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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봉오리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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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태의 시집 『목련 봉오리로 쓰다』는 야고, 녹나무, 파도, 애기동백, 멀구슬나무, 팽나무, 귤나무, 애월 등 제주의 자연계를 호명한다. 호명된 제주스러운 자연물들이 제주의 아픈 정서를 노래한다. 특히 봄노래가 아주 많다. 제주의 봄은 어떤 아픔, 참상, 슬픔, 애환의 시간이었을까? 조등처럼 피어나 운구차 행렬처럼 지는 봄꽃들! 봄의 시뻘건 노을, 봄의 추적한 비! 봄날에 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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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태의 시집 『목련 봉오리로 쓰다』는 야고, 녹나무, 파도, 애기동백, 멀구슬나무, 팽나무, 귤나무, 애월 등 제주의 자연계를 호명한다. 호명된 제주스러운 자연물들이 제주의 아픈 정서를 노래한다. 특히 봄노래가 아주 많다. 제주의 봄은 어떤 아픔, 참상, 슬픔, 애환의 시간이었을까? 조등처럼 피어나 운구차 행렬처럼 지는 봄꽃들! 봄의 시뻘건 노을, 봄의 추적한 비! 봄날에 아버지가 죽고, 봄날에 제주 주민들이 학살을 당하고, 봄날에...... 꽃잎과 봄비와 새 울음소리는 수많은 통점이다. 통증 가득한 봄의 풍경을 애도처럼 그리는 시적화자는 슬픈 인간계를 자연계의 정서와 연결하는 영매처럼 보인다.

그 다음으로 대합실 노래가 눈에 확 띈다. <윈드시어 경보>와 <에곤 실레, 혹은 대합실>이라는 뛰어난 두 작품에 오래 눈길이 머문다. 그 중에서 <윈드시어 경보>를 소개한다. 윈드시어는 바람이 정상적으로 불지 않고 변형을 일으키는 기상 현상으로 이것 때문에 비행기는 결항되고 불안한 공합 대합실 풍경을 노래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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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드시어 경보


‘비행기가 이륙하는 시간’이 ‘바위가 떨군 이파리’에게 전화를 건다. 그 옆에 서있는 ‘텅 빈 가을을 울리는 벨소리’와 ‘바람이 수직으로 일어서는’이 ‘비행기가 이륙하는 시간’의 전화를 받는다. ‘녹슨 달빛 어린 풀잎’과 ‘컴퓨터 부팅 속도를 기다리지 못하는 이슬’은 그 시간 ‘바위가 떨군 이파리’와 침대에서 뒹굴고 있다.


불안이 출렁이는 공항 대합실, 저마다 알지 못할 기호를 가슴에 달고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걸어가다가 어깨 부딪쳐 실랑이하거나 여행용 가방을 베고 누워버린 사람들, 불안은 해독 안 되는 기호를 만들고, 해동되지 못하는 생각, 활주로를 쾌속으로 질주하는 바람, 생각은 방향을 잃고 머릿속으로 불어댄다. 떠나야 할 시간, 떠나지 못하는 불안은 허리를 붙들고 타인에게 해독 불가의 기호가 될 때까지 휴대전화 속에 공항 대합실을 구겨 넣는다.


오늘, 하늘길, 맑음.


- 장인수(시인)


b***3 2020.11.1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