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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을 최소화하고 생활과 교육 기타 등등 모든 게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완비한 집에서 아내(자닌), 딸(모드)을 비롯해 모든 살아 있는 동물들을 길들이는 남자(디디에)로부터의 우여곡절 탈출기라고 해야 할까. 이는 냉정하게, 완전히 감정을 배제한 요약이다. 그냥 말문이 막힌다. 무슨 말과 어떤 감상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이 몸서리쳐지도록 놀라운 이야기가 소설이 아니라니. 실화가 맞는지 몇 번이나 확인해야 했던 이 이야기는 소설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믿기 어렵고 결코 믿고 싶지도 않은 그런 에세이였다.
“- 아버지 앞에 서면 오금이 저리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나의 공포감은 그 거인을 오로지 혼자서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더 커진다. 어머니에게서는 그 어떤 도움도 보호도 기대할 수 없다.”
아버지 왈, “인생은 오락이 아니라 가차없는 전투임을 잊지 말거라.”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세상을 지배하고 암흑을 무찌를 수 있다.“ 웃음을 제일 싫어하는 “아버지에게 안락함은 무찔러야 할 ‘해로운’ 즐거움” 죽은 혼백과 소통하는 ‘테이블 돌리기’도 할 줄 아는 아버지는 ‘선택받은 자’로 그 어떤 것도 증명할 필요가 없는 완벽한 존재. 그 아버지로 말할 것 같으면 높은 계급의 프리메이슨 그랜드 마스터, 강력한 비밀결사의 구성원, 비행사, 레지스탕스, (가스) 기구를 직접 제작하기까지 하는 다재다능한, 그렇지만 괴물에 가까운 망상증 환자이자 ‘식인귀’이다.
광부의 막내딸이었던 엄마는 아빠에게 6살에 팔려와 성인이 되어 그와 결혼했다. 이어 그녀는 남편의 계획대로 우월한 후계자(모드)를 출산해 학교에서의 공교육이 아닌 집에서 딸의 교육을 전담하게 된다. 엄마와 모드는 어떤 면에서 아빠 디디에에게는 두 먹잇감에 불과했다. 말하자면 엄마는 아버지로부터 오랜 세월 가스라이팅 당한, 첫 번째 희생자였지만, 딸인 모드의 방패막이 되어주지는 못했다. 시시때때로 질투하고, 사사건건 모든 걸 딸 탓으로 돌리며, 심지어 일꾼에게 성추행당하는 것까지 모른 척하는 비정한 엄마.
모드는 18살에야 집에서 탈출하기 전까지 한 번도 스스로 선택해본 것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아버지에게 철저하게, 초인으로 혹독하게 양육되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그것은 수용소에서의 고문과 전혀 다를 바 없는데,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아침 6시 반에 기상, 밤 11시 30분에 취침. 기상(옷, 양말 입히고 요강에 소변 받아 비우기)·취침(기상 수발과 상동)시 아버지 수발들기, 체스로 무표정 훈련하기, 불 꺼진 지하실에서 한 시간 동안 ‘죽음에 대한 명상하기’, 전기 흐르는 줄잡고 버티기(전깃줄 훈련), 자전거(비탈길로 수없이 밀어버리는 엄마의 교육 아래)와 수영(역시 물속에 그냥 밀어 빠뜨리는 엄마), 승마 배우기, 집에서 일하는 모든 일꾼의 잡일 돕기, (온갖 욕에 따귀 날리고 마시던 맥주를 얼굴에 뿌리고 피우던 담배를 허벅지에 대고 끄는 아코디언 선생님(이브)에게) 여러 악기 배우기, 수면 시간 줄이기, 미각에 대한 즐거움 버리기(눅눅한 빵만 먹음), 즐거움 누리기 없기(축일, 명절 등 일절 없고, 성탄절과 새해 첫날은 6시간씩 보충수업), 알코올과 의지 훈련(위스키나 코냑 한 잔 연달아 마신 후 좁고 긴 10미터 길이의 흰색 길 벗어나지 않기), 한겨울에도 난방 틀지 않은 방에서 생활하고 잠자고 찬물로 씻기, (게다 면역력을 위해) 부모들이 씻은 물로 목욕하기, 소, 양, 돼지 도축과 해체 과정에 참관하며 포장 돕기, (평온하게 긴장을 푼 상태에서 도축해야 고기가 ‘질겨지지’않는다는 도축꾼 말대로) 동물 진정시키기, (못, 포크, 시곗바늘 등) 물질에 대한 지배력을 키우기 위한 정신 집중 훈련, 연속 삼회전 공중제비 연습, 물구나무 서기, 일자 뻗기(언제든 서커스단에 뽑히기 위한 연습) 등등.
