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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혼상제라는 말을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冠 갓 관, 婚 혼인할 혼, 喪 죽을 상, 祭 제사 제’- 이 한자들을 보면 바로 알아채실 텐데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꼭 한 번은 겪는 일들입니다. 성인이 되어 남자는 상투를 올리고 갓을 쓰고, 여자는 비녀를 꽂는 성인의 의식부터 결혼할 때 하는 의식, 사람이 죽었을 때 치르는 의식과 조상을 위해 제사를 지내는 의식을 말합니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관혼상제’를 중시해 왔는데, 이 의식들이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예’를 갖추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책을 마주하고서 그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죽음을 마주하고, 죽은 이를 기리기 위해 치르는 의식 중 하나인 ‘장례식’이 인간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바로 치축 작가의 <동물들의 장례식>입니다.
표지의 푸른색들이 강렬하게 다가오죠? 희미한 어둠 속에서 하얗게 빛나는 파란 시간대에(*안 에르보 작가의 <파란시간을 아세요?>) 늑대 한 마리가 하늘을 향해 하울링(howling)을 합니다. 울부짓고 휘몰아치는... 하울링. 저는 이 표지를 처음 접했을 때, 김소월 시인의 <초혼>이란 시가 떠올랐습니다. '초혼'의 사전적 의미가 ‘사람이 죽었을 때에, 그 혼을 소리쳐 부르는 일’이지요.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리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부름의 의식이며, 정말로 죽었는지 확인하는 절차라고 하는데요,
이 표지 속 늑대는 마치 김소월의 시 속의 주인공처럼 설움에 겹도록 누군가를 부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늑대의 울음은 멀리 멀리 퍼져나갑니다. 영정사진의 검은띠를 두른것처럼 앞표지에는 파란색 바탕에 하얀 선으로 테두리가 쳐져 있습니다. 그리고 표지 속 반짝임을 따라 속표지를 넘기면 이야기는 시작 됩니다.
응급실로 급하게 발길을 재촉하는 여성과 그 손을 맞잡은 아이. 기다란 복도와 초록 가운을 입은 사람들. 수술실이 언뜻 보이고 수술실 문 앞을 누군가는 지키고 있습니다. 절망한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는 사람, 초조함을 견디지 못하고 서서 계속 기도만 하게 되는 순간. 병원과 수술실 앞... 어떤 상황인지 대번에 알아차리실 거예요.
다음 장 그림은 더욱 여실하게 그 상황이 더 자세히 드러납니다. 지는 해와 사이렌을 울리며 급히 달려가는 구급차. 네, 맞아요. 죽음을 암시하는 장면입니다. 작가의 말대로 죽음의 순간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매일 24시간이 ‘무한 리필’ 된다고 착각하는 우리들에게 죽음은 늘 마주치고 싶지 않은 순간이고, 어떻게 해서든 피하고 싶은 단어입니다. 특히 무방비로 찾아온 ‘죽음’이라며 그 충격과 공포는 더 커지죠.
그래서 사람들은 죽은 이를 떠나보내는 ‘장례식’을 통해 죽음의 슬픔과 충격, 죽음에 대한 공포를 다독입니다. 그리고 그런 행동들은 우리가 미물이라 여기는 동물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어요. 사회성이 높고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갖고 있다는 돌고래들과 영리하다고 알려진 까마귀, 무리지어 사는 늑대, 육지에 사는 동물 중 가장 큰 코끼리, 인간과 DNA가 98%일치한다는 고릴라까지... 여러 동물들이 죽음을 마주하는 순간을 작가는 정성스레 그려냈습니다.
그들만의 애도방식을 보여주며 작가는 말합니다. 그들의 장례의식과 우리의 장례의식이 별반 차이가 없다고요. 그 방식만 조금 다를 뿐, 동물들의 장례식은 모두 죽은 이를 기억하고 마음에 담기 위해 행하는 것이고, 그 ‘죽음’이 영원한 이별, 삭제, 소멸이 아니라 ‘순환’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습니다.
꽤 오랜 기간 이 작품에 매달렸다는 작가의 말을 인터뷰 기사를 통해 읽었는데요, 2012년 경에 한 신문에 실린 동물들의 장례식 기사를 보고 이 그림책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해요. 슬픔을 나누고 명복을 빌며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의미를 동물들의 장례식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는 치축 작가. 예상하지 못한, 감당할 수 없는 이별을 마주한 분들께 이 그림책 <동물들의 장례식>이 죽음을 마주하고 아파하는 이들에게 자그마한 위로가 되길 바라봅니다.
*본 서평글은 제이 그림책 포럼 카페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고래뱃속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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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기뻐하는 사람은 없을 거에요. 누군가의 죽음은 마음을 아프고 슬프게 합니다. 그 아픔과 슬픔은 사람만이 느끼는 거라 생각 한 적이 있었습니다.
