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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의 세계사] 인간성에 대한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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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후 79년에 폼페이에 살던 사람들이 그랬듯이, 대다수 인간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면 사실상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여긴다.   2011년, 대지진과 이 때 발생한 쓰나미에 일본의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다. 하염없이 밀려오는 시커먼 파도가 마을을 덮치고 평화롭던 마을은 한순간에 폐허의 바다로 변모했다. 사람들은 간신히 대피한 건물 위에서,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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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원후 79년에 폼페이에 살던 사람들이 그랬듯이, 대다수 인간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면 사실상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여긴다. 

 

 2011년, 대지진과 이 때 발생한 쓰나미에 일본의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다. 하염없이 밀려오는 시커먼 파도가 마을을 덮치고 평화롭던 마을은 한순간에 폐허의 바다로 변모했다. 사람들은 간신히 대피한 건물 위에서, 산 위에서 자신의 집이 바닷물에 떠밀려 내려가고 부서지는 모습을 바라보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발만 동동거릴 뿐이었다. 그들의 울음을 들으며 같이 마음이 무너지고 바다의 공포감에 발 밑이 흔들리는 것 같이 불안하였다.

  2011년의 그 대지진 이전에, 2004년 인도양 쓰나미가 있었다. 이 때에도 평화롭던 리조트를 갑자기 덮치며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에 정말 많은 이들이 무력하게 스러지고 상처입었다. 길지 않은 시간에 밀어닥친 파도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였지만, 그 짦은 시간 후는 기이할 정도의 고요의 시간이 찾아왔다. 지표면의 생명체와 삶을 터전을 쓸어낸  바다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잠깐의 기지개를 마치고 다시 쪽잠에 빠져들 듯 가라앉았다. 그 냉정할 정도로 이기적인 모습에 더욱 상처받고 무력해진 기분이 들었다. 

 

 최근 연달아 자연 재해의 다큐멘터리를 이어 보다 이 책까지 가 닿았다. 저명한 지진학자이자 재난학자이며  자연재해로 인한 미래 위험을 감소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천하고 있는 루지 존스의 역작으로, 한달여의 시간을 들여 꼼꼼히 페이지를 다시 되짚어가며 천천히 읽어내었다. 매년 세계 곳곳에서 홍수와 지진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에도 매 여름이면 폭우로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면서도 어쩜 이리 무심하게 살아갈 수 있었을까.

 

 작가는 매우 평이하고 수월한 전달력으로 지각 운동의 기초를 설명하고 그 위에 하나씩 전문 지식을 얹으며 지진과 화산폭발 등의 자연재해가 어떠한 인과관계로 발생하게 되는지 이해시켜 준다. 더불어 자연재해가 발생할 시, 군중심리가 흐르는 방향과 그 연유 역시 해박한 지식으로 풀어준다.  자연 재해를 과학적인 부분만이 아닌 사회적, 심리적인 분야까지 아울러 설명하여 준다는 점에 깊이 감동 받았고, 작가의 명쾌하고 유연한 역사 지식과 전문 지식의 어우러짐이 존경스러웠다. 

  

 재난의 충격이 지나가면 우리는 상실과 황량함을 마주하고, 절망에 휩싸이게 된다. 불행을 무작위적인 우연 탓으로 돌리지 못해 스스로 대체 무엇을 잘못했는지 궁금해한다. 살던 집이 사라지고, 낯선 이들의 선의에 기대야 하고, 파산의 위험에 떨고, 어쩌면 사랑하는 이들이 죽은 상황에서 인간은 탓할 대상을 찾아 외부자를 공격한다. 군중의 일부가 된 이들에게서 볼 수 있듯, 재난은 개인의 행동을 바꿔 우리의 윤리 기준과 갈라놓을 수 있다. 재난의 가장 무서운 위협은 우리의 인간성에 대한 위협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서로 서로를 참 쉽게 비난하고 공격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느껴졌다. 특히, 참사, 재난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손쉽게도 피해자에게 잘못을 논한다. '애초에 너가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 문제 아니냐.' 라는 풍조가 짙어졌다. 

 하지만, 재난이든 참사이든 누군가의 의도로 빚어질 수 없는 우연의 현장에서 부재 여부로 죄의 유무를 따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그런 우연에 대비하고, 행여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희생이 크지 않도록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선진사회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에서 논하는 바와 마찬가지로 언젠가 일어날 것이 분명한 단 한 번의 대재앙을 대비하여 끊임없이 시뮬레이션하고 연구하고 대비해야 하는 것이 지금 우리들의 할 일이라고 한다면, 비단 그 노력이 자연 재해만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행여 그 대재앙이 몇 천년 / 몇 백년 만에 단 한 번 발생할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한 번의 구함으로 귀한 생명들을 살릴 수 있다면, 그 노력이 어찌 가치없다고 여겨지겠는가. 우리가 사는 인간 사회에서도 조금 더 서로가 서로를 품어주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함께 다듬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런 재해를 '자연악'이라고 불렀다. 그는 천지창조가 아담과 하와의 타락으로 오염되었다고 믿었고, 자연재해는 이들이 악을 선택했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보았다. 아퀴나스는 자연재해로 인한 고통은 용기와 연민 같은 선을 인식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신은 '자연악'의 존재를 허용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주장한 학자들이 미처 이해하지 못한 것은 바로 자연의 위험이 지구에 생명체가 살 수 있게 하는 체계의 일부라는 사실이었다. 대기 중에 퍼져 있던 열기가 합쳐져 폭풍이 되는 현상은 물이 바다에서 빠져나와 비가 되어 땅에 떨어지는 과정과 원리가 같다. 지진이 없는 행성에서는 비구름을 머물게 할 산도 계곡도 없고, 지하수를 고이게 하고 지표면으로 이동시켜 샘을 솟게 하는 단층도 없다. 앞에서 보았듯이 자연재해는 생명을 낳고 기르는 자연환경의 피할 수 없는 변동이다.

 

 

 

 

YES마니아 : 로얄 d*******s 2023.01.1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