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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이란 작가알지? 그 작가한테 여동생이 있는데, 어느날 그러더래. 언니, 내가 한달에 삼십만원씩 용돈을 줄테니까 글만서봐. 다른 거 아무것도 하지말고 오직 소설만" (...) "내가 삼십만원씩 용돈주면 소설가 될 수 있나?" 나는 허겁지겁달아났다. 이런 막무가내 푼수언니같으니라고. 욕실에서 뛰어나온 동생이 옷가락을 잡앗다. "농담한 거 가지고 왜 이래" "나는 농담아니다" 돌이켜보면 주눅이 어지간히 들었던 모양이다. 동생이 한마디만 더 하면 눈물이 뚝 떨어질 것 같았으니 말이다. -본문 중에서 (p.108)
내가 김서령작가를 좋아하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출판된 책을 다 읽었고, 작가님께서 추천하는 도서들도 찾아읽는다. 나는 소위 "김서령빠순이"인 것이다. 어느날, 같이 책좋아하는 언니하나가 나에게 물었다. 김서령작가님이 왜 좋냐고, 어떤 점이 젤 좋냐고. 가만히 생각해봤는데, 솔직히 대단한 이유가 떠오르지않았다. "글이 좋아서요. 글을 잘쓰셔서요." 이런 말은 너무 진부한 것 같은 느낌이었고 "저랑 비슷해서요" 는 좋아해서 공통점을 찾아놓고, 그게 좋아하는 이유라는 어린아이 같아서 싫었다. 그러고보니 왜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좋아하고 있었던 것 같다. 작가님이 솔직하고 담담하게 써내리신 문장들을, 동네언니처럼 풀어놓은 삶들을. 많을 것도 없지만, 그동안 가졌다고 여겨왓던 것들을 두고 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어찌어찌 다 내려놓았다고, 아쉬워하지 않을 거라고 마음을 도닥였다. (p.132) 종이책에서 읽을때도 난 이 문장에서 마음이 일렁였는데 이북을 읽어도 또 가슴이 일렁거린다. 돌이켜보면 가진 것도 없던 시절의 나인데, 그시절 나는 왜 아쉬운 기억으로만 남아있는건지. 애써 괜찮은 척 얼굴을 쓸어봐도 나이를 먹은 내얼굴에서도 아쉬움을 채 지워낼 수없다. 당신이 없는 곳에서도 나는 이렇게나 잘지내. 돌이켜보면 내 여행은, 그 문장을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함인 적이 많았지. (p.136) 언제인가 내게 날아들었던 이메일 하나를 잊을 수가 없다. "나는 잘 먹고, 사진도 찍으며 즐겁게 지내고 있어. 여기에는 네가 좋아하던 그 방망이빵이 잔뜩 있는데, 맛을 보여줄 수 없어서 아쉽다" 그 멀리서 한국을 그리워하며 지내놓고 좋아하지도 않던 빵따위를 먹으며 지냈으면서 왜 내가 좋아하던 빵을 보며 내 먹는 걸 걱정한걸까. 정작 나야말로 잘 먹고 잘자고, 즐겁게 잘만 살고 있었는데. 결국 난 너에게 그렇게 끝까지 이기적인 사람이었나보다. 그 마음만 확인하고 두고두고 마음이 아팠더랬지. 차라리 작가님처럼, 내가 확인하는 사람이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사람의 죄책감이라는 것이 얼마나 짙게 발목을 잡느냐면, 과거 어느시점으로 돌아간다면 어디로 돌아갈거냐는 말에 누군가는 로또번호를 외워서 갈거라고, 또 누군가는 대박나는 땅을 미리 살거라고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받던 어느 술자리에서 난 다 필요없고 사과를 하러 가고싶다고 말해버렸다. 그게 나의 진심이었고, 내 죄책감이었다. 이제 나이를 먹고, 시간도 흘러서 난 그런것에도 덤덤한 나이가 되었고.. 그아이도 이제 바게트를 보고 날 떠올리지않겠지만- 난 여전히 바게트를 보면 그날의 그 이메일이 떠오른다. 죄책감과 알수없는 마음이 범벅이 되어 "읽지않음으로 표시"를 눌러야했던 그 이메일이 말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당장 저지르고 보는 습관이 있어서 대부분의 결정들은 그렇게 즉흥적이었다. 여행도 연애도 이별도 그랬다. (...) 나는 미련이 많은 여자다. 지워야 할 것들을 잘 지우지 못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미련을 들킨적이 없는 여자다. 그래서 언제나 잘 지우는 척을 한다. (p.244) 마음 속의 미련이야 아무리 많으면 어떤가. 그 마음을 들키지않고 살 수 있으면 적어도 남에게는 미련이 없는 것과 똑같다. 내 속은 다른 일이겠지만. 그렇게 그 마음까지 도닥이다보면 어른이 되는거다. 김서령작가님의 글들은 늘 나를 깨닫게 한다. 생각하게 하고, 그립게 하고, 깨닫게 하고, 이해하게 한다. 나는 그래서 머리가 복잡할때면 그녀의 책을 꺼내들고 읽는다. 가슴이 답답한 순간 책이 없다면 있는 책이라도 또 이북을 결제하여 읽고 본다. 이렇게 쓰고보니 마치 담배를 찾는 애연가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