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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생각이었다. 도시의 기억을 읽으면서 늘 그래왔듯 나의 도시에 대한 추억들을 하나하나 끄집어 내어 볼 생각이었다. 지방출신인 내가 서울이란 공룡같은 도시에 처음 발을 딪고 낯설어 하 던 어느날 길을 잃고 쩔쩔매던 어느날의 기억 기차를 타고 새벽녘에 도착한 항구도시의 새벽공기의 잔상을..이 책에서 마주하고 싶었다.
아.. 그런데 이 책은 글로벌적이다. 세계의 도시들이다. 그렇다고 화려한 도시의 사진들이 있지도 않다. 온전하게 저자가 짧게든 길게든 인연이 닿았던 도시들에 대한 그 속에서 함께한 사람들과의 기억 추억 생각들이었다.
재미있었던 건 파리에 대한 저자의 추억과 내 추억이 너무도 비슷했다 나 역시 한달간 파리에서 여행을 했는데 선배의 방에 기거하긴 했지만 지도 하나 달랑들고 매일 파리 구석구석을 다녔다. 정말 내가 파리지앤이 된 듯했고 무언가를 찾아 올줄 알았다. 그런데 정작 내가 파리에서 위로가 되었던 건 양희은의 노래 내나이 마흔살에는 과 류시화님의 글들이었다는 사실을 경험하면서..저자의 말처럼"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겉멋에 들려 파리사람인냥 살았지만 내 알량한 허영심을 물질적으로 뒷받침해온 것은 서울이었음을..." 허기진 산책자의 세월이란 글에서 만나게 되니 부끄러워지기도 했지만 저자와 무언가 하나를 공유한 배부른 느낌도 들었다.
여행서를 통해 만나는 도시들은 모두 화려하고 마치 당장이라도 그 곳으로 떠나지 않으면 안될 것처럼 손짓을 한다면 이 책은 저자가 서문에도 말 했듯 도시의 영혼을 찾아 떠나고 싶다고 한 것처럼 천천히 흘러간다.
그래서 내가 가 본적 없는 도시를 만났음에도 낯설고 어색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도시속에서 저자와 함깨 호흡하고 있는 착각이 들었다 처음엔 사진들이 흑백인 것이 조금 불만아닌 불만이었으나 책을 다 읽은 후의 느낌은 칼라의 소란스러움 보다 흑백의 고즈넉함이 정말 도시의 영혼과 마주하고 있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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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성인이 되어서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그것은 우리나라를 구석구석 알고 싶었다.
대학다니면서 주말마다 지도를 들고 전국을 다녔는데, 나중에 외국나기기 전에 우리의 산과
들을 실컷 보고 싶었고, 내마음속에 좋은 추억으로 , 내머리속에 냉철한 기억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 당시 고향을 벗어나 서울에 처음 올라와 대학을 다닌지라 모든 게 신선하고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서울근교까지 정복하고(?) 전남 땅끝마을부터 제주도, 강원도에 첫발을
내딛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를 알지 못하면서 외국의 어디가 좋았네하며 떠들기는 싫었기
때문이었을 게다. 그런데, 낯선 곳에서 무엇보다 먹고 자는 일을 해결하는 일이 우선이라서,
일단은 그 고장의 대학가로 가서 싸고 양질의 식사를 했었고, 중소도시는 택시를 타고
운전사아저씨께 물어보거나 기사식당으로 갔었다. 그렇게 나의 젊은 시절의 낯선 곳에 대한
여행은 오랫동안 머물수 있는 시간의 되돌림과 기댈 수 있는 공간이 되어 버렸다.
