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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이어 재밌는 책을 읽고 있다. 이 책도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는 바람에 일요일 오후,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다소 운명적인(?) 만남을 가지고 있는 책. 작년에 우리반이었던 학생이 있다. A군. A는 특별한 학생이었다. 굳이 단어로 설명하자면 애어른..? 말하는 투나 사용하는 단어, 좋아하는 노래, 책이 중학교 2학년 학생의 취향이라고 하기엔 어려운 것들이 많았다. A는 책을 많이 읽었는데 항상 그 학생의 책상 위에는 어려운 책들이 놓여있었다. 대통령의 역사, 뭐 이런 책들.. 쨌든 A군이 2학년 말 갑작스럽게 전학을 갔다. 그리고 1년이 채 되지 않았을 무렵 다시 우리 학교로 전학을 왔다. 3학년이 되고 다른 반으로 배정이 되었지만 여전히 내가 수업을 들어가는 반이었다. A를 교실에서 처음 만났을 때, 이 책을 읽고 있었다. 표지가 너무 예뻐서 요즘 나오는 소설책인줄 알았다. 그래서 자세히 봤더니 웬걸, 할매 어쩌구...? 음.. 싶었다. 그리고 정확히 그날 오후, yes24 홈페이지에서 이 책의 리뷰어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았고! 아이가 읽던 책이 어떤 책일지 궁금해져서(특히 A라는 그 특이한 학생이 선택한 책은 어떤 책일까 싶어서) 리뷰어 신청을 했고 운좋게 선정되었다. 만약 A라는 학생이 이 책을 먼저 읽지 않았다면 , 굳이 내가 서점에서 집어들 것 같지는 않았던 책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나는 이 책을 만날 수 있었음에 너무나도 감사하다. 왜냐, 너무너무 재미있기 때문이다! 할머니들의 밥집 이야기. 라고 하면 그냥저냥 설명할 수 있겠지만 막연히 밥집 이야기라기보단, 할머니들의 삶이 담겨 있는 책이다. 그리고 노중훈 작가의 글솜씨가 책을 읽는 내내 미소를 띄게 한다. 보통 책을 읽으면서 재밌어도 마음으로 웃곤 하는데(겉으로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로) 이 책은 읽으면서 중간중간에 미소를 짓다 못해 소리내서 웃기도 했다. 그만큼 노중훈 작가의 문체가 이 책의 매력을 더욱 높여준다.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 처음 실린 할머니의 사진을 보고 나도모르게 눈물이 왈칵 났다.
"국수 좀 그만 주세요"라는 멘트를 본 직후, 예상치도 못한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얼마전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때 난 직감했다. '아 이 책을 읽기가 힘들 수도 있겠다.' 몇 개월전 할머니를 하늘로 보내드렸는데 이 책에는 온통 할머니 천지이니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을 덮고 한동안 읽지 못했다. 그리고 며칠 뒤, 대낮의 서울 시내 한 카페 밝은 조명 아래서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다행히 울컥할 일은 없었다.)
노중훈 작가가 찾아간 27곳의 식당. 위 사진만봐도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어떤 느낌인지 바로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간판이 없는 곳은 기본이요, 전화번호가 없는데 예약 손님만 받는 곳도 있고, 들어가자마자 메뉴 없다며 나가라고 하는 식당도 있다. 하지만 노중훈 작가 특유의 입담과 재치 덕분에 할머니들도 이내 진수성찬을 꺼내오신다. 그리고 노중훈 작가가 먹은 밥들은 다 하나같이 먹고 싶게 묘사되어있다.
사진은 또 어찌나 잘 찍으시는지, 배고플 때 읽으면 안될 것 같은 책이다. 나는 다행히 점심을 두둑히 먹고 소화가 안될 지경까지 이르렀을 때 이 책을 봐서 식욕이 생기진 않았다.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사진 실력뿐만 아니라, 글솜씨에도 감탄할 수 밖에 없다. 위에도 이야기했지만 일단 문체 자체가 너무 재밌다. 그런데, 맛을 표현하는 것은 백종원 저리가라이다.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단어로 다채롭게 맛을 표현할 수 있는지. 내내 감탄하면서 읽었다. 반찬도 그렇고 국수도 그렇고 전골도 그렇고 어머니의 음식은 맑은 샘물 같고, 나긋한 살랑바람 같고, 가붓가붓한 새털구름 같고, 느슨한 면바지 같고, 보송보송한 차렵이불 같다. P. 31 가장 반가운 '엔트리'는 곱게 갈거나 길쭉하게 채를 치지 않고 납작납작 썰어 부친 감자전이었다.(중략) 내 입에는 무결점의 '마스터피스'였는데, 어머니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새로 한 판을 더 부쳤다. 첫번째 감자부침이 완벽하다 믿었던 내 철딱서니 없는 혀는 '세계신기록'을 경신한 두번째 감자부침에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튀기듯 부치지 않고 녹녹하게 마감한 녹두부침 또한 내 이상형과 일치했다. P. 82 군만두는 인상파 화가들도 흉내 낼 수 없는 노르스름한 빛깔로 시선을 강탈하고, 물만두는 물기를 머금은 촉촉함으로 윗입술과 아랫입술에 보습효과를 남기지만 찐만두는 이미 완성되기 전부터 보는 이의 애간장을 녹인다. 왜냐고? 찜통에서 격렬하게 피어오른 김이 묽은 안개가 퍼지듯 주변을 잠식해가는, 그 수묵담채화 같은 풍경이라니. P. 232 어떤가? 비록 간판이 없는 허름한 식당일지라도, 테이블이 하나 밖에 없는 비좁은 식당일지라도, 위와 같은 맛깔나는 표현을 보면 자연스럽게 이 곳이 어딜지 궁금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멕시칸 멸치국수 집도 너무 재미있었고, 경이로운 가격의 분식집 이야기도 인상깊었다. 