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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일요일이 필요해
"우리에겐 일요일이 필요해" 내용보기
"신경숙이란 작가알지?그 작가한테 여동생이 있는데, 어느날 그러더래. 언니, 내가 한달에 삼십만원씩 용돈을 줄테니까 글만서봐.다른 거 아무것도 하지말고 오직 소설만" (...)"내가 삼십만원씩 용돈주면 소설가 될 수 있나?"나는 허겁지겁달아났다. 이런 막무가내 푼수언니같으니라고.욕실에서 뛰어나온 동생이 옷가락을 잡앗다."농담한 거 가지고 왜 이래""나는 농담아니다" 돌이켜보
"우리에겐 일요일이 필요해" 내용보기

"신경숙이란 작가알지?

그 작가한테 여동생이 있는데, 어느날 그러더래. 

언니, 내가 한달에 삼십만원씩 용돈을 줄테니까 글만서봐.

다른 거 아무것도 하지말고 오직 소설만" 

(...)


"내가 삼십만원씩 용돈주면 소설가 될 수 있나?"

나는 허겁지겁달아났다. 

이런 막무가내 푼수언니같으니라고.

욕실에서 뛰어나온 동생이 옷가락을 잡앗다.

"농담한 거 가지고 왜 이래"


"나는 농담아니다" 


돌이켜보면 주눅이 어지간히 들었던 모양이다.

동생이 한마디만 더 하면

눈물이 뚝 떨어질 것 같았으니 말이다. 


-본문 중에서 (p.108)



내가 김서령작가를 좋아하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출판된 책을 다 읽었고, 작가님께서 추천하는 도서들도 찾아읽는다.

나는 소위 "김서령빠순이"인 것이다.

어느날, 같이 책좋아하는 언니하나가 나에게 물었다.

김서령작가님이 왜 좋냐고, 어떤 점이 젤 좋냐고.


가만히 생각해봤는데, 솔직히 대단한 이유가 떠오르지않았다.

"글이 좋아서요. 글을 잘쓰셔서요." 

이런 말은 너무 진부한 것 같은 느낌이었고

"저랑 비슷해서요" 는 좋아해서 공통점을 찾아놓고, 

그게 좋아하는 이유라는 어린아이 같아서 싫었다. 


그러고보니 왜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좋아하고 있었던 것 같다.

작가님이 솔직하고 담담하게 써내리신 문장들을, 

동네언니처럼 풀어놓은 삶들을. 




많을 것도 없지만, 그동안 가졌다고 여겨왓던 것들을

두고 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어찌어찌 다 내려놓았다고, 

아쉬워하지 않을 거라고 마음을 도닥였다. (p.132)




종이책에서 읽을때도 난 이 문장에서 마음이 일렁였는데

이북을 읽어도 또 가슴이 일렁거린다.

돌이켜보면 가진 것도 없던 시절의 나인데, 

그시절 나는 왜 아쉬운 기억으로만 남아있는건지.

애써 괜찮은 척 얼굴을 쓸어봐도

나이를 먹은 내얼굴에서도 아쉬움을 채 지워낼 수없다. 




당신이 없는 곳에서도 나는 이렇게나 잘지내.


돌이켜보면 내 여행은, 

그 문장을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함인 적이 많았지. (p.136)




언제인가 내게 날아들었던 이메일 하나를 잊을 수가 없다.


"나는 잘 먹고, 사진도 찍으며 즐겁게 지내고 있어.

 여기에는 네가 좋아하던 그 방망이빵이 잔뜩 있는데, 

 맛을 보여줄 수 없어서 아쉽다"


그 멀리서 한국을 그리워하며 지내놓고

좋아하지도 않던 빵따위를 먹으며 지냈으면서

왜 내가 좋아하던 빵을 보며 내 먹는 걸 걱정한걸까.

정작 나야말로 잘 먹고 잘자고, 즐겁게 잘만 살고 있었는데.


결국 난 너에게 그렇게 끝까지 이기적인 사람이었나보다.

그 마음만 확인하고 두고두고 마음이 아팠더랬지. 

차라리 작가님처럼, 내가 확인하는 사람이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사람의 죄책감이라는 것이 얼마나 짙게 발목을 잡느냐면, 

과거 어느시점으로 돌아간다면 어디로 돌아갈거냐는 말에

누군가는 로또번호를 외워서 갈거라고, 

또 누군가는 대박나는 땅을 미리 살거라고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받던 어느 술자리에서

난 다 필요없고 사과를 하러 가고싶다고 말해버렸다. 

그게 나의 진심이었고, 내 죄책감이었다.


이제 나이를 먹고, 시간도 흘러서 

난 그런것에도 덤덤한 나이가 되었고..

그아이도 이제 바게트를 보고 날 떠올리지않겠지만-

난 여전히 바게트를 보면 그날의 그 이메일이 떠오른다.

죄책감과 알수없는 마음이 범벅이 되어 

"읽지않음으로 표시"를 눌러야했던 그 이메일이 말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당장 저지르고 보는 습관이 있어서

대부분의 결정들은 그렇게 즉흥적이었다. 

여행도 연애도 이별도 그랬다.

(...) 나는 미련이 많은 여자다.

지워야 할 것들을 잘 지우지 못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미련을 들킨적이 없는 여자다. 

그래서 언제나 잘 지우는 척을 한다. (p.244)




마음 속의 미련이야 아무리 많으면 어떤가.

그 마음을 들키지않고 살 수 있으면

적어도 남에게는 미련이 없는 것과 똑같다.

내 속은 다른 일이겠지만.


그렇게 그 마음까지 도닥이다보면 어른이 되는거다.


김서령작가님의 글들은 늘 나를 깨닫게 한다.

생각하게 하고, 그립게 하고, 깨닫게 하고, 이해하게 한다.

나는 그래서 머리가 복잡할때면 그녀의 책을 꺼내들고 읽는다.

가슴이 답답한 순간 책이 없다면

있는 책이라도 또 이북을 결제하여 읽고 본다. 

이렇게 쓰고보니 마치 담배를 찾는 애연가같다. 

g********r 2019.02.06. 신고 공감 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