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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詩歌), 시(詩)이자 노래
국문학을 전공하거나 그쪽에 특별히 관심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 한국 고전문학을 중고등학교의 수업시간에 배운 것이 전부일 것이다. 이 가운데 향가, 고려가요, 시조, 가사 등 운문(韻文)들은 이미 부르는 사람이 없어져서 박제된 시체나 마찬가지다. 아니 해부실습용 시체인 ‘카데바’에 더 가까울 지도 모른다. 우리가 향유하는 방식은 시체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헤집어 보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더 이상 공부해야 할 의무가 사라지면 들여다볼 생각도 같이 없어질 수 밖에. 그렇다 보니 옛 노래들이 소생할 기회도 사라지고 있다.
사람이 거주하는 건물은 살아있는 공간이지만, 사람의 온기가 사라지면 그 건물은 관리의 유무에 따라 박제된 공간이 되거나 허물어지게 된다. 하지만 건물만 그런 것은 아니다. ‘옛 노래’인 ‘시가(詩歌)’ 또한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이들은 시(詩)이자 노래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이명우라는 가수가 제1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가시리>와 <청산별곡>을 이스라엘 민요에 얹어 노래로 불렀던 것도 그 뿌리가 시가(詩歌)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옛 노래를 이런 방식으로 다시 즐길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조를 통해 만나는 조선 사람들의 내면
“노래로 두고 보면 세상 인심(人心) 거의 알다 휘모리 시조(時調)에는 조올던 이 눈을 뜨니 아서라 이 내 노래 깨어 앉은 사람 잠들일까 하노라” 위에 언급한 김이익(金履翼, 1743~1830)의 시조를 통해 김이익이 좋아하는 음악과 세상 사람들이 즐기는 음악[휘모리 시조] 사이에 적지 않은 간극(間隙)이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옛 노래에 담긴 의미를 적절히 풀어낼 수 있다면, 당시 사람들이 생각했던 여러 가지 삶에 대한 인식과 문화적 환경까지 읽어낼 수 있다. 노래가 사회적 성격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또한 그것은 철저히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이기도 하다.” [p. 44]
물론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시험을 위해 외어야 하는 대상, 좀더 좋게 평가해도 문학작품만으로 보아왔던 것을 우리가 즐기는 노래로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니까. 이미 화석화된 우리 옛 노래에 생기를 불어넣는 일이니까.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일단 중고등학교 수업시간에서처럼 하나하나 해부해서 분석하는 방식은 벗어나야 한다. 그런 방식에 따르다 보니 숲이 아니라 나무 하나하나만 집중해서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옛 노래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노래 하나의 해석에 중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느껴야 한다. 맞다. 하지만 여기에는 커다란 장애가 하나 버티고 있다. 어렵고 생소한 어휘들이다. 팝송을 온전히 감상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알아야 하는 것처럼, 한글로 쓰여져 있지만 그 뜻조차 짐작할 수 없는 단어들은 시조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한다.
때문에 이 책 <조선의 영혼을 훔친 노래들>이 의미가 있다. 음악, 벗, 술, 사랑, 이별 등 스무 가지 주제로 작품들을 분류하고, 각각의 주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먼저 내비치고, 그 후 작품과 작가를 얘기한다. 작품 자체를 갈갈이 찢어 분석하지 않을 뿐, 이 책도 시조 해설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서술된 시조들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온전히 느낀다는 것은, 이들 ‘시조’라는 매개체를 통해 조선시대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기회라는 것 이상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 익숙한 시조를 만났을 때의 익숙함과 반가움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덤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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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음식 편식이 있어서 어머니를 애태우게 한 적이 있었다. 특히 콩을 싫어했는데 어머니께서 콩을 으깨서 다른 음식에 썪는 등 다양한 요리 방법을 하신 덕분에 지금은 콩요리를 없어서 못 먹을 지경이 됐다. 독서도 편식을 좀 하는데 보통 자기계발서, 에세이, 소설 위주로 읽고 시와 고전문학은 거의 읽지 않는다. 좋아하는 분야의 책도 아직 많이 못 읽고 있는데 어렵게 느껴지는 시와 고전문학을 굳이 읽으려 하지 않은 탓이다. 그러다 만난 책이 고전문학인 시조에 대해 쓴 <조선의 영혼을 훔친 노래들>이다. 저자 김용찬은 현재 순천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으로 고전문학 작품을 일반 독자들에게 쉽게 풀어서 전달하는 책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는 고전문학 연구자다.
