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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된 언어 - 고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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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좀처럼 달뜬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 책을 혼자 읽기에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나에게는 좋았던 책이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우선 글읽기와 글쓰기를 잘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좋아하기는 하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읽는다면 눈이 번쩍 뜨일만한 흥미롭고 도발적인 주제들로 가득 차있다. 예를 들면 외래어 유입에 대한 우려는 과연 그럴만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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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좀처럼 달뜬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 책을 혼자 읽기에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나에게는 좋았던 책이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우선 글읽기와 글쓰기를 잘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좋아하기는 하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읽는다면 눈이 번쩍 뜨일만한 흥미롭고 도발적인 주제들로 가득 차있다. 예를 들면 외래어 유입에 대한 우려는 과연 그럴만한 일인가. 특히 일본어에서 유입된 신식 한자어는 개화 이후 우리말 어휘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는데, 이에 대한 일반의 걱정과는 달리 저자는 언어의 섞임과 스밈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언어의 순수주의를 고집할 경우 우리 글과 말은 빈곤해지고 말 것이라고 말한다. 


비슷한 주제로 온라인 언어나 채팅어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한자 교육은 필요한 것인가? 한글 전용 글쓰기는 옳은가? 영어공용어화 논쟁, 언어 순수주의 등 일반적인 읽기와 쓰기관련 대중서에서 볼 수 없는 전문적이면서 아카데믹한 논의가 사뭇 도발적인 문체로 서술되는데, <인물과 사상>,< 문학동네등의 정기간행물을 많이 접한 독자라면 이런 글에 약간은 익숙할 수 있겠다. 저자가 90년대 이러한 출판물에 담았던 글을 모아 단행본으로 펴낸 책인데, 십수년이 지난 글이지만 시의성에 있어서도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 


책의 제목이 말해주는 바와 같이 한국어는 감염됐다고 저자는 도발적으로 단정한다. 오염되어 있고, 섞임과 스밈으로 인하여 부침을 겪고 있으며, 외래어, 신규어, 온라인어, 각종 자신의 집단 내에서만 통용되는 방언의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는 유독 한국어만의 운명은 아니란 거다. 모든 언어들은 모든 시대에 걸쳐 예외 없이 감염을 겪어왔다. 이를 인위적으로 막고 재단하려는 의도는 모두 실패했으며, 옳지도 않다. 영어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어휘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프랑스어에서 많은 단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고, 그만큼 열린 언어이기 때문이다 


한국어의 순수성을 주장하고 외래어를 고유어로 바꾸려는 시도는 옳지도 않고, 성공할 수도 없다. 언어는 과학적으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고 합리적으로 선택되는 것도 아니다. 언어는 언중에 의해 어쩌면 비과학적인 방식으로 결정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특히, 언어의 순수를 주장하는 것은 민족주의와 맥이 닿아있고, 독일에서 언어 순수주의 목소리가 가장 컸을 때가 바로 히틀러의 나치가 힘을 얻었던 시기라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민족주의에 대해서는 과민할 정도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으며, 자칭 자유주의를 신봉하는 개인주의자다 


그의 글은 넓고 얕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나와 같은 독자의 몰입을 유도하는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는데, 낯선 단어를 군데군데 뿌려서 긴장감을 유지시켜주고, 흔하지 않은 표현과 환유를 곁들여 그 부분을 되읽게 만든다. 이 부분은 고종석이 수사에도 능함을 보여주는데, 그의 글쓰기는 매우 논리적이면서도 아름다움을 포기하지 않는다. 남발하지 않는 수사는 딱딱해질 수 있는 글의 흐름에 일종의 리듬감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그의 글은 무엇보다 논리적 구성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데, 그것은 그가 오랫동안 공부한 언어에 대한 깊은 연구와 성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런 매력적인 책, 아카데믹 하면서 대중이 읽기에도 어렵지 않는 책을 쓰는 고종석 작가를 최근에 와서 알게 되었고, 그의 글이 많이 읽히지 않는다는 게 아쉽긴 하다. 몇 년 전에 절필을 선언하고 나서 최근 다시 시사인경향신문에 칼럼을 쓰고 있는데, 그곳에서도 마찬가지로 그의 자유주의적 기질과, 논리와 수사를 적절히 사용하는 매력이 잘 드러난다. 아마 그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은 있겠지만, 한 권만 읽은 사람은 없을 거라고 말한다면 과한 추어올림일까?

c****s 2015.12.11. 신고 공감 2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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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 - 너무 많은 예를 들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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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아주 오래 전에 이 책을 읽었다. 내가 읽은 것은 초판(1999) 4쇄(2003)다. 이 책은 부제가 보여주듯<국어의 변두리>에 관한 것이다.1. 나는 사대주의자도 아니고 국뽕도 아니다. 다만 우리가 <국어>라고 부르는 <대한민국어>는 말은 음운론  형태론 통사론 어떤 것으로 봐도 연속성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호태왕비문을 가지고 한국식 한자로 쓰여졌다고 하지만, <한국식>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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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아주 오래 전에 이 책을 읽었다. 내가 읽은 것은 초판(1999) 4쇄(2003)다. 

