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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나토스》 어느 여배우의 정체성 찾기,
"《타나토스》 어느 여배우의 정체성 찾기," 내용보기
이상북스에서 『무라카미 류 셀렉션』이라고 무라카미 류의 작품들이 새로 출간되고 있다. <최후의 가족>에 이어 <타나토스>가 양억관 번역, 장정일 해설로 나왔다. <타나토스>는 국내에 무려 2002년에 출간되었던 작품이니, 절판으로 궁금해했던 무라카미 류의 팬이라면 관심을 가져야 할 작품이라 하겠다. 무엇보다 이 시리즈의 장점은 좋은 번역과 잘 어울리는 해설이 아닐까 싶
"《타나토스》 어느 여배우의 정체성 찾기," 내용보기

이상북스에서 『무라카미 류 셀렉션』이라고 무라카미 류의 작품들이 새로 출간되고 있다. <최후의 가족에 이어타나토스가 양억관 번역, 장정일 해설로 나왔다. <타나토스는 국내에 무려 2002년에 출간되었던 작품이니, 절판으로 궁금해했던 무라카미 류의 팬이라면 관심을 가져야 할 작품이라 하겠다. 무엇보다 이 시리즈의 장점은 좋은 번역과 잘 어울리는 해설이 아닐까 싶다. 양억관 번역가야 미야베 미유키, 히가시노 게이고, 무라카미 하루키 등 다수의 일본 작품을 번역해서 워낙 유명하기도 하지만 특히나무라카미 류 최적의 번역가로 알려져있다고 하니 번역이 좋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장정일 작가가 기존에 써온 글들을 떠올려본다면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작품과 잘 어울리는 해설이 아닐까 싶다는 것이다. (같은 '무라카미'이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에 비해 무라카미 류의 작품은 표현이 좀 직설적이고, 내용도 많이 센 편이라, 어릴 때는 그의 작품을 읽다가 도중에 멈춘 적도 종종 있었다. 뭐 이런 내용이 다 있어. 왜 이런 걸 출간하지?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아마도 작품의 끝에 실린 장정일 작가의 해설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꽤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 나라 국민들의 정서상, 완전히 공감하거나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말이다.

 

 

프로이드는 자기보존적 본능과 성적 본능을 합한 삶의 본능을 에로스(Eros)라 했고, 공격적인 본능들로 구성되는 죽음의 본능을 타나토스(Thanatos)라 했다. 자기를 파괴하려는 죽음에의 본능을 뜻하는 이타나토스가 그리스 신화에서는 '죽음'을 의인화한 신이라고 하니, 어둡고, 무거운 작가의 스타일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제목이 아닐까 한다. 주로 전개되는 내용이 프로듀서와 여배우간의 사도-마조히즘 일컬어지는 변태 성욕적인 행각을 통해 개인과 사회의 절망에 대해 말하고 있으니, 웬만큼 각오를 하고 나서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마 삼십 프로 쯤 읽다가 책장을 그냥 덮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나는 내 착란을 어떻게든 정리하기 위해 여기 쿠바에 온 거예요."

여윈 여자는 몇 번이나 이렇게 말했다. 초점이 흐린 눈을 거의 한 번도 깜빡이지 않고, 입가에 지워지지 않는 엷은 웃음을 머금고 있는 것을 보고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나는 맛이 간 여자라고 생각했다.

 

쿠바에서 싸구려 호텔을 전전하며 지내는 일본인 ''는 본업이 사진만으로는 먹고 살기가 힘들어, 가끔 일본인 가이드를 하며 살고 있다. 어느 날 어느 날 공항 입국관리소에서 전화가 걸려 온다. 거동이 수상해 보이는 일본인 여자가 있는데 도와달라며, 입국관리소 직원이 공항 가까이 사는 일본인인 ''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는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그녀가 아름답긴 하지만 약간 맛이 간 여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녀의 묘한 분위기에 매혹 당하고 말아, 그녀를 도와주기로 한다. 그 여자에게서는 우아한 기품과 상대를 긴장시키는 독특한 아우라가 감돌았다. 이런 여자를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의 공무원에게 맡겨둘 수는 없다라며. 덕분에 그는 이후로 계속 그녀의 정신 없는 고백을 듣는 역할을 하게 되고 만다. 이 작품은 전직 여배우 사쿠라이 레이코의 독백으로 시종일관하는 진행된다. 두서 없는 지난날에 대한 고백은 다소 몽환적이고, 이해가 어렵고, 중구난방이어서 흐름을 쫒아 가다 보면 내 머릿속까지 엉망진창이 되는 느낌이었다.

