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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의 인생의 책으로 선정이 될 만큼 호평일색인 이 책에 대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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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의 인연은 타이밍같기도 하고 운명같기도 하다. 편식이 심한 내 독서에서 리처드 브라우티건을 만나게 된 것도 참 놀라운 인연인데, 이렇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만나다니. 전자는 서평단이여서 만난거였는데 놀랍게도 내 타입이여서 좋아하고, 후자는 맨날 추리만 읽어대니 좀 정서가 삭막한거 같아 퓰리처상 수상작이라기에 사면서 '또 후편이 있어?'해서 [다시 올리브]도 같이 주문했는데 정말 탁월한 주문 결정이였다. 하지만, 잠깐 이제 추리소설로 다시 돌아가야겠다. 난 사실 B급호러와 퓰리처를 교환할 수 있는 사람인지라, 하루 추리를 안읽었더니 입안에 가시가...
여하간, 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아무리 좋아하는 추리소설이라고 해도, 아무리 사회파 추리물이라고 해도 주제의식을 그대로 등장인물이 설명한다든다, 자료 그대로 옮겨다 놓은 작품은 정말 읽기가 힘들다.
....짧은 설교를 끝내기 전에 경고의 말을 한마디 덧붙여야 겠다. 처음부터 이런 문제나 주제의식을 가지고 출발하는 것은 형편없는 소설의 지름길이다. 좋은 소설은 반드시 스토리에서 출발하여 주제로 나아간다 (스티븐 킹)
그런데, 이 책은 그렇게 멱살잡지 않아도 쭈욱 읽힌다. 반나절 읽으면 '난 추리가 필요해' 궁시렁 댔던 나도 책에 코를 박고 끝까지 읽어가게 만든다. 그 막 어떤 호기심을 유발하는 페이지터너 스타일이 아니라, 그냥 읽고있으면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누가 뭐래도 삶은 선물이라고.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수많은 순간들이 그저 찰나가 아니라 선물임을 아는거라고....p.272
사람들은 대개 인생을 살아갈때는 그 소중함을 충분히 알지 못한다....p.292
때때로 지금 같은 때 올리브는 세상 모든 이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걸 얻기 위해 얼마나 분투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필요한 그것은 점점 더 무서워지는 삶의 바다에서 나는 안전하다는 느낌이었다...p.378
여기는 메인주의 바닷가마을 크로스비이다. 학교 수학선생님인 올리브의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로, 화자가 여러번 바뀌면서 그 나이대로 매우 다양하고 삶에 대한 태도도 무척 다양하다. 어린 아들인 크리스토퍼가 두번쨰 결혼을 하고 또 남편 헨리를 잃을떄까지 올리브의 모습은 언제나 똑같다. 전형적인 어머니...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 그래서 좋았다. 우리 엄마도 속으론 얼마나 이 딸을 욕을 할지 모르는데, 언제나 내 앞에선 자상함의 최상급으로 행동하셔서 이 딸이 얼마나 죄책감을 많이 가지는지. 이렇게 올리브는 겉과 속의 간격이 매우 가까운 그런 인물이다. 강한듯 쎈 소리를 내뱉지만, 가질 수 없는 사랑에 울고, 냉정한 아들말에 울고 분노하고, 또 다시 누군가를 병원에서 기다리는, 누군가가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사실에 안도한다.
13편의 이야기가 다 좋았다고 말하고 싶고, 등장하는 인물들이 다 어떤지도 보고싶다. HBO에서 드라마해서 마음에 드는 배우가 올리브를 연기해서 트레일러만으로도 기뻤다. 난 잭이 어떤 인물인지 궁금했어. 예고편을 보니 올리브 중심의 에피소드로 4편 구성했다고 하던데.