저 분식집 뿐만 아니라 이 책에 소개된 대부분의 가게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가격에 장사를 하고 계신다. 간혹 비싸다고 느껴지는 집도 있었지만, 작가가 솔직하게 아무리 비싸도 이 가격에 나올 수 없는 퀄리티의 음식이 나옴을 이야기해준다. 국수 한 그릇에 4000원, 5000원. 일반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양이다. 이 할머니들, 양이 장난이 아니시다. 또 국수를 시켰는데 다른 메뉴가 쏟아지는 경우도 부지기수. 항상 국내여행을 하다보면 허름한 간판의 식당들은 괜히 꺼려졌는데, 다음엔 한 번 유의깊게 보고 지나가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다.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평화로웠다. 마치 고향 할머니집에 놀러가서 할머니랑 떠들고, 여유롭게 국내를 노닥거리며 돌아다니는 시간을 가진 듯했다. 다만 한 가지 속상한 것은, 이 좋은 가게들이, 부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지 않으셨으면.. 했다. 작가가 최근까지 방문한 가게들도 있었지만 아마 많은 식당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영향을 받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한 할머니의 말씀을 빌리자면 워낙 손님이 없고, 항상 단골손님만 와서 코로나의 영향이 그리 크지 않으셨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참 다행이다. 이 분들이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뿐만아니라 전국 방방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마치 할머니들을 짝사랑하듯 그들의 흔적을 찾아나서고 발굴해서 세상에 남겨준 노중훈 작가에게 너무너무 감사하다. 비록 그 식당에 가서 직접 밥을 사 먹은 것은 아니지만,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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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노중훈이 사랑한 할머니 식당 27곳'라는 책의 부제에 걸맞게. 이 책은 저자가 찾았던 전국의 곳곳에 숨어있는 ‘허름하고 낮게 엎드린 동네 식당들’과 ‘그 식당들을 오래 지킨 사람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고 나누’기 위해 쓴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맛집 책’이 아니라, ‘우리 이웃의 노동기로 읽히면 좋겠’다고 언급하고 있다. 저자가 찾은 이후 폐업을 하여 사라지기도 한 식당도 있으며, 대부분은 여전히 찾아오는 손님을 맞으면서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답사 여행과 입에 맞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안성맞춤의 내용이라고 여겨졌다.
이제는 여행을 다니면서 어느 지역이든지 식당을 찾고 검색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대개는 SNS를 통해서 검색하거나, 혹은 각 자치단체의 문화과에 연락을 하면 친절하게 ‘맛집’들을 소개해주곤 한다. 그렇게 추천을 받아 간 곳에서 만족을 한 적도 있지만, 딱히 특색이 없는 식단에 실망을 느꼈던 적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언제부턴지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이 나오는 식당을 발견하면 '나만의 식당 리스트'에 올리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목록은 여러 해 동안에 걸쳐 새로운 식당들의 이름이 첨가되면서, 이제는 여러 페이지에 걸칠 정도로 목록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간혹 지인들이 음식 추천을 요청하면, 그 식당의 음식이 내 입맛에 맞는다는 것을 전제로 이 목록에 있는 식당을 추천해주곤 한다. 대개는 나의 추천에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물론 만족하지 않은 사람들은 굳이 나에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은 여행작가인 저자가 전국의 곳곳을 다니면서, '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가게들에 담긴 음식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저자가 소개한 식당들이 전국에 산재해 있고, 음식의 종류나 가게의 위치 등을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모두 27곳에 달하는 '할매 식당'들을 네 개의 범주로 묶어 서술하고 있다. 가장 먼저 '아이고, 국수 좀 그만 주세요'라는 항목을 통해서, 6개의 가게들이 제시되어 있다, 제목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대체로 저자가 경험했던 국수맛을 잊지 못해, 한 번 혹은 여러 번에 걸쳐 방문했던 가게와 그곳을 지키는 어르신들의 사연이 소개되고 있다. 그중에는 ‘멕시칸 양념치킨’이라는 상호를 달고 있는 제주도의 가게에서 저자가 맛본 멸치국수에 얽힌 사연이 특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두 번째로 소개되는 '대낮의 막걸리 시퀀스’라는 항목에서도 역시 6개의 가게들이 언급되고 있는데, 막걸리로 대표되는 술의 안주거리로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라고 하겠다. 