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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사고로 자신의 모든 신체를 소실한 가재민. 가재민의 어머니인 가혜라는 그 사고로부터 그나마 보존할 수 있었던 가재민의 뇌를 A796이라는 안드로이드에 탑재하는 수술을 감행합니다. 이렇게 가재민은 한동안 A796의 인공지능과 함께 한 몸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지만, 이후 가재민 본인의 의사에 따라 A796는 그의 뇌 생체 조직 유지 장치를 끊음으로써 가재민에게 완전한 죽음을 선사하게 됩니다.
이루카 작가의 독립의 오단계는 제2회 한국 과학문학상 수상작이자 이 책의 표제작인 독립의 오단계를 시작으로 새벽의 은빛 늑대와 루나벤더의 귀가까지 총 세 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 이루카 작가의 SF 단편집입니다. 개인적으로 독립의 오단계와 같은 제2회 한국 과학문학상 수상작이면서 SF가 우릴 지켜줄 거야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었던 김혜진 작가의 깃털을 너무나도 감명 깊게 읽었기에 이 작품 또한 상당한 기대감을 가지고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을 관통하고 있는 주요 주제는 인간과 기계가 결합된 존재인 사이보그를 과연 인간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것으로, 개인적으로 이와 유사한 주제를 곽재식 작가의 전송절 기념사에서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 작품에서는 기계와 인간을 나누는 구분을 단순히 기계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으로 나누면서 발생하는 웃픈 상황을 그려내었다고 한다면, 이 작품은 해당 주제에 대해 조금 더 깊은 토론이 법정이라는 무대를 통하여 진행됩니다.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앞서 언급한 주제 외에도 정말 생각해 볼 만한 이야깃거리가 많이 있는 소설이라는 것인데, 달리 말하면 다소 진입 장벽이 높다고 볼 수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데다가 그것을 법정이라는 공간에서 풀어내고 있다 보니 다른 작품들에 비해 그 내용이 다소 어렵게 느껴질 가능성이 높아 많은 독자들에게 선택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태생적 한계가 존재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독립의 오단계를 이렇게 읽고 보니 이렇게나 매력적인 작품이 가작에 그쳤다는 사실이 놀라워 수상 이력을 찾아보았더니 그 당시 독립의 오단계와 겨루었던 작품이 김초엽 작가의 관내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그리고 김혜진 작가의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까지 있었더군요. 이 모든 작품들이 한꺼번에 격돌했다고 생각해 보니 그 당시 심사위원들은 무척이나 행복하면서 대상 작품을 선정하는 데 있어 꽤나 애를 먹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다음의 대사가 이루카 작가가 독립의 오단계를 통하여 말하고자 했던 내용이 아닐까 하여 이 글에 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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