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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은 부담스럽지만 반려식물 정도라면 내가 감당할 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 두고 돌아다니다 와도 걱정 없고, 물만 잘 주고 햇볕 쬐면 강한 생명력으로 성장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이 책이 눈에 띄어서 반가운 생각이 들어 읽어보게 되었다. "나는 식물에게 인생을 배웠다"라는 말이 주는 힐링과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라는 수식어에서 주는 느낌이 좋아서 이 책 『식물을 보듯 나를 돌본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앨리스 빈센트. 런던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던 저자는, 아파트의 작은 발코니에 자신만의 작은 정원을 가꾸며 바쁜 도시 생활 가운데 안식을 경험한다. 남자친구와의 갑작스러운 이별로 생긴 삶의 변화로 힘든 시간을 보내지만, 빛과 온기와 양분 그리고 수분만 있으면 자신만의 속도로 묵묵히 성장해나가는 식물들을 보고 인생의 영감과 통찰을 얻는다. 나아가 순환의 법칙을 따라 피고 지는 식물의 생명력과 에너지로부터 위로와 용기를 경험하며 자신을 돌보기 시작한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의 구성은 6월부터 5월까지로 되어 있다.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6월 '느닷없이 찾아온 마음의 균열', 7월 '나를 일으켜 세울 의지', 8월 '단단한 뿌리가 세우는 안정', 9월 '초록 생활자의 뉴욕', 10월 '런던의 초록 공간', 11월 '가족이 거두는 사랑의 결실', 12월 '새순과 함께 움트는 마음', 1월 '행복의 싹을 틔우다', 2월 '성장의 꽃을 피우다', 3월 '작은 정원의 위로', 4월 '인생의 열매를 맺다', 5월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로 이어지며, 에필로그와 감사의 말로 마무리된다. '내 삶의 모든 것이 구멍 났고, 바람이 너무 빠르게 빠져나가는 바람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9쪽)'라는 표현을 보며, 반려 동물이나 식물이 필요한 바로 그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이 그랬을 당시에 반려식물을 떠올렸다면 좀 더 빠르게 극복했을까? 그 당시에는 반려동물을 잠깐 생각했으나, 내 몸도 버거운데 무리라고 판단되어 금세 포기했다. 왜 식물은 생각지 못했던 것인지, 이렇게 누군가의 책을 접하고 나서야 이 방법도 있었다는 때늦은 깨달음을 얻는다. '이 식물들의 원리를 다룰 수만 있다면, 어떤 힘으로 피고 지는지를 이해할 수만 있다면, 나는 삶을 살아가는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18쪽)'는 말에 크게 공감하며, 저자가 들려주는 식물 이야기에 집중해본다.
누구나의 인생에서 어느 순간, 위로가 필요한 때가 있다. 맘대로 안 되고 지치고, 그야말로 바닥으로 치닫는다. 하지만 남들이 볼 때에는 그냥 그런 순간일 수도 있다. '며칠만 앓으면 잊을 수 있을 텐데 왜 저러지?' 하는 마음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그걸로 안 되는 때에는 더 오래전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해결책을 얻어야 한다. 저자에게는 식물이 그 역할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생각났다. 그냥 순전히 자신의 방식으로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영화에서는 음식이고, 이 책에서는 식물이다. 주인공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접했던 기억이 있고, 잊고 살다가 인생에서 정말 버거운 순간에 문득 하나씩 떠올리며 회복해나가는 것이다. 연한 노랑 꽃봉오리들이 부풀고 며칠이 지나면 꽃잎들이 펼쳐지는데, 이제는 때를 기다릴 차례다. 다른 꽃봉오리들에게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아름다운 식물의 연약한 첫사랑을 자르기까지 얼마나 오래 참을 수 있을까. 일년생 식물들은 꽃이 피고 지는 주기를 맞추도록 몇 주간 이런 비법을 쓴다. 통제하다 풀어주고 보살피다 손상을 입히는, 작은 왈츠를 추는 과정. 어떤 꽃을 얼마나 오래 살게 하고, 그 과정 속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희망을 품다가 느닷없이 아름다움을 얼마나 지속하고 얼마나 즐기다가 끊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81쪽)
