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은하게 내리쬐는 햇볕이 좋은 날이다. 머리 깎고, 수영장에 야심 차게 갔다. 휴관이라 터벅터벅 발걸음을 돌리 아쉬움은 피곤함을 넘어서려는 내 의지가 무산됐다는 작은 실망이다. 걸어오며 전화기로 뉴스를 봤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 꽃잎 몇 조각이 전화기 위로 떨어졌다. 며칠 전 달봉이와 만개한 벚꽃이 좋지 않냐고 했더니 집에 가자고 하던 녀석이 생각나네. 갑자기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집에 돌아와 다시 잡은 갈라테아 2.2를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어두운 인간의 굴레를 보는 것 같아 답답하다. 그걸 몰라? 원래 사람이 하는 짓이 다 그렇지. 아는 것도 얼마 없고. 게다가 재미가 안드로메다쯤에 있는 것 같다. 사람은 어차피 객체로 존재하고, 외로울 수밖에 없다. 내 마음을 아는 사람은 나 하나 정도뿐이다. 그래서 동시에 사랑이란 주제가 영원히 인간에게 소중한 것이다. 그걸 몰라? 잘 까먹지. 최근 거리가 먼 양자역학, 양자 컴퓨터도 보고, 지난주에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을 AI기능이 탑재된 제품이 잘 찾아내는 것을 보며 쓸만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게 인공지능의 발전은 충분히 기대해 볼만하지만, 사람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오만하게 신과 같이 생명체, 인간처럼 복잡한 사고를 할 수 있을까? 게다가 가끔 제정신과 논리가 동작하는 인간을? 어차피 인간은 불완전하고, 인간이 만든 것이 완전해 지길 바라는 것은 너무 과도한 꿈이 아닐까? 어째 나는 세계 문학전집류와는 참 안 맞는다. 몇 줄로 요약하면 될걸 이렇게 두껍고, 머리 아프게 써 놓는단 말이야. 갑자기 지나간 아까운 시간에 더 재미있게 보내볼 걸 이런 생각이... ![]() #갈라테아2.2 #세계문학 #리처드_파워스 #재미없음 #철학책을봐 #사람중심 #독서 #khor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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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국내에 『오버스토리』가 번역되지 않았었다면, 이 책이 국내 독자를 만날 수 있었을까?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오버스토리』가 퓰리처상을 받은 것도, 그래서 뒤늦게나마 리처드 파워스의 작품들이 국내에서 출간될 수 있었던 것도 독자들에게는 행운이라 할 수 있겠다.
리처드 파워스는 조너선 프랜즌만큼이나 접근하기가 만만한 작가는 아니다. 어쩌면 그래서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대중성'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이 작가들은 시장성이 없다고도 할 수 없으니까. 그러나 소설로 경험할 수 있는 궁극의 것을 맛보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당장 이 작가의 소설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모든 소재를 막론하고 모든 주제를 아우르면서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것들에 대해 사유하고 이야기하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 깊이가 심오해서 잘못하면 익사할 수도 있겠지만, 그걸 감당할 수만 있다면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심해의 아름다움 같은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체험하게 된다.
'AI'라는 소재 자체는 이제 익숙한 것을 넘어 식상한 것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참고로 리처드 파워스는 1957년생이고, 『갈라테아 2.2』는 그의 네 번째 작품으로 1995년에 출간되었다. 너무 뒤늦게 도래하여 이미 '낡은 것'이 되어버린 소재가 안타까울 수도 있지만(만약 이 소설을 1995년에 읽었다면 어땠을지 생각해보라), 소설 자체는 현재성을 가지고, 독자가 책을 읽는 지금의 실재에서 현장감을 가지고 살아난다. 그것이 낡은 것이 될 수 없는 것은, 이 소설에서 다루는 AI라는 소재와는 별개로 이 소설의 저변에 흐르는 것이 인간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갈라테아 2.2』는 인공 지능과 인간의 관계를 가장 깊이까지 탐구한 작품으로 현재까지도 평가되고 있지만, 이 소설의 제목인 '갈라테아'가 『미녀와 야수』의 모티프가 되었던 바다의 님프이며, 자신이 만든 조각과 사랑에 빠졌던 피그말리온이 자신이 만든 조각상에 붙인 이름이 갈라테이아라는 걸 감안한다면, 왜 이 소설이 SF소설로 범주화되지 않는지, 왜 이 소설이 '러브 스토리'일 수밖에 없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과 과학과 음악으로 직조한 이 방대하고 아름다운 '태피스트리'를 부디 흡족하게 향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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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어쩌다 살아가는 삶일 뿐이다. 우리가 말하는 이야기야말로 그대로 살아감으로써 반드시 우리가 실현시켜야 할 삶인 것이다. 소설가가 인공지능을 교육시킨다. 그렇게 교육 받은 인공지능은 자신이 인간과 다름을 그리고 삶이란 것의 불완정성을 깨닫고 스스로 소멸해버리길 선택한다는 중심 줄거릴 속에 소설가 개인의 과거의 그리고 현재의 실패한 연대담이 불쑥불쑥 끼어드는 긴 이야기이다. 읽히기는 잘 읽히지만, 뭔가 등장인물들에 대한 공감의 포인트가 그리고 이야기 자체의 드라마틱한 무언가가 부족해서 임팩트가 없는 하지만 그게 마냥 단점으로 작용하여 중간에 그만둘 정도는 아니고, 그냥 슴슴하네 관조적이네 뭐 이런 느낌을 주는 뭐 그런 책이다. 오히려 책을 덮고 나면 뭔가 잔잔한 반향이 있으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