매일 아침, 강변에서 오락가락 하는 사이, 다시 봄이 왔다. 어리석고 어리석은 봄이, 조그만 새순을 싹튀우면서, 그리고 해를 거듭할 수록 정말 견딜 수 없는 것은 그런 봄이 오면 기쁘다는 점이 있다. 물리적인 세상의 아름다움에 언젠가는 면역이 생기리라고 생각치 않았고, 사실이 그랬다.....p.461
작년 초가을부터 정말 열독을 했다. 하루에 두권을 읽은 적도 있었다. 그러고 눈이 뻑뻑해지도 시큰둥해지고, 범인들을 맞추게 되고 ㅎㅎ...여하간, 그렇게 물려간다고 생각했다. 사놓은 책들 어떡하냐...했지만, 내가 질릴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사실이 그랬다. 이렇게 좋은 책을 만나는 한 난 또 책을 계속 읽고 등장인물들에게 공감하고 응원하고 누군가의 뒤통수를 대신 갈겨주고 싶겠고...그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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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진실이 점점 커지며 공포스럽고 빠르게 그 실체를 드러냈다. 그녀는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실패한 것이다. 실패는 오래전에 시작된 것이 분명했지만 여태 깨닫지 못했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가진 그런 가정을 꾸리지 못한 것이다. 다른 가정에서는 자식들이 부모를 찾아와 같이 지내면서 대화를 나누며 웃었고, 손주들은 할머니 무릎 위에 앉았다. 그리고 다 같이 놀러 다니고, 뭔가를 같이 하고, 함께 식사하고 헤어질 때 키스했다.... 그녀의 문제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렇게 된 원인은 올리브 자신에게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된 지는 아주 오래됐을 것이다. 어쩌면 평생 그랬을 것이다. p.148~149
10년 전에 <올리브 키터리지>라는 작품을 읽고 퉁명스럽고 무뚝뚝하지만,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여인 올리브에게 한 눈에 반했었다. 그녀는 '결코 어떤 일에도 사과를 하지 않는' 사람이며, '결코 우는 모습을 볼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되는' 사람이고, '극도로 변덕스러운'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타인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과 연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올리브를 둘러싼 이야기들은 삶이란 수많은 순간들과 더 많은 관계들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나 삶은 선물이라는 걸, 그리고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바로 그런 것들을 아는 거라고 말해주는 뭉클한 작품이었다.
바로 그 괴팍하지만 매력적인 여인 올리브 키터리지가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 나온 <다시, 올리브>는 올리브가 칠십 대 중반에서 팔십 대 중반이 될 때까지, 십여 년에 걸친 말년의 인생을 다루고 있다. 그러니까, 2008년에 출간되었던 작품 속에서 처음으로 만났던 올리브는 2020년에 다시 등장하기 전까지 보이지 않는 시공간에서 우리처럼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실이 나를 너무 설레게 만들었다. 올리브가 진짜 살아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는 것이, 꼭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 같다고 여겨진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왜냐하면 사실 그건 불가능한 일이니까. 가끔 이렇게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어 버리는 작품을 만나게 된다. 삶을 바꾸어 놓을 정도의 타격을 주는, 고심하여 배열된 단어들이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이야기 말이다. 다시 돌아온 올리브를 환영하는 마음으로, 이번 작품은 좀 천천히 아껴서 읽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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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질적인 외로움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이, 입을 벌린 어둠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은 어떤 것이든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깨달음이 그를 찾아왔다. 그것은 짐에게도, 헬렌에게도, 마거릿에게도, 그 자신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올리브의 남편 헨리는 사 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이 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났다. 이제 노년이 된 올리브는 혼자 살고 있다. 가끔 통화하는 아들 크리스토퍼와는 여전히 서먹한 상태이고, 며느리가 또 임신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지만 올리브는 아직 두 해 전에 태어난 손자조차 만나보지 못했다. 아내와 사별하고 동성애자인 딸을 두고 있는 잭과 올리브는 인생관도, 정치적 신념도 다르지만 함께 노년의 삶을 보내기로 한다. 이 작품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올리브를 축으로 크로스비 마을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열세 편의 단편으로 펼쳐진다. 올리브가 주인공인 이야기도 있고, 몇몇 이야기에서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물로, 혹은 조연으로,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잠깐 언급되는 형태로 등장하는 식이다. 올리브는 오랜 시간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쳤고, 이제는 정년 퇴임했지만 마을의 많은 이들이 그녀의 제자였거나, 그녀를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누군가는 그녀를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했고, 누군가는 편집증이라고, 나르시시스트라고, 심술궂은 할망구라고 여긴다. 그렇게 올리브는 모두가 좋아할 타입은 아닌 것이 분명했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는 그런 그녀를 좋아했다.