이 책을 읽으며 반려 동식물은 우리네 삶에서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반려식물을 키우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함부로 들일 일은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다. 어쩌면 가드닝 초보자로 당황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내가 좀 더 단단해지겠구나, 생각된다. 최근 오 년 동안 친구들, 친구들의 친구들, 동료들, 인터넷에서 연결된 낯선 이들까지 대부분 내 또래인 이들이 내게 와서 식물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들 나와 똑같은 걱정거리들과 똑같은 희망사항들을 가지고 있었다. 초록 식물을 삶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했고, 돌보는 법을 배우고 싶어 했고, 식물이 죽어가는 게 아님을 확인하고 싶어 했다. 나는 종종 인내심을 처방해주고, 초심을 잃은 태도가 절대 잘못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물을 너무 많이 주었다고 알려줬다. 짧은 시간 동안의 경험만으로도 나는 적당한 햇빛과 물과 기회만 주어지면 식물은 다시 살아난다는 가드닝 철학을 갖게 되었다. 끝이 살짝 갈색으로 마른다고 바로 죽는 게 아니라, 집 안의 난방이 지나치게 높았다는 것을, 가장 최선의 방법은 기다려주고 바라봐주고 각각의 식물들이 가진 유쾌한 속도에 맞춰 일어나는 모든 일을 지켜보는 과정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280쪽)
내게는 항상 자연을 향한 욕구가 있었다. 조부모님들과 조부모님들의 조부모님들에게서 물려받았고, 어린 시절 너무나 완벽하게 둘러싸여 있어서 오히려 자연을 인식하지 못했던 욕구가 말이다. 그 욕구는 도시의 삶 속에 담겨 있었다. 내가 술집, 바, 클럽 그리고 창고 파티의 방식들과 직장, 경력, 집, 생활, 친구, 연인, 긴 밤, 이른 새벽의 방식들을 익히고 또 옳은 일을 하는 동안에 말이다. 내가 이 모든 일을 해내는 동안, 자연은 기다려주었다. 싹을 틔우고 꽃봉오리를 맺고 꽃을 피우고 씨앗들을 흩뿌리는 과정들을 거치면서. 잎이 나고 자라고 또 지면서. 겨울이 우리를 추위에 떨게 하고 봄이 우리를 놀라게 하고 여름은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버리면서. 내가 인생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붙잡느라 분주했던 동안, 그렇게 기다려주었다. 그러다가 내가 끝냈다고 생각했을 때, 모두 거머쥐고 안정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스스로 깨닫게 만들었다. 나는 자연을 갈망하고 있었고, 모든 것이 불확실할 때마다 자연을 찾았다는 것을. (408쪽) 이 책 한 권의 여정에 인생 어느 순간의 순환이 담겨 있다. 이 책이 그 과정들을 꾹꾹 눌러 담았다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너무 많이 꽉꽉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을 보면 '식물'과 '나'가 있다. 식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 과정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그냥 영화의 장면을 보는 듯, 그 이야기와 함께 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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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살의 사회초년생으로 자유분방한 삶을 사는 영국의 젊은이인 저자는 같이 방쓰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충격속에서 여러 가지 번민과 고민을 하던 중 양귀비꽃을 보며 위로를 얻었고 글래스턴베리의 영속농업 정원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보며 위안을 얻는다.
여전히 문제의 해결책을 찾지 못하지만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만나는 식물과 정원 등을 통해 삶을 배운다. 삭막하고 경쟁적인 도시속에서 여러 가지 일들로 지쳐있을 때 인간미를 회복하게 해주는 것은 작은 꽃 하나 피워있는 화분이다. 영화 ‘레옹’의 주인공은 ‘아글레오네마’와 같이 살면서 시간이 나는대로 잎을 닦아주고 관리를 해 주며 가장 친한 친구인 듯 관계를 맺었다. 그러면서 ‘항상 행복해 하고 질문도 안해’서 좋다고 한다. 마틸다는 ‘정말 사랑한다면 공원에 심어 뿌리를 내리도록 해야 해요’라고 했는데 결국 마틸다는 레옹이 죽은 후 화분속 식물을 학교의 공터 흙에 심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한다. 반려식물이라는 용어가 새롭게 생겼다. 꼭 일정한 규모의 텃밭을 갖추지 않았더라도 화분하나에 심겨진 식물과 이야기하고 정을 나눈다면 꼭 사람이 아니더라도 사람과 같은 역할을 하기에 반려식물,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이다. 저자는 6월 남자친구와 헤어진고 난 뒤 상황을 월별로 기록하면서 각 달별로 식물학자로서 여성이 인정받기 위해 싸운 이야기, 양치식물을 빅토리아시대 때부터 수집하고 연구해 온 이야기 등 새로운 지식들도 소개하고 있어 재미있다. 뉴욕시 하이 라인을 조성하기 위해 자연보호구역을 훼손하지 않고 원래의 상태를 활용하여 식물을 심고 관리하기 위해 네덜란드 디자이너인 피에트 우돌프 등을 초청하여 최대한 자연미를 살려 조성한 이야기, 영국은 산업혁명으로 시골에서 젊은이들이 도시로 몰려들었는데 가난한 이들이 공장과 집사이에 쉴 공간이 부족했다. 