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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리 바쁜지는 모르겠지만, 바쁘다는 핑계 하나로 그 동안 해 오던 것 들을 손에서 놓은 것이 하나, 둘이 아니다. 물론 책을 읽는 것도 그 중의 하나다. 습관처럼 읽기는 하지만, 전처럼 어떤 책을 읽을까, 이번에 이런 책이 나왔을 텐데, 하는 물음표는 진작에 사라졌다. 한겨레 21 인터뷰 특강도 마찬가지이다. 꼬박꼬박 찾아서 읽던 책들인데도, 얼마 전에야 비로소 작년도 특강도 읽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으니 말이다. 당연히 올해 것도 안 읽었고, 그래서 몰아치기 하는 심정으로 작년도 특강 책에 이어 올해 것마저 읽는다. 올해 인터뷰 특강의 주제가 [새로 고침]이다. 2012년 12월 대선이 끝나고, 현정부가 출범을 한 시점에 열린 특강의 주제치고는 의미하는 바가 참 많았을 것 같다. 그때 강연을 듣는 것과, 1년여 시간이 흐른 지금 강연 집을 읽는 것하고 느낌이 다르겠지만, 시간이 흐르고 난 뒤 읽어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은 마음의 분노를 가라앉히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선 기분으로 읽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무엇을 새롭게 고치고, 또 고친다면 어떻게 고쳐야 하는 것일까? 살다 보면 우리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리고 때로는 실망도 하고, 때로는 후회도 한다.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자조도 하고, 다시 선택을 할 수 있다면 몽땅 바꾸고 싶어지기도 한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고 그때마다 없던 걸로 하고 새롭게 고칠 수는 없다. 그것은 지금까지 살아 온 나 자신 전부를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나도 [새로 고침]을 하고 싶다. 내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지금부터라도 조금은 바꾸고 싶기도 하고, 어느 일정기간은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기도 하다. 이러한 [새로 고침]을 나와 너라는 개인이 아닌 우리사회에 대입하면 어떤 것들을 고쳐야 할까? 여섯 명의 강사들이 이런 [새로 고침]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은수미 국회의원은 우리사회는 모든 것이 돈으로 평가되는 사회라고 말한다. 중산층의 기준이 그렇고, 하다 못해 광고마저도 그렇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사회가 먹고 사는 문제에 얽매여 있으며, 이는 혼자만 잘살면 된다는 룰이 은연중에 우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녀는 작은 곳에서부터 우리를 짓누르고 있는 이러한 룰을 깨보자고 말한다. 내 아이가 귀여우면, 다른 아이도 귀엽고, 내 어깨에 짐이 있으면, 다른 사람 어깨에도 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그것은 연대라는 틀 위에서 우리들 스스로 [새로 고침]을 할 때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혼자 살라는 룰을 깨고 함께 살자는 룰을 만들자는 말에 다름 아니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우리가 습관을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뇌 과학을 통해 풀어낸다. 인간은 되도록 에너지를 적게 쓰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이는 뇌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한번 정해지면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일은 습관이라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최소화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새로 고침]을 한다는 것은 습관을 바꾸는 것이고, 습관을 바꾸는 데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기 때문에, 우리들의 결심이 쉽게 실패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심이 무너진다고 해서 삶이 크게 달라지지도 않는다. 그것은 바꾸지 않고 습관대로 사는 것이 삶을 예측 가능하게 해주고 안전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 고침]을 하기 위해서는 새로 고쳐야 할 마땅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그것이 절박하게 다가와야 가능하다고 한다. 스스로 절박한 이유를 찾는 것도 [새로 고침]의 한 방법이지만, 환경의 변화나, 새로운 자극을 주는 사람과의 만남도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자유인이 되고 싶어 새 출발을 했다고 말하는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가족 앞에서 부끄럽지 않고, 스스로 당당하고 떳떳하다면 세상 모두가 의심하고, 비난하고, 오해하고, 욕한다 할지라도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선택의 순간 옳으냐, 그르냐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자고 계속 되 뇌이고 있다며, 세상의 눈이 아닌 자신의 기준으로 사는 것이 자유인이라고 강조한다. 홍세화 선생은 [새로 고침]은 언제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끊임없이 긴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생존의 문제 때문에 자아 실현을 때로는 유보할 수도 있지만, 아예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그는, 자아실현을 위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때 [새로 고침]의 기회는 찾아 온다고 말한다. 