잭과 올리브가 함께 산 지 오 년 째 되던 어느 날, 잭은 일흔아홉, 올리브는 일흔여덟이었다. 잭은 침실에서 올리브와 마주쳤는데, 그녀의 눈에 눈물이 조금 고여 있는 것을 본다. 발톱을 더 이상 깎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덩치가 너무 크고 너무 늙어서 발을 몸 가까이로 당길 수가 없다고, 더 이상 예전에 하던 대로 안 된다는 거였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이렇게 소소하고,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일상의 작은 행동 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된다는 일일 것이다. 게다가 결코 우는 모습을 볼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던 올리브의 눈물과 마주하고 보니, 괜시리 이 장면에서 마음이 울컥해졌다. 칠십 대의 올리브에서 시작해 팔십 대에 이르른 올리브의 노년 풍경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그녀는 지팡이를 쓰기 시작했고, 스스로 완전히 늙은이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나이가 든다는 건 자신이 더 이상 아무 존재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는 과정이라고, 타인들에게 투명인간이 되어 가지만 한편으론 그게 자유를 주기도 한다고 올리브는 말한다.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존재가 된다는 걸 깨닫게 되는 기분은 어떤 걸까. 노년의 삶이 결코 느긋하거나 여유롭지도, 지혜와 통찰로 충만하지도 않다는 것을 매우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올리브의 이야기는 우리도 언젠가는 겪게 될 삶이라는 점에서 공감도 되고, 아프기도 했다. 누구나 언젠가는 죽게 마련이다. 하지만 어떻게 끝을 마주하는 지 그 과정에 이르게 되는 길은 모두 다르다. 올리브는 육체적으로 변화를 겪고,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나이가 되어도 여전히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성장해나간다. 그 모습이 너무도 뭉클하고, 감동적이었다. 세상이 여전히 눈부시다는 것을 보여준 고마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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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는 나랑 닮은 인물을 찾는 여정이 아닌가 싶어요. 아주 작은 공통점이라도 발견하면 그때부터 인물에 정이 가기 시작하거든요. 활자화된 나를 만나는 기분이 들어서일까요. 이 책의 주인공인 올리버 키터리지에게 마음을 뺏긴 건 이 문장을 만나면서부터예요. "내가 얼마나 피곤한지 당신이 알기나 해? 종일 애들 가르치지. 염병할 교장이라는 작자하고 멍청한 회의는 줄줄이지. 장 보고 요리하고 다림질하고 빨래하고. 크리스토퍼하고 같이 숙제하고! 그런데 당신은......" 그녀가 식탁 의자 등받이를 움켜잡자, 아직 간밤에 헝클어진 채 그대로인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눈을 덮었다.(20) 말투에서 느껴지듯 그녀는 되게 피곤하고 까칠한 인물입니다. 중학교 수학교사로 근무하다 은퇴했고, 외아들과는 절연 상태에 가깝고, 남편과의 관계도 살갑지 않아요. 교회에 나가기 싫어하고, 돌아가신 시어머니에 대한 원망을 지금도 갖고 있고, 자살한 아빠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요. 목소리는 퉁명스럽고, 표정은 무뚝뚝하고, 커다란 덩치에 걸맞지 않게 엄청 예민하고... 현실에서 만나면 분명 피하고 싶은 인물입니다. 그런데 희한한 게 책장을 넘길 수록 그녀에게 빠져드는 거예요. 비호감 캐릭터한테 왜 끌리나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녀한테서 내 모습이 보여서인 것 같아요. 그녀의 부족함이, 욕심이, 번민이, 외로움이 내게도 참 익숙한 것이었어요. 그녀가 아들과 싸울 때, 남편의 바람을 눈감아줄 때, 며느리를 원망할 때, 뉴욕공항을 헤맬 때, 혼자 남은 집에서 창 밖의 바다를 볼 때 아무 이유없이 올리브의 편이 되어주고 싶었어요. 히스테릭한 말과 행동 속에 숨어있는 진심을 아니까. 그녀도 잘해보려고 했다는 걸. 엉망이 되길 바란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걸. 올리브가 뉴욕 아들집에 갔다가 삼일 만에 집으로 돌아오는 <불안>이라는 단편에서 루시 바턴 엄마가 떠올랐어요.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이 닮았어요. 