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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닮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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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같은 오늘에 만족하면서 다른 오늘을 살기를 바란다. 뭔가 대단한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건 아니다. 그저 조금은 다른 삶, 조금은 의미 있는 삶을 갈망한다. 그렇다면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저마다 추구하는 게 다르겠지만 중요한 존재가 되고 싶은 삶인지도 모르겠다. 최규석의 단편집 『소설이 곰치에서 줄 수 있는 것』를 읽으면서 소설 속 인물이 원하는 삶도 비슷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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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같은 오늘에 만족하면서 다른 오늘을 살기를 바란다. 뭔가 대단한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건 아니다. 그저 조금은 다른 삶, 조금은 의미 있는 삶을 갈망한다. 그렇다면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저마다 추구하는 게 다르겠지만 중요한 존재가 되고 싶은 삶인지도 모르겠다. 최규석의 단편집 『소설이 곰치에서 줄 수 있는 것』를 읽으면서 소설 속 인물이 원하는 삶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표제작 「소설이 곰치에게 줄 수 있는 것」의 주인공 곰치는 떼인 돈을 받아주거나 배우자의 불륜 증거를 수집하는 일을 한다. 상대에게 욕을 하거나 위압하는 게 일상이다. 그런 그가 우연하게 소설 합평에 참여한다. 소설을 쓰는 이들의 모임에서 그는 학상시절을 회상한다. 심부름센터의 곰치가 아닌 문예반에서 자신의 글이 일등이었던 때가 있었다. 곰치는 그때의 스승을 찾으면 다시 책을 읽는다. 곰치가 아닌 ‘차석주’로 살았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일까. 아니, 이제라도 ‘차석주’로 살고 싶은 간절함인지도 모른다.

 


 

 

곰치가 살아온 세상은 늘 이랬다. 아픔의 이유를 생각하는 것도 부질없었다. 그러는 동안 심장은 밤 껍질처럼 단단해졌다. 발목에 숨겨 놓은 잭나이프로도 그것은 베어지지 않았다. (「소설이 곰치에게 줄 수 있는 것」, 20쪽)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나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 그건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무언가 놓치고 잃어버렸다는 걸 인식했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돌이킬 수 없는 삶에 대한 후회가 밀려올 뿐이다. 사라진 아내를 찾는 과정을 담은 「회전초」 속 남편과 아내가 그러하다. 앞만 보고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삶을 행복하지 않았다. 아내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믿었다. 사람을 찾아주는 사설업체에 의뢰를 하고 아내에 대해 알아가는 동안 남편은 그제야 느낀다. 아이를 잃은 상처를 위로하기는커녕 서로를 힐난하고 회피했던 지난 시간을. 처음 아내를 만났던 순간, 함께 그림을 보고 아내의 글을 읽고 감상을 말해주던 순간의 감정들. 어쩌면 우리도 소설 속 아내와 남편처럼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괜찮지 않으면서도 괜찮은 척, 나아지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언젠가 지금보다 나아지면 다 잘 될 거라고 미루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럼, 어제만큼만 살아도 충분하다고 말해도 괜찮은 걸까. 하긴 어제만큼 살기도 힘든 세상이다. 코로나19의 시대에서는 특히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모든 걸 통달한 이들을 찾는다. 그들에게 뭔가 특별한 가르침이 있을 것 같으니까. 「할슈타트에서 온 절대 무공」속 ‘나’가 스스로를 고수라 말하는 노인에게 반하는 것처럼. 틱장애가 있는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낸다. 어릴 적부터 잘 알던 형의 운영하는 태권도 도장에서 절대 고수를 만난다. 노인은 형에게 대결을 청한다. 노인의 사상에 빠진 나는 그 대결을 성사시킨다. 고수는 진정한 고수였을까. 자신을 믿었던 노인에게는 그럴지도.