 

이야기를 계속 따라 가다 보면 개인적인 절망보다는 인간의 과열된 욕망이 빚어내는 사회적인 절망으로 스토리가 구체화 되어간다. 레이코는 스물 네 살 때 오디션 장에서 야자키라는 남자에게 선택되어 2년 반이 넘도록 사육 당하는 개처럼 지냈다. 속으로는 한번도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았던 야자키의 변태적 행위를 묵묵히 받아낸 것은 그를 통해 배우로 성공해보겠다는 야심도 없지 않았다. 그렇게 야자키의 성적 노예였던 레이코는 그를 만난 지 2년 반이 넘는 어느 때, 스스로 그를 떠난다. 그리고 여섯 번이나 선생님과 함께 왔던 쿠바에 와서 그를 추억하며, 야자키와의 관계  회복을 노리면서, 처음 만난 ''를 향해 과거의 일들에 대해 고백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의 고백에 귀를 기울이려면 상당한 노력과 주의가 요구된다. 정상적이지 않은 경험을 한 인간이 겪고 있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일이란 것이 쉬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웨이터가 모히토를 가져오자, 여자는 아무도 없는 의자 앞에 잎이 가득한 잔을 놓았다. 여배우는 정신이 이상해서 정말로 야자키와 게이코가 앞에 있다고 착각하는지도 모르고,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 연기를 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실제로 게이코와 야자키의 윤곽을 본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누군가가 정말로 거기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배우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두 사람을 향해 미소 지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아름다운 해변, 쿠바의 바라데로이다.

 

Cuba Varadero Beach

 

우리는 삶에 대한 욕망인 리비도와 죽음에 대한 욕망인 타나토스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살아가야 한다. 무라카미 류는 성공에의 욕망과 사도 마조히즘을 통한 탐닉 끝에 타나토스에 다다른 여배우 레이코를 통해,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정신 없이, 미친 듯이 삶을 살아내다가 문득 타나토스와 만났을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라고. 이 작품에서 그가 제안하는 대안은 쿠바의 강력한 음악과 춤, 그리고 그 풍경이다. 처음 만난 사람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느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 한 개인의 내면을 비추고 있지만, 사회학적 상상력을 통해 더 무겁고 어두운 절망에 대해 말하고 있다. 당신이 변화할 가능성은 없다. 결국 당신은 누군가와 함께 살아갈 수 없으니까라는 질문에 여배우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 있다가 고개를 들며 말한다. 그런 것 같아요. 나는 여배우니까그녀가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된 것인지, 새로운 여배우로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r*******n 2013.10.07. 신고 공감 3 댓글 6
리뷰 총점 종이책
[서평]나를 찾는 고백-타나토스
"[서평]나를 찾는 고백-타나토스" 내용보기
타나토스-자신을 파괴하려고 하는 죽음의 본능을 의미한다고 한다. 즉 죽음 충동이라는 것인데 이 책에서는 한 여자의 고백을 통해서 그것에 어떻게 대체할수 있는지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에 류의 책을 읽은 것은 '최후의 가족'이었다. 그 이전에도 그의 책을 읽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읽을때마다 불편하고 무언가 현실과 다른 괴리감이 든다고나 할까 읽고 나서 이해가 되지 않아 또
"[서평]나를 찾는 고백-타나토스" 내용보기

타나토스-자신을 파괴하려고 하는 죽음의 본능을 의미한다고 한다. 즉 죽음 충동이라는 것인데 이 책에서는 한 여자의 고백을 통해서 그것에 어떻게 대체할수 있는지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에 류의 책을 읽은 것은 '최후의 가족'이었다. 그 이전에도 그의 책을 읽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읽을때마다 불편하고 무언가 현실과 다른 괴리감이 든다고나 할까 읽고 나서 이해가 되지 않아 또 나중에 읽어야 하는 점도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외면하고 바나나나 가오리의 책 처럼 여성 작가가 쓴 말랑말랑한 책을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 낭만적인 불륜을 주장하는 가오리의 책은 현실을 외면할수가 있어서 좋았고 그에 반해 따뜻함을 지닌 바나나의 책은 범죄소설이나 스릴러 소설에 지친 마음을 달래주기에 좋았다. 그런 내가 류의 책을 읽었다.  