무뚝뚝한 것도, 돌연 짐을 싸는 것도. <루시 바턴> 읽을 때 뭐 이리 매정한 엄마가 있나 싶었는데, 엄마의 귀향길은 더 초라하고 아팠다는 걸 알겠네요.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은 바닷가 마을 크로스비 주민들의 이야기예요. 총 13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올리브는 다섯 편의 주인공이고, 나머지는 다른 인물이 번갈아 나옵니다. <무엇이든 가능하다>에서도 느꼈는데,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스쳐지나가는 주변 인물 하나하나에 서사를 부여하는 힘이 있어요. 작은 헝겊들을 모아 만든 조각보처럼 여러 인물의 사연을 교차하며 이야기를 엮는 실력이 탁월해요. 역할이 작은 인물은 있지만, 가볍게 살고 있는 사람은 없어요. 저마다 책 한 권 분량의 사연을 품은 인물들을, 튤립 구근을 심듯, 책 여기저기에 심어놓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읽어도 새로운 인물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어요. 왓챠에 <올리브 키터리지>드라마(4부작)가 있다네요. 올리브를 실물로 만난다니 설레요. 그녀를 만나기 전, 책을 더 천천히 음미해볼까 합니다. ------------------------------------------------- 올리브는 침대에 누우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외로움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걸, 여러가지 방식으로 사람을 죽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올리브는 생이 그녀가 '큰 기쁨'과 '작은 기쁨'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큰 기쁨은 결혼이나 아이처럼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일이지만 여기에는 위험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해류가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작은 기쁨도 필요한 것이다. 브래들리스의 친절한 점원이나, 내 커피 취향을 알고 있는 던킨 도너츠의 여종업원처럼. 정말 어려운 게 삶이다.(124) 올리브는 아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려 애썼지만 아이는 악보를 제대로 연주하지 않았다. 그녀를 괴팍하게 만든 것은 아이가 그녀를 너무나 무서워하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를 사랑했다! 이 점을 수잔에게 말하고 싶었다.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이봐, 닥터 수, 내 가슴속 깊은 곳에서 그것이 오징어 대가리처럼 부풀어올라 먹물을 쏘아서 나를 관통하거든. 나도 이렇게 되고 싶은 건 아니었어. 그러니까 날 도와줘. 난 아들을 사랑했다고.(129) "올리, 그거 알아?" 올려다보는 그의 눈은 고단했고, 눈 주위 피부는 붉었다. "결혼하고 수십 년을 같이 사는 동안, 당신은 한 번도 사과를 한 적이 없는 거 같아. 무슨 일에도." 이내 그녀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내리쬐는 햇살 아래 얼굴이 불타는 듯했다. "음, 미안. 미안. 미안해." 그녀가 머리 위에 꽂혀 있던 선글라스를 빼내어 쓰며 말했다. "그런데 정확히 무슨 뜻이야?" 그녀가 물었다. "젠장, 도대체 뭐가 괴로운 거야? 이 게 다 무슨 소린데? 사과? 좋아, 그렇담 미안해. 이렇게 지랄맞은 마누라라서 진짜 미안해."(222) "튤립은 이미 활짝 핀 꽃이 알뿌리 안에 들어 있는 거야." 올리브는 사진을 도로 서랍에 넣다가, 두 돌도 안 되었을 무렵 찍은 크리스토퍼의 사진에 눈길이 닿았다. 그녀는 아이가 얼마나 천사 같았는지, 갓 부화한 어린 동물처럼 아직 피부도 발달하지 않아 얼마나 밝고 빛을 발하는 것만 같았는지 잊어버리고 살았다. 너는 짐승 같은 여자하고 결혼할 거고, 그 여잔 널 버릴 거야, 올리브는 생각했다. 저 먼 서부로 이사 가서 에미의 가슴을 아프게 할 거야. 그녀는 서랍을 닫았다... 하지만 크리스토퍼는 누구를 칼로 찌를 아이가 아니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터였다. 그건 아이의 알뿌리에 들어있지 않았다. 올리브와 헨리라는, 그리고 그들 전의 부모라는 흙에 심어진 그 알뿌리에. (291) 오, 젊은 사람들은 정말로 모른다. 그들은 이 커다랗고 늙고 주름진 몸뚱이들이 젊고 탱탱한 그들의 몸만큼이나 사랑을 갈구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내 차례가 돌아올 타르트 접시처럼 사랑을 경솔하게 내던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모른다. 