이 책은 부제가 보여주듯<국어의 변두리>에 관한 것이다.


1. 나는 사대주의자도 아니고 국뽕도 아니다. 다만 우리가 <국어>라고 부르는 <대한민국어>는 말은 음운론  형태론 통사론 어떤 것으로 봐도 연속성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호태왕비문을 가지고 한국식 한자로 쓰여졌다고 하지만, <한국식>한문과 <짜장식>한문의 차이가 정체성을 분별할 정도로 큰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불과 100년 전 <국문>으로 된 책을 우리가 읽을 수 있는가? 사전없이는 읽을 수 없다. 하지만 법국인은 배륵쏜이 박론을 손질해 출간한 <의식직접소여론>을 (철학용어이기에 어려운 것을 제외하면) 사전없이 읽을 수 있다. 



2. 이 책 감염된 언어 가운데 분량만큼이나 가장 내용이 풍부한 것은 <우리는 모두 그리스인이다-영어공용화 논쟁에 대하여>다. 여기서 라틴어와 한문의 보편성에 대해 얘기를 한다. 일제식 한자를 라틴/불어기원 영어와 비교도 하고 <'순수한 독일어'라는 우상과 환상>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아주 많은 례를 들지만, 고종석의 론지는 간단하다. 


현상태를 나는 옹호한다. 언어에 순결은 없다. 영어또한 마찬가지다. 국어는 구라뽕이다.

로 요약가능하다.


3. 고종석이 영어공용화를 변호하든 말든 그것은 자유다. 하지만 언어는 우주처럼 계속 진화한다. 그만큼 멀어진다는 것이다. 속도는 더디지만 영어마저 분화하고 있다. 2050년이 되면 가장 많이 쓰는 영어는 인파방 영어가 될 것이다. 각국 한림원이 뭐하러 표준문법을 정하고 관리하겠는가? 국가가 사라지지 않는 한 <국어>는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영국식민지 탄자니아는 2015년 중대발표를 했다. 현재는 중학부터 영어가 교학어지만 대학까지 쏴힐리어로 하겠다고!


(대한민국 교육학으로 밥쳐먹는 호로새끼들은 말도 안되는 <교수용어>라고 지껄인다) 제일 공부못한 놈들이 교육학과 나와 미국 독일가서 싸구려 학위가지고 대학을 오염시킨다. 게다가 임용고사 모든 교재(교과내용, 교육, 교과교육)는 내용과 표기 모두 쓰레기다. 이것을 학부모는 모른다.


4. 고종석은 어휘면에서 상당한 지식을 소유한 사람이다. 다만 일본식 한자에 대해서는 한마디 한다. 우리는 일본식 한자를 버릴 수는 없다. 다만 신조어를 한자에서 선택한다면 고전을 봐야 할 것이다. 일본에서 만든 것이 문제가 아니다. 그들이 아무리 연구해서 번역어를 만들었다 해도 한문권 최변방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라틴문명 최변방인 잉글랜드에서 라틴어에 기반한 신조어를 만드는 것을 생각해보라. 원의를 저버리고 마구잡이로 번역한 일본식 한자를 장기적으로는 하나씩 대체해야 한다. 이것은 감정이 아니라 론리다.


5. 워낙 많은 례를 들다보니 오류도 보인다. 고종석은 "이탈리아에서는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라틴어로 썼"다고 했지만, 이탈리아[이딸랴]어가 원본이다. 고종석이 라틴어라고 구라친 것은 원래 제목이 라틴어 <De Principatibus>였기 때문이다.