 

고수는 절대 튀지 않는다. 진짜 절대 무공은 아주 평범한 모습으로 우리 사이에 숨어산다. ( 「할슈타트에서 온 절대 무공」, 40쪽)

 

이 단편은 노인과 형의 대결의 결과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큰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가 우연하게 만난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챙기는 혜영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혜영 역시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면서도 길고양이를 돌보는 일을 한다. 동네 사람들은 길고양이의 중성화 수술에 대해 관심이 없고 그저 고양이들이 사라지기만을 바란다.

 

난 진실을 말하는데 사람들은 관심조차 없어요. 하지만 이해는 해요. 진실이란, 사실이 아니잖아요. 각자 믿고 싶은 것을 말하는 거지. ( 「할슈타트에서 온 절대 무공」, 58쪽)

 

각자 믿고 싶은 것들을 말할 수 있다면 그건 좀 나은 삶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다가 우리는 믿고 싶은 것들을 감추거나 말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일까. 제목의 ‘곰치’ 대신 나의 이름을 넣어 보았다. 소설이 나에게 주는 건 무엇일까. 더 많은 삶, 더 많은 이야기, 그것들을 통해 때때로 안도하며 숨겨두었던 감정들과 마주한다.

 

r*********s 2021.05.11. 신고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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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낭독리뷰] 소설이 곰치에게 줄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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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치가 살아 온 세상은 늘 이랬다. 아픔의 이유를 생각하는 것도 부질없었다. 그러는 동안 심장은 밤 껍질처럼 단단해졌다. 발목에 숨겨 놓은 잭나이프로도 그것은 베어지지 않았다." 20쪽   이상하리만치 곰치의 세상이 작가의 세상이 아닐까 싶은 기분이 떠나질 않았다. 지리멸렬한 삶은 아닐지 몰라도 뭔가 생기는 죽은, 어쩔 수 없는 삶 같은 곧 부서질 듯 바스락거리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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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치가 살아 온 세상은 늘 이랬다. 아픔의 이유를 생각하는 것도 부질없었다. 그러는 동안 심장은 밤 껍질처럼 단단해졌다. 발목에 숨겨 놓은 잭나이프로도 그것은 베어지지 않았다." 20쪽

 

이상하리만치 곰치의 세상이 작가의 세상이 아닐까 싶은 기분이 떠나질 않았다. 지리멸렬한 삶은 아닐지 몰라도 뭔가 생기는 죽은, 어쩔 수 없는 삶 같은 곧 부서질 듯 바스락거리는 건조함이랄까. 어쩜 내 삶이 그럴지도 모르고.

 


 

 

어쨌거나 내겐 쉽지 않은 소설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한데 아이러니 한건 음습하진 않지만 어두운 공기를 잔뜩 묻힌 짤막한 이야기들 속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단편이라 호흡도 짧게 단숨에 읽게 되는 소설이다. 그리고 소설 전체에 밑간처럼 베여있는 '문학'이라는 양념이 작가의 또 다른 삶의 공기였다는 걸 책장을 덮은 후에 알았다.

 

"진실이란, 사실이 아니잖아요. 각자 믿고 싶은 것을 말하는 거지." 58쪽

“우린 기억하기도 힘든 세세한 원인을 종일 서로에게서 찾았고 가장 아파할 만한 말만을 골라 상대에게 던졌다.” 98쪽

 

등장인물들의 팍팍한 삶에서 독자는 자신의 삶을 투영한다. 그래서 더 가슴에 박혀 조금씩 밀려 들어가는데도 아프기는커녕 위로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회전초>의 기다리는 넋을 놓고 기다리는 아내가 작가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황당한 상상도 해본다. <달 뒤편에서의 조식>은 꽤나 몰입도 높게 읽었다. 아파트 철문 뒤에 갇혀 강 건너 김 씨에게 자장면을 배달 시켜주던 그녀가 생각나기도 하면서 뭔가 일어나길 바라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 민족에게 초상이 왜 축제로 인식되는지 모르겠지만 삶의 마지막에 축제로 기억된 장면이 엉뚱한 파편이었다 해도 관계없을까? 그렇게 축제처럼 황홀한 풍경의 주인이 자신이 아니었음을 확인해 버린 김장억의 축제는 도대체 누구와 기억되어야 할지 안타깝다.

