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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날개의 소개말로 미루어보자면, 이 책은 프랑스에서 천지개벽같은 책이었나보다. (<첫 소설에 이렇게 많은 관심이 쏠린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라는 온건한 표현은 이 책이 몰고 온 들끓는 반향을 은폐하고 있다.) 내가 이 책을 구입한 것도, 그런 소개말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이야, 굉장히 재미있겠군...
그런데, 기대가 큰 탓도 있겠지만 이 책은 재미없다. '강렬한 톤' 그런 것은 있는지 모르겠지만, 독자에게 '도전'이 되지 않는다. 단지 조금 엽기적일 뿐, 뭐 이렇게 뻔해? 하는 반응. 불어 원제가 '자명한 이치'이자 '암퇘지 이야기'가 되는 묘한 제목이라면서, 역자가 '역자의 말'에서 상세한 해설을 해주고 있기도 한데, 작가 말마따나 '자명한 이치'를 줄곧 이야기해주는 것일까, 뭐 시시하다.
(*아버지들의 아버지, 하권 말미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열린책들의 홍지웅 사장, 그리고 이세욱씨가 인터뷰한 내용이 실려 있다. 여기서 베르베르는 마리 다리외세크에 대한 짧은 언급을 하는데,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거드름 피우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암퇘지를 읽은 독자라면, 베르베르의 이 말에서 뭔가 반짝~하는 게 느껴질 듯.) [인상깊은구절] 1954년 사강의 책이 나왔을 때 그녀의 나이는 19세였다. 당시 프랑스 문학계의 대가로 군림하고 있던 프랑수아 모리악은 사강을 가리켜 <매혹적인 작은 괴물>이라고 부르며 주인공 세실에게서 젊은 계층의 슬픔을 느꼈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암퇘지'의 작가 마리 다리외세크는 당시의 사강보다 여덟 살이 위인 스물일곱 살이다. 대입 예비고사에서 낙방한 사강이 끼적끼적 써본 것이 '슬픔이여, 안녕'이라면, '암퇘지'는 프랑스의 수재들이 다 모인다는 고등 사범학교 출신으로 대학 강사이기도 한 작가가 마음먹고 쓴 소설이다. 하지만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마리 다리외세크와 사강을 함께 떠올리게 되는 것은, 새로움에 목말라하는 프랑스 문학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두 작품이 상징적으로 일러주고 있기 때문이다. (역자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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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의 소개로 읽게 되었다. 과연 듣던대로, <비의 소설> 만큼이나 엽기적이었다. 처음만 말이다. 엽기가 엽기일 수 있는 것은 최소한만큼이나마 현실성이 전제될 때뿐이다. 후반부부터는 이 소설은 아예 SF가 되어버린다. 그것으로 작가는 책임을 피하려 한 건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그것 때문에 이 소설은 단순히 '선정적이고 엽기적인' 소설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다.(프랑스 미디어들의 찬사가 괜히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져서 재미가 그다지 없었다. 작가가 얘기하려는 사회의 부패라든지 인간의 추잡함(?)은 초중반부에 걸쳐서 이미 충분히 묘사되었고, 수긍할 만하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보름달을 보면 늑대인간이 되는 남자의 출현으로 소설은 그나마 남아있던 현실성을 잃어버리고, 독자로 하여금 긴장을 할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 그 외에도 가끔씩 끼어들어 말하는 작가의 말들 - '내가 하게 될 이야기가 난잡해 지더라도 용서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따위의 것들 - 도 조금 짜증이 난다. 물론 끝까지 읽고 나면 그 이유를 알게 되긴 하지만, 짜증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것들은 그냥 덜 성숙된 처녀작이라는 이유로 덮어두기로 하자.
어쨌거나 이 작품이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사실만은 부인할 수 없다. 초중반부의 긴장도 그렇고, 다분히 선정적인 묘사들도 그렇고, 무엇보다 '변신'을 소재로 했다는 것이 기존의 소설들에 식상한 독자들에게 분명히 끌릴 만한 요소가 될 것이다. 책 뒤 한 서평 중 '소재 자체에 외설의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리 다리외세크는 저속성이라는 암초를 피하는 데 성공했다'라는 서평이 있는데, 동감하는 바이다. 분명 이 소설이 매우 묘사적이긴 하지만, 그것이 지나치게 세세하지는 않다. 오히려 조금 추상적이거나 너무 간단히 지나쳐 버려서 그 뜻이 혼동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역자의 책임으로 묻고 싶다.