공원 조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공원이 도시의 허파역할을 함으로 도시안에는 정원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녹지공간은 갇혀있던 노동자계급들에게 자연에 발을 딛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제대로 산책할 수 있는 혜택과 기회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1852년까지 런던에 12개의 공원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영국뿐만 아니라 독일에도 클라인가르텐과 같은 녹색공간이 많이 있어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지만 각 나라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자가 20십대의 여성으로 연애와 이별, 직장생활 등 젊은 사람으로 느끼는 감정의 변화 등 신변잡기의 여러 가지 상황속에서 쉽게 주변의 공원을 찾아가게 되는 환경이 부럽다. 우리나라도 집만 자꾸 짓기 보다 녹색공간을 조성하는 방안부터 세우고 집을 짓도록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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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책 제목 때문인데요.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식물을 보듯 나를 돌본다라는 책 제목에서 뭔가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랍니다. 저 역시도 식물 키우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식물을 키우다보니 제 마음에 따라서 식물 상태도 많이 달라지더라고요. 그리고 때로는 식물을 키우면서 저 역시도 치유되기도 했고요.
이 책은 여러 사람들과의 이야기와 식물의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져 있답니다. 처음에 저는 아주~ 가벼운 책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책의 두께가 제법 있더라고요. 그만큼 마음이 치유되는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져 있답니다. 책에는 작가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데요. 이별의 과정에서부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새로운 시작에 대한 이야기까지 덤덤하게 담겨 있답니다.
이렇게 책을 넘기다보면 작가의 삶의 일부를 따라가는 듯한 느낌이 든답니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식물에 관한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져 있답니다. 혹시나 식물에 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읽고 싶은 분이었다면 실망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인생이야기와 식물이야기가 함께있어 내 삶속에서의 식물은 어떤 의미인지 느껴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힐링이 될만한 책이랍니다.
그리고 책의 챕터가 시작되기 전에 초록색 페이지가 등장하는데요. 이 페이지에는 식물 그림과 챕터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이야기가 짧게 기록되어 있답니다. 그래서 이 페이지만 찾아 읽어보는 재미도 있답니다. 가드닝을 하면서 느낀점, 씨앗을 심기, 화단에서 발견한 식물들. 나의 삶과 함께 식물이 함께한 순간들을 엿볼 수 있는 책이라서 좋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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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보듯 나를 돌본다|유노북스 -앨리스 빈센트 지음 올봄, 아이들과 집에 머무르며 여러가지로 지치는 일상이 반복될때 반려식물 키우기를 시작했다. 이 시국에 뭐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집에 갇혀 너무 우울해질것만 같아 겁없이 덤볐던 일인데 씨앗을 뿌리고, 뿌리가 나오고, 잎이 돋는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즐거워하는 나를 발견했다. 아닌게 아니라 말도못하는 식물들에게 말을걸 정도였으니 애틋함이 남다르긴했다. 기다림과 약간의 공을 배신하지않고 어김없이 꽃을 피워주고 자라주니 기특하고 감사할 따름이었다. 저자 역시 힘든시기에 가드닝에 빠지게 되었고, 식물이 알려주는 생명의 법칙을 알게되면서 자신의 주위를 더욱 살피게 되었다고 말한다. <식물을 보듯 나를 돌본다> 저자는 오래사귄 연인과의 이별로 힘든 시기를 겪을즈음 베란다 식물들을 돌보기, 아니 바라보기(그냥 둬도 잘 자랐으니..) 시작했다. 책은 저자가 연인과 헤어졌던 6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1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12개월 동안의 식물이야기 그리고 그녀의 이별극복 이야기가 담긴책이다. 런던에서 저널리스트로 일하며 자신의 일을 즐기던 그녀, 난데없는 남친의 이별통보에 방황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끝까지 함께할것 같던, 늘 곁에 묵묵히 있어줄것 같던 그가 떠난 후 그의 빈자리를 식물들로 채워간다. 물론 가족, 친구, 또 다른 사랑도 빈틈을 메워주지만..