아니, 사랑이 눈앞에 있다면 당신은 선택하거나, 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그녀의 타르트 접시는 헨리의 선량함으로 가득했고 그것이 부담스러워 올리브가 가끔 부스러기를 털어냈다면, 그건 그녀가 알아야 할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알지 못하는 새 하루하루를 낭비했다는 것을.(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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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등장인물이 많이 나와서 처음에는 이해가 어려웠다. 하지만 쳅터별로 번갈아가면서 올리브 키터리지의 이야기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서 조금씩 몰입할 수 있었다. 친절하지도 감정표현이 부드럽지도 않은 학교 수학교사인 올리브의 부부관계, 모자관계의 이야기에서는 마지막 옮긴이의 말에서 좀 색다른 어머니, 또는 어른을 위한 성장소설이라고 한 말이 이해가 될만큼 조금씩 변화하고 표현해 가는 것이 보기 좋았다. 그리고 다양한 연령의 다양한 상황(거식증으로 고통받는 소녀의 이야기, 빈둥지 증후군을 앓는 노인, 젊은 미망인)을 가진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도 하나하나 흥미로웠다. 다시 한 번 더 읽어본다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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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중요하지 않은 존재가 된다는 말이야. 거기에 뭔 가자유를 주는 측면이 있지. . . 살다보면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잖아. 그 건 좋은 의미도, 나쁜 의미도 아니야. 하지만 어겠든 자신이 중 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돼. 그러다 어느 순간 알게 되는 거 지"-올리브는 아까 커피를 가져온 여자가 있는 쪽을 항해 어깨 를 으쪽했다ㅡ "자기가 더이상 아무 존재가 아니라는 걸. 엉덩 이가큰 종업원에게 투명인간이 되는 거지. 그런데 그게 자유를 줘 . . 그럼에도 여기 세상이 있다고. 하루하루 그녀을 향해 아름다운 비명을 질러대는 세상이. 그리고 그것에 감사했다. 올리브는 나에겐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다. 올리브스러운 문장이 나올때마다 혼자 피식거리며 '역시 올리브야'라며 흡족함을 느끼며 더욱 책에 빨려들어갔다. 두번째 남편을 보내주고 혼자 남아 외로움이 점차 차오르는 삶을 살고있는 올리브의 삶과 어디로 튈지모르는 그녀의 감정이 따듯하게 매력적이다. 읽는 내내 할머니 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올리브는 우리 할머니와 너무 닮았다. (그치만 올리브가 몇배는 더 유쾌할것이다) 올리브의 첫번째 남편인 헨리는 우리 할아버지를 연상하게된다. 헨리가 삶을 끝내가는 과정마져 할아버지와 유사하여 헨리가 나오는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왠지모를 죄책감마져 들었다. 동시에, 죽어가는 과정에 대한 공포감도 밀려왔다. 지팡이를 짚고 쇠약해진 모습으로 부모없이 시간을 보낼 내 자신을 생각하니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누구나 받아들이는게 이치인 늙어감과 죽음 현재의 삶에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매번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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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인주의 작은 마을 크로스비에 살고 있는 올리브 키터리지를 통해 보는 각양각색 인간의 아픔과 삶의 굴곡들.. 속 편해 보이는 사람들도 아픔이 있고, 삶의 굴곡을 견디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삶을 놓아버리는 사람도 있다. 올리브는 유순하고 다정한 남편 덕분에 강하고 다소 투박한 성격을 중화시키며 살아왔는데, 헨리가 아프면서 그녀의 인생도 통째로 흔들린다. 그녀는 그녀가 뭘 잘못한건지, 무엇을 바로잡아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서럽고 분하고 화가 난다. 그리고 지독하게 외롭다. 외롭다고 인정하면 화가 나지만 대화의 상대가 필요하고 마음을 나눌 상대가 필요하다. 하.. 인생 뭐 같네 죽을거면 빨리 죽지 라고 생각하다가도 계속 이 삶을 살아나가고 싶다.
