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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구의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 코난을 부탁해! 아톰은 녹이 슬었다. 관절을 부드럽게 해주던 기름칠을 못 한지 꽤 되어 삐꺽거리는 소리가 난다. 눈에 불은 점멸 되듯 깜빡 거리며 힘없이 움직일 뿐이다. 하늘을 나는 것 따위 무슨 옛말이냐. 두 발로 걷는 것조차 허락되기 힘들 것 같다. 세상은 매연과 암흑으로 가득 차 있다. 정전 사태 속에서 모든 동식물은 생명을 잃었다. 그렇다! 석유가 고갈되고 세상의 모든 것이 정지되었다. 식품을 나르던 수송기는 석유 한 방울 없이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냉방도, 난방도 꿈같은 소리다. 어느 곳에선 사람들이 굶어죽었고, 어느 곳에선 추워서, 어느 곳에선 한낮 열기에 쓰러져 죽었다. 곳곳에 비명 소리가 낭자하다. 무서운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새하얀 가운의 박사들이 모여 아톰을 만들고 그 아톰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모든 문제를 해결하리라는 낙관적인 미래는 존재하지 않았다. 강양구의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라는 책을 읽은 다음 날 지독히도 무서운 꿈에서 아침을 맞았다. 곁에 누워 있는, 이제 겨우 말을 하고 세상을 탐색하는 아기를 내려다보다 소름이 돋았다. 여름날, 공포영화보다 더한 공포를 맛봤다. 석유가 고갈될 것이다! 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절망을 책에서 읽을 수 있었다. 우리가 평소 듣던 태양 에너지, 풍력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들은 어쩌면 조금 진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고 있던 사실이 있었다. 우리 주변의 더 많은 것들이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바이오매스’라고 하며 축사 동물의 배뇨와 생활 쓰레기(가령 폐식용유 같은)을 없애는 동시에 에너지로 전환해 쓸 수 있는 놀라운 아이디어의 통칭이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 전율이 흘렀다. 게다가 이것이 단순히 놀라운 아이디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독일 등지의 많은 나라에서 그 실효성을 거두고 있는 것이라니! 무궁무진한 에너지의 세계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면서도 절망을 하게 되었던 것은 그러한 아이디어와 체계가 아직 우리나라에서 성공을 거두기에는 일반 시민의 의식에서부터 정부의 지원까지 부족한 게 너무 많다는 데에 그 이유가 있다. 나처럼 에너지니, 환경이니 하면 당장 내가 마실 물과 내뱉고 들이마시는 공기의 질에 대해 생각하는 게 다인 단순한 사람도 지구가 숨을 쉬어야 사람이 숨 쉰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당장의 정치적인 관계, 경제적인 부분 때문에 환경에 투자되어야 할 시간과 돈이 자꾸 미뤄지고 있다는 게 너무나 안타깝다. 게다가 가정을 꾸려 아이까지 있다보니 당장 내 아이가 걱정 없이 뛰어놀 수 있는 외부 환경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겠다. 특히 내가 사는 지역은 근처에 축사가 있어 냄새 때문에 오는 환경적인 스트레스가 많이 크다. 평일 낮에는 문을 열어 놓으면 시원해서 에어컨을 틀지 않는데, 오후 4~5시경부터 축사에서 방뇨를 하는지 냄새가 서서히 올라오다가, 어느 순간 강하게 코를 찌른다. 우리 집은 그 때부터 에어컨을 트는 시간이다. 이후 새벽 6시 정도까지 모든 창문과 문을 닫고 에어컨을 틀어 청정과 제습을 번갈아 하며 밤새 버티는 것이다. 다들 낮에 덥다고 에어컨을 틀고 밤에는 끄고 문을 열어놓고 잔다는 데 우리집은 그 반대다. 전기세가 아까워 그냥저냥 냄새를 참고 문을 열고 자보았는데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목이 너무 따갑고 아파서 요새는 도로 문을 닫아둔다. 아무래도 역한 냄새에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 대기 중 공기도 그 질이 안 좋아지는 것 같다고 추측해본다. 1차로 축사의 냄새로 인한 스트레스, 2차로 대기 공기의 오염과 신체 이상, 3차로 그것을 차단하기 위해 틀어놓는 에어컨. 삼중고가 아닐 수 없다. 외벌이로 4인 가족이 살면서 밤마다 에어컨을 트는 것은 적잖이 부담이다. 그런 나에게 저자가 소개한 ‘바이오매스’ 중 축사의 분뇨 등을 활용한 에너지 재생산은 정말 눈이 번쩍 뜨이는 게 아닐 수 없었다. 책을 고대로 가져가 인근 시청과 단체에 호소하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면 유난스럽다고 할는지. 하지만 하루만 우리 집에서 생활해본다면 누구라도 고개를 돌릴 것이다. 인구가 늘고 그에 맞춰 생산과 소비가 늘었다면, 그 인구 안에서 해결해야할 안이 필요하다. 석유를 그 먼 나라에서 싣고 와 우리나라에서 소비하는 행태는 머지않아 두 나라 모두에게 재난을 줄 것이다. 저자는 ‘바이오매스’ 말고도 우리가 매일같이 수십대를 보고 지나치는 자동차의 연료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이름하여, ‘바이오디젤’. 이미 상용화의 기술을 가진 나라도 나왔고, 우리 나라의 기술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하니, 머지않아 내 차도 ‘바이오디젤’로 가는 날을 꿈꿔볼 수 있게 되었다. 독일 생태마을에선 마을버스 뒷꽁무니에서조차 폐식용유의 에너지로 인한 고소한 매연이 난다니 이 무슨 동화 같은 이야기일까. 이외에도 우리가 관심이 부족해 비판만 하고 있었던 풍력 에너지의 현재 상황이라던가, 태양 에너지 생산에 관련된 다양한 노력을 보았다. 게다가 한때 우리나라에서 신 에너지가 나온다며 난리가 났었던 가스하이드레이트의 맹점에 대해서도 쉽게 그러면서도 깊게 배울 수 있어 에너지를 개발하고 쓴다는 것이 얼마나 공이 많이 들어가야 하는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자, 이제 이런 책을 많이 보고, 널리 좀 알려서 새로운 꿈을 꾸자. 독일의 생태 마을 ‘윤데’가 세계 곳곳에 자리잡아 코난이 뛰고 구르고, 맘껏 물고기를 잡아 먹고 풀을 뜯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코난은 태양열집약판이 모은 열로 토스트를 굽고 계란 후라이를 하나 한다. 아침 식사를 하고 난뒤 폐식용유는 수거 회사에 팔고 돈을 받는다. 모아진 폐식용유로 버스를 타고 등교를 해서는, 가축의 똥오줌으로 발생한 열로 전등을 키고 에어컨을 튼다. 하교 후 엄마와 함께 집으로 가는 길에 열린 지역 시장에서 이웃이 직접 심고 캔 맛있는 채소와 과일을 산다. 새로운 꿈은 달콤하다. 우리 아이가 이웃과 소통하고 세상과 함께 숨쉬는 씩씩한 코난이 되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