저자 김용찬이 책머리에 이 책의 기획 의도를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다. "나는 고전문학 연구자로서 고전문학 작품을 해석하는 데 나름대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한 방안의 하나로 학생들이나 일반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고전문학의 대중화 작업을 꼽을 수 있다. 조선시대의 시조문학을 보다 쉽게 풀어내어 독자들에게 소개하려는 이 책의 기획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한 의도가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책을 읽어보니 저자의 기획 의도가 독자들에게 잘 전달될 것 같다. 책 속에는 학창시절 배웠던 반가운 시조들 뿐 아니라 20가지 주제별로 여러 시조들이 나오고 있는데 저자가 국어교육과 교수답게 시조들을 당시 시대적 상황과 유래를 바탕으로 쉽게 설명해 주고 있고 장마다 정선, 김홍도, 신윤복 등 당대 최고의 화가들이 그린 관련 그림을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책은 첫장부터 순서대로 읽어도 되지만 손이 가는대로 장별로 따로 읽어도 무방하다.
내가 아는 시조는 학창시절 입시를 위해 배운 고전문학 중 하나로 별 감흥없이 외웠던 기억이 나는데, 시조는 노래로써 악기의 반주를 수반하여 노래를 불려졌다고 하니 책 속 시조를 읽을 때 새롭게 다가왔다. 저자는 시조의 출현 시기를 확정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작품들의 면모를 볼때 고려 말엽에 창작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견해라고 한다. 시조는 한시와 달리 우리말로 부르는 노래였기에 구전으로 내려오다가 조선시대 세종 임금에 의해 한글이 창제(1446)된 이후 비로소 문자로 기록될 수 있었다. 즉 시조는 고려 후기에 등장했지만 조선시대에 가장 많이 창작되고 향휴되었던 조선을 대표하는 노래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창시절 배운 기억이 나지만 시조는 조선 초기 정형 시가와 후기 사설 시조로 나누는데, 정형시가는 네 개의 음보(소리마디)가 결합하여 한 행을 이루고, 그것이 세 번 중첩되어 한 수를 이루는 '4음보격 3행시'라고 한다. 형식은 초장, 중장, 종장의 3악장으로 구성된다. 잔 들고 / 혼자 앉아 / 먼 뫼를 / 바라보니 // 그리던 / 임이 오다 / 반가움이 / 이리 하랴 // 말씀도 / 웃믕도 아녀도 / 못내 좋아 / 하노라. // - 윤선도 p. 17 사설시조는 조선 후기 시조사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로 종장은 평시조와 비슷한 틀을 유지하되, 초장과 중장 혹은 그 중의 어느 하나가 4음보 율격의 구조에서 현저하게 이탈하여 길어진 시조를 말한다. 어이러뇨 어이러뇨 시어머님 어이러뇨 소대남진의 밥을 담다가 놋주걱 자루를 부러뜨렸으니 이를 어이 하려뇨 시어머님아 저 아기 하 걱정 말아스라 우리도 젊었을 때 많이 겪어 보았노라. - 작자미상 p.26 20개 주제별 시조 중 4장 "연하로 집을 삼고 풍월도 벗을 삼아"에서 당시 지식인들이 자연을 인식하는 면모를 보여주는 "강호시조" 두 편을 통해 당시 사대부들이 자연을 대하는 모습을 알 수 있다. 십 년十 年을 경영經營하여 초려草廬삼간三間 지어내니 나 한 간 달 한 간에 청풍淸風 한 간 맡겨 두고 강산江山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 두고 보리라. - 김장생 고등학교 때 배운 시조로 기억나는데 저자는 현재까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송순의 문집 "면왕집")를 통해 볼 때 김장생의 작품이 아니라 송순의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이 작품은 세상의 부귀영화에 아무런 관심도 없이 그저 자연 속에서 자연물과 벗 삼아 지내겠다는 '안빈낙도'의 자세가 보인다고 하겠다. 내 벗이 몇이나 하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 동산東山에 달 오르니 그 더욱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 윤선도의 <오우가> 중에서 - p.95 이 시조는 조선시대 가장 뛰어난 시조 작가 가운데 한 명인 윤선도의 연시조인 <오우가> 가운데 한 수로 병자호란 때 청에 항복한 것을 알게된 윤선도가 세상을 등질 생각으로 해남과 보길도를 오가며 20여 년간 은거 생활을 하던 중 지은 시조라고 한다. 시조는 자신의 다섯가지 벗인 물, 바위, 소나무, 대나무, 달을 형상화했다. 옛 선조들이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십장생을 시문, 그림, 조각 등에 많이 이용했다는데 윤선도의 다섯가지 벗도 십장생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위 두 시조들은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4개의 음보로 이루어진 정형시로 저자의 설명을 하나하나 따라가다보면 쉽게 이해가 되고 음율에 맞춰 읊으면 마치 시조 속 사대부처럼 자연을 벗삼아 노래를 부르는 듯하다. 