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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의 역사』실연을 한 사람들, 실연들 속에서 성장해가는 우리
"『실연의 역사』실연을 한 사람들, 실연들 속에서 성장해가는 우리" 내용보기
박주영 작가를 처음 만난게 2년 반쯤 된것 같다. 제30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던 『백수생활백서』를 읽고 작가에게 반해버렸다. 『백수생활백서』에서 주인공 서연은 오로지 책을 구입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 제대로 된 직장을 갖는게 아닌, 언제라도 그만두고 책을 읽기 쉽게 파트타임 일을 하는 것이다. 일년에 300권에서 500권 정도의 책을 읽으며, 하루의 일상이 책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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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작가를 처음 만난게 2년 반쯤 된것 같다.

제30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던 『백수생활백서』를 읽고 작가에게 반해버렸다. 『백수생활백서』에서 주인공 서연은 오로지 책을 구입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 제대로 된 직장을 갖는게 아닌, 언제라도 그만두고 책을 읽기 쉽게 파트타임 일을 하는 것이다. 일년에 300권에서 500권 정도의 책을 읽으며, 하루의 일상이 책을 읽고 구입하는 것이다. 갖고 싶은 절판된 책이 있을때, 인터넷에서 연락을 취해 만나기도 한다. 만약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을 구입하기로 했을때, 벤치에 앉아 『연인』을 쌓아놓고 있는 남자를 발견했을때, 약속시간이 다 되면 '연인 이세요?' 하고 물어볼 정도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책을 읽는 독자, 책을 너무 사랑해 마지 않는 독자, 온 집안에 책이 가득 차 있어서 앉을 자리도 없게 만드는 애독자가 있으면 너무도 반갑다. 너무 부러운 일이기도 하고, 비슷한 사람을 만나는 것 같아 교감하는 기분을 느낀다. 이렇듯 애독자의 모든 것을 닮았기에 박주영의 글을 좋아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이 모두 네 권 정도 되는 장편소설이다. 박주영 작가는 이번에 단편 소설집을 냈다. 『실연의 역사』라는 제목을 가지고. 우리 모두는  한두 번쯤 실연을 해봤다. 내가 실연을 주었든, 실연을 당했든, 한두 번쯤 실연의 역사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박주영의 소설집에서 『실연의 역사』라는 단편 소설이 있을까 싶었지만, 제목과 일치하는 소설을 찾으니 「칼처럼 꽃처럼」이다. 그 속에서 실연의 역사를 나누는 인물들이 나오니 그러지 않을까 했다.

 

여섯 편의 단편들을 보자면,

 

「나는 아이팟이다」공부하는게 싫고 취미가 없어 중학교 중퇴를 한 정아는 엄마의 병실에서 암투병을 하는 윤주 언니를 아이팟 때문에 알게 되었다. 정아에게는 친언니가 있지만 미국에 살고 있었고, 윤주 언니 때문에 엄마의 병을 윤아 언니에게 알린다. 엄마는 너무 빨리 죽었고, 언니는 너무 늦게 왔다. 같은 집에 살고 있지만 윤아 언니보다는 윤주 언니가 더 편하다. 윤주 언니도, 윤아 언니도, 정아도 모두 아이팟을 듣는다. 아이팟으로 이어지는 매개체, 내가 가지고 있는 똑같은 물건을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을때 무척 반가운 느낌이 들곤 하는데, 이들 모두는 아이팟을 듣는 이들이다. 사람과 헤어지는 순간이 와도 아이팟이라는 매개체 때문에 이들은 외롭지 않다. 끈끈하게 이어져 있다.

 

「스파이의 탄생」계절이 두 번 바뀔 동안 혼수 상태였다가 깨어난 남자가 있다. 현재 서른다섯 살로 15년 동안의 스무살 이후로 기억이 없다. 이제 새로 자신을 알아가야 할 남자다. 자신에게는 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고, 무엇보다 애인도 없었던듯 하다. 병원에 입원해 있을때 한달에 한 번 정도 찾아오는 친구가 있었으나 기억에 없다.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 가족이라도 있으면 불안한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겠지만, 가족도 없는 상태에서는 너무도 불안할 것 같다. 자신의 부모도 스무살 이전까지만 기억나는데, 무슨 일을 했는지도 기억에 없으니 얼마나 불안할까. 증권회사 애널리스트 였다는데, 다시 직장을 찾아가야 할텐데, 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기억나지 않는 과거, 불안한 미래, 요즘의 젊은이들과도 비슷한 모습이다.