고종석의 [도시의 기억]책을 손쉽게 집어든 이유는 지금까지 그의 글솜씨 명성에 힘입은 바
크다. 아니 지금까지 그의 글을 읽어왔던 낯설지 않은 글 냄새였을지도 모른다. 그가 이번에
스무권의 책을 내었다고 하는데, 나 역시 저자의 대표적 몇권을 가지고 있다. 먼저 그는 아주
정확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국어의 풍경들]이라는 책은 여전히 쇄를
계속하고 있고, 그의 글은 균형잡힌 시각에서 정확한 분석을 토대로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를
보여주고 있다. 기자생활을 하면서도 기사의 언어로만으로 다룰 수 없었던 또다른
개인적인 선악, 가치, 진실을 다룬 소설가이기도 했는데, 그는 [기자들], [제망매]를 통해
소설가로서,[감염된 언어]를 통해 언어학도로, [자유의 무늬], [신성동맹과 함께 살아가기]로
정치평론 저널리스트로 날카로운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학생들의 논술교과서로 쓰는
[코드훔치기]는 몇년째 꾸준히 베스트셀러로 애독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책은 다른 책보다
재미있으면서도 읽는데 조금 오래걸렸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저자가 소개한 도시에 기억이
나에게는 기억의 언저리가 빈약할 뿐만아니라, 그의 인문사적 역사적 지적설명에 못미쳤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여행한 도시 하나하나를 지도를 짚어가며 역사책도 들쳐보며
읽어나갔다. 그가 소개한 도시의 기억은1992년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파리에 근거지를 두고
유럽의 여러 도시를 취재차 둘러봤던 경험이 이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유럽의 기자들'이라는 기자연수프로그램참가 경험을 통해 스페인,북아프리카,유고,헝가리,
체코,오스트리아,이탈리아,프랑스,독일,벨기에,네덜란드등 유럽의 여러 도시를 소개한다.
그 도시속에서 그 도시만의 독특한 역사적 흔적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인문학적, 철학적, 역사적, 철학적 한 획을 긋었던 인물과 유물들을 만나는 일은
이 책을 읽는 또다른 재미로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책 후반의 미국여행에 대한 감회는
유럽여행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모양이다. 아마도 세계의 여러도시가 비슷해지는 가운데에서도
그 도시만의 영혼의 흔적을 찾는 맛이 떨어졌을까.
사람마다 여행의 기억은 가는 곳마다 머물렀던 공간에 대한 기억으로 소중하게 다가온다.
어디 그뿐이랴, 시간의 간격속에 다시 찾는 기억도 새로울 수 밖에 없다. 아직은 부모님을
모시고 일본밖에 다녀온 나로서는 유럽의 여러도시에 대한 저자의 소개는 무엇보다 동경으로
다가온다. 그래도 아직은 내 아이들에게 우리의 산천을 먼저 보여주고 싶다. 가까운 휴일에
나는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 땅 여기저기를 밟아보면서, 나의 젊은 시절의 기억을
도란도란 얘기해주면서 말이다. 그리고 언젠가 유럽으로 가는 행운이 찾아오면 저자의 소중한
기억들을 우리 아이들과 같이 가슴속에 담아오고 싶어진다. 이번 책을 통해 예전의 여행
기억을 상기시켜 주었고, 또다른 여행에 대한 동기부여를 해주어서, 고종석님의 글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덧붙여 책에 소개된 도시와 연결된 주요 인물과 내용을 간략히 요약해본다.
일본: 오사카- 역사학자 김석형선생과의 에피소드, 한국인에 일본인의 시각.
