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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종편 채널을 보다가 신율 이란 방송인이 이런 말을 한걸 듣고 조금 놀란 적이 있다. 전후 맥락은 있지만 그분 왈, “제가 여성학을 공부해봐서 아는데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여성은 여성을 지켜주지 못한다고요.” 발끈하게 하는 발언이었다. 뭔가 울컥하기도 했다. 그런데 적어도 영화 <써니>에서는 이 사람 말을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다. 써니 에서는 여자가 여자를 지켜준다. 죽어가는 하춘화가 써니 친구들을, 아픈 춘화(진희경)를 임나미(유호정)가 곁에서 지켜준다. 극장에서 봤을 때는 심은경만 참 귀여워 보이더니 다시 보니 써니 멤버들이 하나같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흥행을 위해 다소 욕쟁이들이 많이 나오고 비현실적인 듯한 상황들이 연이어 지기도 했지만 그렇게 영화적 문법에 어긋남은 아니었다. 내 세대 바로 위의 언니들이 보냈을 고등학교 시절의 모습과 그들의 우정과 질투와 사랑 유행하는 음악과 패션 같은 것들이 시종 웃음을 자아냈다. 강형철 감독은 남자이며 저 세대도 아닌데 어쩜 이렇게 맛깔스럽게 묘사했을까? 어른 나미 역의 유호정씨의, 편안하면서도 섬세한 연기도 눈시울을 적시기 충분했다. 나미는 안정적인 중산층 생활에 푹 젖어 있으면서 잠시 라디오에 들려오는 그 때 그 시절 노래들( 조덕배, 나미)의 노래를 들을 때만 잠시 과거를 회고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어머니 병원에서 옆 병동에서 암 투병 중이던 하춘화를 만나면서 급격히 고등학교 시절을 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그때의 순수한 열정과 풋풋한 첫사랑, 친구들과 하나됐던 시절을 가슴 시리게 떠올린다. 내 때만해도 그랬었다. 소위 공부와는 담쌓고 ‘날라리’였던 아이들과 심지어 전교 1,2등하는 친구들과도 한 무리를 하는 일이 전혀 드문 일이 아니었다. 예전에 <써니>를 봤을 때는, 미술대 지망생이고 전교에서 상위권인 나미가 노는 쪽으로 잘 나가는 소위 불량써클 아이들에 섞여 들어가고 선망하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오히려 반대더라. 기성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른 7공주들과 몸싸움도 거침없는 '써니' 아이들이 범생이 전학생 나미를 받아들인 게 그게 더 대단하더라. 결국 그 어느 쪽도 선입견을 갖기 보다는 친구로서 여겨주고 잘 나면 잘 난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여기고 받아들이는 그녀들의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성인 나미도 그래서 지금의 안정적인 삶에서 결여된 것이 무엇인지를 그때 써니 시절을 돌아보며 알아갈 수 있었던 거다. 그래서 써니 멤버들을 수소문 해 찾아갔을 때 궁핍하고 힘들게 살고 있는 친구들을 장미와 더불어서 음으로 양으로 돕는데 발 벗고 나섰다. 또한, 현재 남편에게 사랑을 받고 있긴 하지만 묻어 두었던 첫사랑 한준호를 찾아가고 전해주지 못한 초상화 그림을 전해주던 씬도 퍽 분위기 있는 에피소드였다. <라 붐>의 주제가와 더불어~. 판타지로만 여겨졌던 엔딩의 써니 댄스 장면은 정말 눈부셨다. 웃으면서 울어보기도 처음이다. 죽은 자를 보내는 장례식장이 꼭 어두움과 음침함으로 머물러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싶은 생각이 처음 들었다. 보니 엠의 써니란 노래를 익히 알고 있었는데 이리도 영화 마지막 장면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 전율이 일기도 했다. 하여튼 내게는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말을 실감케 한영화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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