 

「칼처럼 꽃처럼」그와 헤어진 '나'에게 온 검은색 봉투에 담긴 초대장, 그와 나는 모든 가난한 이들이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소설가가 된 케이도 그녀와 실연을 했다. 엄마의 죽음과 연관된 어떤 남자도, 엄마의 죽음으로 사랑을 잃은 아저씨도, 엄마의 죽음에 의문을 표하던 신문사 기자 와이도 최근에 실연을 한 남자였다. 실연을 한 사람들은 우울한 표정을 짓는다. 그들의 침울한 표정에서 자신의 표정을 발견하고는 이심전심을 느낀다.  

 

사납고 시끄럽고 더러운 그곳에서 나는 그 어떤 때보다 사랑했다. 그를,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나를.  (71페이지)

 

 

「소설 小說 小雪」출장가는 비행기 안에서 늘 책을 읽는 남자, 떠나는 비행기에서 늘 영화를 보는 여자, 눈 때문에 비행기가 예정된 곳에 내리지 못하고 다른 공항에 착륙을 했다. 공항에서 대기중에 책을 읽는 남자를 발견한 여자는 남자가 읽던 소설 쓰는 일을 도왔다며, 소설가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둘은 서로 소설가를 죽이고 자살로 위장하는 방법과 그 소설을 유서로 남기는게 어떻겠느냐는 말을 우스갯소리처럼 나눈다. 그리고 신문의 한쪽면에 소설가가 죽었다는 기사가 뜬다. 

 

「파라다이스 아일랜드」종말이 역사속으로 사라진 그때, 순수한 인간인 어머니와 완전한 인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리브카는 완전한 인간들의 삶을 한 장의 필름으로 기록하는 이다. 리브카는 기록자, 작가, 화가 등으로 불리며, 다른 사람들의 삶을 지켜보고 기록하고 그린다. 순수한 인간들은 자신의 죽음이 언제 올지 알지 못하고, 완전한 인간들은 자신의 죽음을 조절할 수 있고, 다시 재생할 수 있다. 그리고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폐기되는 인조인간들이 있는 곳에서 리브카는 그들의 삶을 기록한다.    

 

「메리 골드」서른세 살의 친구 가영, 윤서, 지효가 있다. 소설속 주인공은 가영으로 친구들에게 얼음공주로 불린다. 공부를 잘했던 언니가 아버지를 따라 교사를 하며 결혼도 하고 자신의 삶을 잘 살고 있는데 반해, 가영은 무엇하나 해놓은게 없다. 인물을 보면 출신학교나 직업, 재산이 딸리고, 돈을 물려줄 병들고 나이 든 부모가 있으나 인물이 별로인 남자중에서 후자 쪽을 선택할 정도로 세상 물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을 겪는 우리, 그게 꼭 남녀 사이든, 가족이든, 친구든 모든 마음을 다해 사랑하지만, 헤어짐을 겪은 우리들은 늘 힘겨워한다. 누군가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했으니 다시는 사랑을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사랑할 대상은 끝없이 나타난다. 삶에서 사랑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수 없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 경우가 있는데, 아침에 출근 준비하면서 듣는 라디오에서다. 그 많은 사람들이 늘 사랑때문에 아파하고,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싶다는 사연을 보내는 것을 볼때면, 우리 삶에서 사랑은 뗄래야 뗄수 없는 것 같다.

 

