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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몇 년전‘아스트로싸이토마' 라는 병을 앓으면서 쓴 시들이 <나 혼자 남아 먼 사랑을 하였네>가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죽음을 앞둔 이가 바라보는 세상과 감정들에 대한 시선이 매력적인 시집을 구성한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네 개로 구성된 목차가 유독 시선을 잡아 이끌었습니다. 1부- 모든 별들이 살아 있는 죽음을 나르는 칠성판 2부- 죄의 완전연소를 꿈꾸는 3부- 어머니가 거대한 황혼을 뒤로하고 난데없이 숙제를 낸다 4부- 나는 좀 더 북쪽으로 가야 할 것 같네 로 세분화된 목차에서 자신이 눈 앞에 둔 죽음을 시적환상과 연결시켜 감각적으로 시각화 했다는 것이 매력적이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모든 별들이 살아 있는 죽음을 나르는 칠성판 영원히 사는 인생이 어딨어 내 머릿속의 별들도 조용히 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혼자서 스스로의 장례를 치르며 두 팔을 활짝 벌리네" -[ P.15 스위스행 비행기 中 ]
이 시 속 공간적 배경지는 스위스로 향하는 비행기 안입니다. 삶과 죽음의 중립국으로 존엄사가 인정이 되는 스위스행 비행기에 올라탄 화자를 통해서 그가 죽음을 기꺼이 껴안았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시의 전반적인 내용이 죽음과 무(無)는 과연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수 있게끔 유도하는 듯 했습니다.
"어떤 고통은 가장 깊은 곳에서 오히려 고요하다 제 울음을 품은 채 고구마가 익어 간다 찔러둔 내 젓가락을 끝까지 다 받아 주면서" - [ P. 35 고구마 中]
일상생활에서 그저 식량에 불과한 고구마도 시인의 시적감각을 통하면 울음을 품은 고구마로 바뀐 채 표현될 수 있다는 지점도 매력적입니다.
“세상의 모든 라디오는 나의 뉴스를 들려주지 않는다 뉴스에 나오지 않는 저녁 아홉 시 그래야 안심할 수 있는 저녁 아홉 시다" - [ P. 68 라디오 좀 틀어 주세요 中]
아나운서와 기자가 가장 중요한 속보라며 떠들어대지만 정작 본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9시 뉴스. 그러나, 내 이야기가 뉴스에 나오지 않아야 안심이 되는 아이러니가 담긴 부분도 생각할 부분이 있는 글귀었습니다.
"나의 허공은 황산의 돌부처로 깨어났다 사람들은 내 발등 위에 촛불을 켜고 절을 했다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고 절을 했다 손만 뻗으면 바로 잡힐 곳에 눈물의 마니보석이 둥둥 떠다니는데 3만 년 전의 사람들은 아직도 두 손을 꼭 모은 채 기도하고 절을 했다" - [ P. 106 눈물의 마니보석이 둥둥 中]
이 시에서는 믿음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힘든 일이 닥칠 때면 무언가 에게 의지하려 자신만의 신을 만들어 냅니다. 과연, 죽음을 재촉하는 병마와 싸우는 시인에게 신은 과연 의지가 되는 존재일까? 무의미한 존재일 것인가 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나는 눈 앞에 있는 무언가를 외면하고 무의미 한것에 매달리기만 하고 있는가에 대한 사고도 해 볼 수 있었습니다.
"공책에는 사라지는 무수한 말들이 있고 사라지는 무수한 이미지가 있다 사라지는 사랑, 사라지는 뜬구름, 사라지는 어머니 아버지가 있다 먼 뒷날의 나도 있다 깊은 산의 숨소리, 호랑이의 포효가 있다 … 공책을 읽어야 하는데 공책을 읽어야 하는데 꼭 읽어야 하는데
공책이 없다" - [ P. 109 공책이 없다 中]
이 시집은 죽음과 무(無)를 다루고는 있지만 결코 무겁지만은 않았습니다. 시인이 죽음을 외면하고 도망치려고 하는 감정이 주가 되기 보다는, 죽음을 마주하고 껴안으며 그 안에서 느낀 것들을 정리하는 감정이 주된 시였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시인의 시선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죽음을 앞둔 시인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시선을 중심적으로 시집을 읽어나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시를 다 읽은 후, 이미 존재하지 않은 시인과 심리적으로 가까워진 느낌을 전달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