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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름, 샤넬 밀러. 문학을 전공한 작가이자 예술가. 그녀가 되찾고 싶은 자아는 어떤 모습일까? 그녀의 정체성을 드러낼 단어들은 무엇일까? 그녀가 가장 원하고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책은 모두 544페이지로, 2015년 스탠퍼드대학교 캠퍼스에서 일어난 성폭행 범죄 이후의 상황을 서술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문득문득 읽은 페이지와 남은 페이지를 가늠해보곤 했다. 이는 책이 두꺼워서도, 책이 재미없어서도 절대 아닌... 벌써 이토록 고통스러운데 아직도 그 고통이 이렇게 더 많이 남았다는 말인가 하는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고작 50여 페이지를 넘기고도 이미 끔찍하게 고통스러웠고, 몸과 마음의 고통은 점점 그녀의 일상을 파괴하고 관계를 무너뜨리는데 페이지는 고작 100여 쪽밖에 지나지 않았고.. 읽는 내내 얼마나 더 큰 파도가 예상치 못하게 휩쓸고 덮을지, 얼마나 더 무너져 내릴지 참담한 기분으로 읽었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명백한 성범죄에 대해 다루는 법정의 모습과 무자비하게 던져져 사람을 옥죄어오는 질문이라는 이름의 형벌은 피해자를 얼마나 더 고통스럽게 하는지 처절하게 느껴졌다. 또한 성범죄에 대한 대처나 형량,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키보드 워리어라고 비난하고 끝내기엔 너무나 비열하고 저속한 댓글 공격들에 대해 분노하는 일이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는 것까지. 도대체 인권을 샅샅이 유린하는 범죄 행위에 당한 사람에게 이토록 잔인하게 질문의 칼날을 던져대는 법정을, 아무렇지도 않게 비아냥대는 댓글들을 우리는 어떻게 읽어내야 하는가. 주제가 무거워 책이 무거울 법도 한데, 책은 마치 자전소설을 읽는 것처럼 표현이 풍부하고 구체적이며 유머스럽고 따뜻하기까지 하다. 오래전 중학생 시절 읽었던 <천국엔 새가 없다>라는 실화소설이 생각났다. 어린 소녀가 의사의 오진으로 정신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10여 년 동안 겪은 고통과 이를 이겨내는 성장 과정과 가족 간의 사랑을 보여주는 책이었는데, 그녀가 겪는 고통과 슬픔이 어린 내 마음에 짙게 머물렀다. 이 책이 떠오른 건, 샤넬 밀러 또한 본인의 의지가 아닌 타의에 의해 피해를 입었음에도불구하고 온전히 자기 몫이 되어버린 끔찍한 고통을 겪어야 했고, 비난을 감수해야 했고, 명백한 범죄의 증거가 있는데도 자기 잘못이 아님을 증명해야만 했기 때문이 아닐까. 소설적 느낌이 담뿍 배인 서사가 때론 경쾌하고 때론 무겁게 아름답지만, 이 글이 결코 픽션이 아니고 픽션이 될 수도 없음을 계속 상기한다. 샤넬 밀러는 유쾌하고 밝고 단단한 여성이었다. 그녀가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 동생과 남자친구, 부모님 등 주변 사람을 대하고 함께하는 모습, 그녀의 이전과 이후의 삶과 태도는 그녀가 겪은 끔찍한 일들이 그녀라는 존재를 오로지 ‘피해자’라는 단어로 묶어놓을 수 없도록 한다. 온몸과 온 마음을 다해 그 단어 안에 자신을 가두어두지 않으려 최선의 발버둥을 치고 온 힘을 다해 애쓰고 노력하는 그녀의 하루하루를 함께 겪으며 따라갔다. 함께 화가 나고 함께 눈물이 나고 함께 웃고 함께 공감하는 책 읽기의 경험. 그녀는 범죄 사건 이후, 신변보호를 위해 받은 또 다른 이름으로 4년 넘게 보이지 않는 벽을 밀듯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이어가야 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진짜 이름과 얼굴을 세상에 드러내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었다. 이 일이 단지 자신만의 일이 아니며, 인간다움을 위한 싸움이라고. 이 상황이 결코 일상이 되지 않도록, 격자무늬에 추가된 또 하나의 빨간 점 같은 통계로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지 않도록. 글이 상당히 디테일하고 구체적으로 쓰여 더욱 공감하며 다가갈 수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쓸데없이 디테일하게 송곳으로 속사포를 날리는 것처럼 피해자를 파고들어 결국 원하는 대답을 얻어 가던 피고 측의 검은 속내가 떠올라서 마음이 검게 덮이기도 한다. 검게 칠해지고 얼룩진 고통을 닦아내고 지워내고 걷어내는 건 누구의 몫인가? 