 


 

 

어쩌면 작가에게 오롯이 작가로서의 삶을 살지 못하는 일에서 더 많은 이야기가 뭉쳐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회전초>가 자전적 소설이라면 말이다. 얼개의 촘촘함, 메타포의 상징이나 감정이 글자에 녹아들지 않게 하거나 활자의 뜨거움이 식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상상도 못할 고작해야 책 읽고 서평을 꿀쩍거리는 내 수준에서 본다면 글을 쓴다는 일이 어떤 감각을 만드는 일인지 솔직히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이 소설이 갖추어야 할 문학적 상징이 얼마나 담겨있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내 입장에서 좋은 소설이란 몰입해 재미있게 읽으면 그만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렇다.

 

하지만 직장인으로, 소설가로 이중적 삶을 살아내는 일이 마치 소설에 등장한 담벼락 안과 밖의 삶처럼 어쩌면 상상할 수 없어서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부럽다. 여하튼 이 소설이 곰치에게는 어떤 것을 주었을지 모르겠지만 내겐 이중의 삶을 꿈꿔 볼 작은 용기를 줬다.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c********u 2021.03.30.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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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9. 소설이 곰치에게 줄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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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원하는대로 이루어지는 깡꿈월드입니다.         아무 걱정없는 어린이처럼 꿈꿀 수 있다면,   어릴 적 나로 돌아가 다시 꿈을 가질수 있다면,   어른이 된 나는 그 꿈을 잡을수 있을까요?           639. " 소설이 곰치에게 줄 수 있는 것 " 입니다.                 곰치는 꿈이 없었다. 아니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꿈을 가지고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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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원하는대로 이루어지는 깡꿈월드입니다.

 

 

 

 

아무 걱정없는 어린이처럼 꿈꿀 수 있다면,

 

어릴 적 나로 돌아가 다시 꿈을 가질수 있다면,

 

어른이 된 나는 그 꿈을 잡을수 있을까요?

 

 

 

 

 

639. " 소설이 곰치에게 줄 수 있는 것 " 입니다.

 

 

 


 


 

 

 

 

곰치는 꿈이 없었다. 아니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꿈을 가지고 살아가기에 현실은 너무 각박했기에

 

그저 자신의 몸으로 할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

 

어느 순간 나쁜 세계에 몸이 담궈져 있었다.

 

흔히 말하는 "양아치" 그것이 곰치의 직업명이었다.

 

 

 

남의 약점을 잡아 협박하고, 뒤를 캐서 돈을 뜯으며

 

자신의 주머니를 조금씩 채워가던 어느 날.

 

고시원 건물 게시판에 붙어 있는 광고지를 보게 되었다.

 

 

 

 

 

 

게시판을 들여다보던 곰치는

 

잊고 있던 자신의 어린 날과 마주하게 된다.

 

자신의 손에 쥐어진게 칼이 아니라 펜이라면

 

두려움으로 상대방을 울리는 것이 아니라,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만들수 있을까?

 

 

 

 

 

 

 

다른 사람의 눈물을 먹고 사는,

 

다른 사람의 불안을 먹고 사는 곰치에게 꿈은 사치였다.

 

그런 그가 꿈을 품는다는 것은 자멸을 택하는 것과 같았다.

 

이미 오십이란 나이를 매고 살아가고 있는 곰치에게

 

새로운 꿈을 꾸기엔 시간이 늘 모자랐다.

 

 


 

 

 

그래도 곰치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미 늦었다고 정신 차리라는 주변의 걱정 섞인 참견에도

 

꿈을 놓치지 않고 잡았다.