서울에서 멋보는 홍탁은 물론 전라남도 장성의 순대국밥 등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기에, 기회가 되면 꼭 찾아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겨울 후끈했던 한나절’이라는 세 번째 항목 역시 모두 6개의 가게를 소개하면서, 역시 전국에 산재한 다양한 가게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역시 7개의 가게들이 '여기가 아파서 안 되겠더라고'라는 제목으로 서술되고 있다. 이처럼 각각의 항목에 제시된 소제목을 통해서도 저자가 소개하려는 식당의 성격을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어느덧 문을 닫은 가게도 나타났지만, 저자가 소개한 곳들은 지금도 여전히 건강한 몸으로 식당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한다. 만일 해당 지역을 방문한다면 한번쯤 방문해보고 싶도록, 저자 특유의 맛깔스러운 필치로 소개하는 내용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물론 이 책에서 다루는 가게들은 전적으로 저자의 취향일 것이기에, 나처럼 각자의 입맛에 맞는 가게들의 목록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여겨진다.(차니)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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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지 않는 토요일 늦잠을 자는 호사를 마다하고 잠자리에서 일어나 라디오를 켠다.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시대에 주파수로 떠나는 여행을 선택하고 MBC라디오 '노중훈의 여행의 맛'을 듣는다. 방송을 들은 지 오래지 않아 방송 진행자와 소통하지는 못하였지만 오랜 청취자들과는 맛집을 찾아 함께 음식을 나누며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정감 있는 대화를 나누며 같은 자리에 앉아 음식을 함께 먹는 일은 관계 형성에 도움을 준다. 여행 작가로 여러 공간을 찾아 의미를 발견하며 책으로 엮은 ‘할매, 밥 됩니까’는 인연의 결과물이다.
40년 전 이승을 뜬 할매는 귀가 어두운 상황에서도 할매를 부르며 달려오는 손녀 소리를 잘도 알아듣고 반응하였다. 공부하느라 애썼다며 거친 손으로 손녀의 얼어붙은 볼을 부비며 등을 다독이며 온기를 선물하였다.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어 따스한 밥 한 그릇을 내놓던 할머니를 떠올리며 저자의 발품 따라 관록이 붙은 할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향한다. 애틋한 그리움이 덩이째 몰려드는 추억에 흠뻑 젖어 여행 작가가 사랑한 할머니 식당 27곳은 즉석 식품과 MSG를 넣은 음식과는 거리가 있는 건강한 한 끼로 충분했다.
생선을 노릇노릇 굽기 위해서는 프라이팬에 얹은 고기를 자주 뒤집어서는 안 된다는 할머니 말이 귓가에 쟁쟁한 것처럼 연륜만큼이나 일상에 배어 있는 손맛을 찾아 작가는 길 위에 섰다. 사는 것이 녹록치 않은 시간을 견디며 지내느라 힘든 서로에게 밥 한 술에 김장 김치 한 가닥 얹어 주며 고단한 시간을 공유했던 시절을 불러내 추억 속 음식을 찾아 작가는 떠난다. 어느 순간부터 요리 시연을 보이며 음식을 만드는 모습, 이름 있는 식당을 찾아 맛있게 먹는 이들 등을 담은 방송이 뜨자 너도나도 먹는 방송에 열광하며 지낼 때가 있다.
생계유지를 위한 식당 운영이지만 인정 많은 할머니들은 욕심 내지 않고 지난세월의 궤적을 녹여 감칠맛이 더하는 음식을 만들어 낸다. 길 위에 서서 어딘가로 향하는 여행 작가는 언젠가는 추억 속에 자리할 할머니들의 식당을 찾아 사람들의 질박한 삶을 살뜰히도 녹여낸다.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낮은 식당 문턱을 넘어 칼제비 한 그릇을 시켜 먹으며 살아가는 일상을 공유하는 소통의 시간은 서로에 대한 힘을 돋운다. 한곳에 오래 머물러 단골들이 주로 찾는 식당은 규모가 작고 허름하지만 켜켜이 쌓인 사람 냄새로 가득하였다.
사람들의 입맛이 일정하지 않아 맛의 균질성을 따질 수는 없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도 찾고 싶은 한두 개 쯤은 있을 것이다. 선암사에서 송광사로 오르는 산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만나는 보리밥집이다. 다리에 힘이 없어 산행이 힘들어지기 전 조계산을 찾을 이유 중 하나는 24년 넘게 한 자리에서 제철 나물과 보리밥을 정찬으로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밥을 먹고 가마솥 뚜껑을 열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숭늉으로 속을 데우면 산행의 피로가 확 풀리고 만다. 저자 역시 동네 터주 대감처럼 한 곳에 오랫동안 식당을 열고 장사하던 할머니들이 자취를 감추기 전 식당을 찾아 밀착 취재하며 할머니들의 구수한 입담을 생생하게 기록하였다. 음식을 준비하는 할머니와 주고받는 이야기에는 삶의 희로애락이 국수사리처럼 말려 있었다. 수돗물을 담아 끓여낸 맹물 국수, 갓 맛이 나는 냉이를 얹는 갓냉이 국수, 갈비 포를 뜨는 것에서부터 직접 띄우는 청국장까지 노부부가 자체 해결하는 명성숯불갈비 등 찾고 싶은 식당들이 늘어난다. 많이 먹는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국수를 만들어 준 비산국수집 할머니는 서울에서 왔다는 저자의 말에 국수 값에서 1,000원을 빼고 계산을 하였다니 그 인심에 웃음이 난다. ‘많이 줘도 아깝지 않고 행복해. 나중에 편안하게 갈 것 같아.’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에 아이들을 배불리 먹이고 자식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는 낙으로 살았다는 주인의 말에서는 베풀며 사는 기쁨이 깊숙이 자리한 듯하다.
