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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수리 에세이 『고등어-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바다처럼 짰다』(세미콜론, 2020)을 읽고
겨울로 접어든 쌀쌀한 날씨다. 따듯한 마음이 되고 싶어 약간 작은 사이즈의 가벼운 책을 다시 추켜 들었다. 그러나 내용만큼은 절대 가볍지 않은 진한 감동을 주는 책이다. 시 같은 표현들에 매료되어 줄을 긋고 접었던 부분들을 다시 읽는 마음은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구수하고 바삭한 고등어구이로 따스운 밥 한 그릇 뚝딱 비워낸 듯 든든해졌다.
음식을 테마로 한 모계 삼대의 이야기다. 할머니는 제주도 해녀였고, 4.3 사건을 겪으며 강원도 삼척으로 홀로 옮겨와 살았다. 할아버지를 만나 결혼했고, 작가의 어머니는 넷째 딸이다. 할머니의 숨비소리를 듣고 엄마는 자랐으며 할머니가 바다에서 건져 올린 것들을 장난감 삼아 커 왔다고 한다. 작가도 대물림처럼 바다를 통해 삶을 배우며 성장했다고 한다.
엄마를 생각하며 밝고 아름답고 즐거운 것만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어렵사리 생을 살아내면서 자식들을 키워 낸 아프고 서러운 엄마의 삶을 함께 떠올리게 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책의 제목부터 벌써 목젖이 뜨거워지는 묘한 구석이 있다.
어린날의 기억부터 바다의 음식을 먹고 자란 작가의 음식들은 가자미식해, 오징어젓갈, 꽁치젓갈, 멍게, 성게, 전복 등 바다는 구경도 못 하고 자란 산골 출신인 내게는 생소하고 귀해서 쉬이 먹을 수 없는 음식들이다. 그 음식들은 그냥 음식이 아니라 자식을 키워 낸 눈물겨운 음식들인 것이다.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한방에서 생활했던 나는 늘 웃음을 잃지 않으셨던 인자한 할머니를 기억하고 있다. 작가의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다정하셨던 나의 할머니를 떠올렸다. 숨을 헐떡이면서도 밤마다 손녀들의 이야기해달라는 매달림에 옛날이야기를 끊임없이 들려주셨던 다정하신 나의 할머니처럼 작가의 할머니도 손으로 등을 다독여주고 손가락에 봉숭아물을 들여주시고, 맛있는 음식들로 삶을 달래 주셨다고 한다.
할머니께 받았던 사랑은 엄마와 나를 지나 내 아이들에게로 물 흐르듯 전해 내려간다는 이치를 세상 다정다감한 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배우게 되었다. 음식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만들 수 있는 분량의 글을 써내는 작가의 관찰과 경험과 기록과 사유가 특별해서 흥미를 갖고 읽으면서 마음이 짜졌다가 따뜻했다가, 울다가 웃다가 그런 시간이었다. 내가 이 책을 다시 집어 든 것은 그런 몽글거리고 행복한 시간을 갖고 싶어서다.
강원도의 구수한 사투리와 맛깔난 음식 이야기를 읽으며 영양소와 요리법까지 배움과 감상을 더해 주는 귀하고 사랑스러운 책이었다. 과거로 현재로 작가가 넘나드는 시제에 따라 내 생각도 그렇게 따라 움직이며 책과 생각의 경계도 없이 어린 시절을 들락거렸다.
책에서 바다가 보이면 내 기억 속에서는 마을 앞에 있는 자그마한 저수지가 떠올랐고, 시인지 에세이인지 모를 아름다운 묘사들에 흠뻑 취하고 그 서정적 감정에 빠져들어 턱을 괴고 오랫동안 책과 동일체가 되어 젖어들었다. 책을 덮고 나서는 하나의 아니, 여러 개의 또 다른 삶을 살아 낸 느낌이었다.