사랑을 할땐 이 세상 모든 것이 사랑하는 상대방만 있는것 같지만, 실연을 하고 보면 이 세상엔 수많은 일들이 있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났을때, 그 사람만이 이 세상 전부는 아니라는 걸,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기도 한다. 실연의 역사를 가진 이들, 실연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성큼 성장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13.09.05. 신고 공감 11 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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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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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과연 언제부터 사랑을 시작했고, 언제부터 실연에 마음 아파했을까? 쿨 한 사랑이 한때 유행처럼 번졌지만, 애초에 쿨 한 사랑은 없었던 건 아닐까? 사랑에 아파하고 사랑에 배신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사랑에 대해 논할 수 없다고 했다. 어쩜 실연 역시 그 사랑의 한 과정 아니었을까? 박주영의 소설을 자주 접하지는 않았지만 기억나는 소설은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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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과연 언제부터 사랑을 시작했고, 언제부터 실연에 마음 아파했을까? 쿨 한 사랑이 한때 유행처럼 번졌지만, 애초에 쿨 한 사랑은 없었던 건 아닐까? 사랑에 아파하고 사랑에 배신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사랑에 대해 논할 수 없다고 했다. 어쩜 실연 역시 그 사랑의 한 과정 아니었을까? 박주영의 소설을 자주 접하지는 않았지만 기억나는 소설은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란 책이다. 음식과 함께 연애를 이야기 하는 방식이 나쁘지 않았고, 모호하게 에둘러 이야기 하지 않아서 좋았다. 이번에 읽게 된 실연의 역사는 6개의 단편으로 이뤄진 책이다. 단편스럽게 조금은 모호하고 조금은 뒷맛이 개운치 않았지만,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1) 나는 아이팟이다

늘 아이팟을 귀에 꽂고 있는 나는 세상에서 아이팟을 가장 귀하게 생각한다.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서 만난 윤주 언니는 그런 나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다.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미국에 있는 친언니가 내 곁에 있지만 친하지 않다. 윤주 언니가 결국 병으로 죽고 나에게 아이팟을 남긴다. 친언니의 생활공간인 미국으로 떠나게 되면서 나는 스텔라(윤주 언니 아이팟의 이름)란 이름으로 불리길 원한다.

 

2) 스파이의 탄생

병원에서 깨어난 남자는 스무 살 이후의 기억이 사라진다. 남자는 여자의 도움으로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되고 사랑을 느끼지만 그녀는 남자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녀 역시 스파이였기 때문. 남자는 다시 스파이로의 생활로 돌아가게 되는데..

 

3) 칼처럼 꽃처럼

여자는 실연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아파하고 방황한다. 그런 그녀 앞으로 정체불명의 초대장이 배달된다. 초대장에는 여자의 상처를 치유해주겠다는 메시지가 있는데... 과연 그들의 정체는 무엇이고 그녀는 실연의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4) 소설 小說 小雪

소설이라는 절기에 출간된 소설의 작가가 죽는다. 남자와 여자는 눈이 내려 비행기가 회항하고 그곳에서 남자는 책을 읽는다. 남자의 책을 보던 여자는 그 책의 많은 부분을 자기가 썼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소설을 쓰게 하는 작가를 죽이고 싶다고 말한다. 남자는 여자에게 살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얼마 후 소설가는 죽게 된다. 남자는 여자와의 일을 형사에게 말하게 되고 여자가 그 소설가임이 밝혀진다.

 

5) 파라다이스 아일랜드

미래에 등장하게 될지 모르는 완전한 인간의 이야기. 완전한 인간들은 더 이상의 성장이 필요 없으므로 행복할 것 같지만 그들은 행복하지 않다. 바로 사랑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

 

6) 메리골드

진정한 사랑의 존재를 믿지 않고, 결혼은 그저 자신의 삶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가영. 세상에 냉소적인 가영 앞에 세호라는 남자가 나타나고 그에게 빠져든다. 하지만 가영은 세호를 선택하지 않고 부유한 남자를 선택해 결혼 하지만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당연히 받아야 된다는 건방진 생각을 했던 나에게도 실연의 아픔은 있다. 만약 그 실연이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건방진 생각을 하고 있는 건방진 아줌마가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가슴에 대못 같은 상처를 준다면, 그 상처는 부메랑이 되어 내 마음을 더 크게 찢어 놓는다. 실연을 했다고 해서 세상은 무너지지 않고, 실연을 했다고 해서 인생에 큰 오점을 남기지도 않는다. 사랑도, 실연도 결국은 나와 제일 잘 맞는 사람을 찾아가기 위한 과정이 아닐까? 사랑에 웃고 울고, 사랑에 목숨도 걸어 보는 용기 있는 사람이 사랑을 쟁취하는 것은 아닐까?

 

찬바람이 분다. 곁에 누군가 있다면 따스할 것 같은 계절 가을이 온다. 실연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고, 옛 사랑의 흔적이 내 주변에 남아 있다고 오는 사랑을 막지 않았으면 좋겠다. 위대한 위인들도 사랑을 하고 실연을 했을 터. 지금 사랑하는 자.. 그 자가 용기 있는 사람이 아닐까? 이 가을 뜨겁게 사랑하면 어떨까?