책은 5월,6월,7월.. 매달 그달에 가장 멋지게 곁을 지켜준 가드닝 식물들을 메인으로 소개한 후, 그녀가 겪고있는 이야기와함께 자라고 꽃피고 절정을 이룬 식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속에 숨어있는 가드닝관련 이야기들도.. 사실 그녀의 이야기보다 매달 숨어있는 가드닝 팁같은 이 이야기들이 개인적으로 더 재미있었다. 여성의 신분이 초라했던 시절의 원예학이야기부터 빅토리아시대의 양치식물 이야기, 브록웰 파크 커뮤니티 그린하우스에 관한 이야기,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 이야기 등등.. 그녀가 1년을 헤어진 연인을 잊기위해 애쓰며 고군분투 하는중에도 편안하게! 꿋꿋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있던 식물들. 한달씩 번갈아 가며 헤어진 연인과의 공간인 아파트를 방문할때도 텅빈것 같은 집을 지켜줬던 식물들..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반려식물이 몸집을 키우고 개체수를 늘리고 꽃을 피우는 과정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공감할것이다. 지금 당장의 내 고통이 얼마나 부질 없는것인지.. 힘들고 나약해지는 순간에도 식물은 자라고 꽃을 피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말이다. 책을 읽고 있으면 그녀에게 찾아온 그 이별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가늠이 된다. 그녀는 솔직하게 자신의 힘든 이야기들을 털어놓는다. 힘들게 버티고, 위로받고, 괜찮은듯 행동해도 사실은 그렇지 못했다고.. 그런 그녀곁을 늘 한결같이 아무일 없는듯 자라고 있던 식물들을보며 인생을 배웠다고 말하는 그녀가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에 공감이 갔다. 이별 후 기댈곳이 필요한 누군가가 있다면 읽어보길 권한다. 공감받고, 제법 그럴듯한 위로도 받을수 있을테니.. 나는 저자가 매달 소개한 그 달의 식물들을 봄이 오면 꼭 키우고싶은 식물리스트에 전부 올려뒀다^^ 처음 들어본 식물이름은 검색해서 찾아볼 정도로 저자는 자신이 키운 식물의 이야기를 하나씩 생생하게 풀어낸다. 가드닝에 관심있는 분들이 읽어도 좋을책인듯..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식물을 보듯 자신을 돌보는 힘을 얻은 저자. 그녀의 이야기를 읽고있으니 나역시 생명의 법칙의 어디쯤을 더디게 배우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매일 우리 주변을 조용히 감싸는 생명의 법칙을 알고 싶었다. 서툴고 더디지만 내가 그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을 때, 그 식물은 내 인생에 생긴 일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실연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내가 실연으로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지와 이를 어디로 보내야 할지까지." -6월, p43 "조시 없이 집에 있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벌을 받는 일이었다. 옆에 없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니까. 하지만 새롭고 완전히 다른 어딘가. 오로지 피난처로 찾은 곳에 머무르는 일은 더 힘든 시간이었다. 일상의 작은 행위들-아침마다 몸을 씻고 옷을 입고 가방을 챙기고 집을 나서는 일- 이 모두 어렵고 생경한 일이 되었다." -8월, p110 "조시와 헤어진 첫날부터, 나는 내가 어떤 종류의 여성인지와 함께 고독의 개념, 고독에 익숙하지 않은 나의 성향, 우정과 사랑 그리고 인생을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했다. 4월이 되면서 두 가지가 확실해졌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갈 것인지." -4월, p373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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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의 삶이 지치지만, 모두가 시골로 내려갈 수는 없습니다. 마당있는 집을 꿈꾸지만 작은 화분 하나 키우기도 어렵지요. 저도 최근에 작은 화분들을 돌보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싱싱했던 식물이 자꾸 죽어가요! 생명을 키우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데 아이들은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ㅎㅎ 식물을 잘 키우고 싶어서 가드닝에 관한 책을 관심있게 살피는데요. 