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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적이라 예전 느낌이 바로 다가옵니다. 저녁눈 :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굽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다 그 봄비 : 오는 봄비는 겨우내 묻혔던 김칫독 자리에 모여 운다/ 오는 봄비는 헛간에 엮어 단 시래기 줄에 모여 운다/ 하루를 섬섬히 버들눈처럼 모여 서서 우는 봄비여/ 모스러진 돌절구 바닥에도 고여 넘치는 이 비천함이여 겨울밤 : 잠 이루지 못한 밤 고향집 마늘밭에 눈은 쌓이리/ 잠 이루지 못한 밤 고향집 추녀 밑 달빛은 쌓이리/ 발목을 벗고 물을 건너는 먼 마을/ 고향집 마당귀 바람은 잠을 자리. 담장 : 오동꽃 우러르면 함부로 노한 일 뉘우쳐진다/ 잊었던 무덤 생각난다/ 검정 치마, 흰 저고리, 옆가르마, 젊어 죽은 홍래 누이 생각도 난다/ 오동꽃 우러르면 담장에 떠는 아슴한 대낮/ 발등에 지는 더디고 느린 원뢰. 울타리 밖 : 머리가 하늘쪽같이 생긴 고향의 소녀와/ 한여름을 알몸으로 사는 고향의 소년과/ 같이 낯이 설어도 사랑스러운 들길이 있다/ 그 길에 아지랑이가 피듯 태양이 타듯/ 제비가 날 듯 길을 따라 물이 흐르듯 그렇게/ 그렇게/ 천연히/ 울타리 밖에도 화초를 심는 마을이 있다/ 오래오래 잔광이 부신 마을이 있다/ 밤이면 더 많은 별이 뜨는 마을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