나라- 사슴공원, 동대사의 웅장함
교토- 철학의 거리, 금각사(미시마유키오)
스페인: 말라가- 해안, 피카소의 생가
세비야- 보마르세, 스페인광장
알헤시라스- 아랍어의 어원이야기
그라나다- 알람브라궁전
아랑후에스- 정원, 협주곡, 호아킨로드리고
코르도바- 세계지적 메트로폴리스, 이슬람
포르투갈: 리스본- 소박함, 파두박물관
북아프리카(모로코): 탕헤르- 마그레브
크로아티아: 자그레바- 경제중심지
유고슬라비아: 베오그라드- 정치중심지
헝가리: 부다페스트- 동방의 파리, 루카치,아르놀트하우저,만하임
오스트리아: 빈-파리와 라이벌, 보수, 신성로마제국, 합스부르크가
체코: 프라하- 빈보다 서쪽에 위치, 밀란쿤데라
독일: 라이프니치- 고전적도시, 음악가 바흐,슈만,바그너
드레스덴- 옛 동독 폭격지역
베를린- 훔볼트대학(피히테,헤겔,마르크스), 윤이상
이탈리아: 로마- 소매치기, 트레비분수 많은 유적
밀라노- 경제적 수도
토리노- 안토니오 그람시, 카보우르 백작, 유벤투스FC
프랑스: 파리- 세차례 방문
콩피에뉴- 잔다르크 동상
퐁텐블로- 화가 밀레
디에프- 노르망디 항구, 홍세화씨
스트라스부르- 독,블 경계지역, 유럽의회
벨기에: 브뤼헤 , 브뤼셀
네덜란드: 헤이그- 실질적 수도
로테르담- 에라스무스
암스트레담- 렘블란트, 데카르트
스위스: 제네바- 루소,칼벵, 소쉬르
미국: 워싱턴-
보스턴- 미국문화의 원류
세인트루이스- 서부의 관문
잭슨- 흑인민권운동지
댈러스
앨버커키- 다문화성(원주민,스페인문화)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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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는 좀 다르다.
작가는 주로 일을 통해 낯선 도시들을 방문했기에 그의 기억은 대부분 일에 관련되었거나 일에서 만난 사람과 관련되었다. 책을 넘긴순간, 작가가 당부한 문화나 예술에 관한 메모가 아니니 기대말라던 얘기를 잊은건 아니었다. 그냥, 아니 그저 나는 이곳이 아닌 저곳은 반드시 낭만적인 세상이야기여야만 한다고 은연중 믿은 모양이다.
내 아빠의 또래인 작가는 5년을 파리에서 산 것 말고는 모두 일이나 여행으로 짧게는 하루, 길게는 한달을 낯선 도시에 머물렀을 뿐이라 강조한다. 그치만 도시에 대한 기억은 하루가 10년을, 20년을 또는 평생을 가기도 한다. 베네치아에 머물렀던 꼬박 반나절, 피렌체의 미켈란젤로광장에서 머문 두시간여,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를 타고 찾아간 초콜렛냄새가 진동하던 풍차마을을 그 이후로 줄곧 어제일처럼 생생히 잊지못하는 나처럼 말이다. 때로 기억은 짧기 때문에 더 강렬한 것이 되기도 하고, 오롯하지 않기에 완벽하기도 하다. 이 대목이 바로 이 책에서 가장 동감한 부분이다. 기억은 내가 아는 것, 내가 아는 사람, 내가 원래 가진 무엇과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내며 머릿속 어딘가에 저장된다. 그게 바로 나는 죽도록 잊지 못하지만 거기 관련된 어떤 이가 잊은 바로 그 기억일 것이다.
그래서 <도시의 기억>은 오히려 생생하다. 아직 고작 몇개의 도시에만 근근히 발을 딪은 정도이지만 내 인생의 많은 날들을 낯선 도시에서 사용할 수 있기에 늘 설레는 아직은 내게 오지 않은 기억들. 작가는 내가 모르는 그 많은 이야기를 자신의 일과 느낌을 통해 생생히 들려준다. 사실은 그의 기억을 하나하나 경청하는 것보다 나도 달려나가고 싶다. 해외가 아니면 어떠한가. 그냥 달려나가 내가 모르는 동네, 모르는 도시,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면 모두 새로운 세상 아닐까. 그렇게 기억을 만들어나가는 것 또한 이 책의 가장 큰 교훈이라 생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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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들어 본 적은 있지만,책은 처음이라 저자의 면면을 살펴보았다.그래야지만,이 책의 느낌들을 더 많이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해서.기자라는 직업을 거쳐 현재는 저널리스트와 도서출판 개마고원의 기획위원에 적을 두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일본,미국등 많은 나라의 수많은 도시들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도시들에서 느끼는 그의 감정들을 어느정도 공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일단 그의 시각,그의 기억들을 따라가 보기로 하고 편안한 여행을 시작했다.