 

더이상 작은 후회들이 모여 큰 미련이 되지 않도록,

 

곰치라는 이름 안에 숨겨져 있던

 

차석주라는 진짜 자신의 이름을 찾아나섰다.

 

 

 

 

 

 

" 소설이 곰치에게 줄 수 있는 것 "의 작가님은

 

직장 생활 5년 차, 홀로 회사로 가던 중에

 

인적 끊긴 시골 교차로에서 마주한 촌가 창문의 누르스레한

 

빛을 보고서 무언가 되고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아마 그 빛은 꿈을 잃은채 살아가던 한 집안의 가장에게

 

내려진 구원의 빛이 아니였을까?

 

 

 

 

 

 

 

 

나에겐 이 책이 그런 빛이 되어 주었다.

 

나 자신보다 나를 꾸며주는 스펙에 더 집중했던 내게

 

잊고 있었던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아무것도 가진게 없어도 너로서 충분하다고.

 

무엇을 증명해야 가치있는 삶이 아니라

 

살아있기에 가치있는 삶이라고 말이다.

 

 

 

 

 

 

곰치처럼 살아왔던 삶 위에 잊고있던 나의 이름을 불러주신

 

작가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 좋은 책 보내주신 최석규 작가님 너무 감사합니다.

 

 

 

 

 

 

 

h********0 2021.05.07.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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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곰치에게 줄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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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강력 추천하는 단편소설책이 나왔다. 이런 책이 널리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바란다. 오랫만에 재밌게 읽은 단편 소설이다. 기본적으로 단편 소설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단편소설은 대게 미완성인 경우가 많고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다가 뒷심이 약해지면서 마무리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매우 강한 소재를 이용하여 충분한 흥미를 주었다. 단편소설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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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강력 추천하는 단편소설책이 나왔다. 이런 책이 널리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바란다. 오랫만에 재밌게 읽은 단편 소설이다. 기본적으로 단편 소설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단편소설은 대게 미완성인 경우가 많고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다가 뒷심이 약해지면서 마무리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매우 강한 소재를 이용하여 충분한 흥미를 주었다. 단편소설을 좋아하지 않던 나또한 다음 문단이 궁금해 견디지 못할 정도로 재밌게 읽었다. 총 8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는 이 책은 얇은 두께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읽으면서는 감탄했다. 한 명의 작가가 글을 작성했다고 보기에 놀라울 만큼 소재의 스펙트럼이 넓다. 나 또한 어디에도 투고하지 않은 몇 편이 단편 소설과 장편 소설이 있다. 때문에 소설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다. 재능있는 사람의 글은 세상으로 크게 발현되야 한다.

책의 제목은 이 단편 모음집에서 소개되는 첫 번 째 소설의 제목이다. '소설이 곰치에게 줄 수 있는 것'이라는 알듯 말듯한 제목은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책에서는 '살인'이라는 흔한 소재를 디테일하게 소개했다. '이런 부분은 어떻게 아는거지?'하는 생각에 예전에 봤던 '우리동네'라는 스릴러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다. '짧지만 강한 디테일함'. 예전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었다. 그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는 '살인'이다. 추리 소설에서는 흔할 수 밖에 없는 소재이지만 그러다보니 너무 쉽게 디테일함이 사라지기도 한다. '살인 현장은 구름 위'에서도 실망했던 이유는 너무 흔한 살인과 죽음 때문이다. '죽음'과 '살인'은 이야기를 끌어가야 하는 소재에 불과하기 때문에 디테일이 생략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추리'가 목적이기 때문에 어쩌면 집중하고 싶지 않은 부분에 힘을 뺐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소설처럼 길지 않은 몇 문장만으로 충분히 그 디테일을 살릴 수 있지는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에서는 '툭, 툭'하고 뱉는 몇 몇의 문장만으로 깊이 있는 감정이입이 가능하다. '칼을 이용하여 살인을 할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디테일' 그 과정을 지리하게 끌지도 아주 가볍지도 않게 '툭' 던진다. 모든 소재의 주인공의 직업이나 성격은 일반적이지 않고 확실한 특색을 가지고 있다. 가령 '지하철 안전문을 고치는 직업'이라는 일반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직업들이 나오기도 하고 '편의점 도시락을 리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그 밖에 등장인물 모두가 확실한 특색을 가지고 있고 개성이 있다. 이렇게 생동감 있는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어디에도 중복되지 않는다. 짧은 단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듯이 표현했다. 책을 읽으며 가장 궁금했던 것은 과연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하는 생각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소설가들의 소설 또한 많이 읽었다. 물론 그렇게 이름 난 소설가들의 작품 또한 훌륭하다. 하지만 이 소설 또한 몹시 훌륭하다. 어떤 '유명인'의 초기 '무명시절'을 알게 됐다는 확신이 든다. 소설가 최석규 님은 언젠가 그 빛을 발할 것이다.