표지도 예쁘고 제목도 근사한 책을 찾았네요. ‘식물을 보듯 나를 돌본다’입니다. 저자는 런던에서 저널리스트 일을 하며 화려하게 살다가 애인과의 이별을 계기로 삶을 돌아봅니다. 혹시 <500일의 섬머>라는 영화를 아시나요? 이 책의 느낌이 그 영화와 비슷해요. 여자판 이별 이야기 같아요. 그런 느낌에 조연으로 화초들이 등장한다고 해두죠. 이별 후 공허하게 지낼 때, 우연히 사 온 화분에서 꽃이 핀 것을 보고 저자의 마음에도 작은 변화가 생깁니다. 많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살아가는 식물의 소박한 생이, 말로 설명할 수 없었던 결핍을 채워주죠. 이별이 닥친 6월부터 다음 해 5월까지 저자는 식물을 키우는 순수한 기쁨에 푹 빠집니다. 이 과정에서 이별을 받아들이고 성숙해집니다. 그래서 이 책은 특히 이별을 겪은 분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분명 작은 위로가 될 것입니다. ‘나는 매일 우리 주변을 조용히 감싸는 생명의 법칙을 알고 싶었다. 서툴고 더디지만 내가 그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을 때, 그 식물은 내 인생에 생긴 일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실연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내가 실연으로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지와이를 어디로 보내야 할지까지. -43p-’ 원문이 좋은 건지 번역이 좋은 건지 모르겠어요. 이 책의 문장들이 물을 흠뻑 머금은 식물처럼 아름다워요. ‘나는 그에게 사랑도 받고 싶었고, 거리도 두고 싶었다. 버림받았다고 느꼈을 때, 낯선 사람이 나를 원하도록 세련된 모습으로 내가 존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급하게 몰려온 새바람에 눈이 멀어있었다. -246p-’ 식물에 대한 이야기도 읽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읽을 수 있으니 두 배로 좋았어요. 책을 읽다가 어린 시절 추억도 떠올랐어요. 아카시아 잎을 뜯으면서 ‘그 아이가 날 좋아할까 좋아하지 않을까’ 점을 쳐보던 기억 같은 거요. 그리고 내가 누군가에게 받았던 꽃다발들과 나를 설레게 했던 꽃향기도 생각났어요. 생각해보면 식물은 저에게 많은 것을 주었네요. 그리고 배울 점도 많아요.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흙과 물과 햇빛만 있으면 자신의 개성을 활짝 드러내잖아요. 게다가 잎과 줄기가 시들어도 뿌리가 남아 있으면 다음 계절에 다시 살아나는 끈기를 보여줍니다. 사람의 마음도 식물을 닮은 것 같아요. 관심을 가지고 잘 가꾸어 주면 메마른 마음에도 싹이 돋을 것입니다. 저는 제 마음을 식물처럼 돌보고 가꾸고 싶네요. 내 마음의 정원이 싱싱해야 다른 이에게도 기쁨을 줄 수 있을 테니까요. 식물을 가꾸는 일은 순간적인 만족과는 거리가 먼 일이지만, 이 일이 주는 기쁨은 긴 여운을 선사합니다. 마음을 돌보는 일도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포기하지 말고 노력해보아요. 끝으로... 참 예쁜 제목이라서 여러분께도 이 말을 해드리고 싶어요. 꽃처럼 참 고운 당신. 그 존재가 참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식물을 돌보듯이 당신을 돌보기를......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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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식물에게 인생을 배웠다. 라는 문구에 끌리듯 만나게 된 이 책. 한 편의 잔잔한 여성의 성장 영화를 보는 듯 했던 책. 한 남자를 만나 사랑하고, 이별하게 된 후에 식물과 함께 보낸 시간으로 이별로 인한 상처를 극복하고자 노력한 주인공. 그리고 이별 이전에 가족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잘 돌아보지 못했던 그녀가 이별 이후 식물과 함께 지내게 되며 가족에 대한 의미 역시 새롭게 정의하는 모습들을 읽어가며 잔잔한 드라마를 보는 듯한 여운을 느낀다.
이별 이후 새로운 사랑을 만나게 되지만, 그 사랑이 불안정하다고 생각했기에 사랑이란 감정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에 공감이 가기도 했고, 번역한 성세희님께서 정말 아름답고 서정적인 단어들로 번역을 해주셔서 그런지 글에 몰입할 수 있었다.
새로운 사랑은 이전의 사랑의 모습과 다른 형태로 그녀를 찾아왔다. “그는 내가 잊고 있던 나의 성격들을, 너무나도 평범하게 느껴지는 우스운 것들, 이를테면 내 치아나 내가 평상시 대화할 때 ‘이크’라는 단얼을 쓰다는 사실들을 발견했다.”
왜인지 치아에 관련된 부분을 언급했을 때 영화 ‘500일의 썸머’가 떠올랐을까. 500일의 썸머에서처럼 사랑을 시작할 때 그녀의 앞니까지도 기억하고 사랑했던 그 주인공이 떠오른 것은 왜 일까.