 

무라카미 류 셀렉션의 첫번째 책이자 오랜만에 만난 그의 책은 생각보다는 좋았다. 이전의 좋지 않은 기억을 덮을 정도로. 현실비판적인 것은 여전했으나 은둔형 외톨이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한 가족의 이야기라 또 더 잘 이해할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말 그대로 잘 읽히는 한편의 책. 그래서 아마 이 책도 거부감 없이 선택할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책은 최후의 가족과는 또 다른 캐릭터였고 그로 인해 또 다른 난국에 빠져들었다. 일단 배경은 쿠바. 아마 가보지 못한 나라에 대한 동경이었을 수도 있고 따뜻함을 그리워하는 시기에 맞춰 매료되었을 수도 있다. 이 책을 통해서 그 나라를 조금은 경험해 보리라 하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 책에서는 바다가 보이는 풍경을 나타내고 주인공을 통해서 날씨가 어떻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으며 특유의 라틴음악과 춤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특성도 보여주고 그 동네에서만 일어난다는 주술적인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나는 내 착란을 정리하기 위해서 쿠바에 온 거에요"라는 대사로 시작되는 책은 그녀의 정신은 정리되었을지 모르겠지만 내 정신은 오히려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자신의 정신을 정리하기 위해서 쿠바에 왔다는 여배우 레이코. 입국심사대에서 그녀는 들어오지 못하고 그녀를 도와주기 위해서 그 근처에 살고 있는 단 한명의 일본인인 사진을 찍는 나, 가자마가 등장한다. 계속 같은 말을 주장하는 그녀를 일본으로 돌려보낼수도 있었지만 나는 그녀를 믿고 보증인이 되어 그녀를 쿠바땅에 들여놓는다. 그리고 그녀를 대신해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그때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녀는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는 그 스위트룸에 있었어요 하면서 자신이 사랑했던 선생님에 관한 이야기, 도한 그녀 자신의 이야기를 끝도 없이 서사시를 이야기 하듯이 계속 읊어댄다. 사실 나는 이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없다. 그녀에게 가이드로 돈을 받고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녀를 데려다 주었으니 가서 내 할일을 하면 된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묘한 이끌림에 의해서 계속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하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그녀의 이야기는 자신을 주체로 해서 약 몇 십페이지가 계속 되고 그 이후에는 말하는 사람의 주어가 바뀌어 그 선생님의 입장에서 또 계속 되어 약 백 오십 페이지가 다 그런 식으로 흘러간다. 일반적인 이야기였다면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았겠지만 여배우와 선생님의 관계가 주로 마약을 하고 관계를 맺는 이야기이면서 정상적인 일대일 관계가 아닌 그들 사이에는 게이코라는 또 다른 여자가 포함되어 있고 그들이 가지는 관계도 기기묘묘하기 짝이 없다. 뒤에 나와 있는 장정일의 해설에서는 그것이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이고 공주님이니 왕자님이니 하는 것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가능한 한 이야기라고 하고 있다. 그렇지만 적나라한 성에 관한 묘사는 사실적이라 하더라도 쓰리섬이나 끊임없이 나오는 마약과 술 그리고 관계라는 것은 사실 그것이 더 드라마틱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을 잃고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떠나온 그녀 레이코. 이런 저런 얘기를 다 하고 다 들어준 '나'로 인해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수 있었을까. 원주민의 주술적인 의식에서 무언가를 잃었다고 했다. 정말 그녀가 잃은 것은 무엇일까. 그걸 찾으면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수 있을까. 그래서 그 마음이 편해지고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여배우의 삶을 꿈꿀 수 있기를 바래본다. 

 



b***8 2013.10.01. 신고 공감 0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