책에서 아쉬운 부분은 몇 가지가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분량이다. 앞서 말한대로 이 책은 단편소설이다. 좋은 소재와 훌륭한 표현력 그리고 생동감있는 인물들로 충분히 장편 소설이 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소설이 어김없이 단편소설이라는 점은 맛있는 음식을 못내 다 먹지 못한 듯 입맛을 다시게 했다. 그 부분이 아니라면 흠잡을 만한 부분은 없다. 나의 리뷰는 항상 책의 내용을 담지 않으려 노력한다. 독후감이란 '줄거리 요악'과 다르게 읽고 난 뒤의 나의 소감을 적는 일이다. 그런 이유로 될 수 있으면 이 책의 줄거리를 적는 일을 피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책의 소개를 모두 하지 못하는 것은 못내 아쉽다. 다만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누군가들의 리뷰에서 쉽게 간단한 요약을 확인 할 수 있으니, 그 몫은 그 쪽으로 넘긴다.

책에서 인상 깊은 점은 등장인물 중 어느 누군가는 '작가'라는 사실이다. 이 부분은 작가 님의 의도가 있는지 혹은 그의 무의식의 반영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등장인물의 대부분은 '글쓰기', '그림그리기', 그도 아니면 '리폼하기' 등을 한다. '책'과 '글'이 어김없이 소재에 이용된다. 소설을 읽다보면 아무리 그냥 지어난 허구적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작가의 사상과 생각이 글에서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가 의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여성권리'에 의식을 갖고 있는 작가의 글은 분명 그 사상을 담게 되고 정치적으로 특정 방향을 갖고 있는 작가의 글은 분명 어느 부분에서나 투영된다. 이 책에서 자꾸만 '작가'가 등장하는 것은 그의 무의식 혹은 의식이 '글쓰기'에 상당히 애정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든다.

소설은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를 담을지 모르더라도 분명 작가의 배경상식과 사색의 깊이를 알 수 있다. 책이 어느 부분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천재 물리학자 마이어가 증명한 열역학 제1법칙과 두참사상의 바이블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되려다 아깝게 탈락한 '천지량해법'에 관한 구절이 나온다.

'열역학 제 1법칙'은 에너지는 창조되지 않고 파괴되지도 않으며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바뀔 뿐이다. '천지량해법'에는 세상의 모든 기의 총량이 태초부터 정해져 있다는 말이 있다. 동서양의 이론을 보자면 누군가의 생명은 다른 누군가의 생명을 취함으로써 유지되게 되어 있다. 나의 생명의 연장은 다른 동,식물의 생명을 취함으로써 연장된다. '소설'이란 허구에서는 배울 것이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구절을 읽으면서 매우 중요한 삶의 어떤 부분이 깨친다. 예전에 만화영화에서 악당은 무고한 이들의 생명을 취해 자신의 생명을 연장했다. 만화적 허구라고 생각하는 생명을 취한다는 내용은 실제 우리가 매일 같이 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우리가 생존하고 있다는 것은 어느 누군가의 생명을 꾸준하게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침에 먹었던 어떤 동물과 식물의 생명을 취해 나의 생명을 연장 시킨다. 우리의 생명은 나의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것을 취한 것이다. 그것을 빌려왔던 빼앗아왔던 그것은 태초에 나의 것이 아니었다. 열역학 제 1법칙과 총량의 법칙처럼 우리가 누군가의 기회를 매순간 앗아가고 있다면 항상 소중히하고 감사해야 하며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 남을 해치거나 피해를 주는데 그 에너지를 사용할 것이 아니라 베풀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통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데 활용되게 해야 할 것이다.