그는 어떤 도시에 가면 우리가 의무적으로 봐야만 할것같은 꼭 거쳐야만 될 무엇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고 강요하지도 않는다.그가 거닐었던 거리,사소하지만 아름다운 풍경들,불쾌하거나 정겨웠던 사람들에 대해서 조근 조근 얘기를 들려준다.무언가를 배워야한다는 부담이 없다.패키지 여행이 아니라,자유로운 배낭여행을 연상시킨다고 해야할까?
아주 개인적인 추억을 되씹으면서도 그 도시들에 스며 있는 역사,문화에 대해서 풍부한 설명을 곁들이고,자신의 의견을 확실하게 피력하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도 지적으로 다가온다.어떤 나라에 대해서는 언어체계에 대해서, 어떤 도시에서는 그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었던 수많은 사람들과 예술작품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무척 흥미로웠다.저자의 박학다식하고 뚜렷한 주관들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이 책에 대해서 '매우 사사로운 기억,편파적인 기억'이라고 했지만,그 도시들을 경험하지 못한 나에게는 그가 거닐었던 거리를 걸어도 보고 싶게 하는 여행서이자,역사적인 인물도 만나고 다른 도시의 문화와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하는 지적욕구를 자극하는 책이기도 하였다. 그를 따라다니며 언어에 대해서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생각이떠나질 않았다.그는 프랑스어,영어,스페인어등을 구사하면서 사람들과 교감을 나눈다.마음은 통하는거라 하지만,언어라는 매개체가 도시와 그 속의 사람들의 삶을 느끼는데 있어서얼마나 큰 원동력이 되는지 새삼 느낀다.
저자의 눈을 빌어서 많은 도시들을 둘러보고 나에겐 어떤 도시에 대한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나 생각해보았다.단,1년동안만 살았던 통영.계속 이 도시가 생각났다.낯선 도시에서의 두려움,설레임이 좋은 이웃들을 만나고,멋진 풍경들과 나의 평화로운 일상들과 어우러져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도시가 되었다.나만의 어떤 도시에 대한 기억을 만들기 위해선 나만의 시각이 필요하겠지? 그 기억들이 나를 이루고 있는 하나의 삶이 된다.
'어떤 도시를 방문한다는 것은 그 도시의 영혼과 그 도시 사람들의 영혼과 교감한다는 뜻일테다.'-p17
책장을 덮으며,나와 교감할 수 있는 멋진 도시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는 욕심을 내본다.
저자는 글로벌 시대에 알맞게 외국의 도시들에 대해서 이야기했지만,우리 나라의 작은 촌락과 도시들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 놓으실지 궁금하다.그런 글을 접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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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기억>.. 뭔가 도회적이고, 몽롱하며 고건물이 담겨진 흑백사진이 떠오르는 동시에 이내 향긋한 커피라도 한잔 마셔야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겨주는 단어의 조합이라니 너무 낭만적이지 않은가? 하지만 ‘도시’란 도쿄나 뉴욕처럼 너무도 정신없는 풍경으로도 떠오른다. 그렇다면 도시의 본질은 무언인가? 내가 태어나 살고 있는 이 곳. 할어버지께서 손수 짓고, 아버지가 태어났으며 한번도 이사를 다녀본 적 없는 우리 집이 있는 이 곳 또한 도시인데 말이다.
