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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으로 읽는 인류 여행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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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창역사산책’은 내가 즐겨 읽는 시리즈의 하나이다. 2017년 7월부터 간행되기 시작했으니 벌써 햇수로 4년이 되었다. 대부분 사람들의 일상과 관련된 주제를 가지고서 역사라는 창에 비추어보는 글은 역사를 알아가는 소소한 재미와 함께 현대를 사는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동안 마음에 들지 않는 책도 간혹 있었지만 매번 책이 나올 때마다 찾아서 읽는 이유는,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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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창역사산책’은 내가 즐겨 읽는 시리즈의 하나이다. 2017년 7월부터 간행되기 시작했으니 벌써 햇수로 4년이 되었다. 대부분 사람들의 일상과 관련된 주제를 가지고서 역사라는 창에 비추어보는 글은 역사를 알아가는 소소한 재미와 함께 현대를 사는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동안 마음에 들지 않는 책도 간혹 있었지만 매번 책이 나올 때마다 찾아서 읽는 이유는, 한번 읽기 시작하면 웬만해서 그만두지 못하는 나의 독서습관과 함께 ‘역사산책’이라는 시리즈 제목이 말해주듯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역사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시리즈 13번째 책으로 인류의 고난극복 현장과 그 흔적을 추적하면서 지구촌 여행사를 정리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이 쓴 시리즈의 다른 책 [기록따라 떠나는 한국고전기행]과 함께 이 책에 지구촌 대표 기행문들을 모아 정리하였다. 그는 그런 기행문들을 문학의 한 장르로 정리한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유럽, 유라시아, 중화세계, 그리고 한반도를 넘나든 고전기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한반도 관련 기행문은 그의 전작과 중복되는 느낌이 있지만, 글로벌 고전기행이라는 이 책의 범위를 생각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부턴가 여행은 현대인에게 필수처럼 생각되기 시작했다.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만남으로써 자신의 삶을 돌아보거나 혹은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해외여행은 힘들어지고 국내여행조차도 쉽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우리가 여행을 하는데 그다지 어려움은 없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동은 물론 숙박 등 여행에 필요한 모든 면에서 문명의 이기들은 많은 도움을 준다. 또한 세계 각지에 대한 여행안내서가 수없이 나와 있고, 그곳을 다녀온 사람들의 기행문 역시 마음만 먹으면 쉽게 구해볼 수 있다. 그러나 여행이란 원래 어려운 것이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의 여행은 어려운 상황과 부딪히며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었다. 더욱이 자신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여행은 호기심과 모험심외에도 무언가 간절히 희구하는 신념이 없다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저자는 극한을 극복했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을까 싶다.

 

먼저 저자는 유럽의 고전기행을 시대별로 살펴본다. 유럽 최초의 여행기록으로는 기원전 8세기경 호메로스가 쓴 [오디세이아]를 들고 있으며, 그 뒤를 이어 헤로도토스의 [역사], 카이사르의 [갈리아 원정기] 등을 소개한다.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여행이 이루어지지 않은 시기는 없었다. 우리의 조상인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 대륙을 떠나온 것 자체가 여행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여행을 한다는 것과 그것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저자는 이 책에 그런 기록들을 쫓아가며 여행사를 정리하고 있는 셈이다. 중세에 접어들면서 종교 성지를 순례하는 여행은 전쟁수행을 위한 이동과 함께 여행에 크게 이바지 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순례여행은 중세인들에게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하고도 합법적인 통로였고, 그 결과 11세기경에는 성지로 떠나는 순례여행 안내서가 존재했을 정도였다. 15-16세기에는 지리상의 발견이 이루어지면서 그에 대한 기행이 이어졌고, 17-18세기에는 탐험기행과 선교사들의 기행이 주를 이루었다고 한다.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기], 리빙스턴의 [아프리카전도 여행기], 스탠리의 [암흑대륙 횡단기], 조지 캐넌의 [시베리아 탐험기] 등은 시대별 기행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되는 작품들이기도 하다. 또한 저자는 15세기 성지순례 여행에 등장한 패키지여행, 17세기말부터 영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그랜드 투어에 대한 설명을 통해 여행의 진화를 알려주기도 한다.

 

유라시아를 넘나드는 고전기행으로는 몽골의 서구정벌과 뗄 수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십자군 전쟁의 와중에서 칭기스칸의 서구정벌이 이루어지자 두려움에 휩싸인 유럽은 몽골의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선교사들을 파견한다. 이렇게 가톨릭 수도사들의 동방여행이 시작되면서 교역전문가들의 동반여행을 촉진시키기도 했다. 조반니 카르피니의 [몽골제국 역사], 윌리엄 루브룩의 [몽골제국 여행기], 베네딕트의 [타타르 이야기]가 출간되었고, 이는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으로 이어졌다. 종교적 동기로 여행한 기행문의 경우 일반적으로 기담과 기적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들은 얘기를 그대로 기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들 작품 중에는 몽골사람들에 대한 황당한 이야기가 많이 수록되어 있고, 또 표절과 위작이 많았다고 한다. 14세기는 중동과 유럽이 전쟁대신 평화를 추구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어느 곳이든 상인들로 북적였고 성지순례 대장정이 성행하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세계여행을 하고 그 기록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저자는 이븐 바투타의 [이분 바투타 여행기]를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고 있다.