책은 200쪽도 되지 않는 책이지만 가볍게 킬링타임으로 읽을만큼 허접하지 않다. 되려 나는 설 연휴 기간 아이들과 그 전쟁을 치루면서 헛되게 지나간 문장을 다시 돌이켜 읽을 정도로 정성을 기울여 읽었다. 그러다보니 이 짧은 소설을 읽는데 자그마치 4~5일이 걸린 샘이다. 부디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작가 님의 대성도 기대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k*******4 2021.02.1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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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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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규 작가님의 작품 8편을 수록한 소설집입니다. 역시 문학상 받은 작품들인가 싶게 작가님의 생동감 넘치는 표현들이 인상 깊었고 모든 작품들에 몰입하여 볼 수 있었습니다.(때로는 한편의 4D 영화를 보는 것처럼 오감이 짜릿할 정도로)"끊임없이 공덕을 쌓으며 정진하라. 그리하면 네 몫의 기를 가진 자를 만나게 될지니. 그는 필경 네 그릇에 정백의 원기와 기운을 차고 넘치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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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규 작가님의 작품 8편을 수록한 소설집입니다. 역시 문학상 받은 작품들인가 싶게 작가님의 생동감 넘치는 표현들이 인상 깊었고 모든 작품들에 몰입하여 볼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한편의 4D 영화를 보는 것처럼 오감이 짜릿할 정도로)


"끊임없이 공덕을 쌓으며 정진하라. 그리하면 네 몫의 기를 가진 자를 만나게 될지니. 그는 필경 네 그릇에 정백의 원기와 기운을 차고 넘치게 하리라. (후략)"


특히나 재미있게 보았던 <할슈타트에서 온 절대무공> 에서의 한 부분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도참사상의 학자이자 무공의 절대 경지에 오르신 무진대사님께서 한 이 말씀을 철썩같이 믿고 내 몫의 기를 가진 자를 만나 루저에서 벗어나기만을 기다리는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주인공과 길고양이를 지키는 혜영과의 만남, 할슈타트에서 수행을 마치고 온 법사님과의 만남을 통해 벌어지는 일들을 작가님의 익살스러운 표현과 구성들로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주인공이 진짜진짜 절대 무공에 대해 깨닫는 결말 부분이 백미였는데요. 읽는동안 이렇게 즐거웠던 책은 오랜만이었습니다.  

(할슈타트와 절대무공이라는 두 단어의 조합은 듣도 보도 못했었는데, 지금보니 꽤나 잘 어울리는 듯도 합니다.)


<회전초> 를 읽고는 이리저리 치이고 정신없이 구르면서 의도하지 않게 화재를 일으킬 수도 있는 회전초의 모습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치이고 굴러가는 것은 아닌지, 내가 지키지 못했던 것은 없는지 오래간만에 진지한 고민을 해보기도 했네요.