6. 베르그송과 베르크손에 대해서도 고종석은 그냥 베르그송으로 하자고 한다. 한국인명이 외국에서 아무렇게나 불려져도 좋다는 것이다. 우리가 각 언어데 대한 지식이 짧았을 때와 어느 정도 알려진 지금과 동일한 잣대를 사용하면 안된다. 그러면 축구로 더 알려진 영국도시 레스터도 레세스터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 것이다. 자신이 언어학자로 자처한다면 개모음과 폐모음을 모를 리 없다. 베르그송을 응원한다고 해도 베르크손도 개판 표기라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나는 원음에 가깝게 적는 것, 그리고 음절수 차이를 최대로 줄이며, 개모음과 폐모음(그것이 한국어와 다르다해도)을 구별하자는 립장이다. 베르그송을 례로 들면 그것은 <배륵쏜>이 되어야 할 것이다. 


7. 젊은 날 언어에 빠져서 열공한 작가를 보다, 요즘 하는 행태를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늙어감에 대해 생각한다.

c**********1 2019.08.0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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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민족주의에 대해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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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찬반 논란이 많은 책이 되었겠구나 생각을 해 보았다. 이 책은 개정판이지만 초판과 내용이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고, 90년대 후반 작가가 잡지에 수록된 글로 책을 엮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책을 출간한 당시의 리뷰를 보고 싶었으나 찾기가 어렵다.    이 글을 읽고 고정석씨에 대한 느낌은 민족주의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책에서도 나오지만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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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으면서 찬반 논란이 많은 책이 되었겠구나 생각을 해 보았다. 이 책은 개정판이지만 초판과 내용이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고, 90년대 후반 작가가 잡지에 수록된 글로 책을 엮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책을 출간한 당시의 리뷰를 보고 싶었으나 찾기가 어렵다.

 

 이 글을 읽고 고정석씨에 대한 느낌은 민족주의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책에서도 나오지만 한국에서 민족주의를 싫어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힘들고 소수의 일인데, 어쨌던 이분은 민족주의를 싫어한다.

 

 민족주의란 것이 식민주의 시대에는 저항의 상징이 될 수 있겠지만, 반대로 폭력의 상징이 될 수 밖에 없다. 폭력으로 들어나는 것이 식민지 시대의 학교에서의 일본어로만 교육을 한다던가 창시개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런 내용은 책에서 나오지는 않는다.

 

 다시 돌아가 언어라는 것이 변화하는 것은 당연하며 순혈주의를 지키는 것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즉 외래 문명과 외래 사상을 적당하게 우리말로 바꾸는 것이 불가피하겠지만, 대중성을 무시하고 권력에 의해 획일화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재의 말에서 피해 나갈 수 없는 것이 일본 개화시기에 받아들여져 사용되고 있는 한자단어들인데, 책을 읽어보면서 이렇게 많은 단어가 그때 만들어 졌나 하는 생각을 했었고, 결국 그때 우리에게 받아 들여진 단어들은 우리가 사용할 수 밖에 없다고 강하게 생각했다. (예로 방송(放送)이 죄인을 감옥에서 풀어주는 것에서 전파를 보내는 일로 바뀌었다. 사전에는 둘다 나온다.)

 

 한자에 대해서도 피할 수 없는 부분이 아닌가 한다. 비록 문헌으로 사용할 때는 순한글로 사용하고 특별히 오해할 부분이 있을 경우에는 병기하는 것이 맞고, 한자 자체에 공부하는 것은 결국 우리말을 잘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외국지명이나 인명에 대한 표기도 이 책의 의견에 동의한다. 관행으로 굳어진 것은 관행을 따르고, 새로운 것은 최대한 원음에 맞게 따르지만 지나쳐서는 안된다.

 

 책을 읽으면서 결국 말이 변화하는 것은 어떤 권력에 의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사용자인 대중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이니 그냥 흘러가는 그대로 놔 두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최선의 방법이고, 수구적인 언어 사용이 아니라, 언어를 확장하여 다른 나라의 언어도 받아 들이고 해서, 언어를 풍부하게 하는 것이 더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설 <1984>처럼 사전을 줄여 말을 강제할 수도 없는 일이며, 언어 정책을 강제할 수도 없는 일이다.

 

 사족으로 고종석씨는 언어에 대해서는 참으로 많은 것을 알고 있구나란 생각을 해 보았고, 특히 예가 많이 나오는 단어들의 열거에서는 머리가 어질했다.

