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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스트랭의 ‘물의 인문학’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이라는 지식의 숲을 종횡무진 엮어내 하나의 거대한 스토리로 만든 인상적인 책이다. 이 책에서 내 관심을 더 끈 것은 인문학보다 자연과학적 지식이었다. 지질학자 데이비드 몽고메리가 “우리는 발밑에 있는 흙보다 머리 천체의 움직임에 관해 더 많이 알고 있다”는 말을 했지만 그간 나는 지질학이나 토양학보다 천문학이나 물리학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같은 차원에서 그간 나는 물(베로니카 스트랭이 다룬 대상)도 인문학에 초점을 두고 보아왔다. 그런데 책에서 내 눈길을 끈 부분은 지하수와 화석수 이야기다. 물은 지표 아래 다양한 층에 저장되어 있는데 토양의 틈과 작은 암석의 빈 공간에 물이 가득 차면 이 지점을 지하수면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지질학적으로 보면 빙하가 확대되고 후퇴하는 과정을 통해 쌓인 화석수가 지하수의 대부분을 이룬다고 한다.(39 페이지)
대부분의 비는 육지보다 넓은 바다에 다시 내리므로 지하수의 과잉 취수는 해수면 상승에 일정 부분 기여한다. 모든 생물군은 공기, 토양, 세포들을 거쳐 가는 물의 이동에 의존한다. 모든 것은 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모든 식물군과 동물군은 물로 연결된 초바다(超바다; hypersea)를 구성한다. 내가 이 책에서 배운 학문 중 하나가 수문학(水文學; hydrology)이다. 여기서 다시 거론하게 되는 것이 앞에서 이미 언급한 천문학이다.
그렇다면 지문학(地文學)도 있지 않을까? 검색해보니 지문학이란 지구과학 영역까지 포괄하던 자연지리학을 이르던 말이다.(천문학, 지문학, 수문학, 그리고 인문학..) 물은 생명 유지 수단일뿐 아니라 침략적인 것이기도 하고 부적절한 물질을 운반하는 주된 매체이기도 하다.(49, 50 페이지) 물의 순환적 이동 과정에서는 창조성과 엔트로피가 미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
물은 지식과 같은 차원으로 볼 수 있다. 물이 천천히 흐르고, 스며들고, 퍼지고, 넘쳐 흐르고, 뒤덮고, 심지어는 세뇌하기도 하는 것처럼 지식은 지혜의 샘에서 흘러나오기도 하지만 순진무구한 상태를 오염시키거나 타락시키며 독을 퍼뜨리거나 혼란스럽게 만든다. 인간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물의 수많은 이동을 관찰하고 이에 관념을 부여할 뿐 아니라 현상학적으로 물의 이동을 경험하기도 한다.(66 페이지)
강은 시간과 공간을 따라 변해가는 생명의 이동을 완벽한 비유로 표현한다. 훼손되지 않은 산비탈에서 샘솟아 나온 강물은 세차게 휘몰아치는 에너지와 폭포와 급류의 형태를 띠면서 풍경에 활기찬 작용을 가한다.(78 페이지) 본격적인 관개(灌漑) 시작의 가장 큰 이유는 벼농사 때문이다. ”관개 기술이 급성장하면서 인간 사회의 지도자들은 점차 신격화되었다. 고대 이집트와 바빌로니아에서는 왕의 선정을 관개 사업을 시작하는 것으로 표현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왕은 사막을 비옥하게 만드는 물 공급자로 여겨졌을 뿐만 아니라 물의 창조적 힘이 현실에 나타난 화신으로 여겨졌다.“(113 페이지)
초기 유대교 - 기독교와 아랍의 문헌에는 다양한 신과 예언자들이 밀려나고 어디에나 있는 전능한 존재, 결국 한 명뿐인 남성 존재만이 그 자리에 남는 이행 과정이 나와 있다. 두 종교적 전통에 나오는 고대의 홍수 이야기에는 물의 혼돈과 무질서 개념은 계속 유지되지만 전능한 신의 관점에서 이를 재구성함으로써 벌을 내린 다음 용서해주는 힘을 표현하고 있다.(117 페이지)
더욱 규모가 크고 강대해진 사회에서 나타난 여성적인 것(물질세계)과 남성적인 것(문화)이라는 양분화된 인식에서는 혼돈의 물(다스릴 수 없는 물)과 좋은 물이라는 이원적 인식이 나타났고 세심하게 물이 공급되고 잘 관리된 농경지의 모습이 점차 일신교적 종교 문헌에 지배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117, 118 페이지) 자연, 그 중에서도 특히 물을 여성으로 개념화하는 과정은 종교적, 사회적, 정치적 체제에서 그리고 물질세계, 특히 물과의 관계에서 남성의 권위를 선언하는 것과 나란히 진행되었다.