시조가 조선의 노래이니 왠지 술이 없으면 허전할 것 같다. 9장 "술이 몇 가지요 청주와 탁주이로다"에서 술과 관련된 시조 하나를 옮겨본다. 술이 몇 가지요 청주淸酒와 탁주濁酒이로다 먹고 취醉할선정 청탁淸濁이 관계하랴 달 밝고 풍청風聽한 밤이거니 아니 깬들 어떠리. - 신흠 - p. 168 이 작품은 조선 전기의 문인인 신흠이 지은 시조라 한다.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한가롭게 술을 즐기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지금은 술을 많이 안 마시지만 예전에는 기분이 좋으면 주종에 상관없이 밤새 취한지도 모르고 마신 적이 있었다(물론 다음날 숙취로 고생을 했지만). 초장과 중장을 보면 작가 또한 술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즐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달도 밝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밤이라니 밤새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을 것 같은 풍경이다. 김용찬 교수의 <조선의 영혼을 훔친 노래들>은 앞서 리뷰에 옮긴 시조 이외에 부부간의 사랑, 기녀의 사랑과 이별, 임금에 대한 마음, 늙음에 대한 한탄, 대장부로서의 기개 등 20개의 주제별 다양한 시조들을 저자의 쉽고 상세한 설명으로 낡은 고전이 아닌 조선시대의 살아 쉼쉬는 노래로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다. 특히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이 책의 묘미이다. 부록으로 시조 작가 소개 및 작가와 작품 찾아보기로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번 책은 다른 책에 비해 독서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그 이유는 책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책 속 시조를 세 번씩 읽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백지 상태에서 한 번 읽고 저자의 설명을 되짚으며 읽고 시를 전체적으로 이해한 후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읽었다. 막연히 어렵게만 느껴졌던 시조의 맛을 느끼게 해준 저자의 고전문학 대중화를 위한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이제 모임에서 시조 한 수 정도는 멋지게 읊을 수 있을 것 같다. 동지달冬至人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베어 내어 춘풍春風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구비구비 펴리라. - 황진이 , p. 191
이 책은 저자인 김용찬교수님 이벤트 당첨으로 출판사 한티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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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를 읽었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책을 좋아했다면 국어 시간에 눈이 반짝반짝 했을텐데, 그다지 책을 좋아하지도 않았기에 국어는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들어야하는 수업이었다. 시, 시조, 문학, 논설문, 설명문등 분야를 막론하고 밑줄을 그으가며 설명을 적어나가는 수업은 흥미롭지 않았다. 나름 책을 읽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조에 대한 책은 전혀 읽은 기억이 없다. 국어시간에 배우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겨버린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의 이벤트가 열렸을 때 읽어보고 싶었다. 아는 시조를 만난다면 반가울 것 같기도 하고, 시조에 대한 얕은 지식을 조금이라도 채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조선의 영혼을 훔친 노래들? 시조가 노래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국어 시간에 선생님이 설명해주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전혀 기억에 없어서 [ 프롤로그- 시조, 조선의 노래] 를 자세하게 읽었다.