 

 이 책은 우리나라말이 어떻게 흘러서 여기까지 왔는 지를 잘 알려주고, 앞으로 또 어떻게 언어가 변해야 하고 변할 것인지 잘 제시하는 좋은 책이다. 강추하고 싶다. 그리고 복거일씨와는 다른 고종석씨에게 감사드리며 좋은 선생님을 만난 기분이다.

z******g 2009.08.09.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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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적인 실용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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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 독고준... 이 두 소설 말고 또 이 사람의 책을 본 적이 있던가? 없는 것 같다. 개별 글들은 모르겠지만. 잘 읽혔다. 아내보다 언어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이지만, 어쩌다 이 책을 골라 보게 되었고, 대체로 한국어를 중심으로 하는 우리네 언어의 풍경과 동경에 대한 저자의 판단과 정서가 편하게 다가왔다. 그렇다, 난 평균보다는 언어에 관심도 있고, 글들도 봤으면, 공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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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 독고준... 이 두 소설 말고 또 이 사람의 책을 본 적이 있던가? 없는 것 같다. 개별 글들은 모르겠지만.

잘 읽혔다. 아내보다 언어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이지만, 어쩌다 이 책을 골라 보게 되었고, 대체로 한국어를 중심으로 하는 우리네 언어의 풍경과 동경에 대한 저자의 판단과 정서가 편하게 다가왔다. 그렇다, 난 평균보다는 언어에 관심도 있고, 글들도 봤으면, 공부도 해 본 편이라 하겠는데(아마츄어리즘적으로), 스스로 판단하기로 무언가 엄격한 원칙, 법칙에 대해서는 이유모를 거부감... 이라기보다는 게으름을 가진 편이다. 발음, 맞춤법, 고급스런 단어 선택, 멋드러진 표현 등에 대해서 매우 둔감하고, 최소한의 의사전달에 만족하는 편이다. 그러면서 몇몇 접해본 언어들과 그 주변의 풍경에 대해 유사성과 차이성에 대해 재미를 느끼는 편이고.

저자는 그보다는 훨씬 넓고 깊은 관심으로, 그러나 스스로 말하듯이 여전히 전문 언어학자의 궤도와는 거리를 두는 편력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 대해 불만은 없고. 그러다보니랄까? 아니면 그래서랄까? 경직/도그마에 대해 꽤나 경계를 하고, 매우 현실적인 판단들을 하면서 또한 즐기고 있는 듯하다. 한자의 혼용, 일본어의 영향에 대해 좀 더 넓게(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파악하는 측면이 있고, 그로부터 여러 식자/논자들이 한국어에 대해 가지는 나름의 자존감에 근거한 이론들을 현실의 차원에서 논박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글들이 차갑다. 아니 시원하다. 사이다 같은 시원함이 아니라 산들바람같은 시원함이다. 은근하면서도, 따라가다보면 땀과 열기가 식는 것 같은 느낌이다. 당연히 기초적 아마츄어적 경험밖에 없는 나로써는 여러가지 새로운 사실들도 알게 되더라. 메이지시대 란카구 학자들의 노력의 가치, 독일 민족주의 언어운동가들의 편력들, 영어가 가지는 강점에 대한 폭넓은 분석, 라틴어와 한자어에서 외국기원 용어들이 차지하는 역할, 한국 고대어의 해석의 한계와 그 표기법의 국제적인 유사성 등등... 청소년기에 사전을 재밌게 봤다는 사람이 평범할 리 없듯이, 글들이 평범하지 않았다 .

도그마를 싫어하고, 특히 민족주의를 싫어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언어차원에서 민족주의자이면 반공주의로 점철된 교육과정을 혐오하지만, 그래도 공산주의를 옹호하지도 않고, 민주주의는 찬미하면서도 현실정치와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사는 것 같은, 어찌보면 멋지게 사는 낭인이 아닌 싶은 삶의 태도... 쿨하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은 모습의 저자다. 그렇기에 글이 시원한 것 아닌가 싶다.

다른 책을 좀 더 보고 싶어지더라. 그래도 일단 언어 중심의 글들은 피하고 봐야겠다.

e****s 2023.07.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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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된 언어 - 국어의 변두리를 담은 몇 개의 풍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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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지는 꽤 됐지만 어쩐지 읽기를 계속 미루다 이제야 읽어봤다. 항상 게으름이 말썽이다. 저자의 책을 구할 수 있으면 곧장 사고 읽어왔지만 ‘감염된 언어’는 이상할 정도로 손이 잘 가지 않았었다. 다른 책들에 비해서 조금은 학술적인 성격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국어의 변두리를 담은 몇개의 풍경화」를 부제로 한 이 책에 실린 글들이 주로 다루는 것은 소위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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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지는 꽤 됐지만 어쩐지 읽기를 계속 미루다 이제야 읽어봤다. 항상 게으름이 말썽이다. 저자의 책을 구할 수 있으면 곧장 사고 읽어왔지만 감염된 언어는 이상할 정도로 손이 잘 가지 않았었다. 다른 책들에 비해서 조금은 학술적인 성격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국어의 변두리를 담은 몇개의 풍경화를 부제로 한 이 책에 실린 글들이 주로 다루는 것은 소위 `언어순결주의`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이다. '인류문화의 역사는 감염의 역사이며 그 역사를 실어 나르는 언어의 역사도 감염의 역사'라는 레토릭으로 대표되는 지은이의 언어관은 언어순결주의에 대한 비판, 보다 더 나아가서 언어의 보편성, 언어의 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열망을 담지하고 있다.

