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기의 역사를 다루는 책을 접한다면, 통상 대다수의 사람들은 초역사적으로 주어진 대상으로서의 광기에 대한 의학적 지식의 발전사를 기대할 것이다. 혹은 역사에 조금 예민한 이들의 경우엔 시대에 따라 변모하는 광기에 대한 인식의 역사를 기대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모든 기대를 뒤엎는다. 이 책에서 파헤치는 것은 주어진 대상으로서의 광기가 아닌 역사적으로 구성되는 광기의 경험 그 자체이며, 광기에 대한 인식의 표면적 층위가 아닌 그러한 인식을 가능케 하는 선험적 구조 그 자체이다. 말하자면 이 책은 광기의 경험의 구성에 관여하는 역사적 아프리오리를 발굴해내는 고고학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는 이성 바깥의 경험, 비이성의 경험을 살려내는 작업이자, 실증적 인간과학의 근원적 불안을 드러내보이려는 작업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