다.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추억’이라 불러도 좋을 것들. 저자도 마찬가지였겠지. 웃고 울던 시절의 그리움에 음식을 부른다. 서글펐던 사랑이 끝나고도 어김없이 위로의 음식을 떠올린다. 뒤늦게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알아채곤 미안함에 후회도 한다.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드냐고 눈물 나려고 할 때, 뜨거운 국물 한 모금에 오늘을 견뎌내기도 하는, 그런 일상. 특별할 건 없지만 어느 순간 특별해지고야 마는 마법을 일으킨다. 저자가 이야기를 시작하던 그때, 저자만의 특별함이 시작되었을 때, 공감을 일으키며 읽는 이들의 기억을 소환한다.

 

세월이 흘러서 뒤를 돌아보면,

아, 그때, 그 시각, 그 1초가 생각나.

그때 그 말을 할 걸, 그때 시원하게 화를 낼 걸, 그때 웃어줄걸…….

타이밍을 놓친 파스타는 형편없지. (111페이지)

 

2년 전에 읽었던 이 책을 다시 꺼내며 노란 표지와 바나나 우유를 지긋이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와 사뭇 다른 느낌에 잠깐 당황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그냥 흐르는 시간 속 맛있는 음식들로 다가와서 웃음 나고 재밌었고, 맛있는 음식을 떠올리며 눈과 입이 행복하기만 했다. 이번에 다시 만나는 이 글에서는 담담하지만 조금 더 깊어진 울림이 있더라. 지금 내 마음이 그때보다 더 고요해져서 그런지 왜인지... 그냥, 막연하게 떠올리는 음식이 아니라, 나에게도 순간순간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 지금보다 시간이 더 흘러서 되돌아보면 오늘을 떠올리게 하는 또 다른 음식이 있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지나서, 우리가 과거의 한 때를 떠올리게 되는 경우가 또 생길 텐데, 그 매개가 음식이라니 글이 더 맛있어진다.

 

작년에 접했던 어떤 글에서는, 응답하라 시리즈를 언급하면서 이런 말을 했었다. 왜 자꾸 과거로 돌아가는 이야기에 열광하느냐고.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맞다. 사람이 자꾸 뒤를 되돌아보기만 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는데, 이게 마냥 좋은 것은 아니구나.’ 싶어서 긴장했었다. 여전히 지나간 시간만 떠올리고 그리워한다면 좋을 건 없을 거다. 내일을 살기 위해 우선 앞을 봐야 하는 게 현실이니까.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어쩌면 오늘을 조금 더 버티게 하고, 어제의 추억으로 오늘이 웃는 날이 된다면 가끔은 이런 그리움을 불러오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여전히 앞을 보고 살아가고 달려야 하는 게 우리 삶이지만, 우리 추억 속에 이런 음식 하나 없다면 사는 게 너무 서늘하잖아. 맛있는 위로가 뭔지 모른 채로 살아가게 될 것 같다. 생각해보니, 그건 별로다. ^^ 저자를 위로해준 게 팔 할이 음식이었다는 게 나와는 좀 다르지만, 그 위로의 지분이 좀 다를 뿐이지 음식이 그 위로에 들어와 있는 건 마찬가지다. 지나간 사랑도, 울고 웃으며 묶여있는 가족도, 힘들어서 잘라내고 싶었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힘든 세 세상살이에서도, 음식이 불러오는 화해와 뜨끈함, 개운함, 쫀득함, 쌉싸래함이 있어서 다행이다. 삶을 아우르는 다양한 맛을 이렇게 알아간다...

 

아쉬워서 그리운 것들,

혹여 한번 다시 찾을 날이 있겠거니, 그렇게 그리워하며

사진 한 장 품고 사는 거. 심장에 그런 아쉽고 그리운 순간들을

사진 한 장처럼 품고 사는 거. 그게 꼭 바보 같기만 한 일은 아닌 듯하다. (248페이지)

 