지금도 종종 논란에 오르곤 하는 영어 공용화 문제, 한자 문제, 언어 민족주의 문제에 대해 이 에세이집은 출간된지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곱씹어볼만한 생각꺼리들을 제공한다. 그 성찰을 실어나르는 지은이의 명료한 문체를 맛 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을 갖고 있는 또 하나의 묘미다.”

 

저자는 언어의 순수성에 대해서 의문스러운-부정적인 입장이고 그렇기 때문에 한국어에 대한 순수함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단호하게 반대를 말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서 영어공용어화 논쟁에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도 하고, 한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짧게 알려주기도 한다.

 

영어공용어화에 대한 생각을 제외한다면 대부분 적당히 수긍하게 되고 뭘 말하고 싶은지도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영어공용어화에 대해서는 조금은 다른 의견을 내놓고 싶어지게 된다. 조금은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섞임과 스밈이라는 언어에 대한 생각을 불만 없이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인지 흥미롭게 읽혀졌다. 한자에 대해서나 다른 나머지 내용에서도 충분히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었고.

 

한국어 혹은 언어를 다룬 저자의 다른 책들보다 좀 더 인상 깊은 내용들이 많았다. 어디선가 저자 본인도 자신의 여러 책들 중 이걸 추천했던 기억도 나고. 저자에 관심 있다면, 그리고 언어/한국어에 호기심이 있다면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y*******o 2020.11.2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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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다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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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로쟈)의 인문학 서재였나?한동안 이 책을 선물했다고 하길래 읽어봤다.그 중에서 가장 분량이 길고 유명해보이는 글(우리는 모두 그리스인이다)만 읽고 서평을 쓴다.1.이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복거일은 내 스승이다.”106그리고 이렇게 이어진다.“그러나 스승의 어떤 견해들은 때때로 나를 곤혹스럽게 한다...무엇보다도, 그런 견해가 복거일이 옹호하는 자유주의·개인주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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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로쟈)의 인문학 서재였나?

한동안 이 책을 선물했다고 하길래 읽어봤다.

그 중에서 가장 분량이 길고 유명해보이는 글(우리는 모두 그리스인이다)만 읽고 서평을 쓴다.



1.

이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복거일은 내 스승이다.”106

그리고 이렇게 이어진다.

그러나 스승의 어떤 견해들은 때때로 나를 곤혹스럽게 한다...무엇보다도, 그런 견해가 복거일이 옹호하는 자유주의·개인주의에 치명적일 것이기 때문이다.”109

 

그러면서 자연스레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낸다.109~116

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시사인에서 읽었던 것 같은데 열린사회와 그 적들로부터 굉장한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부분은 논의전개에 별 필요없어 보인다

인물과 사상에 실렸기 때문인 듯. 조선일보를 욕하기 위해 본다는 각주내용도 그렇고.

 


2.

'우리는 모두 그리스인이다'는 이렇게 요약가능하다.

이 글은 복거일이 촉발한 영어공용어화논쟁을 검토하려 쓴 것이다.

그 논쟁의 본질은 민족주의다.

언어든, 사회든 열려있어야 하는데 민족주의의 본질 중 하나는 닫혀 있음이다.


 

논쟁을 검토하기에 앞서 누락시킨 논점을 살펴본다.

먼저 일본의 번역작업을 살펴본다.123

일본제 한자어가 생명력을 갖는 이유는 한국인이나 중국인이 그 단어들을 일본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133

다음으로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기반으로 한 유럽어를 살펴본다. 마찬가지로 번역의 중요성이 강조된다.135

한국어 문장의 시작은 번역문이었다.149

외래어가 됐든 번역투가 됐든, 그것들을 인위적으로 몰아내 한국어를 순화하겠다는 충동은 근본적으로 전체주의적이다.151


독일어.