성숙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며, 여자로서 그녀가 성장했을 때 그녀의 마음을 묘사했던 문장들 역시 아름다웠다.
p264 최근 몇 주 동안, 우리가 서로 몸을 감싸 안거나 내가 그의 머리칼을 뒤로 넘겨주면서,...(중략) 사랑스럽지만 말로는 표현하지 않는 행동을 내게 보여줄 때도, 새로운 사랑이 내 마음속에서 자라고 있음을 느꼈다.
말을 하지 않아도, 그리고 눈빛만 봐도 나에게 호의를 보이거나 호감을 갖는 사람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인정하고 그 사랑의 내면을 그대로 바라볼 때의 진실을. 그리고 상대방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이해하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이 둘을 낳고 서로에 대한 두근거림보다는 신뢰로 살고 있는 요즘의 나에게 필요한 설렘을 대리 만족할 수 있었다.
그녀가 가드닝을 경험하며 삶에 대한 철학을 세운 것 역시 인상적이었다. 식물의 끝이 살짝 갈색으로 마른다고 해서 바로 죽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가장 최선의 방법은 기다려주고 바라봐주고 각각의 식물들이 가진 유쾌한 속도에 맞춰 일어나는 모든 일을 지켜보는 과정의 기쁨을 누리는 것.
이 문장을 읽으며 머릿속에 에피톤 프로젝트의 선인장 가사들이 머릿속을 떠나니는 경험을 했다. 애정 어린 대상, 지금의 나에겐 두 우주겠지만, 그 우주들이 조금은 지치고 느려질 때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기다려주고 바라봐주고 그녀들의 유쾌한 속도에 맞춰 일어나는 모든 일을 지켜보는 과정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그리고 최선의 선택이라는 걸 인정하기로.
식물과 가까이 하며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 그녀의 솔직한 에세이.
나 역시 책을 읽는 동안 설렘과 감동을 가득 안고 식물과 친해지기로 다짐한다. 오늘 퇴근 할 때 꽃다발을 사 갈까. 생각해본다.
#식물을보듯나를돌본다 #유노북스 #앨리스빈센트 #성세희 #식물에게인생을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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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보듯 나를 돌본다
이 책은
이 책 『식물을 보듯 나를 돌본다』 는 에세이집이다. 식물 이야기, 정원 이야기, 도시 이야기, 그리고 남자 이야기가 어우러진 에세이라고 하면 될까
저자는 앨리스 빈센트 (Alice Vincent), <런던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던 저자는, 아파트의 작은 발코니에 자신만의 작은 정원을 가꾸며 바쁜 도시 생활 가운데 안식을 경험한다. 남자친구와의 갑작스러운 이별로 생긴 삶의 변화로 힘든 시간을 보내지만, 빛과 온기와 양분 그리고 수분만 있으면 자신만의 속도로 묵묵히 성장해나가는 식물들을 보고 인생의 영감과 통찰을 얻는다. 나아가 순환의 법칙을 따라 피고 지는 식물의 생명력과 에너지로부터 위로와 용기를 경험하며 자신을 돌보기 시작한다.>
이 책, 식물 이야기, 정원 이야기, 도시 이야기, 그리고 남자 이야기가 어우러진 에세이라고 하면 될까
먼저 식물 이야기
식물에 대한 이야기가 저자의 아파트 발코니를 시작으로 공원으로, 그리고 도시로 넓혀지면서 펼쳐진다.
발코니는 우리 아파트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었다. 그 깜찍함이 좋았다. ... 일단 문을 열고 나가면 자유가 샘솟는 것 같았다. 하늘을 보고 하늘 속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제대로 호흡하는 자유. 폐가 커지는 기분이었다. 숨을 내쉴 더 큰 공간이 있었으니까. (25쪽)
그런 발코니. 그녀에게는 자유의 공간이었다. 해서 그녀는 그 공간을 개척하고 휑하게 느껴지는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민트와 타임, 세이지 같은 허브부터 시작하여 발코니를 풍성하게 만들기 시작한다.
발코니를 바라보며, 그녀만의 생각도 깊어지고 다양해진다.
