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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법강의]를 본 첫 인상은 '참 느낌이 좋은 책'이라는 것이다. 어쩐지 거만해보이는 하드커버가 아니라는 점과 일반적인 법률서적의 경우 두께가 옛 어른들의 목침보다 두꺼운 반면 [계약법강의]는 손안에 꽉차게 잡힐 정도의 두께여서 좋았다. 물론 '좋은 느낌'에는 화사하면서도 세련된 표지도 한몫을 단단히 했다.
법학도들 사이에는 "이번 기말시험에서 법전을 참조할 수 있으니까, 시험시간에 계약법전과 행정법전을 꼭 지참하도록 하세요."라는 말을 듣고 법전을 사러 다니느라 시험공부를 못한 학생이 있다는 우스개소리가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민법 채권편에서 주로 다루는 내용이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민법 교과서나 법전을 보면 '계약'이라는 용어 보다 '채권'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고, 계약을 중심으로 개념정리를 하려고 하면 곳곳에서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서 곤란을 겪게되는 것이 현실이다. 다시 말하자면 "채권법은 알지만, 계약법은 모른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의 법학은 사회생활상의 변화에 따라 '수험법학' 위주로 그 방향이 바뀐지 오래 되어서 나날이 새로운 판례가 축적되고, 과학기술발전의 혜택을 보다 많이 누릴 수 있는 환경과 재능이 뛰어난 인재들이 다수 법학분야에 진출하고 있는 등 학문발전의 여건이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법의 정신'을 망각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었다.
이상의 문제점은 법률교과서를 펼쳐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수긍하는 바라고 본다. 그리고 대개 기존법학의 흐름에 순응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마침 법학전문대학원제도를 실시하게 되고, 우리의 법학연구방법을 재정비할 좋은 기회를 맞이하게 된 이 때, '법의 정신'에 초점을 맞춘 교재 [계약법강의]가 출간된 것을 환영한다.
이 책은 '베니스의 상인'을 통하여 '계약'의 발생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법학연구자들에게 창의와 사고의 유연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각 케이스 말미에 연습문제를 제공하고 있는데, 괄호넣기 식의 답안이 아니라, 한 단락 정도의 답안이 나오도록 설정되어 있는 점이 특징이다. 대학입시나 로스쿨 입학시험 등에서 이와같은 '논리적 능력'을 주요 평가내용으로 할 것이라고 하는데, 이 또한 유연한 '논리력을 중요시'하는 태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계약법강의]에서 소개하는 사례 7개가 '풀스토리 버전'이라는 점이 매우 독특하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하버드 로스쿨'스타일의 '풀스토리 버전' 케이스연구는 분명 놀랄만한 통찰력과 리걸마인드를 향상시켜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케이스 곳곳에서 계약법이론과 미국 리스테이트먼트 계약법 등을 원용하여 상대방 대리인의 주장에 대하여 반박하는 장면은 말 그대로 법정에 직접 앉아서 양측의 공방을 지켜보는 듯한 리얼리티를 제공하고 있다. 나아가서 판사나 검사, 법정대리인, 증인, 기타 법정에 참석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심리와 태도를 함께 분석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계약법강의]의 저자는 공존과 우리 개인 개인의 명예롭고 존엄한 삶의 귀중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서 지금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지식의 예리함"이나 "싸늘한 지성"이라는 표현에 대하여 의문을 갖게 되었다. 지식과 지성은 차가운 돌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손을대면 따뜻한 온기가 전해오는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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