아날로그 감성이 살아있는 방송에 심취할 수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초대 손님으로 나가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다 라디오 방송을 진행한 저자는 라디오에 빚진 것이 많다고 여긴다. 자신의 영역을 넘어 방송으로 소통한 청취자들에게 무엇이더라도 보은하고 싶은 마음에 애청자를 만나 밥 한 끼를 하였다. 39년째 순창의 작은 식당-칠보 식당-을 지키는 할매의 요리법 전수는 간간이 이어졌고, 다시 찾았을 때에는 후한 대접으로 식객을 전율케 하였다. 메뉴판 없이 가까운 시장에서 그날그날 장을 봐서 형편에 맞게 음식을 내는 성원식품이 각박한 서울에 온기를 뿜어내는 듯하다. 밤이 깊어가는 시간 성원 식품의 단골은 소주 한 병에 김치전을 곁들이며 출출한 배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헛헛한 마음까지 달래고 온다니 마음이 따뜻해져 온다.
점심시간에만 문을 열었다 닫는 정희식당은 3인 이상 주문과 전화 예약을 필수로 영업을 하는 식당이다. 가자미 찌개와 갈치 찌개를 주된 요리로 하는 17첩 한정식으로 만찬을 준비하는 식당 할매는 돈을 벌려는 생각은 접은 것처럼 보인다. 가자미 찌개 1인분에 1만 원인데 직접 손질하여 만든 반찬 가짓수가 열 가지가 넘는다니 놀라워 꼭 한번 찾고 싶어진다. 기술을 가르쳐준다고 해도 하려는 사람이 없다는 삼복당 제과점 주인의 말에는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무성한 잎을 달고 서 있다 떨어지는 잎들처럼 생명의 불꽃이 사위어가는 인생의 황혼에 접어든 할매들의 손맛은 여행자의 취재 글에 남아 우리는 음식에 공을 들이며 인생의 희로애락을 녹여낸 할매들을 기억할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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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에는 그 집의 역사가 담겨있다.
한국사람은 밥심이다. 아무리 아침에 빵을 먹고 콘푸레이크를 말아먹어도 한끼 이상은 찌개에 밥을 먹여야 든든하다. 칙칙폭폭 압력속의 추가 울리며 구수하게 밥짓는 냄새가 나면 마음이 푸근하고 편안해 진다. 유독 지치고 힘든 날, 엄마가 차려준 밥상을 받고 나면 어느 새 불룩해진 배 만큼이나 마음도 한결 여유롭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서 나이를 먹고 엄마가 되고 나서도 엄마 밥상이 늘 그립다. 나 중학교 다닐 적 우리집 단골메뉴 돼지두루치기, 반찬 없을 때 늘 올라왔던 말갛고 들큰한 양파볶음, 교복에 냄새가 배어 늘 짜증이 났던 청국장찌개 모두가 우리 집의 추억을 머금고 있다.
지금은 어느새 할머니가 된 엄마는 이제 손주들을 위해서 요리를 하신다. 그 중에서도 감자와 돼지고기를 크게 썰어넣고 고추장으로 맛을 낸 고추장 찌개와 으깬 호박과 연한 호박잎을 가득 넣은 된장찌개가 일품이다. 딸들은 할머니표 된장찌개를 먹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외가집에 가자고 조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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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드니 조금 투박하고 조금 깔끔하지 않아도 엄마 연배의 주인어른이 있는 식당에 가면 괜시리 마음이 푸근해진다. 왜일까. 아마도 만들어내는 자식을 먹이는 마음으로 만들어낸 밥상이라서 그런것이 아닐까? 한 평생을 고되게 사셨고 이제 나이가 많으신데도, 누군가 식당을 찾는 이가 있기에 아직 문을 여시는 분들. 그분들은 어떤 음식을 만드시고 계실까.
동네 어딘가에 작고 허름한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있는 할머니 식당, 그곳 식당의 할머니들의 이야기. 그저 세월에 뭍혀 사라질 공간과 이야기들을 여행작가 노중훈님이 【할매, 밥됩니까】 로 엮어 냈다.
小事를 귀히 여기는 한 여행작가의 大事
사실 이 책을 보고 싶었던 것은 숨은 맛집을 찾고 싶다는 욕구 때문이었다. 남들이 다 가는 곳 말고 진짜 숨겨진 곳을 찾아서 뿌듯한 만족감을 느껴보고 싶었다. 그런데 아래 작가의 말을 읽고 나서 바로 생각을 고쳐먹었다.