“침대에 누운 나는 린다(셰퍼드)와 아르튀르(조랑말)가 서로의 품에 안긴 모습을 상상한다. 그리고 그 둘의 온기 속에 나도 몸을 웅크린다. 동물들이 우리에게 기쁨을 가르쳐주기도 하는 걸까? 혼란스러운 중에도 나에게는 그런 커다란 행복의 샘이 있다.”
모드가 온갖 고초를 극복하고 마침내 탈출할 수 있었던 건 동물들과 문학, 음악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버지의 특수 섬유를 어루만지다 그것으로 만든 기구에 린다와 피투(오리)를 태우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마법과 동화 같은 꿈을 꾼다.” 그랬기에 체조장에서 하는 훈련은 그녀를 더욱 고통스럽게 할 수밖에 없었는데, 바로 그곳은 죽은 아르튀르가 묻힌 곳이었다. 아버지는 아르튀르를 애도할 시간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구원의 이미지들, 강하고 매혹적인 주인공들로부터 힘을 얻는다. 나의 암흑 속에 희미한 빛을 밝혀줄 독서가 점점 더 필요해진다 - 도스토옙스키의 인물들은 삶을 두려워하거나 의심하지 않고, 삶에 맞서 벽을 세우지 않는다. 반대로 삶을 사랑하고, 그 안에 잠기고, 필요하다면 아예 깊숙이 빠져버린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뭐든 겪어볼 만한 가치가 있어. 더 이상 두려워하지 마.“”
“『지하로부터 수기』를 읽을 때마다 결말에 담긴 냉혹한 교훈이 나를 죄어온다. 그 교훈은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그에게서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 언젠가 자신의 광기를 깨닫는 날이 온다 해도, 그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위험한 사람이야. 도망쳐!“” “때로 침대에 누워 있으면 슬픔이 옥죄어온다. 나는 다정한 누군가가 나를 위로해주고 있다고 상상하면서 마치 아기를 흔들어 재우듯 내 베개를 흔들어준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입으로 소리 내보기도 한다. ”아가야 울지 마. 걱정하지 마. 넌 혼자가 아니야. 넌 사랑받고 있어. 알잖아. 넌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나쁜 아이가 아니야. 너도 알게 될 거야.“”
새삼 부모를 잘 만나는 것이 얼마나 천복인가를 깨닫게 된다. 하지만 부모는 선택할 수 없다. 애정과 사랑으로 성장해야 마땅함에도 친부에게 (성) 폭행당하고 죽임까지 당하는 사연들이 보도될 때마다 세상에 대한 회의는 짙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건강한 삶 자체를 박탈당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곱씹어 보게 된다. 삶이,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내가 가진 모든 것들에 감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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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아이>를 읽으면서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이 모든 이야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는 거예요. 설마, 친부모가 이런 짓을 했다고? 그러나 부모에 관한 이야기 역시 평범하지 않아요. 불행의 시작은 루이 디디에의 비뚤어진 정신 세계에서 출발해요. 1936년, 루이 디디에는 서른네 살이고 프랑스 북부 릴에서 성공한 사업가예요. 그는 프리메이슨 비교秘敎의 교리를 받아들여, 이 세상이 타락했고 어두운 힘의 먹이가 되어버렸다는 영적 관점을 지니게 돼요. 그해에 루이 디디에는 릴의 피브 지역에 사는 한 광부를 만나, 그의 여섯 살짜리 막내딸 자닌을 자기에게 맡기라고 제안해요. 자닌을 선택한 이유는 아마 빛깔의 머리카락을 지녔기 때문이에요. 