그 결과 관개 사업은 인간 지배의 새로운 우주론적 견해를 낳았고 더욱 힘을 얻었다.(121 페이지) 치수 사업은 인류가 지구상의 다른 종과 맺는 관계를 가장 많이 변화시켰으며 인간의 작용 가운데 으뜸이라고 할 만한 상당히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122, 123 페이지) 도시는 반드시 물 공급이 원활한 곳에 자리 잡아야 한다. 런던의 경우 하수구로 알려진 '위를 덮지 않고 터놓은 수로'에 가정용 요강의 내용물, 쓰레기, 재뿐만 아니라 가축 분뇨까지 버렸다.
하천 옆에 사는 사람들은 분뇨가 곧바로 하천으로 떨어지도록 화장실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물 대신 양주, 에일, 맥주, 포도주 등을 마셨다.(152, 153 페이지) 13세기에 국왕은 대형 수도관을 건설한 이후 멀리서 물을 끌어오기 위해 수많은 수로를 만들었다. 고대 그리스인이 심은 원소의 과학적 분석이라는 씨앗이 18세기에 결실을 맺었다. 이 열매를 바탕으로 다음 세기 동안 물질적인 것으로 형성된 사고방식은 세계를 공학으로 설계하는 보다 전문적 능력과 결합되어 근본적으로 물과 생태계를 관리 대상으로 보는 관계를 낳았다.(163 페이지)
물은 늘 사색과 감정 이입의 대상이 되어 왔고 수자원 기술의 발달은 그 미학적 특성을 찬미하는 예술적 표현을 수반했다.(174 페이지) 저자는 인간의 개입 가운데 물질세계를 지배하는 힘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아마도 댐만한 것은 없을 것이라 말한다. 생명의 물질이 흐르지 못하도록 막아서 인간에게 도움이 되도록 물길을 내는 것보다 명확하게 지배를 표현할 수 있겠는가, 란 말이다.(189 페이지) 저자는 인간이 질서정연한 방식으로 순환하며 영양분을 운반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며 다른 물질을 흡수하고 온도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유동적 능력을 지니는 물(민물과 바닷물)에 가하는 갖가지 압박을 우려한다.(202 페이지)
물의 흐름을 바꾸어 인간 활동에 전용한 결과 수질에 커다란 문제가 생겨 세계의 가난한 지역에서 매일 1만명에서 1만 4천명의 사람이 수인성 질병으로 죽는다. 플라스틱 생수병 하나를 만드는 데 그 용량의 여섯 배나 되는 물이 들어간다.(211, 212 페이지) 물이 다른 물질을 분해하고 운반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모든 식물군과 동물군이 오염의 폐해를 입는다는 의미다. 저자는 대다수 도시는 재활용 물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전에 수많은 사람의 몸을 거쳐온 물을 마신다는 것은 최대한 좋게 생각해서, 불쾌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한다.(222 페이지)
이 부분에서 NASA 우주선의 물 재활용 이야기를 생각해보자. 그들은 우주선 안의 모든 동물 - 인간과 쥐 등 - 에게서 나온 거의 모든 물 입자를 이용한다. NASA의 정수 처리 전문가 레인 카터는 역겹게 들릴지는 몰라도 우주정거장의 정수기에서 나가는 물은 우리가 지구에서 마시는 물보다 훨씬 깨끗할 것이라는 말을 했다.(51 페이지) 우리가 마시는 물 성분의 거의 100%가 공룡의 몸을 통과한 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를 티라노사우르스수(水)라고 한다.