4월의 세 번째 휴일. mp3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쏟아지는 햇살, 기분 좋은 무궁화호의 떨림 속에 마주한 책은 혼자만의 여행에 외롭지 않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여행이란 자유로움이다. 설렘이고, 도전이며 새로움이다. 또한 지겹던 방의 휴지통까지 문득 그립게 느껴지는 것 이다. 하지만 굳이 그런 거창한 여행의 정의에 부합되지 않는 한나절의 갑작스런 여행도 나름대로의 맛이 있었다. 먼 훗날 이 책을 펼쳐들 때 서른, 무궁화호, 4월의 햇살이 연산 작용으로 기억될 테니깐. 그걸로 충분한 게 아닐까. 저자는 자신의 기억에 담겨진 ‘도시’들을 말한다. 그곳엔 스무 해 전 자신이 있고, 함께한 친구들이 있으며 도시의 풍경과 역사가 있다. 아울러 ‘도시’는 ‘도시(都市)’란 단순한 의미가 아닌 그 곳에 살았던 인물들로 인해 대변되고, 기억되며 살아 숨쉬고 있다고 한다. 가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브뤼헤의 성모마리아 대성당, 루벤스 그림이 내 기억 속에 네로와 파트라슈와 함께 존재하는 것(며칠전 엄마랑 수다 떨면서 만화 이야기를 했었는데 책에서 또 만나니 너무 신기했다~)처럼 말이다. 뭔가 어렴풋이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다. 생각해 보면 여행에서 남는 건 물질적인 ‘사진’이 아니라 추상적인 ‘기억(추억)’이 아닐까 싶다. 같은 곳을 걷고,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풍경을 바라봐도 같은 수 없는 것. 그 다름의 이유를 일상 속에서 쉬이 발견하지 못하는 건 삶과 생각의 차이가 무채색의 도시 속에 함몰되어버렸기 때문인지 모른다. 다 같은 무채색의 ‘도시’인데 어째서 이런 모순이 생긴단 말인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도시(생활공간)’가 누군가에겐 자신의 다름을 찾을 수 있는 ‘도시(여행지)’가 될 수도 있겠단 생각. 익숙한 거리의 가로수조차 누군가에겐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는 생각.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정답인 것도 같은 이런 생각들이 바로 ‘도시에 대한 기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래된 사진 속에 담겨진 집이 모습이 지금과는 너무도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 다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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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씨는 59년생이다. 그전에 외국 여행의 경험이 있을 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여행 자율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90년대 초반 이후의 일이다. 이책에서도 작가의 대부분의 여행의 경험은 90년대에 시작하여 지금에 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크게 일본의 관서지방과 유럽의 스페인, 동유럽, 이탈리아, 프랑스와 베네룩스, 미국의 기행으로 이루어진다. 이 작가가 생활하신 프랑스 파리와 그 동네에 대한 부분은 당연하겠지만, 이 작품의 가장 좋은 부분은 기자로서의 취재 여행이 가장 재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책을 보면서, 스페인의 지중해쪽과 대서양쪽을 한번 가봐야 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해 보았다. 글로 읽는 스페인은 참으로 재미있는데, 정작 스페인은 그렇게 만만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공항에서 조차 영어가 안되는 경우가 있으니...) 어쨌던 스페인 자유 여행을 꼭 해보고 싶다.
책에서는 여러 오스트리아 빈을 중심으로 하여 여러 동유럽 도시들에 대한 기행과 역사에 대해서 나오는데, 다뉴브(도나우)를 따라 기행을 해 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인문학에 대한 배경 지식이 풍부해서, 어떤 도시에 가도 인문학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구나란 생각을 해 보았다. 대단한 필력이다. 그리고 같은 도시를 방문하더라도 내가 느끼는 부분과 고종석 작가가 느끼는 부분은 다르구나란 생각이 든다. 가령 암스텔담을 보더라도, 운하의 도시인것은 똑 같이 인식하는 것이지만, 내게는 데카르트를 연상해 낼 재주는 없었는데, 램브란트와 데카르트가 나오고, 로테르담하면 에라스무스가 나오지만, 난 제2의 물류항만 떠오르고, 그 다리가 에라스무스 다리였어?