소리만으로도 안타까움을 전하는 앰블런스의 소리 저절도 기도 하게 만드는 소리에요.
그런 간절함과 슬픔을 동물들도 알아요. 돌고래는 힘든 친구를 위해 자꾸만 물위로 끌어 올려 주지요. 더이상 어쩔 수 가 없을땐 깊은 물속으로 사라질때 까지 함께 해준대요. 까마귀도 한곳에 모여들고요.
늑대소리 무섭게만 느껴 졌는데.. 누군가를 애도 하는 울음 일 수 도 있대요.
고릴라는 밤새도록 친구의 마지막을 함께 하기도 합니다. 우리내 장례 의식과 거의 같네요. 제목 만큼이나 무겁게만 느껴진 죽음의 순간들 하지만 마지막 페이지로 마음을 쓸어 내립니다. 다시 미소 짓게 합니다.
잔잔하게 바라 보는 엄마의 모습과 새근 새근 잠든 아이의 표정으로 만남을 생각하게 합니다.
삶의 시작과 끝 같은 이책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함께 한 이들의 죽음앞에 울어 주고 위로 할 줄 아는 생명이라는것! 좋은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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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인간의 전유물일까? 나는 오래전부터 그런 의문을 품었다. 그리고 결론은 ‘아니다.’ 였다. 그동안 살면서 가까이 지켜본 둥물들...때론 식물 까지도 인간 못지 않은 공감력과 희노애락을 가진 존재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들의 삶은 결코 인간의 것보다 하찮거나 가볍지 않았다. 나는 오히려 사람에게서 벽을 느낄때가 더 많았다. 아무튼 이 책은 특별한 성찰과 감동을 선사한다. 마치 다큐 영화를 보는 듯한 사실적인 그림체와 구도로 동물들에게도 애도의 감정과 인간 못지 않은 이별의식이 있다는 것. 그들이 느끼는 상실감과 애통함 역시 인간 못지않다는 걸 새삼 일깨우면서 우리 인간이나 그들 모두 다 같이 지구별에서 삶을 영위해 가는 존재이며 여행자라는 걸 보여 준다. 어쩌면 오직 인간만이 생존의 문제를 떠나 피부색이나 삶의 터전, 생활방식이 다르다는 이유 만으로 서로 차별하고 핍박하는 존재인지 모른다. 동물들 관점에서 보면 먹고 사는 문제도 아닌 하찮은 이유로 전쟁을 일삼고 헛된 욕심 때문에 삶의 터전마저 파괴하는 무모한 존재이지 않을까 오래전 읽은 책에서 인간은 언어와 문자를 사용하면서 중요한 소통수단 즉 느낌이 무뎌졌다고 지적한 것이 떠오른다. 세상의 모든 존재와 소통할 수 있는 것은 느낌, 즉 직관과 성찰이라고 한다. 인간은 동물에 비해 월등하다고 느끼는 지적 능력으로 이룬 과학기술로 인해 상상을 초월할 만큼 환경을 파괴해 왔다. 인류가 지난 백 년간 이룬 업적(?)은 지구 생명체의 수난사라고도 볼 수 있다. 이미 멈출 수 없는 폭주가 되어버린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지구가 죽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생명의 빛과 기운을 잃어가는 지구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애도를 표할 것인가 이 책을 보는 동안 인류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 하는 묵직한 질문을 받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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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직하고 시원한 유화 느낌의 그림이 가득 채워져 있어서 미술 작품 도록을 보는 느낌의 동화책이다. 글씨는 한두 문장 정도로 최소화해서 구석 쪽에 배치했다. 그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짠한 느낌.
책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책의 주제로 적절할까 싶기도 하겠지만, 죽음이라는 게 어디 시간표에 맞춰 찾아오던 일인가. 개인적으로 주변인의 첫 죽음을 마지한 건 초등학생 때였다. 큰 아버지가 돌아가셨었는데, 교통사고였다. 이후로 친가, 외가 쪽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차례로 돌아가셨고, 작은 아버지도 한 분, 그리고 아버지도 돌아가셨다.(첫 죽음과 마지막 죽음 사이에 20년 이상이 흘렀다)
알고 모르는 여러 사람들의 죽음을 경험했지만, 죽음이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일인 것 같다. 그건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죽음이라는 것을 우리로부터 멀리 떨어뜨려 놓으려고 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죽음을 멀리 떨어뜨려놓는 건, 삶의 가치에 대해서도 고려해 볼 기회가 사라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곳곳에서 나타나는 생명경시풍조도 그런 이유 때문일지도.
