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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개의 달 시화집>이란 책이 있다. 매 달 한 명의 화가와 여러 시인의 시들을 엮어 놓은 시집이다. 달 별로 읽을때마다 놀라게 되는 건 윤동주 시인과 김영랑 시인의 시를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해서 시인의 다른 시들로 찾아 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게으름이란 녀석이...그런데 6월 편에 소개된 김영랑 시인의 짧은 시 한 편은 더이상 게으름 피우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숲 향기 숨길을 가로막았소/발 끝에 구슬이 깨어지고/달 따라 들길을 걸어다니다/하룻밤 여름을 세워버렸소/ '숲 향기 숨길( '이파리를 흔드는 저녁바람이') 영랑시인 하면 떠오르는 시가 있어,이렇게 소소한 시를 남겼을 거라 생각 못했다. 다른 시들을 더 찾아 읽어 보고 싶어 검색하다 <김영랑을 읽다> 책을 알게 되었다.
제목을 상상했을 때는 묵직한 책일 줄 알았는데,아주 가벼운 책이라 놀랐다.(솔직히 디자인도 살짝 촌스러운 느낌이 드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럼에도 목차를 살피고 알아야 할 시들이 소개되어 있는 것 같아 읽어보기로 했다. 궁금했던 '숲 향기 숨길'은 없었지만..그런데 숲 향기 숨길' 의 형식의 시를 남겼다는 사실을 알았다.'사행소곡' 4행으로 된 짧은 노래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했다.4행의 형식을 즐겨 사용했다는 거다.살짝 궁금해지는 건 제목을 따라 정하지 않고 번호로 정해진 듯 한데 '숲 향기 숨길'이 사행시 몇 편에 해당되는 것일지..제목은 임의로 정했을까 하는 거다.좀더 깊이 다룬 책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시의 첫줄을 제목으로 정한 것 같은 인상을 받았지만(숙제 하나를 스스로 만들고 말았다.^^) 그런데 시에 제목을 붙이지 않는 것은 시인의 특징이었다.학교시절 이 사실을 배웠는데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아니면 배우지 않았던 걸까.."시에 번호를 붙일 뿐 페이지도 매기지 않을 생각이네.시 넘버와 페이지가 거의 맞먹는 데서 얻은 착상이네.세계에 유례가 없으리"라고 말했다. 정지용도 산문<시와 감상-영랑과 그의 시>에서 <<영랑시집>>은 차례가 없고 시마다 제목도 없다는 점을 첫 번째 특징으로 꼽았다"/27쪽 대단한 시인이라는 사실은 알면서도 학교에서 배우는 시는 재미있는 시도 재미없게 하는 마술이 있다며 투덜거렸던 시간이 새삼 생각났다.사실 그때는 숲길...이 가슴에 와 박혔을 리 만무하다.그러나 4행시들을 소개해 주었다면..'모란..을 외우는 것이 덜 고통스러웠거나..모란을..지금처럼 마음으로 부터 외우고 싶은 마음이 혹 들지 않았을까..(억울해서 해 보는 투정이다^^)
내 가슴속에 가늘한 내음/애끈히 떠도는 내음/저녁 해 고요히 지는 때/먼 산허리에 슬리는 보랏빛 오! 그 수심 뜬 보랏빛/내가 잃은 마음의 그림자/한 이틀 정열에 뚝뚝 떨어진 모란의/깃든 향취가 이 가슴 놓고 갔을 줄이야 얼결에 여윈 봄 흐르는 마음/헛되이 찾으려 허덕이는 날/뻘 위에 철석 갯물이 놓이듯/얼컥 이는 흣근한 내음/ 아! 훗근한 내음 내키다 마는/서어한 가슴에 그늘이 도나니/수심 뜨고 애끈하고 고요하기/산 허리에 슬리는 저녁 보랏빛 /'가늘한 내음'62~63쪽
6월은 보라..의 색깔이라 생각하자마자 영랑의 시에서 '보랏빛'을 보게 되어서 특히 반가웠다. 발로통의 그림(Sunset at Grace,Orange and Violet Sky) 속 보랏빛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일수도 있겠고..만약 발로통 그림으로 시를 채우는 달이 기획 된다면 발로통 그림과 환상의 조합이라고 추천하고 싶다.조금 과한 환상의 빛이라 생각했었는데..예술가의 눈은 보통의 사람이 볼 수 없는 색을 감지하는 것이 틀림없다.깊은 뜻도 이해하지 못하고 마냥 시를 외우라고 하는 선생님을 원망하기도 했는데..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이제는 김영랑 시인의 시들이 더 사무치게 다가오게 된 건 아닐까 싶다.열두 개의 달 시화집에서 5월과 6월에 김영랑의 시를 소개한 궁금증도 풀렸다.5월의 시인이라 불리만큼 5월을 주제로 시를 썼던 시인이었던 거다.희망을 애써 노래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였을까..시에 대한 설명은 국어수업 시간이 연상되는 것 같아 살짝 어색한 분위기도 느껴졌다.그렇지만 너무 유명해서 잘 알고 있었다는 건 그 만큼의 착각이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특히 사행시..들은 다른 책에서도 찾아 읽어볼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