식당들을 찾아가 맛을 품평하려 했던 나의 마음속을 들킨 것 같아 조금 부끄러웠다. 그러고보니 이 작가분 평범하지가 않다. 할머니 식당만 다니면서 그분들의 사연을 전하는 여행작가라는 점도 특이한데, 그 사연을 노동기로 봐달라니.
작가에 대한 정보를 좀 찾아보니 20여년의 여행작가 경력에 라디오와 인연이 깊은 분이다. MBC 라디오 <굿모닝FM 김제동입니다>에서 목요일마다 <고독한 여행가>라는 코너에서 식당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한다. 그때 인연을 맺은 많은 식당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엮어진 것이 《할매, 밥 됩니까》 다. 왜 하고많은 식당중에 할매 식당일까.
스스로 작은 일을 큰 일로 여긴다는 인생철학만큼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작은 식당의 아주 작은 이야기들을 공공연하게 세상에 드러내는 큰 일에 대한 사명감이 있어서일까. 여튼 나는 그 사명감이 마음에 든다. 할머니들의 인생 이야기가 담긴 밥상을 받으며, 정을 느끼고 사람사는 냄새를 맡으며 느끼는 행복을 우리에게 나누어주고 싶어하는 그 마음이 고맙다.
투박한 할매 밥상을 생생하게 풀어낸 작가의 섬세함
변변한 메뉴판이 없는 곳도 많고, 달랑 국수나 라면인 식당도 있다. 좁은 식당 내부에 길쭉하게 짜 놓은 기다란 테이블이 전부인 곳도 있다. 이렇게 불편하고 불친절한 컨셉의 식당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동네 단골들이다. 특별히 잘 차리려 애쓰지 않아도 그저 하던 대로 무심하게 툭 차려준 음식들에서 손맛과 정이 느껴진다. 무뚝뚝하면서도 손님한테는 이것저것 다 퍼주시는 할머니들, 작가는 그런 할머니들의 밥상을 받으며 그분들의 인생사도 함께 받았다.
어찌보면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할매들과 그분들의 이야기를 맛깔나고 생생하게 풀어낸 것은 작가의 인성과 글쓰기 능력 덕분이다. 먼저 인성이라고 한 것은 할머니들의 마음을 열고, 메뉴에도 없던 귀한 반찬들을 얻어내는 겸손함과 인품때문이다. 어른들에게 이쁨 받는 분들은 대부분 싹싹하고 성격좋고, 겸손하지 않던가.
거기다가 글을 풀어내 솜씨가 참 생동감있다. 적절한 맛표현은 물론 할머니들의 구수한 대사를 살려 놓는 솜씨 또한 멋지다. 할매들이 내 뱉은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오랜 세월 터득한 철학이 오래된 장처럼 잘 숙성되어 있다.
따뜻한 밥 한끼가 그리운 날, 마음을 배부르게 채워주는 책
책을 다 읽고 나니 나도 어디 낯선곳에 있는 허름한 식당 들어가 할매가 차려주는 따뜻한 밥한끼 먹어보고 싶다. 생면부지의 손님으로 들어가 할머니의 손맛도 느끼고, 덤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까지 나누는 모습을 상상하니, 생각만으로도 참 정겹다.
아마 이 책의 작가도 책을 읽은 독자들이 이런 마음을 갖기를 원했을것 같다. 요란하게 달려가 맛이 어떠내 저떠내 하면서 급히 나가버리는 사람들말고, 식당 할머니하고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그분들에게 식당할맛을 느끼게 해주는 이쁜 손님이 될 마음가짐을.
이제 동네를 지나가다 보이는 허름한 식당, 변변치 않은 간판 하나 없는 곳들도 그냥 지나치지 말아야 겠다. 눈여보다가 내키면 한 번 들어가보기도 해야겠다. 또 누가 아는가. 그러다가 내 인생 최고의 엄마손 맛집을 발견하는 호사를 누리게 될지 말이다.
혹시 시골다방에서 육첩 반상을 대접받은 여행작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우리 집에 온 사람은 얼마든지 더 먹어도 된다는 식당 할매가 궁금하다면...