사실 이 책은 기행문 성격이 강한 책인데, 분류가 역사로 되어 있다. 그 만큼 도시에 대해 그 도시의 역사적 이야기를 말해준다고 볼 수 있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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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가보고 싶은 도시가 한곳쯤은 있을 것이다. 전 세계의 여러 국가들 가운데 자신의 마음속에 간직한 도시. 물론, 나에게도 그런 도시가 있다. 배낭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다시 한번 찾아가보고 싶다고 마음을 먹고 있는 곳들이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다시 가보지 못했고 여전히 마음속에만 남겨져 있지만... 이 책에는 여러 도시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오히려 여러 도시에서의 저자의 기억이 담겨 있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책의 제목과 담겨 있는 이야기들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보통의 기행서적들과는 다른 책임은 분명하다. 특정한 곳의 방문을 권유(?)하기보다는 개인적인 느낌,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해 담담하게 적어나가고 있다. 물론, 저자의 도시들 가운데 방문한 도시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더 많은 이야기들을 기대했는데, 너무 짧게 끝이 나서 아쉬운 부분들도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여러 도시들의 다양한 느낌을 책을 통해 조금은 맛볼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들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조금의 아쉬움은.. 사진의 생동감 부족이라고나 할까? 이 책에는 빛바랜 듯한 사진들이 담겨 있다. 물론, 책의 전체적인 느낌과는 잘 어울리지만, 뭐랄까.. 생동감이라는 부분이 조금은 부족해 보여서 아쉬웠던 것 같다. 그리고 도시마다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사진들이 담겨 있었다면 조금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글에서의 재미도 중요하지만, 함께 담겨 있는 사진을 통해서도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진의 느낌이 글에서 전달되는 느낌들을 전달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책 속에 담겨 있는 사진들이 조금은 아쉬웠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던 것 같다. 특정한 곳을 정한 여정도 좋겠지만, 그냥 발이 닫을 수 있는 혹은 마음이 끌리는 도시들로 떠나보고 싶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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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씨의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아니 여러 번 읽었다. 그 때마다 이 분의 박학다식함과 독특한 사고방식에 놀란다. ‘도시의 기억’은 내게 또 하나의 놀람을 안겨주었다. 낯설고 딱딱한 메트로폴리스들은 ‘살아있었다’. 내 나이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지만 난 유럽을 모른다. 아니, 가까운 일본 조차 가보지 못했다. 역사 교과서에서, TV매스컴에서, 내 방 벽에 붙어있는 세계지도에서 보는 게 전부였다. 내겐 너무나 막연한 곳이었다. 그런 내게 ‘도시의 기억’은 짧은 일본 유럽 여행이었다. 그것도 주마간산 식으로 다녀온 게 아니라 그 나라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알고 다녀온 ‘진정한’ 여행이었다. (사실 난 중국, 우크라이나, 이집트를 다녀왔다. 하지만 제대로 알고 다녀왔냐고 묻는 다면 할말이 없다.) ‘도시의 기억’을 읽는 내내 난 ‘아’하고 탄성을 질렀다. 내가 기존에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던 상식들, 교과서 보고 쓰고 외워도 외워지지 않던 역사적 지식들의 큰 얼개가 퍼즐조각 마냥 맞춰지고 있었다. 지식 뿐인가? 내가 여행가보지 않은 이상 알기 힘든 궁금증도 함께 풀린다. 한창 전쟁 중인 도시에 가보면 어떨까? 외국에서 택시기사가 이방인한테 불친절한 이유는 뭘까? 민족들 간 미묘한 갈등의 근원은 무엇일까? 궁금하지 않은가? 고종석씨는 그런 다른 모습 하나하나에 호기심을 갖고 있었고, 끊임없이 ‘왜’하고 물었다. 기자여서 그런가? 아님, 아는 만큼 보여서 그런걸까?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역사서라 하기엔 술술 읽히고 여행기라 하기엔 지식이 풍부하다. 굳이 여행기라 해서 여행한 내용만 기록하고, 역사서라 해서 역사만 적으란 법 있는가? 난 고종석씨의 이런 ‘자유로움’이 좋다. 하루 묵은 도시를 영원히 잊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배짱’도 좋다.