이 소설이 나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현실에 치여 외면(당)하고 있던 소중한 가치를 찾으러 나서라는 메세지였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을 한 편 씩 읽을 때 마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시는 걸까 알쏭달쏭한 마음으로 따라가 보면, 

그 곳에서는 내가 모르고 싶었던 현실까지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고, 그 현실에서 소중한 것을 잃고 사는 사람들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작가님은 늘 깨달음과 그들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의 단서를 남겨두십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소설집을 최석규 작가님의 따뜻한 위로의 글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연말과 어울리는 소설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c******4 2020.12.2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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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곰치에게 줄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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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곰치에게 줄 수 있는 것 "소설에 관심 있는 분. 합평/독서토론/작법 공부하실 분. 나이/성별/직업 제한 없음. 월 2회 오프라인 모임. 회비..." 술장사, 여자 장사, 하우스 관리, 클럽 기도, 현재의 심부름 센터까지 곰치는 세상의 거친 일들을 다양하게 경험했다. 교도소에도 몇 번 다녀온 적이 있다. 세상 사람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그런 그도 한때는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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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곰치에게 줄 수 있는 것

"소설에 관심 있는 분. 합평/독서토론/작법 공부하실 분. 나이/성별/직업 제한 없음. 월 2회 오프라인 모임. 회비..."

술장사, 여자 장사, 하우스 관리, 클럽 기도, 현재의 심부름 센터까지 곰치는 세상의 거친 일들을 다양하게 경험했다. 교도소에도 몇 번 다녀온 적이 있다. 세상 사람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그런 그도 한때는 문학 소년이었다. 중고 책방을 풀방구리 드나들 듯 했고 미로 같은 도서관에서 시간을 잃어버리듯 책도 읽었다. 문예반에 들어가 글도 썼다. 그가 지금까지 소장하고 있는 양장본의 희랍인 조르바는 글짓기 부상으로 받은 책이었다. 일생 처음으로 받아보는 상이었고 물론 마지막 상이기도 했다. 벌써 삼십 년도 더 전의 일로 현재 그는 불륜남녀의 뒤를 캐고 있는 중이지만. 어쩌다 갑자기 책이 생각났는지, 또 어쩌다 갑자기 "넌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으냐?" 던 은사의 질문이 생각났는지, 그 연이은 기억의 물꼬를 트며 곰치는 다시 책을 읽고 다시 글을 쓴다. 문학으로 가는 문을 연다. 문학에 젖어가는 곰치를 보는 내내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슴이 뭉클했다. 새로운 꿈을 꾸기에 남은 시간은 늘 모자라다지만(p23) 그가 발 디딘 세상 말고 꿈꾸는 세상에서 그가 더욱 자유롭기를 바래본다.


할슈타트에서 온 절대 무공

"나"의 유일한 취미는 도참사상을 공부하는 일이다. 말더듬이에 돈도 못벌고 여자친구도 없고 (한 때) 존경했던 형에게는 삥을 뜯기는 인생에 유일한 희망은 <천지량해법>, 도참사상의 바이블이 말하는 대로 끊임없이 쌓은 공덕으로 내 몫의 기를 가진 자를 만나는 일일테다. 그를 만나 두 마음의 합일이 이루어지면 "나"는 다시 태어나 루저 탈출! 이라고, "나"는 진심으로 믿고 있는 것이다. (한 때) "나"는 그 대상이 태권도 하는 동네 형이라고 생각했다. 코나 파고 앉아서 잘 되면 영업 이사 자리 하나 줄게! 호언장담하는 사기꾼 같은 꼬라지를 보면 가당치도 않지만. 쯧쯧, 빚이나 갚을 것이지;; 형에게 돈은 언제 갚을 거냐고 묻다가 된통 무시 당하고 캣맘 혜영과 함께 고양이 뒤치다거리를 하며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던 중 마침내 그의 앞에 절대무공을 지녔다 자부하는 병인신 법사가 나타난다. 도참사상에서 말한 내 반쪽이 틀림없다며 "나"는 병인신 법사를 대신해 쌈짓돈을 풀어 무술대회를 개최하는데... "내" 인생 드디어 서광이 비칠 것인가!! 엉뚱한 시작, 엉뚱한 전개, 엉뚱한 결말인데 이상하게 로맨틱, 성공적이란 말이지. 여덟 개의 단편 중 절대 무공이 곰치 다음으로 마음에 들었다. "나"와 혜영, 고양이들의 밤이 절대 무공 속에 영원히 무사하기를.