10여년전 영국 지리학자 앤서니 앨런이 음식과 가공물질에 얼마나 많은 물이 들어가는지 계산하는 법을 만들어냈다. 커피 한 잔에 대략 140리터의 가상의 물(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식품이나 제품의 생산, 유통, 소비 과정에 사용되는 물)이 필요하고 500그램의 치즈에는 2,500리터, 1kg의 쌀에는 3,400리터, 청바지 한 벌에는 5,400리터, 자동차 한 대에는 50,0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234 페이지)
물발자국이라는 개념도 있다. 생산과정에 사용되는 물이 남기는 공간적 자리를 의미한다. 청색 물발자국은 지역 환경에서 얼마나 많은 물을 가져다 썼는가를 나타내는 개념이고 회색 물발자국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오염 폐수를 만들어냈는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저자는 우리는 사회적, 물질적 행위들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사업과 환경을 경쟁적 시장에 맡겨두는 것을 반대한다.
데릭 복이 이런 말을 했다. ”교육이 비싸다고 생각된다면 아무 것도 모르는 삶을 한 번 살아보라. 지속가능성을 이룩하기가 어렵다고 생각되면 어디 한 번 그것을 포기하고 살아보라.” 저자는 많은 대항운동은 사회적, 생태학적 정의를 향한 열정 그리고 감각과 영혼까지 아우르며 물과 관계를 맺으려는 열정에서 비롯되었음을 강조한다. 인류와 지구상의 모든 유기체 사이를 흐르며 이어주는 연결고리인 물을 보며 각자 생각하는 바는 다를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생명에 없어서는 안 될 것이지만 너무도 마구 다루어졌다는 점이다. 저자가 강조한 초(超)바다란 개념을 공부하는 것이 어떨까?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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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Water : Nature and Culture이다. 저자가 영국 더럼대학 인류학 교수로서 인간과 환경, 특히 물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해오신 분이라고 하는데 책 내용 역시 물에 대해서 다양한 학문과 관점에서 다루고 있었다. 단적으로 말해 물하면 생각나는 단어를 나열해보라고 할때 전보다 몇개, 아니 조금 과장해서 몇십개는 더 나열할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 지구상의 대부분은 물론 우리 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게 물이라는 것은 지구과학과 생물학 기초지식만 있다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생명의 근원이 물이기도 하니 우주에서도 생명의 기원을 찾기위해 먼저 찾아보는게 물, 그리고 물의 흔적이라는 것 또한 마찬가지고. 우리가 섭취하고 내보내는 물순환을 이야기하며 다룬 NASA의 우주선 물 재활용 이야기에서는 얼마전에 넷플릭스에서 보았던 화성탐사를 다룬 어웨이라는 작품에서 우주선 물정화 장치가 고장나서 물부족으로 모두가 죽을뻔한 에피소드를 다뤘던게 생각나기도 했다. 많은 기원신화에서 등장하는 홍수는 물로 인간세상 자체를 정화하는 이야기이고 이류의 문명이라는 것 또한 물가까이에서 탄생했으며 물을 다루는 치수능력은 국가권력의 바로미터이기도 했을 만큼 물이라는 것은 인류사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물질이다. 책에 실린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팔의 정맥을 하천의 흐름에 비유했다는 부분을 보면서는 각 나라의 속담이나 격언에서 등장하는 물을 조사해봐도 재밌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는데 아쉽게도(?) 그런 내용은 없더라는. ![]() 중심지에는 반드시 인상적인 분수를 설치해야 국가의 수도가 완성되었다며 제네바 호수에 있는 140m의 제트분수, 사우리아라비아의 제다의 260m짜리 킹파드 분수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사진자료로는 베르사유와 부다페스트에 있는 분수만 나와서 도대체 100m도 그렇지만 200m를 훌쩍 넘는 분수는 어떻게 생겨먹었나 싶어 찾아보기도 했다. 이건 뭐 분수라기보다는 물을 뿜어올리는 기계가 아닐까 싶게 생겼는데 홍해 바닷물을 그대로 뽑아올리는 구조이고 높이는 책에 언급된 높이보다 더 높은 312m라고 하니 더 성능이 높아진 모양이다. 