인권활동가 박래군은 인권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새로 고침]하자고 한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인권의 피해자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가해자 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피해자의 위치에 있지만, 남성으로써 가장으로써의 위치는 가해자의 위치에 설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인권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관계 속에서 파악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인권 감수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합리적인 보수주의자라는 윤여준은 우리 정치를 떠받치고 있는 네 개의 기둥으로 이데올로기, 리더십, 구조와 제도, 국민의 참여를 꼽고 있다. 그러나 이 기둥들이 이제 너무 낡고, 썩어서 이대로는 더 이상 국가를 떠 받치고 있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진단한다. 그는 국가는 국민의 것이라며, 국민이 주인이 되는 국가를 만들자고 말한다. 또한 우리는 국민이기도 하지만 시민이기도 하다며, 국민으로써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하지만, 시민으로써 끊임없는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새로 고침]이란 그것이 개인의 사사로운 일이든, 아니면 사회 전체와 관계되는 일이든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정재승 교수의 말대로 습관의 힘이 그만큼 무서운 것인지도 모르고, 윤여준 이사장의 말처럼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는 여야 정치권의 벽이 그만큼 두껍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선은 나의 사사로운 습관 하나를 [새로 고침]함으로써, 그것이 모여 기존의 룰을 깨는 모습으로 나아갈 때, 우리 사회의 [새로 고침]도 가능하리란 생각이 든다. 해마다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하는 결심들, 내년에는 [새로 고침]이 성공하길 기원해 본다. 그러려면 절박한 이유를 찾아야 할 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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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는 아주 고등한 능력입니다. 지구 상에서 후회하는 동물은 영장류밖에 없습니다. 다음 유사한 상황에서, 더 나은 결정을 하라고 이 기능을 부여받은 것 같아요. - 정재승 - '새롭게 시작하는 당신을 응원하는 여섯 번의 새로 고침!' 이라는 소개글이 인상적인『새로고침』은 <한겨레>에서 매년 열고있는 인터뷰 특강을 활자로 담은 책이다. 벌써 열 번째라고 하니 그 역사가 꽤 오래 됐다. 이번 강연에는 은수미, 정재승, 표창원, 홍세화, 박래군, 윤여준 이렇게 여섯 명의 강사가 참여했다. 목차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제1강. 은수미 : 시시포스의 신화를 바꿔라 - 경쟁의 굴레 벗어나기 제2강. 정재승 : 뇌도 리셋이 되나요? - 우리가 결심과 후회를 반복하는 이유 제3강. 표창원 : 사직서가 선물한 행복 - 자유인으로서의 새 출발 제4강. 홍세화 : 긴장을 유지하라, 끊임없이 - 내 삶의 변곡점들 제5강. 박래군 : 여기, 사람이 있습니다 - 다시 인권으로 제6강. 윤여준 : 정치, 바꿀 수 있을까? - 우리 정치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를 끌었던 강사는 은수미, 정재승 두 사람이었다. 표창원 교수의 경우엔 이미 책을 써내기도 했고(『나는 셜록 홈스처럼 살고 싶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다. 홍세화 말과활 발행인 역시 팟캐스트 등에서 했던 이야기들의 반복에 불과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이 분들의 이야기를 평소에 많이 듣지 않았다면 좋은 강연이 될 테니 꼭 읽어보길 권한다. - <뉴스엔>에서 발췌 - 정재승 교수는 '과학콘서트'라는 타이틀로도 유명하고, 진중권 씨와 함께 쓴『(정재승 +진중권) 크로스』라는 책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백인천 프로젝트』라는 책을 통해 4할 타자의 미스터리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을 해내기도 했다. 그가 손대는 영역에는 '한계'가 없는 듯 하다. 뜨거운 창의력과 다양한 관심사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연구를 이어나가면서도 대중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어쩌면 연구와 소통이 서로 피드백 작용을 하면서 정재승 교수를 더욱 활활 타오르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정재승 교수는 '뇌도 리셋이 되나요?'라는 강의 제목으로 우리가 결심과 후회를 반복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그의 강연이 특히 흥미로운 까닭은 여러가지 과학적 실험들을 예로 들어 청중(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때문이다. 가령, 쥐를 통해 우리가 음식을 고르는 방식에 대해 설명한다든지,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인간의 특성을 도출하는 것들이 그렇다.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하시는 걸로..! 마지막으로 '새로고침'이 왜 어려운지에 대한 정재승 교수의 설명을 인용한다. '새로고침'은 왜 어려울까요. 이유는 매우 자명합니다. 새로 고쳐야 할 마땅한 이야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 삶이 맘에 안 들어요. 맘에 안 드는 부분을 바꿔서 마음에 드는 삶으로 갔을 때 얻게 되는 기쁨이 있습니다. 그 기쁨을 얻기 위해 여러분이 노력해야 하고, 그만큼 에너지 소비가 있어야 하는데, 이 기쁨을 얻기 위해서 여러분이 그 정도의 에너지 소비를 할 마음이 없다는 겁니다. 굳이 '새로고침'을 할 절박한 이유가 없기 때문에 번번히 실패하는 겁니다. 새해 결심은 왜 늘 실패하느냐, 내년에도 새해는 오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