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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피해 도서관을 서성이던 중 작은 사이즈의 책들이 쭉 나열된걸 보다가 제목에 끌려서 보게 된 책이다. 보수와 진보의 정신분석? 일단 제목이 너무 흥미로웠고 평소 궁금했던 것에 대한 확실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 책이 2008년에 나왔는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사회는 이념갈등으로 뜨겁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국민들보다 정치인들이 계속 이념을 논쟁거리로 만들고 있다. 도대체 보수가 뭐고 진보가 뭐길래 그들은 여젼히 싸우는가?
사실 난 보수가 무엇인지 진보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솔직히 혼란스럽다. 보수와 진보에 대한 이론적인 정의들은 분명 존재하지만 이상하게 우리나라의 보수와 진보에 그것을 대입해보면 매치가 잘 안 된다. 뉴스를 보면 여전히 보수니 진보니 이념으로 정치인들은 싸우는데 과연 그들은 뭘 알고 싸우는 걸까? 또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 가치를 알고 지지하는 걸까?
일단 책의 순서는 서양에서 등장한 보수와 급진(원래 보수의 반대를 급진이라 한다)에 대해 얘기한다. 등장 배경이나 발달과정 등. 그러나 저자도 연구를 하면서 느꼈나보다. 우리나라에는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보수와 급진의 이론이 적용 안된다는 걸. 그래서 그 다음에 한국적 보수와 진보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사실 보수의 반대는 진보라고 알고 있었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그런 반대 개념을 사용한단다.
보수와 진보에 대한 정신분석으로, 오이디푸스를 빗대 아버지의 권위가 사라졌다거나 현실적인 초자아와 이상적인 자아이상의 갈등이 등장하지만 사실 그 부분은 공감이 잘 안 된다. 하지만 '우리'라는 집단무의식이 형성되어 있다거나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과정보다 목적을 우선시한다거나 나와 타인에 대해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것에는 어느정도 공감이 된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정신분석이라는 거창한 주제로 보수와 진보의 개념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이 책의 핵심 내용은 서론과 결론에 나타난다. 지금은 21세기고 다양한 가치들이 공존하는 시대다. 그것은 곧 보수나 진보 둘 중 하나만을 택해 일방통행하기 어려운 시대라는 얘기다. 따지고 보면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당들의 선거공약은 크게 다르지 않다. 보수를 대표하는 당이 진보적인 공약을 걸고 정책을 펼치기도 하고 진보를 대표하는 당이 보수적인 정책을 펼쳐나가기도 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보수와 진보를 나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상대방을 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 같다. 망언을 하면서까지 '반대를 위한 반대'만 되풀이 한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그야말로 국력 낭비일 뿐이다. 애초에 보수와 진보에 대한 가치도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상태에서 대립만 한다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대립을 하더라도 가치에 대한 기준선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 그러니 입으로 주장하는 가치와 행동으로 보여주는 가치가 상충되는 일이 빈번하다. 문제는 본인들 스스로도 정확한 가치를 모르니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론 가짜가치를 내세워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진짜로 이념논쟁을 하고 싶다면 자신들이 주장하는 가치에 대한 확고한 기준선을 마련했으면 한다. 만약 그 기준선을 제대로 지키지 못할 것 같다면, 제발 이념논쟁은 걷어치우자. 알맹이 없는 논쟁은 국가의 에너지만 소진시키고 공허함만 남길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