사람의 감정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낸 듯한 묘사에 넋을 놓고 빠져들었다. 쓰러진 남편을 보면 외롭고 무섭고 쓸쓸하고, 남편이 죽고 난 뒤엔 나도 하루 빨리 고통없이 죽었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하루라도 더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 종일 전화 한통 없는 집 안에 있는건 더 괴롭고, 내 모든걸 쏟아부어 키운 아들과는 서먹하기 이를데 없다. 아들이 상담받았다는 망할 정신과 의사 때문이다. 그렇게 누군가를 탓하면 내 잘못은 조금 줄어든 것 같아서 마음이 나아지는 것도 같다. 그러나 여전히 외롭고 여전히 쓸쓸하다. 내가 올리브 옆에 있다면 툴툴거리는 그녀의 말을 고분고분 들어줄 수 있을텐데.. 그녀의 외로움이 공감되어 마음이 아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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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는 자갈을 깐 주차장에 차를 댄 뒤 트렁크에서 운동화를 꺼내 신고 걷기 시작했다. 하루 중에서 최고의 시간이자, 유일하게 견딜만한 시간이었다. 한 쪽 방향으로 3마일, 돌아오면서 3마일. 유일한 걱정은 매일 운동을 해서 더 오래 살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거였다. 죽을 땐 제발 숨이 금세 끊어졌으면. 그녀는 생각했다. 사실 이런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했다. 추천을 많이 받아서 구매한 책인데 정말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알고보니 드라마로도 나왔더라고요. 하지만 책이 정말 좋았기 때문에 드라마는 따로 보지 않을 생각입니다. 읽는 동안은 우울하고 마음이 안좋았어요. 올리브와 헨리를 연민했는데, 읽다보니 올리브 성격이 너무 괴팍한 거예요. 올리브에게 이입해서 올리브의 주변사람들이 미웠는데, 역시 세상은 다면적이고 복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끝까지 읽고 나서는 결국 만물은 사랑으로 귀결되게 되어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표현하지 못하면 가진 것도 손에 쥔 모래처럼 어느새 잃어버릴 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어쨌든 올리브는 따듯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표현하지 못한다는 게 사랑하지도 못한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더 슬펐어요, 특히 아들 내외 이야기가 나올 때에요. 올리브는 자존심이 강하고 변덕스러워서 그렇게밖에 다가갈 수가 없었고, 또 화를 낼 수밖에 없었던 건데, 하지만 아들의 입장도 너무나도 이해가 되었으니까요. 올리브는 많은 것을 아끼고 가엾게 여기고 사랑했는데 끝내 깨진 유리병처럼 회복할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이 정말 정말 슬펐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사랑으로 새로운 유리병을 마련할 수 같아서 결말까지 좋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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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올리브 키터리지와 그녀가 살고 있는 메인 주 바닷가 마을 크로스비 주민들의 일상이 조각이불처럼 펼쳐져 읽어나가면서 이어붙힌 조각천의 단면으로부터 시간과 공간을 유추해 맞춰보고 찾아내게 만드는 마법같은 소설을 지금 막 끝냈다. 이토록 멋진 작가를 알게 된 것, 앞으로 읽어 나갈 그녀의 작품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모두가 행운이다. 불편한 감정을 속속들이 분석하기보다는 대충 넘어갈 때가 많은데 그 이유는 어설픈 분해가 오히려 결과적으로는 안좋은 마무리로 끝나게 되리라 쉽게 예상하기 때문이다. 또한 어설프게 휘저음으로써 에먼 상처만 덧날 위험을 방지하고 싶기도 할 것이다. 그저 그렇게 마무리된다면 좋을텐데 이런 감정은 흙탕물을 방치해 흙을 가라앉히고 투명해지는 부분만 보고 깨끗하다고 말할때의 불안을 간직하고 있다. 작가는 에둘러 말하는 법 없이 그런 애매한 감정과 상처를 올리브의 목소리를 빌려 또는 상황 속의 인물들을 통해 분명하고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그런 장면에서 독자는 드러내 말하지 못했던 감정을 인정받고 위로받고, 해결의 실마리도 만나며 스스로의 내면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질수 있게 된다. ‘자식이 처음 열이 나는 날부터 시작해서 걱정이 끊일 날이 없지.