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야기"라는 형식의 서명은 아마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부터 유행이 된 것 같다. 그 뒤로 몇몇 역사서 이름으로 "중국인 이야기", "유럽인 이야기" 등등이 등장하게 되었다. 전문서적은 아니지만, 충분히 전문적 소양을 갖출 수 있게 해주면서도 서명으로부터 오는 부담감을 줄여주기에 "~ 이야기"라는 게 좋은 것 같다. 하여튼, 김시덕 작가의 "일본인 이야기" 두 번째 책이 나왔다. 1권도 재미있게 읽어서, 주저 없이 2권을 구입하였다. 책을 구입한 뒤 다른 책을 본다고 읽지 않다가, 최근에 다 읽게 되었다. 1권이 에도 시대 초기의 일본사라서 2권은 그 후의 역사를 다룰 줄 알았는데, 저자는 그런 식의 서술은 하지 않겠다면서 다른 방식으로 책을 저술하였다. 역사적 흐름에 따른 정치사적 중심의 일본 역사서는 이미 좋은 개론서가 많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일리가 있다고 여기면서도, 김시덕 표 일본사를 알고 싶었던 나로서는 살짝 당황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책은 방금 언급하였듯이 시대순으로 서술하지 않고, 에도 시대를 살았던 일본인의 모습을 미시적으로 다룬다. 이번 책의 주제는 백성과 의사들의 이야기이다. 백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마비키'라는 현상이 제일 가슴 아팠다. 그리고 의사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네덜란드로부터 전해진 지식을 기반으로 한 '난학', 그 중에서도 의학 분야가 그동안 내가 아는 만큼 일본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이 책은 단순히 일본인들만 이야기 하는 게 아니다. 각 주제에 따라서 조선과 중국,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과 비교하면서 비슷한 삶의 방식과 다른 삶의 방식에 대해 대비시키고 있다. 아마 저자는 이 세상사에 대해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저자의 전공인 일본사 속 일본인을 등장시켜 하는 것은 아닌지? |
|
김시덕 님의 전작 <일본인 이야기 1>을 매우 잘 읽었다. 그래서 두 번째 책이 나오기를 정말 기다렸다. 이 책 역시 잘 읽었다. 그런데 일본사에 대한 나의 지식이 부족한 탓인지, 1권을 읽었을 때의 느낌과는 다소 다른 느낌이다. 1권의 경우, 우리나라와의 연결 고리 속에서 읽어서 더없이 몰입되었던 부분이 있다. 그런데 2권의 경우, 너무 많은 인물들의 이름이 등장하여 충분히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독자로서의 나는 일본의 역사도 알고 싶었고, 더 나아가 일본의 역사를 통해 세계사 속에서의 민중의 실제 모습을 더 기대했던가 보다. 그러다 보니 끊임없이 등장하는 일본 이름이 다소 읽기 버거웠나 보다. 이 의견은 이 책에 한정된 나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 다른 독자들은 쉽게 읽을지도 모르겠다. 김시덕 작가의 책은 따로 작가 이름을 쳐서 찾아 읽을 만큼 좋아한다. 따라서 앞으로도 기대하는 작가이고 계속 읽어갈 것이다. <일본인 이야기 3>도 기대한다! |
|
일년 만에 다시 만난 <일본인 이야기>. 1권은 전국 시대 오다, 도요토미, 도쿠가와의 일본 통일이 가톨릭으로 대표되는 유럽과 어떻게 얼마나 교류하여 진행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본이 중화 중심 세계관 외에 어떤 선택지를 갖게 되었는지를 보여주었다. 2권에서는 도쿠가와 막부가 들어서 정치적으로 안정된 에도 시대를 다루며, 에도 시대의 참모습을 좀 더 분명하게 알고자 당대 피지배민(특히 다수를 이룬 농민)의 생활을 연구했다. 이 책 한 권만 본다면 실망스럽다. 1권의 장대한 스케일에 눈이 높아진 탓인가, 책을 읽는 내내 자문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자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생각 이상으로 기술적이라는 데 있다. 400여쪽에 이르는 분량에서 에도 시대 농민들의 (상상 이상으로)혹독한 삶과 민생을 돕고자 분투하는 한/난방 의사들의 노력은 일관되게 제시되었지만 그 이야기에서 어떤 것을 말하고자 하고 무엇을 위해 이 이야기가 제시되어야 하는지 와 닿지 않았다. 