이 책 《할매, 밥 됩니까》를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이 글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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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음식을 소재로 한 컨텐츠 자체를 워낙 좋아하는지라, 허름해 보여도 은은한 온기와 할머니들의 손맛이 담긴 오래된 노포 27곳에 대한 책이라고 해서 바로 집어들어 읽기 시작했다. |
![]() 책을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표지가 온통 꽃천지였다. 흔히들 말하는 몸빼, 시골 할머니들의 일바지 원단과 다를 바가 전혀 없어 보였다. ![]() 정말 원단으로 만든 게 아닐까 싶어서 띠지를 벗기고 손으로 표지 앞 뒤를 쓸어보기까지 했다. 게다가 바탕색이 하필이면 내가 좋아하는 남색이니, 표지에서부터 마음을 빼앗길 이유가 충분했다. ![]() 표지를 넘기자 속지가 나왔는데 이것도 역시 꽃천지... 두 가지 색상의 점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꽃밭이었다. 분위기는 표지와 확연히 달랐지만 속지는 속지대로 부드럽고 은은하게 예뻤다. 아직 내용은 읽지도 않았는데 이미 마음이 반 넘게 넘어가버렸다. ![]() 차례에서도 챕터별로 색을 다 달리 사용해서 구분을 짓고 있었다. 네 가지 색 모두 눈에 잘 들어오면서 튀지 않고 조화로워서 좋았다. 새 책을 읽을 때 디자인을 맡은 회사를 눈여겨 본 적이 거의 없는데 이 책은 예외다. 기억해 둘 생각이다. ![]() 이 책은 맛집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보니 맛에 대한 이야기지만 객관적이고 묘사적이지 않고 다분히 주관적이고 서사적이다. 저자는 '들어가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작고 허름하고 낮게 엎드린 동네 식당들, 그 식당들을 오래 지킨 사람들, 그 사람들이 켜켜이 쌓아온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듣고 기록하고 나누는 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그 소사가 저에게는 대사였습니다. '할머니 식당'은 제게 우주입니다.' 그렇다. 이 책에는 우리나라 각지에서 작고 허름한 식당을 운영하는 많은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구성으로 실려있다. 겉모양만 봐서는 선뜻 들어갈 마음이 들지 않을 수도 있는, 간판도 제대로 달려있지 않은 그런 식당을 운영해서 자식들을 다 공부시키고 가족들을 건사한, 그 험난한 이야기들... 이 책에 나오는 할머니들은 하나같이 돈을 많이 벌기를 원하지도 않고, 손님이 너무 많이 오는 게 오히려 걱정되고, 마음에 맞는 손에게는 뭐 하나라도 더 주려고 하신다. 그러고 보면 음식의 진짜 맛은 음식에 있는 게 아니라 그걸 먹는 분위기와 정에 있지 싶다. 전화가 너무 많이 오는 게 싫어서 간판의 전화번호 일부를 일부러 떼었다는 정회식당, 나는 들어본 적도 없는 갓냉이동치미를 준다는 갓냉이국수, 신기한 모양의 일미만두, 저자가 책 곳곳에서 언급해서 읽는 내내 그 맛이 궁금했던 삼태기꽈배기 등에 손님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단지 맛이나 가격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 책 내용 중 성원식품 어머니의 말씀이 유독 마음에 남았다. "싼 걸 먹는다고 저렴한 사람이 아니야. 사람마다 가치가 있어." 이 책 곳곳엔 철학자의 명언 같은 할머니들의 말씀과 정신이 나타나 있는데, 모두 수십 년간의 노동으로 입증된 것들이어서 그런지 더 진정성 있게 느껴졌다. 어쩌면 저자는 음식을 먹으러 이 많은 음식점들을 다닌 게 아니라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고파서 다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야기 하나하나가 감칠 맛이 있었다. 다른 사진들은 큼직하게 컬러로 실어놓으면서 주소, 전화번호, 영업시간, 메뉴 등 가게의 정보가 나와있는 'MEMO' 페이지는 사진도 글씨도 희미하게 인쇄되어 있어서 뜻밖이었다. 알려는 주되 잘 알아볼 수 있게 알려주지는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인가 하는 의심이 들어 이게 광고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맨뒤에 찾아보기 페이지에 지역별 할머니 식당에 대한 간단한 정보가 따로 나와있는 것이 어찌나 다행스러웠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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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성시경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이현주 기자와 함께 패널로 출연해 각지의 산해진미를 소개하며 맛깔나는 입담을 과시했던 노중훈 작가! 꽤 늦은 시간에 생생하게 묘사되던 불꽃튀는 야밤 음식 대결이 꽤 흥미로워 꼭꼭 챙겨듣던 기억이 있는데, 섬세하고 온정 충만한 그의 필력을 애정하는 독자로서 이번 신간도 지나칠 수 없었다. 여행작가 노중훈 님의 신작, '할매, 밥 됩니까'. 제목에 등장한 '할매'라는 키워드를 상징하는 화려한 잔 꽃무늬 표지를 보자마자 웃음이 번진다. 정겨운 제목부터 수더분하고 인간미 폴폴 풍기는 그의 이미지와 정말 찰떡궁합이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책은 맛집 소개 도서가 아니다. 굳건히 뿌리 깊은 나무처럼 한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성실하게 살아온 우리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 정겨운 이웃들의 땀방울이 녹아있는 책이다. 손에 물 마를새 없이 억척같이 자식들을 길러내고, 주머니가 가벼운 이웃들의 마음과 배를 채워준 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물론, 인정 듬뿍 할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도 가득하기에 더욱 맛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어느 후미진 도심 또는 시골 골목에서 마주할 법한 남루하고 볼품없는 키 작은 식당, 비좁고 촌스러운 내부, 단출한 메뉴 몇 가지, 투박하지만 소담스러운 음식, 다소 퉁명스럽고 무뚝뚝한 응대, 20세기 후반에서나 볼 법한 가격까지! 