시조를 노래하는 방식의 하나인 가곡은 지난 2010년에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가운데 하나로 등재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시조가 노래이자 문학이기도 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감상할 필요가 있다.-p 13
시조가 노래라는 것도 생소한데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이었다니, 우리 것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었다. 시조가 우리 문학사에 출현한 시기는 고려말엽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며, 시조의 발전과정,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정형 시가로서 시조의 형식적 특징들을 알 수 있었다. 조선 전기 시조문학은 사대부들이 중심이 되었고,17세기 중반을 기점으로 후기에는 계층이 확대되었다고 했다. 가장 큰 특징이 사설시조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형식과 내용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다.시조를 노래하는 방식까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시조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큰 수확이었지만, 무엇보다도 학창시절 이후에 접하지 않았던 많은 시조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정말 좋았는데, 시조를 왜 '조선의 영혼을 훔친 노래'라고 하며 부제가 '시조로 만나는 조선의 풍경'인지를 알 수 있었다. 총 20개의 주제를 선정하고 한 주제에 5~6수의 시조가 있기 때문에 100여 편 이상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 작품들 안에는 조선의 풍경, 사람들의 삶, 그들의 정서가 모두 담겨 있었다.
조선 전기 사대부들이 유교적인 이념을 주된 내용으로 하여, 백성들을 교화할 목적으로 지은 시조를 '훈민시조 (訓民時調) 라고 한다고 한다. 부부의 모습이 그려지는 시조들을 보면 하늘의 뜻으로 맺어졌으니 서로 존중하고 노력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한 몸 둘로 나눠 부부 夫婦를 섬기실사 있을 제 함께 늙고 죽으면 한데 간다 어디서 망년엣 것이 눈 흘기려 하는고. - 정철의 [훈민가 ]중에서 -p 120
이런 시조가 있는 반면에 여성의 역할만 강조한 시조도 있었는데, 조선시대 여성의 지위가 어떠했는지를짐작해볼 수 있었다.
반半나마 늙었으니 다시 젊든 못 하여도 이 후後나 늙지 말고 매양 이만 하였고저 백발 白髮아 네가 짐작하여 더디 늙게 하여라. - 이명한
이렇듯 늙음을 한탄하는 시조를 '탄로가'라고 하는데, 소개된 여러 편의 시조를 읽어보니 늙고 싶지 않음을 표현하기도 하고,체념과 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늙어도 인간의 본능은 막을 수 없는 마음을 희화화시켜 그려내는 '탄로가'도 있었다. 이 시조들을 읽는데. 내 나이도 적지 않아서인지 맘에 와 닿았다. 이왕이면 늙어가는 것을 한탄하고 있기보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보자 주먹을 불끈 쥐어봤다. 어느 시대나 사람 사는 것은 똑 같은가보다.
고려가 멸망하고 조선이 건국되면서 충신들은 자신의 마음을 시조로 남겼다. 고려 왕조가 망한 뒤에도 의리를 지켰던 목은 이색. 어찌 이리 마음을 글로 잘 표현할 수 있었을까?