 

중화세계 고전기행은 우리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한자와 유교문화권으로 묶여있는 중국과 우리나라는 여행문화에 있어서도 불가분의 관계를 띨 수밖에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중국의 고전기행과 실크로드를 여행한 입축구법승들의 기행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먼저 중국의 고전기행에서는 중국최초의 여행기로 간주되는 저자 미상의 [목천자전], 두환의 [경행기], 구처기의 [장춘진인 서유기], 소아르메니아 왕 해둔1세의 [해둔행기], 상덕의 [서사기], 왕대연의 [도이지략] 등을 들고 있다. [경행기]는 당나라시대 고구려출신 장군인 고선지의 부관이었던 이환이 이슬람제국의 포로가 되어 10년간 체류한 이슬람세계 견문록이고, [장춘진인 서유기], [해둔행기], [서사기]는 몽골의 서구정벌 참전기이거나 몽골여행기이다. 특히 원대 여행가 왕대연이 동남아시아를 여행하고 쓴 [도이지략]은 사실에 입각해 쓴 세계여행기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실크로드를 여행한 입축구법승들의 기행은 중국불교의 전래과정과 무관하지 않다. 3세기에서 11세기까지 중화권 입축구법승은 약 180여명에 달했다고 한다.이들이 남긴 기행문 중 대표적인 것으로 저자는 법현의 [불국기], 송운의 [송운행기], 현장의 [대당서역기], 의정의 [남해기귀내법전]을 들고 있다. 또한 의정은 인도로 구법여행을 떠났던 승려 60여명을 전기형식으로 소개한 [대당서역구법고승전]을 쓰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한반도를 넘나든 고전기행에서 저자는 우리 선조들의 고전기행과 외국인들의 고전기행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우리 선조들의 기행문 중 우리나라 기행문학의 효시로 일컫는 작품은 단연코 신라승려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다. [삼국유사]에는 중국 승려 의정의 [대당서역구법고승전]을 인용하여 한반도의 입축구법승려로 혜초 이전에 9명이 있었음을 기록하고 있지만, 아쉬운 점은 입중, 혹은 입축구법승려들이 많았음에도 기록을 남기지 않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해외여행 기록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조선시대로, 주로 사신으로 외국을 다녀온 사람들의 기록이다. 명나라로 가는 조천사의 사행기록으로는 혀균이 형 허봉의 기록을 편찬한 [조천기], 이민성의 [조천록], 이덕형의 [죽천행록] 등이 있다. 특히 [죽천행록]은 한글 필사본 사행록으로 백성들에게 명나라의 실상을 알려주는 역할을 해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청나라로 가는 연행사의 사행기록은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박지원의 [열하일기], 한글로 쓰인 연행록인 홍대용의 [을병연행록], 김창업의 [노가재연행록], 박제가의 [북학의] 등 수백권의 연행록이 전해지고 있다. 일본에 대한 여행기록은 조선통신사로 일본을 다녀온 뒤 쓴 것으로 신숙주의 [해동제국기], 신유한의 [해유록] 등을 들고 있으며, 임진왜란 이후 일본에서 포로생활을 기록한 것으로는 강항의 [간양록], 조완벽의 [조완벽전] 등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다녀간 외국인이 쓴 기행으로는 송나라의 사신 서긍이 쓴 [고려기행], 조선시대 네덜란드인 하멜이 쓴 [하멜표류기] 등 소수에 불과하지만, 처용가에서 보듯 신라시대부터 이슬람인들과 왕래가 이루어지는 등 외국인들의 래한 역사는 쭉 이어져왔다고 한다. 이런 고전기행 중에서 세계 속에서 빛을 발하는 한반도관련 여행기로 저자는 [왕오천축국전], [표해록], [열하일기] 등을 꼽는다. [왕오천축국전]은 혜초가 책에 나오는 오언시를 통해 신라인이라는 추정만 할 수 있을 뿐이지만 8세기 인도와 중앙아시아 지역에 관한 기록으로, 조선시대 최부의 [표해록]은 표류 중 중국에 도착한 후 조선으로 돌아오기까지 이동하면서 보았던 운하에 대한 상세한 기록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저자는 이처럼 수많은 여행기를 소개하면서 작품의 내용은 물론 당시의 시대적 배경까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의 글을 읽어가다 보면 마치 한 권 한 권의 고전을 스스로 읽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지금은 수많은 사람이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자신의 여행기록을 다양한 방법으로 남긴다. 단지 기록뿐만이 아니라 영상으로도 보여주고 있지만, 우리가 기행문을 찾아서 읽는 까닭은 기록만이 세세한 정보는 물론 쓴 사람의 감정까지도 오롯이 느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제목 그대로 글로벌 고전기행을 읽으면서 저자의 의도마냥 문학의 한 장르로서 기행문들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우리는 언제 또 다시 마음껏 여행을 할 수 있게 될지 모르겠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여행이 중지된 시대’,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해본다.

k*****1 2020.12.16. 신고 공감 24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