나는 발코니에 나만의 고치를 짓기 시작했다. (30쪽)
회색빛 발코니 바닥에 새로운 선물이 생겨난 것을 발견했다. 나는 숨을 훅 들이마셨다. 주변의 우울함에 맞서 도도하게 반짝거리는 모습이 너무나 놀라웠다. (42쪽)
한 달만에 아파트로 돌아오니 기분이 이상했다. ( …) 아파트로 돌아오는 것도 좋았지만, 발코니로 돌아온 것이 훨씬 더 좋았다. 나는 서둘러 식물들을 확인하며, 나의 손길 없이도 잘 자라고 있는 식물들 사이에서 큰 기쁨을 누렸다. (151쪽)
정원과 공원 이야기
‘공원은 도시의 허파’라는 표현은 18세기에 영국의 공원들과 함께 런던에서 생겨난 것이다. (186쪽)
그렇게 도시에 공기를 불어넣는 허파 역할을 하는 공원은 저자에게도 생기를 불어넣는다.
나는 여름 방학 동안에는 복닥거리는 도시에 남지 않고 조용한 시간에 공원에 머물렀다. (184쪽)
그리고 남자 이야기 - 조시와 매트
남자 이야기도, 프롤로그에서 묘사된 첫 장면은 얼마나 로맨틱한가
나는 조시와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하는 언덕을 올라가다가 그 꽃들을 보려고 조시를 뒤로 끌었다. 가끔 이런 게 인생이라는 것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9쪽)
그러다가 조시가 저자를 떠나면서, 이야기는 이상한 곳으로 흘러간다.
그 이후로 내 삶의 모든 것이 구멍 났고 바람이 너무 빠르게 빠져나가는 바람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9쪽)
조시가 그녀를 떠나가고 몇 달후다. 저자는 매트를 만난다. <그와 나는 부엌 냉장고 옆에 서있었다. 우리 두 사람의 몸은 저녁이 시작된 이후로 가장 가깝게 엉켜 있었다.> (157쪽)
이런 묘사가 정원에서 자라는 엉컹퀴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문장은 이렇게 이어진다. <(…… ) .....그리고 또 (……)>
그렇게 원나잇으로 만난 그녀와 매트는 그 후로 같이 지내는 사이가 되고...... 그런데 그렇게 매트를 만나면서도 그녀의 마음 한편엔 떠나간 조시가 자리잡고 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들이 배수로에서 질퍽한 곤죽으로 변해가듯 나는 우리가 함께 만들었던 것들이 가만히 썩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내가 여전히 조시를 사랑하는지, 사랑하지 않는지는 알 수 없었고 파악하기도 너무 아련한 마음이었지만, 나는 예전과 똑같이 그를 걱정했다. 내 마음을 그에게 보이는 일이 공평하지도, 옳지도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 마음을 삼키고, 나의 하루를 방해하는 그리움을 잠재워나갔다. (174쪽)
다시, 이 책은
식물이야기, 정원이야기, 도시 이야기, 정갈해서 좋다. 마치 산소를 들이 마시는 듯, 상쾌한 정원을 걷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와 남자 이야기가 뒤섞이니, 갑자기 매연이 허파 속으로 들이닥친 듯, 혼탁해진다. 서양의 - 요즘은 우리나라도 그런가? - 성풍속을 여과없이 기록한다. 마치 정직하면 모든 것이 용납되는 것처럼. 그래서 아쉽다. 이 책이.
<에필로그>에서조차, 저자는 여전히 조시를 떠올리면서, 매트와의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 관계마저도 <매트와 나를 붙잡고 있는 이 사랑이 지속될지 식어갈지 산산이 부서질지 알 수 없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끝말도 그저 공허하게만 들린다.
<다시 봄이 오고 좋은 향기가 날 것을,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변화하는 계절들에 둘러싸여 회복되리라는 것을.>(4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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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은 식물에 관한 책을 읽으려 노력한다. 내가 아니어도 잘 지내는 식물들이지만 그렇게라도 그들의 안위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이 되니까. 그리고 내가 그 친구들을 데려올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언제 어떻게 데려왔는지, 그들이 내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 경각심을 좀 가지고 싶기도 하고. 이것들은 내가 데려온 친구들을 소중히 다루고 잘 길러내고 싶다는 마음들이 여전하다는 것이기도 하니까.