백설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 반가운 매화 梅花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석양 夕陽에 홀로 서서 갈 곳 몰라 하노라. - 이색( 1328~ 1396) - p 143
우정을 노래한 시조도 있었는데, 읽고 있는동안 기분이 좋아지는 작품이었다.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소 내 집에 꽃 피거든 나도 자네 청 請하옴세 백년 百年 덧 시름없을 일을 의논 議論코저 하노라 - 김성최 (1645~ 1713) - p 161
꽃이 좋은 날, 잘 익은 술 한잔 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얘기 나누는 정다움 가득한 모습이 떠올랐는데, 좋은 것이 있다면 나누고픈 맘이 절로 드는 친구 하나 있다면 그것도 꽤나 행복한 인생이란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 사랑만큼 할 말이 많은 것이 있을까? 사랑, 이별,그리움을 담은 시조들은 예쁘기도 하고, 애닯기도 하고 글 쓴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님의손대 자시는 창窓 밖에 심어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곧 나거든 날인가도 여기소서 . - 홍랑 -p 206
책을 다 읽고, 유튜브 검색창에' 시조창' 을 쳤다. 이순신 장군의< 한산섬 달 밝은 밤에...> 퇴계 이황의 <청산은 어찌하여...> 등을 들어보았는데, 솔직히 말하면 썩 재밌지는 않았다. 전설의 고향 끝날 때 BGM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운율이 있어서 읽는 맛은 있는데, 노래로 들으니 축축 쳐지면서 가사가 귀에 잘 들어오지가 않았다. 과연 누가 들을까 싶었는데, 전통은 전통대로 고수하면서, 노래로서의 시조를 대중화 시킬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시조였다. 작자 미상의 시조들도 있었지만 지은이가 알려진 작품들에 대해서는 저자가 창작 배경에 대해서도 들려주었는데, 그렇게 알게 되는 역사 이야기는 상당히 유익했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는 옛 이야기를 듣는 듯 재미있었다. 시조집은 한 권도 가지고 있지 않은데, 우리 시조의 맛을 느끼기 위해 종종 꺼내보게 될듯하다.
iseeman님의 서평 이벤트를 통하여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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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시조를 읽는 이에게 쉽게 풀이해서 알려주고자 하는 것이 이 도서의 의도라한다. 그렇다면 성공! 학교 수업 때 시조 하나를 정해서 선생님의 나름 공부해 온 지식을 전달해 주는 느낌과는 다르게 조선을 대표하는 노래, 시조를 가족, 사랑, 자연, 풍류, 술 등의 정해진 다양한 주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먼저 이야기하고 주제에 관련된 시조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각 장을 이룬다. 선생님도 나름 열심히 준비하셨겠지만 아무래도 그 때는 입시라는 목적이 있는 공부를 해야 했기에, '읽을수는 있으나 의미는 알 수 없는 한국어'는 무언지 원망했던 과거에 비하면 이 도서를 통해 '시조'에 관해 친근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시조라고 하니 괜히 어려운 기분이 들지만 '시는 그 작가의 의도와 배경, 환경을 이해하면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을테고, 노래라고 하면 동전마저도 노래방 기계에 바치는 흥 많은 민족성을 가진 한국인 중 하나니 괜찮을거야' 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읽었다. 그러나! 첫번째 읽기는 나의 태평한 생각으로 인해 이해가 떨어졌다. 두번째 읽기는 이제사 눈에 들어오는 과거에 만난 시조들이 보였고, 세번째 읽다보니 시조에 관한 배경이 이해되니 재미 있어지고 그것이 해결되니 좋아하는 시조가 생기기도 하고 (과거에 접했던 시조 중 아는 시조가 나왔다고 기뻐했던 것이랑은 다르게..) 무엇보다 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제에 맞는 장승업, 김홍도, 신윤복 외에도 한 번쯤 본 그림들을 함께 만나볼 수 있어 시조에 대한 이해도를 높혀 친근감도 생겼다. ![]() 장승업의 귀거래도. ![]() 정선의 소요정. ![]() 김홍도의 논갈이. 외에도 많은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기억에 남는 시조로는 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어 있어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 하리라. 의롭지 못한 사람은 임금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성삼문의 강직한 성품이 드러난 시로 「봉래산가」라고도 한다. 