(35)’이렇게 키운 자식은 부모로부터 기인한 상처가 병을 만들고 무언의 원망을 행동으로 표출한다.‘크리스토퍼, 내가 어쨌기에 네가 날 이렇게 대한단 말이니.(271).’ 훗날 이런 말을 하지 않기 위해서 여러 가지 단서와 증거를 틈틈이 확보하며 경계태세를 고수하는 나 자신의 수고도 짠한데 결국 이 또한 그다지 소용이 없으리라 예측되기도 한다. 올리브의 가슴시림이 내게도 서늘하게 전해진다. 어떤 말들은 훈장처럼 남은 시간을 온통 빛나게 해주지만 어떤 말들은 결코 회복할 수 없는 단절을 만들어낸다.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말들은 아무리 오래된 신뢰도 금이 나게 만들고 헨리가 쓰러지기 전 쓰디썼던 부부의 대화와 같은 진짜 속내는 끝까지 마음속에만 남기는 것이 ‘지혜이자 배려’일지 혼란스럽다. 내내 마음쓰던 아들과의 관계를 그리는 ‘불안’이 조금 더 뒤에 배치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읽었지만 그 장의 중반을 넘어가며 너무 만족스러워 조금씩 불안해지던 마음에 역시나 올것이 오고마는군, 올리브는 폭발하고 상처받고 떠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크리스도 올리브도 백번 그럴만하고 비난할 수 없다는 입장이된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손톱끝까지 완벽히 행복한 순간을 맞기는 불가능한 것일까, 헨리 키터리지의 바램처럼 나도 바란다. 같은 장면을 다르게 기억하는 우리라서, 여지껏 알아채지 못해서 사과조차 할 수 없었던 우리라서, 본의 아니게 준 상처라는걸 알아줬으면 한다고 차마 말 할 수 없어서, 결국 완벽할 수 없는 인간이라서 미안하다. 단 한 번도 미안하다고 말한 적 없다는 올리브를 향한 헨리의 말은 타당할까, 역시 올리브와 헨리 모두에게 편드는 나다. 위트가 넘치는 문장, 그 문장 속에 숨쉬는 여유 또는 진실, 끝없는 변주로 지루할 틈 없이 이끌어가는 문장, 뿌옇게 흩어져 잡기 어려웠던 오랜 감정을 벼락처럼 선명하게 글로 그려 내어놓는 솜씨는 인물들이 당면한 사건에서 오버랩되는 내 얼굴과 표정을 발견하게 만든다. 그로써 캐묵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위한 치유의 알사탕을 선사받는듯한 느낌에 설레이기도 한다. 인물들간의 관계와 상황에 이입되어 놀랍기도, 안타깝기도, 다행스럽기도 한 감정이 들지만 올리브의 시선으로 중년부터 노년의 삶을 주욱 관통해볼 수 있었던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 모두에게 다가올 시간이고 상황이며 그때 나는 어떻게 그 순간들을 꾸려나가야 할지 미리 그려보게 된다. 소중한 사람들이 곁에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결국 사라졌을 때 슬퍼하는 어리석음은 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담고 있는지. 나와 아이들, 나와 부모님, 나와 배우자의 삶, 더 나아가 의미있는 타자와의 관계는 어떻게 연결되고 마감되어갈지, 그 조각이불의 이음새가 들뜨거나 울지 않기를, 값비싸고 화려하기보다 은은하고 따스한 조화로움이, 마치 땅의 질감과 노을의 색채처럼 베어있기를 바랄 뿐이다. 소설의 마지막이 ‘강’으로 끝나서 행복했다. 이 작가는 마지막 장, 마지막 문장까지 깨닫게 한다. 살아 내야 할 삶, 주어진 시간에 경의를 표한다 올리브는 생이 그녀가 ‘큰 기쁨’과 ‘작은 기쁨’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큰 기쁨은 결혼이나 아이처럼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일이지만 여기에는 위험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해류가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작은 기쁨도 필요한 것이다. 브래들리스의 친절한 점원이나, 내 커피 취향을 알고 있는 던킨 도너츠의 여종업원처럼. 정말 어려운 게 삶이다.(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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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오늘은 무슨 일이지요? 타인과는 다른 독특한 방법으로 남편과 자녀를 사랑하는 퉁명스럽지만 매혹적인 여자 올리브 키터리지를 중심으로, 그녀를 둘러싼 십대부터 칠십대까지의 바닷가 마을 크로스비 사람들에 관한 연작소설 13편이 모아진 장편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