노트를 펴고 먹고 싶은 목록을 하나씩 채우는 요즘이다. 얼마 전부터 치과 진료를 받고 있다. 이 치료가 다 끝나려면 빠르면 1년, 길게는 1년 반에서 2년 정도 걸릴 거라는 말에 ‘음, 그렇구나.’ 하며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막상 거의 음식을 먹지 못하는 생활이 이어지다 보니 평소에 좋아하지도 않는 삼겹살까지 먹고 싶어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며칠 전에 엄마가 삼겹살 먹고 싶다고 할 때 못 이기는 척 먹으러 갈 것을. 엄마와 나는 식성이 달라서 같이 외식하기가 쉽지 않은데, 삼겹살도 그중 하나다. 안 먹는 게 아니라 못 먹는 상황이 되고 보니 엄마가 먹고 싶다던 음식부터 평소에 내가 좋아하지도 않던 음식들까지 떠오르곤 한다. 거기에 보태져 항상 맛있게 먹던 음식까지 덩달아 머릿속에서 춤을 춘다. 바삭한 튀김에 시원한 맥주를 한 잔 마셔야지. 절반쯤 익힌 스테이크도 먹고 싶은데. 엄마가 맛있게 담근 총각김치도 손으로 집어 먹어야겠고. 아주 진~한 초콜릿무스 케이크도 목록에 올렸다. 아, 김밥도 꼭 먹을 거다. 이번엔 사 먹지 않고 내가 직접 싸서 엄마에게도 줘야지. 하아, 슬프게도, 목록이 늘어날 때마다 배고픔도 커진다.

 

시간이 많이 흘러 오늘을 떠올릴 때, 나는 무슨 음식을 소환하고 있을까. 내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웃음 나게 했던 음식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은데, 꼭 그게 아니어도 괜찮을 것 같다. 그 시간을 불러오는 것만으로도 그 음식은 충분히 맛있을 테니까 말이다.

 

 

n******i 2016.02.26. 신고 공감 6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바나나 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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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작가의 또 다른 책 '수상한 주인장'에 그녀의 기억과 경험을 덧 댄 책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나 초반, 음식과 버무린 유년 시절 가족을 얘기하는 부분에서는 책에 흠뻑 빠져 집에 가만히 있기에는 지루한 토요일 오후 4시를 아주 달큰하게 보냈다.   이를 테면 이런 구절들.     한솥밥 먹으며 밥알 튀게 싸우다가 다시 밥숟갈 위에 노란 달걀말이 하나 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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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작가의 또 다른 책 '수상한 주인장'에 그녀의 기억과 경험을 덧 댄 책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나 초반, 음식과 버무린 유년 시절 가족을 얘기하는 부분에서는 책에 흠뻑 빠져 집에 가만히 있기에는 지루한

토요일 오후 4시를 아주 달큰하게 보냈다.

 

이를 테면 이런 구절들.

 

 

한솥밥 먹으며 밥알 튀게 싸우다가 다시 밥숟갈 위에 노란 달걀말이 하나 얹어주며 가족은 가족이 된다.

죽도록 미워하다가 진저리치게 소름끼쳐 하다가 가슴 쥐어뜯게 가련해하다가

서로 긁고 생채기를 내며 관계의 모든 롤러코스터 같은 곡예를 다 지나서야

비로소 가족은 그리운 가족이 된다.

 

 

누군가의 어깨에 힘을 실어주는 일은 어쩌면 그렇게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그저 노란 달걀말이와 비엔나소시지 같은 게 아닐까 싶다.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구나.

나를 생각해주는구나, 하는 안도감 같은 거.

 

 

가족 뒤에 이어지는 사랑, 일상, 여행 부분에서는

초반부 빠져들었던 향수가 없고 여느 책에서나 많이 인용되고 접한 글들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틈틈히 소개되는 맛집과 간단한 요리 레시피 - 버섯밥, 바나나 시나몬 토스트 등 - 그리고 요리 이름의 기원 등을

알아가는 재미에 역시나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YES마니아 : 로얄 b******2 2014.01.0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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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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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우유 그리움으로 찾아낸 50가지 음식의 기억 김주현 지음 앨리스    문학동네 카페에서 이색리뷰대회 2월 도서로 지정한 책인데, 왜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책이 아닌 낯설은 출판사 '앨리스'의 책인지 모르겠다. 이색리뷰라서 그런가? 위로의 음식이라면서 책의 제목은 노란 바나나우유다~ 사실 흰우유를 잘 못 먹어서 으례히 서울우유 커피우유 만을 찾는 나로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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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우유

그리움으로 찾아낸 50가지 음식의 기억

김주현 지음

앨리스

 