맹렬한 자본주의의 정점에 서 있는 지금의 시대적 분위기에 역행하는 묘사들이다. 이윤보다는 본인의 신념을 고집스럽게 지켜나가는 모습에 가끔씩은 타협해도 좋으련만 싶기도 하지만 그런 뚝심과 우직함이야말로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자식들을 키워낸 원동력이었으리라! 한평생 젊음과 노력으로 일궈낸 삶터는 소비자들의 외면, 건강상의 이유, 재개발 등 다양한 상황과 맞물려 더 이상 명맥을 잇지 못할 위기에 처해 안타까움을 더하기도 했다. 책을 덮으며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푸짐한 칼국수 한 그릇, 구수한 된장국 한 사발, 달달한 술빵과 꽈배기가 유난히도 그리워져 아련한 어릴 적 추억마저 자동 소환됐다. 코로나가 걷히고 자유롭던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마음에 담아둔 식당을 찾아 할머니의 손맛을 느껴보고 싶다. 쌀쌀해진 날씨에 마음까지 헛헛해지기 쉬운 이 계절, 따끈한 온기를 채울 수 있는 도서로 추천한다. - 본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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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밥 됩니까
행색이 초라하다. 간판이 없고, 종이에 프린트된 고산집, 국수, 콩나무국밥 세 줄이 식당의 정체성을 수줍게 드러낸다. 테이블 3개가 놓인 내부 바닥은 기울었고, 에어컨은 당연히 없고, 선풍기만으로 염천의 계절을 건넌다. 뜨내기가 외지인이나 관광객이 선뜻 들어오기 어려운 분위기를 짙게 풍긴다.(57면)
역시 혼자 와서 비빔국수 한 그릇을 청한 중년 남자. 국수 퍼 담는 어머니를 보더니, 벌떡 일어나며 한숨을 내쉰다. “아이고, 또 저런다.” 계명대학교 대명캠퍼스 후문 바로 앞에 자리한 비산국수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설왕설래의 풍경이다. “아니 왜 이렇게 손이 크세요?” “많이 줘도 아깝지 않고 행복해. 나중에 편안하게 갈 것 같아.”(73면)
여기가 진짜다. 재료의 단출함과 간결함. 물, 콩나물, 소금 이외에 어떤 것의 도움도 받지 않는다. 멸치 육수도 다진 마늘도 국간장도 다진 파도 깨마저도 진입을 불허한다. 어머니의 콩나물국은 유독 맑고 깨끗하고 시원하다. 너무 시원해서 축농증이 해결되고, 막힌 하수구도 뚫을 것 같다. 어머니, 할머니들의 내공과 손맛, 넉넉한 인심은 감히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고 체인 음식점들은 절대 따라갈 수가 없다. 노포의 할매, 어머니들은 이른바 한창이던 시절, 지역의 숨겨진 맛집으로 종횡무진하다가 이젠 조용히 강호를 떠나 초야에서 묻혀 지내는 은둔 고수들이다. 하지만 노포 고수의 손맛은 결코 숨길 수가 없는 법이다. 아는 이들, 단골들만 꾸준히 찾아서 그 맛을 즐길 뿐이다. 저울로 측정한 계량된 량과 레시피로 맛을 흉내 내 보지만, 오래된 경험의 눈대중과 손대중은 저울과 각종 계량된 조리 도구들을 무색하게 만들어 버린다.
나는 허름한 식당에 친밀감을 느낀다. 식당의 간판이나 건물 분위기를 밖에서 한번 쓱 훑어보면 그 맛을 짐작할 수 있다. 가게 이름이 촌스럽고 간판이 오래돼서 너덜거리고 입구가 냄새에 찌들어 있는 식당의 음식은 대체로 먹을 만하다. 이런 느낌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어긋나지 않는다. 낯선 지방의 소도시에 가서도 나는 간판의 느낌으로 밥 먹을 식당을 골라낸다. 계통이 없는 수많은 메뉴를 유리창에 써붙인 집은 잘하는 집이 아니다. 음식을 잘하는 집은 자신 있는 메뉴 두어 개로 중심을 잡고 거기에 딸린 반찬들을 준비한다.(김훈, 라면을 끓이며, 문학동네, ~12면)
<할매, 밥 됩니까?> 이 책에 나오는 집들이 대개 김훈 작가가 말한 허름한 식당들이다. 이 책에는 정말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 꼭 가서 먹어보고 싶은 우리나라 각지의 대표 노포의 음식들이 가득 들어 있는데, 여기에 노중훈 작가의 입담이 가미되어 더욱 군침을 돌게 만든다. 그의 입담은 정말 구수하다. 그는 음식을 입으로 풀어낸다. 그가 하는 라디오 방송의 음식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손에 메모지를 들고 그가 말한 어느 지역의 어느 맛 집, 또 어느 지역의 유명한 집, 메모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맛있는 거 먹는 걸 참 좋아했고, 한 때는 일부러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들을 찾아다니며 맛집 탐방을 하기도 했었는데, 언제부턴가 식탐이 사라져 버렸다. 아마도 거짓 맛집에 속은 탓이 큰 것 같다. 맛 집 탐방은 진짜 맛집도 있었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곳들이 더 많았다. 잘못된 곳을 찾아간 것이다. 속을 보지 않고, 겉만 보고 간 것이다. 진짜는 다른 곳에 있었는데, 가짜를 진짜로 착각해서 들어갔다가 실망을 하게 되고 식욕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이젠 직접 입으로 먹는 것 보다 귀로 듣고, 눈으로 음미하는 맛집이 더 좋은 것 같다. 물론, 우열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그럼 입도, 눈도, 귀도 즐거우면 될 것이다. 사실 맛있는 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할매 밥 됩니까 책 제목부터 무척이나 정겹다. 그 곳에 갈 일이 있다면, 찾아서 먹을 것이고, 갈 일이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갈 곳들이 생겼다. 전국 27곳을 다 돌려면, 시일이 제법 걸릴 것 같다. 우선은 가까운 곳부터 가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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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제목이 <할머니, 밥 돼요?>가 아니고 <할매, 밥 됩니까>라는 점이 투박하면서 친근하다. 사전을 찾아보면 할매는 충청도,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에서 쓰는 방언이라고 한다. 아니 그럼, 서울/경기와 제주도(할망)를 제외하고 우리나라 어디서든 친숙하게 사용하는 호칭이 아닌가. 깍쟁이스럽지 않아 좋다. 표지의 꽃무늬도 뭔가 정겨운데, 우리네 할매들이 즐겨 입는 몸빼 바지에서 많이 본 무늬 같다고 느끼는 건 나뿐은 아니지 않을까? (디자이너의 의도일지도!)