[에필로그]에서 “엄마가 최선을 다해 나를 키웠다는 걸 알아. 그러니 엄마, 나도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키울게. 그리고 나를 지킬게.” 이 부분을 읽을 때는 눈물짓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접근하는 묘사가 아름답게 느껴졌다. 다정한 사람이 조곤조곤 이야기해 주는 목소리에 마음이 따스한 위로를 받는 시간이었다. 삶을 함께하는 가족에 대한 소중하고 끈끈한 사랑과 쌉싸름한 애정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바다를 묘사한 부분이 너무 멋지고 또 아름다워서 밑줄을 많이 그었다. 동해안을 여행하던 때를 추억하며 짙고 푸른 겨울 바다를 보고 싶어졌다. 이 글을 쓰신 고수리 작가님과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마음 따뜻한 음식을 먹고 건강한 삶을 살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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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리 작가의 글을 좋아해서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인쇄소 포스팅이 올라올 때부터 설레서 계속 도서 검색을 해본다. 멍청하게도 얼마 전에야 '관심작가 알림' 기능을 눌러놨다. 가끔 보면 잘 보고 있는 유튜브 채널도 구독을 깜빡하는 경우가 있는데 내가 그랬다. 사은품이 붙기 전이었는데 왠지 사은품도 붙을 것 같아서 기다렸다가 샀다. 한 번 묵히고 사니까 더 맛이 좋았다.
작가님의 글을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로 처음 만났다. 그런 담담한 문체를 좋아한다. 그리고 제목으로 함축되는 희망적인 서사가 좋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무슨 일이 있을 때 팔부터 걷어부치는 여자'이다. 어느 만화에서 본 말이었는데 이후에 내 인생의 모토이자 목표가 되었다. 고수리 작가의 글에는 그런 생활감이 느껴져서 좋다. 힘든 일도 '아 어떻게든 해봐야지'하고 떨쳐내는 의연함이 좋다.
이번 에세이는 제주 해녀 출신인 외할머니와 강원도에서 오래 산 어머니와 작가의 바다 짠내 나는 음식들을 주제로 했다. 표지는 짜지 않고 청량한 느낌이었는데 내용은 짜기 그지없다. 짭잘해 죽겠다. 이걸 읽을 즈음에 오리지날 스팸에 졸아붙은 돼지김치찌개와 묵은지와 매실장아찌를 저녁으로 먹었는데 그 맛처럼 짜다고 느꼈다.
그만큼 생생하게 느껴지는 활자의 감각이 좋았다. 모계로 이어지는 인생 내력, 음식에서 음식으로 오가는 사람 간의 정과 마음 같은게 지극히 한국적이라고 느꼈다. 싫은 건 이런 저런게 싫어 라고 말할 수 있는데 좋은 건 왜 마냥 좋은 걸까. 리뷰를 쓰고 있는데도 할 말이 이런거 밖에 없어서 내 글솜씨를 탓하게 된다.
이번 글도 역시나 울면서 읽었고, 다 읽고 나서는 책 속에 나온 대구탕 집에 갔다. 작가님은 KBS 인간극장 작가로 일한 적이 있어서 여의도의 대구탕 맛집을 잘 알고 계셨다. 그 중 하나가 우리 회사 옆옆 건물이라 점심에 가봤다. 이상하네, 그 건물에 그런 집 없는데? 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만날 가던 초밥집 옆집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과연 작가님의 묘사처럼 설움이 풀리는 맑은 맛이었는데 이런 감각을 글로 옮겨 담을 수 있는 작가라는 직업이 새삼 부러워졌다. 나는 어휘력이 딸려서 '존맛'으로 밖에는 표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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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1 내 간에 딱 맞는, 먹어본 그리운 음식들. 집 밥을 지어 먹는 일은 시간과 정성이 드는 일. 밥상을 차리면서 나를 먹여 살린 누군가의 노고를 깨닫는다. 하루 세끼 먹고 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나이가 되면, 내가 지어 내가 먹는 집 밥이 커다란 유산임을 알게 될 것이다. 수백 번 수천 번 우리에게 밥을 지어 먹인 엄마가 전해준 것이었다.
#띵_시리즈 는 #아무튼시리즈 처럼 그런데 음식을 하나씩 주제로 삼아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에세이인데요. #고등어편 #엄마를_생각하면_마음이_바다처럼_짰다 는 특히 엄마와 할머니와의 시간들을 담고 있는 에세이였어요.
엄마가 해주는 밥에는 정말 많은 것들이 담겨있음을 따숩게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