 문학동네 카페에서 이색리뷰대회 2월 도서로 지정한 책인데, 왜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책이 아닌 낯설은 출판사 '앨리스'의 책인지 모르겠다. 이색리뷰라서 그런가? 위로의 음식이라면서 책의 제목은 노란 바나나우유다~ 사실 흰우유를 잘 못 먹어서 으례히 서울우유 커피우유 만을 찾는 나로서는 바나나 우유도 흰우유 만큼은 아니어도 썩 즐기는 음식은 아니라 처음에는 공감을 잘 못했는데, 다 읽고나니 으음~하는 지점이 몇 가지 생겼다.
① 가족과 ② 사랑, ③ 일상 그리고 ④ 여행으로 바나나 우유를 비롯한 50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음식을 탕수육과 비프가스에서 시작해서 산두릅과 호두밥, 바움쿠헨, 부추샐러드, 빨간 소시지 달걀말이, 냉면, 오차즈케, 상추, 버섯밥과 연어덮밥, 명태, 브로콜리 스프, 만두, 성게알밥과 성게보말죽, 고양이밥, 파에야, 봉골레 파스타, 크렘브륄레, 초콜릿, 캐러멜, 홍시와 곶감, 인도식 차이, 벚꽃차, 브룃헨, 북엇국, 크루아상, 엘비스 프레슬리 토스트, 소주, 더치커피, 평양식 냉면과 물회, 토마토와 치즈, 맥주 거품, 오후 3시 홍차, 튀김, 베이글, 화덕 피자, 돈코쓰 라멘, 아다지오 파스타, 오이 샌드위치와 에그샌드위치, 완탕면, 흰 눈 빙수, 바게트와 치즈, 아이스티, 레모네이드, 카레, 아삼과 얼그레이, 손가락 김밥과 삼각김밥, 물, 아포가토, 캠핑장 커피, 가나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 사람은 다 변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공고해지는 추억의 맛을 떠올려보게 한다. 음식 잡지 「쿠켄」 기자로 일하면서 접하게 된 맛들을 통해서 잠자던 추억을 끄집어내고 있다. 요즘 쿡방이 대세라고 하고 어디에서나 요리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게 되어버렸지만, 음식과 추억을 맛을 글로 옮겨놓은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된 음식도 있고, 한 번 쯤은 만들어 보고 싶어지는 음식도 있다.
50가지의 음식과 더불어 만나게 되는 추억의 이야기들이 글을 읽는 내게 또다른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학창 시절 노래 잘하는 선배들이 즐겨 부르던 가곡 '명태'를 글로 다시 만나게 되고, '이집트의 왕처럼'인 줄로 알았던 구절이 '에지푸트의 왕처럼'이라는 것도 알아간다.
'맥주 거품'에서 보면, 믹스 커피는 종이컵에 마셔야 맛있고(우리네는 이건 꼭! 준수하고 사는 듯~), 막걸리는 막사발에 마셔야 그 맛이 제대로 빛을 발하듯이 맥주도 제 가치를 빛나게 해주는 잔들이 있단다. 호가든은 아래로 갈수록 벽이 두꺼워지는 육각 유리잔 호가든 src 을, 아사히 수퍼드라이 전용잔 과 흑맥주 레페는 성배잔  에 마셔야 제 맛이 난단다~ 우후~ 술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니 이 또한 낯설은 이야기일 뿐이다.
나도 비교적, 맛을 찾아 먼 길을 가는 것을 마다않는 편이라, 돈까스를 먹으로 명동돈까스를 찾아가고, 숭의여고를 다닐 때 먹었던, 지금은 학교가 이전해서 같이 사라진 남산 밑의 목멱분식을 찾아간 기억도 있고, 학창시절 부족한 용돈으로 충당했던 포장마차 '88떡볶이'를 찾아 행당동까지 갔던 일도 수 차례 있다. 비빔밥을 먹겠다고 전주까지 찾아가고, 그래서 전주 한옥마을도 음식 찾아 떠난 기행이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먼 곳이 아닐지라도 주변에서 맛과 추억을 찾아 또 다른 맛집을 찾아봐야겠다.
저마다 간직한 추억이 다르듯 음식을 보면서 떠올리는 느낌도 다를 것이고, 꽂히는 음식도 서로 다르고 느끼는 감정 또한 사뭇 차이가 있을 것이다. 글재주가 없으니, 작가만큼의 내세울 만한 글을 쓰지는 못하겠지만, 나 혼자 읽고 나 혼자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허접한 에세이는 써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용기를 내어보자~