낙락장송(落落長松)은 가지가 휘휘 늘어진 큰 소나무를 가리키는데, 절개가 굳고 훌륭한 사람을 가리키는 비유적 표현으로 하얀 눈이 온 세상에 내려도 홀로 푸름을 간직하고 독야청청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독야청청(獨也靑靑)이란 말을 좋아해서 오래전부터 잊지 않고 있다. 굳은 절개를 멋지게 생각해서 독야청청이라는 표현을 좋아해서 기억했다고 하면 너무 개인적일지도 모르나 시조뒤에 숨은 역사적 사건은 머리로 이해하고, 가슴은 독야청청에 박힌 경우라고 조심스럽게 내 마음을 읊조려 본다. 문학은 언제나 작품만 볼 것이 아니라, 지어진 배경과 지은이의 처지를 고려하면서 읽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작가님의 충고를 가슴에 새기길 잘 한 것 같다. 그저 시조만을 읽었다면 '읽을수는 있으나 의미는 알 수 없는 한국어'로 나의 시조에 대한 생각은 "끝"이었을텐데, 시조를 읽고 설명을 이해하다 보니 기특하게도 그 와중에 파생되는 질문에 나름 공신력있는 검색엔진들을 동원하여 깊이 들어가 알아보는 일도 생긴 것이다. 물론, 전문가들만큼이나 많은 내용을 알 수는 없었겠지만 나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알아가는 재미를 느꼈다는 것에서 뿌듯했다. 백설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석양에 홀로 서서 갈 곳 몰라 하노라 고려의 삼은(三隱) 중 한 분인 이색의 작품.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하는 적에 어디서 일성 호가는 나의 애를 끊나니 임진왜란 와중 지은 충무공 이순신의 작품. 장검을 빼어 들고 다시 앉아 헤아리니 흉중에 먹은 뜻이 한단보 되었구나 두어라 이 또한 명이거니 일러 무삼 하리오 청구영언을 편찬했던 김천택의 시. 다양한 주제의, 다양한 작품을 만났지만 읽을수록 아래와 같은 충절이나, 무신의 마음이나, 기백 등이 연상되는 시들이 인상적인 것은 왜인지.... 사랑과 술, 자연 등등 보다 더 마음에 남는 시조들이었다. ![]()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함흥부지도. 함경도 함흥부에서 군현지도집 편찬사업의 일환으로 작성하게 됨. 왠지 모르지만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된다. 그래서 역사책에서 오래전에 만나 교과적인 설명만 알고 있다가 어느 순간 더욱 마음이 동하여 출력하고, 바라보고, 조사하고, 등등 하고 싶은 건 다 해 본 지도. 함흥부지도를 이 도서를 통해 다시 만나니 너무 반가웠다. 이 도서는 오래전에 세상에 나왔다가 다시 정보를 재정비하여 출판되었다고 한다. 시조에 관한 것 뿐 아니라, 역사와 국어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들을 접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고, 모르는 한글이나 단어가 많았음에도 하나하나 사전을 통해 알아가며 의미를 알게 되니 보람찬 읽기를 경험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반복읽기를 해야했던 나의 떨어지는 이해도가 안타까운 것이지 도서가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작가와 작품을 바로 찾아볼 수 있는 색인이 뒷편에 있다는 작은 배려를 활용하면서, 현 시대에 친숙하게 느껴지기 어려운 '시조'를 편안하게 접근하려는 의도가 고전문학에 대한 개인의 편견을 점차 바꿔줄 수 있는 도서라 생각하며 사색하는 읽기를 원하는 분이 있다면 자신있게 추천한다. 문학, 역사, 예술 등의 다양한 분야의 교양서적을 출판하는 한티재의 개정판을 김용찬 작가님을 통해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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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 중고등학교 시절의 국어교과서에는 시조가 실려 있어―중학교 때에도 배웠던가 ― 이를 배울 기회가 있었다. 썩 재미있지 않았는지 졸업 후에는 따로 시조를 접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리의 문화이지만 특정의 누군가에게만 소용되는 사항일 뿐 나와는 별 상관이 없는 영역이었다. 그러다 최근 이런저런 책을 펼치다 시조 몇 편을 보게 되었는데 푹 빠져들 정도는 아니었지만 눈길이 가는 경험을 했다. 마침 이 블로그의 iseeman님께서 본인의 저서를 제공하신다는 글을 보고 시조를 제대로 만나보자 싶었다.
책은 시조의 특성을 알리는 프롤로그로 시작한다. 공부할 때 졸았던 탓인지 시조는 노래이다(p.12)라는 첫 문장에 다소 놀랐다. 노래라고? 지금도 노래로 불리고 있다는 내용을 보고 유투브에서 찾아봤다. 있다. 왜 이걸 노래라고 배운 기억이 없는 걸까? 노래는 많이 느리다. 프롤로그가 재미있어진다. 노래를 부르는 방식도 서양의 가곡이 관현악 반주나 피아노 반주 등으로 불리는 것처럼 여러 악기가 반주하는 가곡창과 거문고 등의 독주 악기가 반주하는 시조창으로 나뉜 점도 흥미롭다. 순 우리말로 불리는 노래라는 점도 새삼 되새기게 된다. 조선 전후기로 구분해서 시조의 내용과 형식이 변화하는 바를 설명하고 있어 시조의 흐름을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시조의 개념을 잘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분이다. 프롤로그가 끝나면 스무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본문이 펼쳐진다.
