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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한명을 두고 도쿄대 남학생 다섯 명이 일으킨 성추행을 다룬 소설이다. 우선 작품 얘기부터 해보자면, 지루하다. 무엇을 기대했던지 간에 지루하다. 성추행을 다루었으니 그에 맞는 자극적인 내용이 없어서 지루하다는 게 아니다. 그냥 이야기의 대부분이 지루하게 서술되어 있다. 사건이 일어나기까지의 경위 + 등장인물들의 성장과정이 소설의 80%를 차지한다. 지명이 많이 등장하고 일본 학교의 특성이나 일본 내에서만 통용되는 단어들도 많이 등장한다. 일본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은 한 이런 것들은 주석을 달아 설명한다해도 온전히 이해하는 건 쉽지 않다. 오히려 주석을 읽기 위해 본문의 흐름이 계속 끊겨 그렇지 않아도 지루한 소설이 더 지루하게 느껴지게끔 했다. 소설의 나머지 20%가 사건이 일어날 때 쯤부터 가해자들이 기소되고, 그 이후 각자 어떻게 사는지 그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는지(혹은 마음에 담아두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있다. 소설에서 전반부에 많은 것들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은 그 뒤에 이어질 소설의 핵심에 다가가기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필요없는 부분이 너무 많다. 전반부를 대충 훑고 넘어가더라도 후반부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열심히 전반부를 읽은 사람을 허탈하게 만든다.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고하니 '그 사건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가장 원초적인 문제부터 설명하려고 했다'라고 말한다면 소설이 아니라 '사회비평'으로 써야했었다고 대답해주고 싶다. 이 책이 말하고자 했던 것이 도쿄대 남학생들이 '도쿄대가 아닌 생물(인간이라고도 안함)'을 짓밟는 비인간성인지, 집단 성추행을 당하고도 대학의 급이 다르다는 이유로 여자가 꽃뱀짓을 했을거라고 몰아가는 언론과 사회의 문제지적인지, 혹은 둘 다인지는 모르겠는데 어느 부분도 마음에 파장을 일으키진 못했다. 이 사건을 다루기로 했으면 사건의 좀 더 깊은 부분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었고, 각각의 인물들도 좀 더 집중적으로 조명할 필요가 있었는데 너무 겉돌아 버렸다. 결과적으로 이 책을 다 읽는 나는, '이런 사건이 있었구나'하는 미미한 감흥 밖에 남지 않았다. 그 다음은 사건 자체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솔직히 남학생들이 99%까지 잘못하긴 했어도 100% 잘못했다고는 차마 말 못하겠다. 성추행이 절대적으로 나쁜짓인건 당연하다. 근데 남자들이 모인 자리에, 그것도 남자친구를 제외하면 일면식도 없는 남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여자가 취할때까지 주는대로 술을 다 받아먹고 이걸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을까. 심지어 그 남자친구란 사람도 나중엔 섹스 파트너 정도로 여겼으면서 상처받지 않으려고 '얘는 그런 남자가 아니야'라고 혼자 망상까지 했다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도 있듯이 여자애는 정말로 몸을 가볍게 굴릴 생각이 없었더라도, 만취가 될 때까지 주는 술을 다 받아먹고, 그걸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것이라 혼자 착각하면서, 그 상태로 남자들에게 둘러쌓여 다른 사람의 집에 가자는 것에도 따라가버리면 오해의 소지가 생기지 않을래야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다행이고 대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소설 속 내용처럼 그 남자들이 어떤 목적을 가졌었다면 아주 위험하다. 이건 남녀가 구분되는 일이 아니라, 본인의 선택에 의해서(타의에 의한 것은 제외) 자기자신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가 될 때까지 방치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의 원인이 본인에게도 조금은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