법이 정의를 수호하지 않고, 사회적 시선과 문화가 범죄를 두둔한다면 시민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피해자가 자기 삶을 모두 다 바쳐 스스로를 증명해내야만 하는 상황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아야만 한다. 그녀가 그토록 갈구하던 인정의 말, 공감의 말, 연대의 말들이 고맙고 아프고 슬프다. “사회 변화는 마라톤”이라고 말한 미셸의 말. “그 시간은 일생이었고,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고쳐지기를 원하는 모든 것이 고쳐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싸운다”는 샤넬의 말과 행동을 보며 나의 마음도 그녀에게, 그리고 많은 그녀들에게 가 닿기를 소망한다. 연대의 힘이 필요하다. 책임감을 느낀다. 내가 쌓아올리던 세상에는 강간, 피해자, 트라우마, 찰과상, 검사 같은 단어가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내게는 나만의 낱말 은행이 있었다. 프리우스, 스프레드시트, 파예 요거트, 신용 쌓기, 나파 여행, 자세 교정하기. _ p.55 “그 남자는 겨우 열아홉 살이야! 그 여자가 신입생하고 어울렸다고? 그럼 그 여자가 상위 포식자인 거 아냐? ... 그 여자는 스탠퍼드도 못 갔잖아... 그러게 안전하게 둘씩 짝을 지어 다녔어야지. ... “ 사람들은 그가 내 취약한 상태를 이용했다는 사실보다, 내가 내 발로 취약해졌다는 사실에 더 분노한 것 같았다. _ p.83 처음 보는 사람이 내 몸을 만지는 걸 원치 않았다는 말만으로도 충분했어야 했다. 나는 남자친구가 있고, 그래서 브록이 내 몸을 만지는 걸 원치 않았다는 말은 이상했다. 폭행을 당했는데 남자친구가 없다면 어떻게 되는 건가? 자율성이 존중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남자친구를 갖는 것뿐인가? 나중에는 내가 남자친구가 있으면서도 바람을 피운 게 부끄러워 강간이라고 떠들고 다녔다는 주장을 접하기도 했다. 어쨌든 피해자는 절대 이기지 못한다. _ p.112 여자는 솜씨 있게 일하도록, 민첩한 손가락을 언제든 놀릴 수 있도록, 그리고 마음을 놓지 않도록 길러졌다. ... 여자가 폭행을 당하면 사람들이 맨 먼저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는 “싫다고 말했나요?” 였다. 이 질문은 대답이 언제나 “네, 말했어요.”여야 한다고, 합의를 무효화하는 것은 여성의 일이어야 한다고 가정한다. _ p.137 뒷벽에다가 길쭉하게 선을 그어서 글자 하나가 6미터쯤 되도록 ‘아니오’라고 적고 싶었다. 친정에서 현수막을 늘어뜨리고 진분홍 풍선들을 날리고 싶었다. 모든 사람들의 상의를 끌어올리게 하고, 털이 북슬북슬한 배에다 ‘아니오’라고 페인트칠을 한 뒤, 아니오아니오아니오아니오아니오 파도타기를 하고 싶었다. 다시 질문해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백만 번 질문해보세요, 제 대답은 항상 그대로일 테니까요. _ p.270 나는 정의는 이런 모습일지 모른다고, 녹아서 뚝뚝 떨어지는 요거트를 들고 진이 빠져 있는 것인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_ p.374 어린 소녀는 영원히 어리지 않다. 그들은 강인한 여자가 되어 돌아와 당신의 세계를 파괴한다. (카일 스티븐스) _ p.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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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폭력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 피해자의 입장을 현실적으로 알 수있게 쓴 책입니다. 현 제도나 법 시스템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하나 피해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부족하고 얼마나 답답한지 깨닫게해주는 그런책 같습니다.감명깊게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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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밀러의 디어 마이 네임 리뷰입니다. 사실 읽는 내내 정신적으로 너무 힘이 들어서 빨리 읽지는 못했습니다. 현실에 여전히 많이 일어나는 일들이기도 하고, 잘 해결되지 못하고 피해자들에게 상처만 남고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읽는 내내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내가 힘든 것과는 별개로 정말 좋은 책입니다. 피해자들이 고통받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