딱딱하고 건조한 메트로폴리스는 고종석 씨 눈 앞에서 포근하고 따스러운 기억이 된다. 신기한 건 고종석씨가 다닌 곳곳이 다 '도시'였는데도 책을 덮고 나면 마치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세계 곳곳을, 그것도 사람들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시골'에 다녀온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산업화, 글로벌화로 인한 폐단의 '주범'이 되어온 도시들는 그렇게 항의하고 있었다. 제 멋을 뽐내면서. 바빠서 계속 책을 잡지 못하다가 이번 주가 되어서야 읽게 되었다. 혹시 서평 날짜에 대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약간은 조급했다. 지금 말씀 드리지만 고종석씨께 감사하다. 빨리 다 읽을 수 있도록 재미있게 써 주셔서 감사하다. 그리고 여행에 새로운 의미를 불어넣어 주셔서 감사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 생각하는 만큼 느껴진다. ‘도시의 기억’에 푹 빠진 내 결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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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누이는 고양이를 무서워한다.
어느 늦은 밤, 손전화가 울렸다. 전화를 건 것은 나의 누이. 받아보니 작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금 집 앞인데 올라오는 계단에 고양이가 한마리 앉아있노라고. 그 고양이가 무서워서 계단을 오르지 못하겠으니, 나와서 고양이를 쫓아 달라고.
나는 고양이를 좋아한다.
내가 현관을 나서 계단을 내려가자 내 누이를 응시하던 녀석은 나에게 시선을 돌린다. 달빛에 비춰진 눈동자가 왠지 모르게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며 꼬리를 흔들었다. 목덜미를 잡으려 손을 뻗자 그 녀석은 잽싸게 담을 넘어 도망쳤고, 나의 누이는 그제서야 크게 한숨을 쉬고 잽싸게 계단을 올라 현관으로 사라졌다.
- 어느날, 눈이 왔다. 하얗게 내려 앉은 세상이 왠지 모르게 생소해 그 광경을 사진으로 담아 나의 벗들이 오가는 곳에 걸어두었다. 나의 누이는 그것이 맘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확실히 나의 사진 속에 담겨져 있는 우리 동네는 아직 기와집이 많은, 그런 세련되지 않은 행색의 몰골을 하고 있었다. 나에게는 일상적이고 안온한 풍경이, 누군가에게는 을씨년스럽고 남루하게 다가간다.
타인의 시선은 그러한 것이다. 나와 같은 위치에서 같은 것을 바라본다고 해도 서로의 생각은 다를 수 밖에 없다.
'도시의 기억'은 저자가 한국일보에 연재하던 칼럼을 모은 책이다. 그는 자신이 돌아본 도시들을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시선으로 서술한다. 그에게 도시란 그저 하나의 건축이 아닌 기억이다. 모퉁이돌이 쌓인 그때부터 기억은 만들어진다. 도시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연과 기억이 쌓여나간다. 그도 그 도시가 기억하는 한명의 유랑자가 될 것이다. 그는 길게, 혹은 짧게 그 도시의 기억을 들춰보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에서 깨어나고, 다시 그러한 고정관념을 만들어나간다. 하지만, 절대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을 뿐이다. 우리가 그의 글에 끌리는 것은, 그가 지닌 '시선'이 우리의 시선과 다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의 시선을 좇으며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자극이 아닌, 그가 예전에 보았던 것들을 내가 또 다시 보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안온함. 동질감. 책을 읽으며 내내 나를 감싼 것은 내가 모르던 것에 대한 '앎'의 희열이 아닌 '그리움'에 의한 애틋함이었다.
나는 오늘도 전화를 기다린다. 달이 모습을 드러낸 밤, 또 다시 고양이가 계단에 앉아있노라고, 하지만 이번에는 무섭지 않다고. 귀여운 것 같다고.
그렇게 그녀가 나와 같은 것을 봐줄 그 날을 기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