조금 이상했던 부분은 댐이야기를 하는 챕터였다. 댐 건설로 인한 이주민, 자연환경 변화 등을 이야기하며 많은 국가가 댐 건설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었지만 인도, 중국, 한국 및 몇몇 아프리카 국가들은 여전히 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며 부정적으로 언급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 위에 언급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화력이나 원자력이면 몰라도 수력발전은 그래도 상대적으로 청정에너지원 아니었나 싶었기 때문이다. 잠깐 찾아보니 역시나 친환경에너지원으로서 수력발전 기술 국산화에 힘쓰는 것은 물론 포천, 홍천 등에 양수발전소 건설,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에 해외 수력발전소 건설에도 많은 투자가 진행될 계획이라고. 이 밖에도 기후변화와 물부족 위험을 다루는 부분을 보면서 앞으로 물을 사마시게 된지 얼마나 되었는지 갑자기 궁금해지면서 우리나라도 곧 물부족 국가에 들어서며(벌써 그렇다는 말을 들은듯도 싶지만) 생수가격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페트병이 계속 나오는게 좀 찔리던 참이었는데 정수기로 바꿔야하나 살짝 고민하기도했다. 아참 책 말미에 이루마의 곡 '네 안에 강물이 흐른다'를 언급한 부분이 눈에 띄었는데 이루마가 유명한건 알았지만 이 곡은 생소했기에 한번 들어봤는데 왠지 익숙한 멜로디였다는. 듣다보니 가사도 있었다. @.@ 다양한 자료사진들과 더불어 살펴볼 수 있었던 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 그리고 물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준 책. 특히 우리나라의 하수처리 및 물공급 시스템 만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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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서 생명이 탄생했다. 지구상에 생명의 탄생을 알린 태초의 세포는 물속에서 아마노산 분자들이 물을 매개로 우연히 결합하면서 태어났다. 영겁의 세월동안 움직이고 흩어지고 출렁이면서 서로가 서로를 스치고 지나가던 아마노산들이 어느날 완벽한 조합으로 연결되고 그것이 생명이 탄생한 시점이었다.
물에서 탄생한 생명은 육상으로 진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끼를 선두로 식물이 육상에 자리를 잡았고, 그 뒤를 이어 동물들이 뒤뚱거리며 육상에서 걷기 시작했다. 이윽고 생명은 공중에도 자리를 잡았고, 수많은 종류의 생명이 탄생하고 사라져갔다. 그러나 모든 생명은 물을 떠나서 살수가 없었다. 인간들에게도 물은 생명과 문명을 이어가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었다.
그렇게 물은 인간을 통하여 문화와 문명을 잉태했다. 인간들의 문화속에는 원형으로써의 물이 깊숙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물은 공기중으로 증발하여 구름을 만들고, 눈으로 내려 쌓인 물은, 빙하를 만들었고, 인간들은 빙하의 확장과 수축에 따라 거주지를 옮겨 다녔다. 결국 인간은 물을 다스림으로써 사회를 조직하고, 문명을 만들었다.
모든 문명에는 물이 커다란 위치를 차지 하고 있다. 물은 매혹적이면서도 잔인하고, 고분고분하다가 매섭게 문명을 후려치기도 한다. 늘 인간들은 물을 동경하고, 물에 도전하고, 물을 정복하려 했었다. 이제 인간이 물을 다스릴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물길을 막고, 물길을 옮기기에 이르렀다. 인간은 물을 오염시킴으로 스스로의 삶의 자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생명과 인간의 장대한 여정. 물을 향한 인간의 동경. 인간의 삶에 끼친 물의 흔적, 물을 향한 인간의 활동들이 한권의 책이 잘 담겨 있다. 생명을 잉태한 물이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인간에게 서운함을 표현하는 요즘. 인간의 문화와 역사에 미친 물과의 길고 긴 여정을 정리해보는 좋은 읽을 거리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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