책에는 동물들이 어떻게 죽음을 마주하는지가 묘사된다. 죽어가는 친구가 바닥으로 가라앉을 때까지 따라가는 돌고래들, 이별의 순간 한 데 모이는 까마귀들, 죽어가는 친구를 끝까지 쓰다듬으며 함께 해 주는 코끼리들 등등. 그리고 마지막엔 사람들이 어떻게 죽은 이를 기리는지를 한 컷의 그림과 함께 묘사한다. 결국 작가가 말하고 싶은 건 사람의 죽음이었던 것 같다.
작가는 그래도 다시 우리의 삶은 또 시작될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어쨌든 산 사람들은 또 살기 위해 나서야 하니까. 괴롭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우리는 그렇게 수많은 괴로움들을 견뎌내면서 조금씩 성숙해져 가는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이런 어려운 이야기까지 가르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함께 읽어주다 보면 뭔가 와 닿는 부분도 생기지 않을까.
큼직하고 시원한 유화 느낌의 그림이 가득 채워져 있어서 미술 작품 도록을 보는 느낌의 동화책이다. 글씨는 한두 문장 정도로 최소화해서 구석 쪽에 배치했다. 그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짠한 느낌.
책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책의 주제로 적절할까 싶기도 하겠지만, 죽음이라는 게 어디 시간표에 맞춰 찾아오던 일인가. 개인적으로 주변인의 첫 죽음을 마지한 건 초등학생 때였다. 큰 아버지가 돌아가셨었는데, 교통사고였다. 이후로 친가, 외가 쪽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차례로 돌아가셨고, 작은 아버지도 한 분, 그리고 아버지도 돌아가셨다.(첫 죽음과 마지막 죽음 사이에 20년 이상이 흘렀다)
알고 모르는 여러 사람들의 죽음을 경험했지만, 죽음이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일인 것 같다. 그건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죽음이라는 것을 우리로부터 멀리 떨어뜨려 놓으려고 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죽음을 멀리 떨어뜨려놓는 건, 삶의 가치에 대해서도 고려해 볼 기회가 사라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곳곳에서 나타나는 생명경시풍조도 그런 이유 때문일지도.
책에는 동물들이 어떻게 죽음을 마주하는지가 묘사된다. 죽어가는 친구가 바닥으로 가라앉을 때까지 따라가는 돌고래들, 이별의 순간 한 데 모이는 까마귀들, 죽어가는 친구를 끝까지 쓰다듬으며 함께 해 주는 코끼리들 등등. 그리고 마지막엔 사람들이 어떻게 죽은 이를 기리는지를 한 컷의 그림과 함께 묘사한다. 결국 작가가 말하고 싶은 건 사람의 죽음이었던 것 같다.
작가는 그래도 다시 우리의 삶은 또 시작될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어쨌든 산 사람들은 또 살기 위해 나서야 하니까. 괴롭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우리는 그렇게 수많은 괴로움들을 견뎌내면서 조금씩 성숙해져 가는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이런 어려운 이야기까지 가르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함께 읽어주다 보면 뭔가 와 닿는 부분도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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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1.26. 그림책시렁 1729 《동물들의 장례식》 치축 고래뱃속 2020.11.30. 모든 목숨은 ‘죽는’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죽음은 끝일 수 없고, 마지막이지도 않습니다. 한 해 가운데 섣달인 열둘쨋달은 끝이요 마무리라고 여깁니다만, 끝이고 마지막이기에 언제나 새달인 첫달로 잇는 길목입니다. 우리는 예부터 ‘죽살이’라 했고, ‘밤낮’처럼 나란히 이야기합니다. 죽기에 살아요. 죽음이라고 하는 길로 몸을 내려놓기에 새롭게 일어나서 살아갑니다. 해지고 별돋을 무렵에 몸을 누여서 오롯이 마음길로 나아가면, 밤새 새롭게 기운을 차려서 새벽에 이슬을 머금으며 눈뜨게 마련입니다. 《동물들의 장례식》은 “죽는 슬픔과 눈물”을 여러 목숨붙이를 나란히 헤아리는 줄거리로 들려줍니다. 참말로 슬프고 눈물날 만합니다. 다만, 끝나거나 사라진다고 여겨서 슬프거나 눈물나지 않아요. 이제껏 걸어온 나날을 한 올씩 돌아보면서 새걸음으로 내딛는 모습이 반짝이기에 눈물 한 방울을 이슬 한 방울 곁에 놓습니다. 누구나 씨앗을 심습니다. 미움씨나 불씨를 심는 길을 내내 일삼는 이가 있다면, 사랑씨에 풀씨를 심는 길을 날마다 걸어가는 이가 있어요. 더 낫거나 나쁜 쪽은 없습니다. 아름답건 안 아름답건 안 대수롭습니다. 죽음은 어둡거나 캄캄하지 않을 뿐입니다. 죽음길이란 삶길로 거듭나는 별밤인걸요.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