YES마니아 : 로얄 k*****3 2013.09.29. 신고 공감 5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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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124 / 소설] 그럼에도 우린 여전히 살아있을 것이다_박주영, 실연의 역사
"[140124 / 소설] 그럼에도 우린 여전히 살아있을 것이다_박주영, 실연의 역사" 내용보기
‘실연’이라 함은, 겪고 싶지 않다고 해서 마음대로 미루거나 피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지요.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아리지만 생각처럼 나쁜 속성만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닌 듯 싶어요. 사람들은 실연을 경험한 후 더 나은 사람이 되곤 하거든요. (물론 더 망가지는 사람들도 있지만요)      네 덕분에 살도 빠졌다며, 고맙다며. 오죽하면 이런 노래가 있을까요,         사랑
"[140124 / 소설] 그럼에도 우린 여전히 살아있을 것이다_박주영, 실연의 역사" 내용보기

 

 

 

‘실연’이라 함은, 겪고 싶지 않다고 해서 마음대로 미루거나 피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지요.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아리지만 생각처럼 나쁜 속성만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닌 듯 싶어요. 사람들은 실연을 경험한 후 더 나은 사람이 되곤 하거든요. (물론 더 망가지는 사람들도 있지만요)

 

 

 

 

 

네 덕분에 살도 빠졌다며, 고맙다며.

오죽하면 이런 노래가 있을까요,

 

 

 

 

 

 

 

사랑이 흔한 맹세처럼 영원할 수 없다면 실연은 필연적이다. 동시에 사랑에 빠지는 축복을 누구나 누릴 수 없는 것처럼 동시에 이별을 받아들이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의 인생이 어쩌면 그리 특별할 것이 없는지도 모른다. 누구든 목숨을 걸듯 사랑할 수 있고, 누구든 원하지 않는데도 헤어질 수 있으며, 누구든 살면서 한두번 쯤 진짜 죽고 싶었을 것이며, 그럼에도 여전히 살아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은 그냥 포기해버리거나 미련 없이 돌아서고, 곧 잊어야 한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는 일이 있고, 그렇게 되질 않는 사람이 있다. 완전히 잊는다고 할 때 그 완전함이란 영원한 불가능을 뜻하는 것이다. 그런데 영원히 불가능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p, 211 작가의 말 中

가끔 작품보다 그 작품의 주인인 작가님의 말에 더 큰 공감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바로 이번 경우.

사랑은 영원할 수 없고 실연은 필연적이라니, 이 말에 짜증이 솟구쳐 반박하려던 차에 ‘누구든 목숨을 걸듯 사랑할 수 있고, 누구든 원하지 않는데도 헤어질 수 있으며, 누구든 살면서 한두번 쯤 진짜 죽고 싶었을 것이며, 그럼에도 여전히 살아 있을 것이다.’ 라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작가님을 보며 ‘그래, 그렇지. 어쩜 이렇게 내 맘을 잘 알지.’ 하며 공감하고 있는 이 변화무쌍한 감정을 어찌할까요.

 미안해요 작가님, 난 사실 작가님이 40대 아저씨인 줄 알았어요. 어쩌다 인터뷰한 글을 보게 되었는데 어여쁘신 여자분이신 걸 보고 얼마나 뜨끔 하던지.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이 이별, 실연에 대해 굳이 덤덤해지려고 애써 노력하지 말고 오히려 그런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에게서 사랑을 발견하게 되거나 특정 시기와 실연하는 것 뿐이니 그 자체를 치열하게 겪길 바란다는 작가님의 말씀,

치열하게 해내야 할 게 얼마나 많은데 실연까지 치열하게 겪어야 하나 또 짜증을 낼 뻔 했어요. 아직 제가 어린 탓이겠지요.

 방금 막 실연을 경험 한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게된다면 그 사람이 책을 읽으면서 왈칵 눈물을 쏟아버릴까 겁이나요. 그만큼 피하려고 해도 ‘실연’을 온전히 느껴버리게 되는, 그런 책이에요.