싱그러운 책의 표지에 “나는 식물에게 인생을 배웠다”라고 쓰여있는 문장을 보고, 저자는 어떤 시기에 식물을 만났을까. 어떻게 마음을 주게 되었을까. 어떤 마음들을 전해 받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저자는 동거 중인 애인이 있다. 하지만 열정이 식은 것 같다는 애인의 말에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받는다. 상상해본 적이 없는 이별이기에 당황스럽기만 하다. 이별의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면 다시 이전의 상태로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저자도 마찬가지로, 이별의 원인을 본인에게 두면서 애인이 원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하지만 읽을수록 자신에게서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안타까웠다. 저자가 마음의 안식을 얻기 위해 해왔던 가드닝도 이별 이후에는 헛짓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힘든 일상에서 보게 된 발코니에서 주변의 우울함에 맞서 도도하게 반짝거리는 양귀비. 통통한 털복숭이 양귀비 꽃대가 밖으로 터져 나오 빳빳이 흠도 없이 세탁한 이불깃처럼 새하얀 꽃잎들을 드러내놓고 있었다. 그것을 보며 식물들은 내가 사랑을 하는지, 애정이 식었는지 상관하지 않았고, 낙심한 내가 자신들을 관리하기를 멈췄다는 것도, 처음부터 안정감을 느끼기 위해 손댈 필요조차 없던 뭔가를 찾아 보살피려는 의도로 가드닝을 시작했다는 것도 상관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양귀비의 작은 기적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은 계속 살아간다는 것이라는 조언을 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시 식물을 천천히 살펴보기로 한다.
애인과 헤어진 6월부터 7월, 8월, 9월, 10월, 11월, 12월, 1월, 2월, 3월, 4월, 5월. 1년의 기록이 이 책에 담겨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이건 정보를 전달하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순전히 개인적인 기록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물을 돌보다가도, 초록의 환경에 쌓여있다가도 이별에 연연해하는 모습을 볼 때면 제3자의 입장에서는 좀 답답해지기도 하였으나, 그게 솔직한 마음이겠지 생각해 본다. 그렇게라도 마음의 응어리를 풀 수 있었다면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그러다가 저자는 새 애인을 만나게 된다. 원나잇으로 만나게 되었지만, (진실은 모르겠으나 (=문화가 다르기도 하고 원나잇에 대해 좋지 않은 관점으로 바라보는 나이기에)) 다행히 새 애인은 좋은 사람인 것처럼 책에는 묘사되어 있다. 하지만 저자는 전 애인을 잊지 못한 상태에서 새 애인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렇기에 이따금 오는 혼란과 충돌이 당황스럽다. 그렇기에 새 애인과 그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도 없다.
베란다에서 키우는 식물 이야기를 하다가, 정원 이야기를 하다가, 도시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남자 이야기로 돌아가 뻥 뚫린 가슴을 다시 막아버린다. 개인적으로는 저자가 남자들로 컨디션이나 자존감이 좌지우지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고, 답답하기도 해서 절로 한숨이 나왔다. 저자는 이별의 아픔이 식물들로 인해 치유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글을 읽는 내 입장에서는 단지 새 애인이 생겼다는 것과 그 사랑에 대해 집착하지 않게 된 것이 전 애인의 이별을 종식시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128. 부들레야는, 나의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이해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기분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행복이 돌아오고 있었다. 나의 행복은 부들레야처럼 매일 규칙적으로 자라지는 않았지만, 고개를 들어 그들의 달라진 모양과 키를 확인하는 일에서, 달력과 시계가 보여주는 어떤 숫자보다도 큰 변화를 체감하게 만들었다.
책에는 자주 부들레야가 등장한다. 부들레야, 나도 부들레야처럼 천천히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유난스럽지 않게, 천천히, 올바르게, 그러면서 단단하게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성장했겠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부들레야처럼.
오탈자 P116. 8월 _ 언니는 임신 3개월에 접어드는 중으로 볼록 나온 배가 작은 몸에 익살맞게 붙어있었다. 폭신하면서도 단단한 아기 주머니. 내 손을 대보라고 보여주던 언니의 손이 기억난다. 언니가 “거기가 아기 엉덩이야!”라고 말했다. 같은 방, 같은 소파 위였으나 완전히 다른 세상에 있는 태어나지 않은 존재의 작은 엉덩이를 느낄 수 있었다. 10월_ 눅눅한 목요일 아침, 해도 뜨기 전에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한나 언니의 아들이 태어났다고. → 임신 3개월에 아기의 엉덩이를 느낄 수 없을뿐더러, 8월에 3개월밖에 안 된 아기가 10월에 태어나다니... 문맥상 8월에 8개월이어야 맞지 않을까?
오탈자 P208. 핏줄은 유전자로만 이어지 않는다. → 이어지지 오탈자 P305. 엄나는 나에게 그게 정상이라고 → 엄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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