본문인 각 장의 패턴은 비슷하다. 도입부에서는 시조 자체를 다루기 전에 그 장의 주제를 끌어내기 위해 주제와 연관된 사회 상황 등과 글쓴이의 생각을 펼쳐 내면서 주제를 암시한다. 해당 장 별 프롤로그를 제시하여 관심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 부분이 끝나면 주제를 드러내고 그 주제에 해당하는 시조의 전문을 보여준 후 그 내용을 설명한다. 실린 시조는, 완전히 옛글 그대로라고 여겨지지는 않지만, 시조를 쓴 당시의 표현을 담고 있어서 단박에 이해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글쓴이의 설명이 필요하다. 각 장에 실린 시조의 수는 적게는 3편에서 많게는 7편에 이르는데 글쓴이는 매 편을 꼼꼼하게 풀어서 뜻풀이도 하고 시조를 쓴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기도 하며 시대 배경과 시조의 울림을 연결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멀게 느껴지던 시조의 세계에 한발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된다. 각 장에는 해당 주제와 연관되는 그림 등의 자료가 제공되어 책 읽는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흑백으로만 실려있지만 주제를 떠올리게 하는 효과는 충분히 발휘하며 감상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시조가 다룬 영역은 아래 표의 대 주제에서 보듯 다양하지만 그 대부분은 정신세계의 영역에 있다. 사물이나 생활의 실제를 다룬 바는 적다. 시조란 게 아무래도 글을 아는 사람이 썼을 텐데 그들 대부분이 육체노동을 하거나 가사를 분담하는 등의 생활 경험이 적은 영향이 드러난 결과라고 여겨진다.
설명 중 안빈낙도에 대한 이해나 5장 중 국가에 대한 관점 등은 내 생각과 다른 점이 많았다. 학문의 특성 때문인지 다소 보수의 성향을 볼 수 있는데 지나치지 않으므로 다양한 견해를 대했다고 본다.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이 책의 개정판이 나올 때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우선 제시한 시조의 전문을 현대어로 풀이해서 제공한다면 시조의 이해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본문에서 각 시조의 내용을 자세히 풀이해서 보여주지만 금방 그 뜻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시조가 많다. 시조의 원문과 꼭 같은 글자 수로 맞추지 않아도 이 시조를 지금의 말로 쓰면 이렇게 된다고 바로 보여주고 지금의 내용처럼 설명이 제시되면 더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또 ‘~~적’, ‘~~ 것“이란 표현이 너무 자주 나와서 크게 손을 보면 한다. 아예 이런 표현을 쓰지 말라는 뜻은 아니지만 지금은 그 사용 빈도가 매우 높아서 대부분 다른 표현으로 바꿔 쓸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말 많다. 각 장의 제목 아래에는 대주제를 부제로 달아두면 어떨까 한다. 지금은 본문을 읽어봐야 어떤 얘기가 전개될지 알 수 있다. 제목을 보고 그 장의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도록 독자를 배려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렇게 아쉬운 바를 토로한 이유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시조 설명 책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 현실―내가 모르는 탓이 크리라 생각한다―에서 이 책이 소중하게 여겨져서이다. 이 책의 Target Market이 시조를 잘 아는 전문가 집단이라고 판단되지는 않는다. 시조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다면 조금 더 쉬운 글쓰기가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위의 아쉬움을 줄인다면 일반인들에게 좀 더 살갑게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앞으로 이 책과는 다른 방식으로 시조를 알리는 경우도 생기는 등, 시조가 인류의 문화유산―시조창과 가곡창 중 가곡창은 2010년에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으로서 활기를 뿜어내기를 기대한다. 하이쿠도 좋지만 시조 또한 그 가치가 널리 알려져서 사랑받게 되기를 희망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