2016.2.19.(금)  두뽀사리~

i***2 2016.02.2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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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우유 대신 바나나에 대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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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먹는 음식에는 맛뿐만이 아니라 그 음식과 얽힌 사건, 사고와 같이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그 음식을 생각하면 그 사건이, 그 사고가 생각이 나서 추억여행을 하기도 한다. 딱히 돈 들이지 않은 그런 추억여행. 그 추억여행은 웃음을 짓게도 만들지만 슬픔을 동반하기도 하니 유의하시길.   멀지 않은 과거의 시간으로 가자. 올해 3월말까지 닭갈비집에서 일을 했다.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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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먹는 음식에는 맛뿐만이 아니라 그 음식과 얽힌 사건, 사고와 같이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그 음식을 생각하면 그 사건이, 그 사고가 생각이 나서 추억여행을 하기도 한다. 딱히 돈 들이지 않은 그런 추억여행. 그 추억여행은 웃음을 짓게도 만들지만 슬픔을 동반하기도 하니 유의하시길.

 

멀지 않은 과거의 시간으로 가자. 올해 3월말까지 닭갈비집에서 일을 했다. 가게에서 잠을 자고, 일도 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밥을 짓고, 청소를 하고 가게 문을 열기까지 3시간 정도 걸렸다. 아침을 늦게 먹기도 하지만 못 먹을 때는 그냥 계란밥을 해 먹기도 했다. 따뜻한 밥에 어제 사다 놓은 계란을 ‘탁’하고 깨서 넣고 간장 조금 넣어서 삭삭 비벼서 먹었다. 어린 시절 학교에 다녀오면 어머니는 일을 나가셔서 집에 안 계셨다. 그 때 당시 음료공장이 집 근처에 있었는데 그 공장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학교에서 돌아오면 늘 엄마는 집에 안 계셨다. 그 당시에도 간단히 배고픔을 달래줄 음식은 계란밥. 하지만 이 때 당시에는 하나의 재료가 더 들어갔다. 그건 마아가린. 지금은 마아가린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아서 잘 안 넣지만 그 때 당시에는 없어서 못 먹을 정도였으니. 시대가 많이 변하긴 변한 것 같다. 아마도 ‘계란밥’ 하면 이제는 추억이 하나 더 늘어났다.

그 전에 술집에서 일을 할 때 점심으로 냉면을 주로 먹은 기억이 난다. 냉면하면 물냉면을 꼭 먹는다. 다른 냉면보다 꼭 물냉면을 찾는 이유는 잘 모르지만 아마도 물냉면의 시원한 ‘육수’때문이 아닌가 싶다. 냉면하면 사실 아버지가 생각이 난다. 아버지도 냉면을 참 좋아하셨다. 그래서 어머니는 늘 냉면을 끓여서만다이어트 음식으로 각광을 받는 바나나. 이렇게 생각을 하니 또 먹고 싶어진다. 하지만 돈을 아껴야 하는 시기이니 참는다. 참아!

이 책에도 소주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역시 한국인에게는 소주가 떨어질려야 떨어질 수 없는 음료수가 아닌가 싶다. 그 음료수라는 것이 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기에 성인 남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음식이긴 하지만 말이다. 소주 하면 가게에서 일을 할 때 생각이 난다. 닭갈비집에서 일을 할 때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다른

p********p 2016.08.2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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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리뷰] 바나나 우유와 경양식 돈가스와의 대화
"[이색리뷰] 바나나 우유와 경양식 돈가스와의 대화" 내용보기
푹푹 찌는 열탕에서 때를 불린 공로로 새롬은 바나나 우유를 받았다. 새롬이 자기에게 주어진 상인 통통한 단지 속 내용물을 만끽하려는데, 가까스로 그것을 막은 엄마가 조건을 붙였다. 목욕탕 상가에서 저녁을 먹은 뒤에 마실 수 있다는 조건이었다. 간식 따위에 밥맛을 버리면 저녁을 먹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말에 통통한 단지는 기분이 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통통한 단
"[이색리뷰] 바나나 우유와 경양식 돈가스와의 대화" 내용보기