전체적으로, 꼭 읽어야만 하는 책 정도로 추천할 수는 없다.(사람에 따라선 이런 책을 매우 혐오스럽게 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엽기'라는 코드를 '저속'과 혼동하지 않을 정도의 내공이 쌓인 사람이라면, 뭔가 새로운 것에 갈망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은 얼마든지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2001. 4. 8 ___ f.y. [인상깊은구절]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 대해서 나는 아직 아무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 즉 털 말이다. 두 다리에, 심지어 등에까지 가늘고 긴 털들이, 어떤 제모 크림을 발라도 소용이 없는 반투명하고도 단단한 털들이 돋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는 수없이 나는 몰래 오노레의 면도칼을 이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하루만 지나면 나는 다시 털복숭이가 되곤 하였다. 손님들은 별로 반기는 표정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몇 명의 단골들은 우스꽝스럽게도 나만을 고집했다. 이들은 언제나 나를 네 발로 기어다니게 했고, 내 몸의 냄새를 맡으며 혀로 핥았고, 발정기에 접어든 수사슴같이 소리를 질러 대며 그 짓거리들을 하곤 했다. |
| 며칠 전 회사 동료들과 술 한 잔 했습니다. 한창 분위기가 익자 자연스레 여자 연예인 이야기 나왔습니다. 김현X이 X본이랑 잤다더라, 몰라카메라 2탄, 3탄이 또 있다더라 이런 것들말이죠. 새로운 스캔들도 듣고 몇가지 알고 있던 것도 이야기했죠. 마지막으로 한 녀석이 결론을 내었습니다. 암튼 울나라 연예인들 특히 여자배우들은 모두 걸레라구요. 정말 그런가요? 사실 따지고 보면 걸레에 묻은 먼지와 오물이 더러운 겁니다. 걸레의 원모습은 타월, 런링 혹은 팬티 뭐 그런 것 아니였겠습니까? 마찬가지죠. 뭐 여자연예인들이라고 우리랑 크게 다르겠습니까? 나이많은 아저씨들과 섹스가 좋아서 흔쾌히 자고 싶겠냐구요... 사실 하자고 돈으로, 어줍잖은 권력으로 꼬드기는 인간들이 오물이지요. 그러면서 그네들도 걸레만 더럽다고 한답니다. 암퇘지를 그런 관점에서 읽어보세요. 젊고 섹시한 여자가 등터진 분홍색 돼지가 되어가는 과정 말이죠. 하나의 우화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도 현실적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이 여기까지라면 평범한 비유에 지나지 않겠죠. 그다지 재미도 없었을테구요. |
| 이 책은 형수님이 사서 읽고 근 2주일간 화장대 위에 올려져 있던 책이다. 언젠가 열린책들에서 현대 프랑스의 젊은 작가 소설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다는 광고를 접하고 읽어볼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돈을 주고 책을 구입하진 못했다. 그 젊은 작가 시리즈 중에서 처음 발간된 책이 이 책, <암퇘지>다. 19세 때 입학시험에 떨어지고 빈둥빈둥거리다 <슬픔이여 안녕>을 써서 일약 프랑스 문학계의 총아로 떠올랐던 프랑스와즈 사강에 비유되는 이 작가는 당시의 사강보다 여덟살이나 많은 27살 때 이 책을 썼다 한다. 그 후로 출세의 길은 막힐 것 없이 숭숭 뚫려 올해 31살인 그녀는 현재 대학교수의 직함을 가지고 있다.(이인화가 오버랩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이런 작가의 명성과, 그녀의 첫작품인 <암퇘지>가 출간되었을 때 이 책을 놓고 출판사들이 치열하게 원고 쟁탈전을 벌였다는 둥의 출판업계의 저널리스틱한 찬미는 말짱 헛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미없다. 줄거리를 훑어 보면 선정적인 호기심과, 심심한 상상력을 한껏 자극할 수 있을것 같은 느낌이 온다. 그러나 왠걸, 프랑스 소설에서 묘사의 섬세함을 느껴온 나에게 작가는 너무 앞에 나서 딴지를 걸어 온다. "감수성이 예민한 독자라면 이 부분은 읽지 말고 넘어가 줄 것을 요구한다"든지, "이 얘기는 도저히 말로 할 수 없을 것 같다"든지 하면서 말이다. 야할려면 아예 야하고, 공상적일려면 아예 공상적일 것이지, 이도 저도 아닌 적당한 판타지와 알레고리의 어설픈 합주곡일 뿐이다. 더 고민할 것도, 더 얘기할 것도 없는 재미없는 책이다. 맘에 안차는 독서로 하루를 보낸 찝찝함에 다음엔 뭘 읽을지가 고민된다. 이런 땐 경험상 재독이 효과가 있었다. 그렇다면... P.S. 이 책 <암퇘지>의 화이트 커버에는 삐뚤한 몇가닥 선이 임보스돼 있다. 옆으로 돌려보면 기운 빠진 암사자 같기도 한 이 그림은,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그 상징성을 놓고 봤을 때 프랑스 지도인 것 같다. 지도책이 없어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런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길옆에 다양한 크기의 지구본을 쌓아 놓고 팔던 곳이 있던데...이참에 지구본을 하나 구입하고프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