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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가 누구인가. 막상 물어 놓고 보면 아는 게 없다. 심지어 그녀의 책 한 권도 제대로 읽은 게 없다. 이름이 너무 익숙해서 알고 있는 사람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었을 뿐. 이 책을 펼쳐 놓은 내내 버지니아 울프라는 작가에게 얼마나 미안한 마음이 들던지. 비로소 얼굴 한 번 제대로 본 느낌이다. 책읽기는, 이 다음에 해야 할 일이 되었다.
정확하게는 버지니아 울프가 남편과 함께 살면서 가꾼 집과 정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먼저 세상을 떠났고 이후 남편이 혼자 돌보다가 죽은 뒤에는 기부를 하는 형태로, 지금은 내셔널크러스트가 이 집과 정원을 관리하면서 사람들에게 개방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 사람들, 집을 갖고 집에서 누리고 집에서 얻은 기쁨을 어떻게 나누는 것이 가장 좋은지 그 방법을 알았던 것 같다. 부러운 면이다. 여행을 할 수 있었을 시절이라면 분명히 가고 싶어 했을 만한 곳이다.
정원을 어떻게 꾸며 나가는가, 유명 작가는 어떻게 그 작업을 했다는 건가, 혹시 내가 도움을 받을 만한 게 있을까, 이런 게 궁금해서 구해 본 책이다. 무엇보다 규모가 너무도 크고 대단해서 내 처지와는 조금도 연결시킬 수 없을 것 같아 책을 읽는 초반에 빨리 마음을 접었다. 이건 뭐 저택에다가 과수원에다가 정원이라고 이름 붙인 게 한두 군데도 아니고,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 심는 수준이 아닌 걸, 하다 보니 현실 감각은 없이 구경하는 마음만 남았다. 그런데도 점점 좋아졌다. 이런 곳이라면 구경만 해도 근사한 일이구나.
버지니아 울프가 어떤 작가였던가. 페미니스트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작가로 너무 유명해서 편견과 선입견을 많이 갖도록 했던 건 아니었는지, 나만 오해하고 있었던 건지, 그랬다면 차라리 다행이다 싶게 새로 만났다. 글쓰기를 좋아했고 집과 정원을 가꾸고 다듬기를 좋아했으며 종종 아팠고 아파서 약해졌고 그래도 다시 일어나 글을 썼고 산책을 하며 회복을 꾀하기를 되풀이한 작가. 남편과 사이좋게 살았던 작가. 이 책으로 알 수 있었던 작가의 멋진 모습이다. 그리고 그녀의 책을 읽으면 그녀의 내면에 대해서도 좀더 알 수 있게 되리라 기대하게 되었다.
함께 실려 있는 정원의 사진들이 더없이 좋다. 마당과 잔디와 나무와 꽃과 갖가지 장식품들. 따라 해 볼 엄두가 나지는 않지만, 그럴 형편도 못되지만, 할 수만 있다면 같은 모양으로 확 축소해서 꾸며 보고 싶을 정도다. 그 집의 꽃 무더기 자리 대신 우리 마당에는 단 한 송이만 피울 수 있게 될지라도. 20년 동안 보살피고 가꾼 정원이라니 들인 시간만으로도 감히 비교할 수조차 없기는 하지만.
책 한 권 쓰고 번 돈으로 정원의 한 쪽씩 고쳐 나갔다는 이야기는 실감이 나서 더 친숙하게 읽었다. 그냥 돈이 뚝 떨어져서, 어쩌다 괜히 생겨서 이렇게 크고 멋진 공간을 만들 수 있었던 게 아니었다는 것이니까. 치열하게 살아서 이루었을 공간이었으리라. 그럼에도 끝내 남겨 놓고 떠나야 했을 그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아픔이었을까? 나눌 수 없는, 나누고 싶지 않은, 나누어서는 안 된다고 여겼을 혼자만의? 아내를 보내고 혼자 남아 집과 정원을 지켰을 남편 레너드의 마음은 또 어떠했을지. 온통 애틋하게만 잡히는 사연들이었다.
버지니아 울프를 정말 제대로 만나보아야겠다. 이미 반한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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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가드너로써 정원 색감이나 배치가 너무 좋다. 우리나라 작가의 정원을 저렇게 관리하고 보존하는 곳이 있었던가! 내셔널 트러스트가 인수해서 관리는 세입자에게 맡겨두었다. 세입자의 생활감이 몽크스 하우스 본연의 느낌을 해치면 어쩌지 하는 나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세입자와 관광객의 공존은 오히려 몽크스 하우스를 더 보존되도록 하는 것 같다. 버지니아 울프 소설에서 언급되는 정원과 관련된 얘기들을 하나하나 사진과 함께 설명해 놓아 너무 좋았다. 책의 사이즈도 커서 넉넉하게 사진이 들어올수 있고 생생해서 더 좋았다. 숙독하지는 않았지만, 울프의 책을 읽을때면 한번씩 뒤적여 볼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