논지를 설정하고 밀어붙이는 것은 1권만 하지는 못했고, 당대의 상황을 설명하다가 툭툭 튀어나오는 문장 몇 줄만이 2권의 목표가 무엇인지 잊지 말라고 환기하는 듯 했다. 1권이 유럽-가톨릭-무역-일본 국내 차원의 통일 노력과 발전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전개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런 서술이라면 동시대 같은 주제에 관한 조선과 일본의 상황 비교는 독자를 납득시키지 못한 채 도리어 작가가 편향적인 관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케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시리즈 차원에서 이 2권을 보아야 할 것 같다. 애초 이 시리즈는 다섯 권으로 기획되어 전국 시대부터 1945년 패전에 이르기까지의 일본을 각 시대의 '쟁점'에 맞추어 들여다보겠다고 선언했고, 저자가 2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3권에서는 2권과 동시대의 상인들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2권과 3권에서 보여주는 피지배민의 삶의 사이클, 자체적인 노력이나 외부와의 교류를 통해 나타나는 일상의 변화(의학 등)가 전제되어야 그 시기의 일본의 역사적 경험을 깊이 해석하기 용이해질 것이기에 2권이 조금 기술적으로 느껴진다고 해서 폄하할 수는 없다고 본다. 바깥을 향해 활짝 열려있던 문이 꽉 닫힌 에도 시대를 보여줘야 그 문이 다시 열렸을 때 사람들이 느꼈을 충격과 변화가 어떤 것인지 더 잘 알 수 있게 될테니까. 뭐, 나만의 해몽일지 몰라도. 책에서 아쉬웠던 점을 주로 썼지만(나야말로 기술적인 점을 실컷 얘기했네) 이 책의 디테일, 그 시대를 살아간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색하는 당대 역사의 이미지, 전통적이고 주류를 이루는 여러 관점 속에 용케 섞인 궤변을 골라내어 조목조목 반박하는 과감한 문제 제기는 여전하다. 2권에 고개를 갸웃하게 되어도 3권을 기다리기로 결정한 이유이다. 한국 독자로서 같은 시대 조선의 생활상은 어땠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성 관념이 문란한 일본, 정조 관념이 투철한 조선' 이런 근거없는 말을 대며 우쭐해 하려는 게 아니다(그 통념이 정말 통념에 불과했다는 것도 책에서 설명되었다). 정말 우리에게도 변화를 수용하고 제도로 발전시킬 능력이 있었을까. 나랏문을 닫은 에도 시대, 그 안에서도 당장 의학 한 분야만 보더라도 유럽의 외과학을 수용하고 한의학과 절충하며 발전시키는 모습을 책으로 확인하니, 정말 우리가 아쉬워 해야 할 것은 변화의 계기 그 자체보다 변화를 수용할 토양으로서의 다양한 세계관이 부족했던 것 아닐까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중화 사상, 중화중심주의는 한국사 최악의 너프다. * 초판인 걸 감안해도 오타가 더러 있다. 직접 찾은 것만 6개. 그 중에는 뒷 내용과 맞지 않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 순간 헷갈렸다. 책 읽기에 크게 거슬리지는 않지만 이러면 다음에는 책을 기다렸다가 사기 싫어진다. 메디치 교열부 조금만 더 힘을 내. |
|
도쿠가와 막부가 지배한 250여 년의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저자는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정치사, 경제사, 군대사 대신 화려한 시대를 지탱하고 있는 근본 계급, 특히 지방의 농민들의 삶과 생활상을 분석하고 있다. 당시 일본의 대다수를 구성하고 있으면서 가혹한 세금, 각종 자연재해들을 통한 피해,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으로 인한 인대 등을 온몸으로 떠앉고 있는 그들의 삶을 조명함으로써 화려하게만 보이는 에도 시대에 대한 참모습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특히 에도 시대 이전의 다양한 서양 문명과의 접촉을 통해 여타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봐도 빠르게 발전했던 시기 이후, 오히려 폐쇄로 돌아 선 에도 시대의 문제점과 그 문제점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았던 지방 농민세대의 어려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들은 막부의 정책 실패와 자연재해로 인한 쌀 부족에 시달리며 봉기를 일으키기도 했으며, 양육에 필요한 인력을 줄이기 위해 갓난아기들을 죽이기도 했다. 결국 에도 시대는 피지배 계급의 희생을 통해 도시민과 무사들이 살아남았다고 주장한다.
덧붙여 과거 제도가 없는 에도 시대의 피지배인들이 유일하게 입신양명을 할 수 있는 기회 였던 의사 활동을 통해 의학이 점차 민중화되는 과정을 통해 평화로 대변돠는 에도 시대의 본모습과 본질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