 

 

 

<나는 아이팟이다 中>

누군가의 속마음을 알려면 자기가 먼저 고백해야 하는 법이다. 언니는 자신의 아이팟은 이미 용량이 꽉 찼다고 했다. 무언가를 넣으려면 무언가를 지워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선택을 하는 게 요즘은 어렵다고 했다. 그때 나의 아이팟은 아직 절반도 채워지지 않았다. 그것은 육십 기가와 백육십 기가의 차이일 수도 있고, 삼 년 된 아이팟과 일 년 된 아이팟의 차이일 수도 있고, 언니와 나의 차이일 수도 있었다. -p, 11

셔플로 음악을 듣는다는 건 우연이다. 하지만 그 우연은 내가 선택한 선택지 안에서의 우연이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 것과는 다르다. 내 아이팟에 없는 음악을 아이팟은 나에게 들려줄 수 없다. 우리는 선택하기도 하고 선택하지 않기도 한다. -p, 20

언니는 메러디스의 내레이션을 나에게 외우게 하곤 했다. 나는 언니가 마지막으로 보았을, 그녀의 마지막 이야기를 들었다. “당신은 말한 적 있나요? 사랑한다고, 너 없이는 살고 싶지 않다고, 네가 내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말한 적 있나요? 목표를 정하고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하세요. 하지만 가끔 하던 일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세요. 그리고 기억하세요.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인생이란 것을.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p, 29

<칼처럼 꽃처럼 中>

결과적으로 그가 했던 모든 말은 거짓이 되고 말았다.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말도, 함께 있기 위해서 무엇을 하든 상관없다는 말도, 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아깝지 않다는 말도, 모두모두 거짓이었다. 그는 이 세상에서 나에게 가장 심한 거짓말을, 그것도 제일 많이 한 사람이었다. -p, 73

나를 떠난 그처럼 케이도 어느 날 문득 내게서 등을 돌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과 생각하지 못한 것은 다르니까. 상상한 일이 일어나는 건 상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p, 73

우리가 만나지 못한 그 몇 해 동안 케이는 대학을 졸업했고 취직을 해서 일하다가 소설가가 되었고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어떤 여자와 가슴 아프게 헤어졌다. 이후 케이는 어떤 여자를 만나더라도 깊이 빠지지 않으려고 했고, 어느 정도는 그럴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케이는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쉽게 마음을 주고 마음을 거두어야 하는 순간에도 마음을 멈출 수가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케이는 그 고통을 사랑이라고 굳게 믿을 타입이다. 그런 케이가 사는 내내 상처를 입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나는 케이를 동정하지 않는다. 그건 케이가 가진 사랑의 방식이고 그의 인생이다. 그러지 않으려고 애써도 그럴 수 없는 타고난 운명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p, 74

만나본 적도 없는 케이의 여자를 저주하는 날이 있다. 그 여자 때문에 케이는 지독한 불면증에 걸렸고 잠만 자면 악몽을 꾸었으며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그녀를 생각하며 소설을 썼다. 케이가 글을 쓰는 한 그녀와 케이 사이에 있었던 일은 먼 옛날의 사랑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녀하고는 그때 헤어지고 끝이야?”

“그때라니?”

나조차도 내가 묻는 그때를 알 수 없었다. 케이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지금 어디 있어? 그 여자.”

“여기 있어.”

“……”

“아직도.”

케이는 자신의 심장을 가리켰다. -p, 76

누군가를 전부 아는 일은 불가능하다. 어제의 진실도 오늘은 거짓이 될 수 있고, 오늘의 거짓이 내일은 진실이 될 수 있다. -p, 82

우리는 병에 걸렸다. 번번이 실패하면서 거듭해서 사랑에 빠지고,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으면서 여전히 가능하다고 믿으며, 불가능하다고 이해하면서 여전히 기다린다. 우리는 실망할 뿐 절망하지 않는다. 우리는 갇혀서 눈물 흘리고 그리워하면서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아니, 어쩌면 이미 죽었는지도 모른다. -p, 88

한 사람을 잃는 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우리는 그 사람과 함께 그보다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고, 또 잃어가고 있었다. 이 여행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며 아침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p, 92

<소설 小說 小雪 中>

여자는 비행기에서 보았던, 책을 읽던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창가 자리 쪽에 앉아 있었다. 당황해서 짜증을 내거나 체념해서 늘어진 사람들과는 다르게 남자는 차분해 보였다. 남자는 책을 읽었고, 여자는 남자를 읽었다. -p, 102

 

 

 

 

s*****2 2014.02.0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