순수한 독일어라는 우상과 환상.152

독일의 역사에서 민족주의의 기운이 위험스러울 정도로 높아질 때마다 이 순수주의가 기승을 부렸다”156


영어.

오늘의 영어를 만든 너그러움’159


끝으로 일본어.

개방주의와 순수주의를 오락가락한 일본어166


가장 좋은 문화정책이 문화를 그냥 놓아두는 것, 즉 무책이듯, 가장 좋은 언어정책은 언어를 그냥 놓아두는 것이다.”175

이 한마디를 위해 50여페이지.

본문을 보완하는 의미는 적어 보인다.


 

3.

본래 논쟁으로 돌아오자복거일의 논점은 세가지.

첫째 머지않아 영어가 국제어가 되어 모든 사회의 공식언어로 쓰일 것이다

둘째 민족어들은 차츰 대중들의 삶에서 떨어져 박물관 언어가 될 것이다

셋째 인류의 표준 언어가 되어가는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하자.

이에 대한 반박을 소개하며 재반박한다.

그 내용은 별로 재미가 없다.

 

지은이의 생각에 동의할 수 있는 부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은 이중언어 사용자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나로서는 민족어가 사라지는 상황이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197

공용어로서의 영어를 반대한다는 것은, 지식과 정보를 특정집단이 독점하는 걸 허락하겠다는 뜻이다... 지식과 정보는 곧 권력이다.”205

 

동의할 수 없는 부분.

앞으로 머지않은 시기에, 영어를 쓰지 않고 민족어를 쓴다는 것은 지식과 정보의 세계로부터 자신을 추방하는 것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

“20세기가 끝나갈 무렵 한국에서 복거일이라는 사람이 영어공용어론을 제안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리고 그 제안이 커다란 비판에 직면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들은 몹시 의아스러워할 것이다.”196

 

이것은 복거일의 글인데,

한 쪽엔 영어를 자연스럽게 써서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고 일상과 직장에서 아무런 불이익을 보지 않고 영어로 구체화된 많은 문화적 유산들과 첨단 정보들을 쉽게 얻는 삶이 있다.”181-182

 



4.

지은이는 자신의 논지를 일관되게 끌고 간다

극단적으로 보이지는 않고 나름의 균형감각을 보여준다. 인상적이다. 

문체도 담백하고 논리정연하다. 

이론적으로 논리적으로는 글쓴이의 주장에 동의할 부분이 많다

그러나 인간은 원자화된 개인으로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한 적도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근본적인 지점에 동의하기 어렵다

어쩌면 이런 생각의 차이는 특별한 근거를 제시하기 어려운 편견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누구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어려우니까.

 

이 글이 쓰인 것은 IMF 직후글쓴이가 바라바지 않는 무한경쟁이 도입되는 시점이었다

검증되지 않은 세계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않는다면 글쓴이와 같은 결론에 이를지도 모르겠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그것을 도외시한 경쟁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아담스미스의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을 함께 고찰한 일본의 어느 교수가 떠오른다

조만간 그 책도 읽어볼 예정.

 



5.

그렇다면 영어공용화에 대한 내 결론은 무엇인가 


한번 식민지를 경험한 민족적 트라우마는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일본어에 대한 적개심이 그대로 이어질 수 있다

적어도 우리세대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영어가 국제어가 될 거라는 낙관도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인터넷을 통해 영어의 헤게모니가 단단해지는건 사실이지만,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와 같은 민족어 역시 독자적인 영역을 더 단단하게 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소수의 언어가 권력을 나눠가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가 네덜란드나 홍콩같은 무역국가라면 영어공용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생활에 꼭 영어가 필요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나는 영어공용화에 반대한다(찬성론의 전제가 틀렸으므로 결론도 틀렸다).

물론 사교육 시장을 바로잡고 한국말이 더 풍부해지며 보다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그 방법이 영어공용화일 필요는 없다. 

지은이는 권력의 균점을 말하는데 우리사회의 특성에 비추어 권력은 더 공고해질 가능성이 높다(예컨대 나중엔 라틴어 어원 알아맞히기 시험성적이 취업을 좌우하게 될지도 모른다).

 

끝으로 영어를 쓴다고 갑자기세상 사람 모두가 친구가 되고 첨단 정보들이 쉽게 얻어지는 꿈 같은 일이 일어날까? 그렇다면 영어를 쓰는 수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사는 이유는 뭘까? 복거일의 이 주장은 정말 어이가 없다. 

s****1 2017.02.0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