 푹푹 찌는 열탕에서 때를 불린 공로로 새롬은 바나나 우유를 받았다. 새롬이 자기에게 주어진 상인 통통한 단지 속 내용물을 만끽하려는데, 가까스로 그것을 막은 엄마가 조건을 붙였다. 목욕탕 상가에서 저녁을 먹은 뒤에 마실 수 있다는 조건이었다. 간식 따위에 밥맛을 버리면 저녁을 먹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말에 통통한 단지는 기분이 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통통한 단지는 새롬에게 저녁식사 만큼의 영양분과 열량을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쪼글해진 손가락의 주름 사이 매끈한 감촉에 감싸인 통통한 단지는 옮겨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퉁'. 뾰로통한 통통한 단지가 놓인 곳은 돈가스집의 손님용 식탁이었다. 단지를 내려놓자마자 짭조름한 크림 스프와 후추가 새롬 앞에 놓였다. 스프가 담긴 귀여운 그릇에 흥미를 느낀 새롬은 바로 전까지 보였던 단지에 대한 관심을 모두 잊어버렸다. 식탁 귀퉁이까지 밀린 통통한 단지는 심통이 나서 스프와 새롬이 있는 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바로 그때 종업원이 접시에 담긴 돈가스를 통통한 단지 옆에 놓았다. 무료했던 통통한 단지가 먼저 돈가스에게 말을 걸었다.


 "만약 저 아이가 나중에 이 순간을 추억한다면 아이의 기억에 남는 건 나일까, 너일까?"


 처음에 돈가스 접시는 통통한 단지의 말에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심드렁한 태도를 보이는 것 같았다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


 "글쎄, 너는 달콤하긴 하지만 목욕탕에서의 기억으로밖에 연상되지 않잖아? 그건 정말 진부해. 게다가 어린 시절의 달콤함은 너말고도 사탕, 초컬릿 등 대표될만한 다른 간식들이 더 많고 말이지. 내 몸에 뿌려진 소스는 달콤하고 찐득해서 맛과 촉감을 자극하지. 겉표면은 바삭바삭한 빵가루로 즐거움을 주고. 나를 먹는 이 순간을 선사해준 고마움 때문에 부모의 사랑을 함께 떠올리게 될 거야."


 "목욕이 얼마나 자극적인 경험인지 넌 겪어보지 않아 모르나본데, 뜨겁고 후덥지근한 공기에서 풀장처럼 많은 물에 첨벙거릴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즐거움인데. 현기증이 날만큼 어지러울 때쯤 부모의 손에 잡혀서 바득바득 때를 밀리고 개운한 기분으로 나를 마시면 누구라도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된다고."


 "그렇지만 네 맛은 너무 단순해. 한결같이 달기만 하잖아. 게다가 그 촌스러운 바닐라향도 금세 지겨워지고 말 걸. 날 봐, 날 먹는 건 아이나 어른이나 똑같아. 그렇지만 넌? 언제까지 널 마시는 일이 즐거움으로 남게 될까? 네가 있었다는 것도 잊게 되지 않을까?"


 통통한 단지는 반박하려고 했으나 그의 말을 들어줄 상대가 없었다. 어느새 깨끗히 비워진 돈가스 접시는 더이상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때, '톡'하고 열리는 소리와 함께 단지는 자신이 들어올려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쪼오오오옥, 통. 다시 내려앉은 단지는 창백한 흰 색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손님용 식탁만이 혼자서 생각을 더 이어갈 수 있었다. 어느 한때의 순간을 떠올리는 일에 바나나 우유와 돈가스가 기여할 수 있는 몫은 얼마 정도일까. 마들렌 하나가 끝없이 긴 향수를 불러일으키듯이, 바나나 우유와 돈가스가 훗날 어른이 되었을 때 아이의 기억을 되살린다면. 그때 아이는 포동한 볼에 묻은 돈가스 얼룩을 닦아주는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과 입가에 고인 달콤함을 추억하게 될까? 그러나 곧 식탁은 그 생각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환하게 부서지는 아이의 웃음에 미소로 답하고 아이의 손을 꼭 잡은 채 가게를 나서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현재만으로 충분히 아름답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p****p 2016.02.1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