회전초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 얼마 안되는 돈이라도 벌려던 아내는 갑질하는 손님을 앞에 두고 유산을 했고 정신병을 얻었으며 책을 싸안고 방에 틀어박히는가 싶더니 이제는 아예 사라져버렸다. 집을 나간 것이다. 머리 끄덩이만 안잡았지 저주와 다름없는 말을 주고 받으며 서로에게 만정 다 떨어진 줄만 알았는데 사라진 아내는 처음에는 걱정을 그 다음엔 질투를 안겨준다. 바람이 났을지 모른다니. 환락가의 어느 모텔 침대에서 딴놈과 아내가 딴 남자와 함께 있을지도 모른다니. 아내의 뒤를 캔 심부름센터의 사장 K의 확신 앞에서 그러나 "나"는 담담히 묻는다. "아내를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p97)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며 예술가를 꿈꿨던 아내. 밤 9시가 다 되도록 소개팅 자리에 나타나지 않는 남자에게 허물없이 당신 덕택에 내 소설의 끝을 낼 수 있었다며 고맙다던 아내. 그 아내가 남자를 기다리고 있다. k는 그런 아내의 모습을 찍어 "나"에게 보내지만 나에게는 이제 아무 말도 의미가 없을 듯 하다. 이태원, 경리단길, 카페 글 쓰기 좋은 날, 어느 밤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여전한 그곳의 풍경. 아내도 집을 나가있는 내내 물었을까? 그이를 언제쯤 볼 수 있겠느냐고? 두 사람의 재회가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하다.

+ 서부 영화를 보면 총잡이 뒤에서 떼굴떼굴 굴러다니는 먼지 같은 나무뭉치가 있는데 그 식물의 이름이 회전초다. 죽은 나뭇가지가 아니라 씨앗을 품고 번식을 하려는 생명체였단다. 바람에 떠밀리며 공 같은 모양으로 살아가고 굴러가는 정말 우리네 인생 같네. 부평초 같은 인생만 알다가 회전초 같은 인생을 보니 어쩐지 새로웠다.


단편 <할슈타일에서 온 절대무공> 때문에 난 이 책이 일종의 장르문학 계열일거라 생각했었다. 책을 펼치고 곰치의 일생을 보노라니 기대했던 판타지가 어디에도 없어서 무척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책을 완독한지 좀 됐다. 한 두어달쯤??ㅠㅠ) 그러나 생각해 보니 일평생 깡패로 내 인생 남의 인생 깽판이나 치고 살던 남자가 문학으로 회귀한다니 이보다 더 판타지 같은 얘기도 없겠다 싶은거다. 그러면서 곰치의 이야기에 호감을 가지게 되었고 어쩐지 다시 읽고파, 단편이기도 해서 재독을 했고 다음 이야기, 또 다음 이야기로 전진하며 계속해 최석규 작가님의 글을 만날 수 있었다. 직장 생활 5년 차, 잔업을 위해 회사로 향하던 늦은 밤에 문득 다른 무엇이 되고 싶었다는 작가님. 글 쓰는 삶을 시작한 후에도 삼시세끼 글밥을 짓기 위해선 계속해 월급쟁이 생활을 해야만 하신단다. 작가님 글만 쓰실 수 있게 얼른 돈벼락 좀 맞으셔으면. 단편들이 하나 빠짐없이 다 좋아서 또 다 아쉬웠다. 토막토막 여운이 긴 여덟 편의 이야기 말고도 장편소설로도 얼른 작가님을 만나고파서. 살아본 적 없는 삶과 가보지 못한 여러 갈래의 길들을 만날 수 있어 책이 좋다. 같은 이유로 최석규 작가의 책도 좋다.

 

 

YES마니아 : 로얄 a********0 2021.06.21.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