노중훈 작가님은 들어가는 글에서 라디오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다. 라디오를 통해 노작가님을 알게 된 독자로서 새삼스레 반가웠다. 그리고 라디오만큼이나 노작가님이 사랑하는 것은 바로 할매의 식당들. SNS의 말투를 보면 살짝 무뚝뚝할 것 같은 노작가님도 단단한 내공의 할매들 앞에서는 완벽하게 무장해제. 책에는 전국 방방곡곡의 27군데의 식당이 등장한다.
들어가는 글에서의 고백대로 한 꼭지, 한 꼭지 할매와 식당에 대한 애정이 절절히 넘쳐나는 글이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단순히 식당을 소개하는 글이 아니다. 그 속에서 살고 있는 한 사람의 삶이 글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너무 속상하게도 취재와 집필과 출간의 간극 때문에 할머니의 건강이 쇠해져 지금은 더 이상 운영을 하지 않는 곳도 있고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체력, 박한 이문 때문에 매일을 고민하는 주인장의 모습도 보인다. 당장 강원도, 경상도까지 가지 못하더라도 책에 소개된 식당 중 우선 수도권에 있는 공간만이라도 하루빨리 방문해보고 싶다. 노작가님이 당부하신 대로 음식에 대한 품평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찾아가 복스럽게 먹고 올 것이다. 우리 할매들이 지치지 않기를. 그리고 할매의 식당을 찾아가는 작가님의 여정이 (코로나 19의 위험이 가신 후에) 계속되어 단단한 아카이브를 이루어내기를.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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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정겨운 책이다. 할매요~~ 밥 됩니까?~~하고 찾아 다닌 식당들의 이야기라니. 저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건 기분 탓일까. 여행작가로 살아온 저자는 할머니들이 운영하는 식당을 찾아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눈다. 왜 하필 할머니들이 운영하는 식당 이야기일까 궁금했다. 누군가에게는 유명하지도 않은 작고 허름한 동네 식당일 뿐이지만 여행작가인 저자를 만남으로써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식당이 된 것 같다. 책을 읽을수록 할머니가 주인인 식당에는 맛은 물론이고,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따뜻함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식당을 꾸려가는 할머니의 노동기는 무척이나 숭고하다. 돈을 벌기 보다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대접하기 위해 힘들어도 식당을 꾸려가고 있다는 대답이 많았다. 이처럼 긴 시간을 일해온 그녀들의 몸이 말썽을 일으키기 시잔하고, 이제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식당들도 있을 것 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책으로 남겨져 있으니 다행스럽다. 각 지역의 동네 식당들이 서로 다른 메뉴를 뽐내며 책을 장식하고 있다. 뛰어난 손맛으로 국수도 여물게 말아내고, 맛깔스런 반찬도 가득하다. 세월의 노고가 묻어있는 손끝으로 만들어내는 음식은 뭐든 다 맛있을 것 같다. 식당 이야기라 그런지 음식 사진과 이야기가 대부분이라가 밤에 읽기가 무척이나 괴로운 책이다. 음식 맛 표현도 역시 작가는 다르구나 싶을 정도로 진짜 내가 먹고 있는 것 처럼 표현해낸다. 열롱한 그림방울이 둥둥 더 있는 국밥은 나를 괴롭게 했고, 소박한 국수조차도 야식을 참고 있는 나를 유혹했다. 앙칼지지않고 순한맛의 열무김치 맛도 궁금하다. 책을 읽다보니 생각보다 저렴한 음식의 값만큼 식당을 꾸려가는 할머니들의 노고가 더 숨어 있다는 것을 안다. 저렴한 칼국수집, 빵집, 도너츠집에 이르기 까지 긴 세월을 한자리를 지키며 식당을 꾸려나가는 이런 식당들에 관심을 가지고, 책까지 만들어낸 저자의 노고에도 박수를 보낸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