금발의 소녀 자닌이야말로 첫 번째 희생양이라고 볼 수 있어요. "자닌은 부족한 것 없이 살게 될 거요. 제대로 교육받고, 아주 안락한 삶을 누리면서. 단 하나, 당신이 다시는 그 아이와 만나지 않는다는 약속만 지켜준다면 말이오." (13p) 루이 디디에는 약속을 지켰고, 자닌은 기숙학교에 들어가 훌륭한 교육을 받았어요. 릴 대학에서 철학과 라틴어를 배우게 했고, 학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챙겼어요. 그리고 법적 연령에 이르렀을 때 보호자의 집에 들어가서 함께 살기 시작했어요. 자닌을 처음 데려오고 스물두 해가 지난 뒤, 루이 디디에는 그녀가 자기에게 딸을 낳아줄 때가 되었다고 했고, 그리하여 1957년 11월 23일에 짙은 금발의 여자 아이 모드(Maude)가 태어났어요. 완벽하게 계획된 딸. 아버지가 된 루이 디디에는 자신의 완벽한 딸이 '선택받은' 인간으로서 훗날 인류를 일으켜 세우라는 부름을 받게 될 거라고 했어요. 교육에 필요한 자격증을 가진 어머니 덕에 아이는 외부의 오염을 피해 안전한 곳에서 자라날 수 있게 되었다고요. 자신의 완벽한 아이를 낳기 위해 아내마저도 철저하게 사육했던 남자.
과연 루이 디디에가 만든 왕궁은 완벽한 세상이었을까요? 세상에 단 한 사람, 루이 디디에한테는 완벽했을지도 모르죠. 그러나 두 여자는 한 남자에게 감금됐고, 노예와도 같은 생활을 했어요. 그가 딸에게 했던 교육은 교육을 빙자한 고문이었을 뿐이에요. 솔직히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은 어머니 자닌이에요. 그녀는 그와 떨어져서 대학 생활을 했을 때, 왜 벗어날 생각을 못했을까요. 순순히 그의 아내가 되어 아이를 낳았으면서 왜 그 아이를 증오하게 된 걸까요. 너무도 안타깝고 비극적인 일이에요. 자닌은 친부모에게 버림받았고(부모는 딸을 보내지 말아야 했어요), 낯선 남자에게 사육당했으며(겨우 여섯 살 소녀에게 광기에 빠진 남자와의 동거는 재앙이죠), 엄마로서 누려야 할 행복조차 빼앗겼어요 (미친 놈 때문에 출산의 도구가 되었으니 얼마나 끔찍했을까요). 그녀에게 딸은 사랑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옭아매는 족쇄였는지도 모르겠네요. 자닌은 그저 루이 디디에가 선택한 삶의 도구였던 거예요, 인간이 아니라. 처음에는 모드의 입장에서 미친 아버지와 방관하는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어머니 자닌은, 루이 디디에라는 감옥에 갇혀버린 불쌍한 존재였어요. 누가 그녀를 이해할 수 있겠어요. 그녀야말로 철저하게 고립된 채 사랑 없는 삶을 살았는데... 모드는 열여덟 살에 그 집에서 탈출했어요. 그리고 이 책을 쓴 것은 쉰여섯 살 때라고 해요. 2014년 『철책 뒤에서』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어요. 모드 쥘리앵은 정신과의사와 심리치료사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과거를 직시하는 길고 긴 치유의 과정을 거쳤다고 해요. 그 과정 중에 자신처럼 학대의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이끌어주는 심리치료 전문가가 되었대요. 거의 사십 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야 자신의 과거를 글로 남길 수 있었다는 건 그 시간만큼의 고통을 의미할 거예요. 우리는 그 고통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 느끼게 될 거예요. 소름 돋고 구역질 나는... 추악한 인간의 악행. 마치 신처럼 군림했던 잔인하고 비정한 아버지는 그저 나약한 인간이라는 걸, 다행히 모드는 그 사실을 깨달았어요. 모드는 아버지와는 달리 뜨거운 심장을 가진 아이였으니까. 진심으로 동물 친구들을 사랑했고, 예술을 즐길 줄 아는 인간이었으니까. 괴물이 원했던 완벽한 아이는 또 다른 괴물이 아니었을까요.
모드는 아버지 몰래 많은 책들을 읽었어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백치』를 읽고 도스토옙스키에 빠졌고,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읽으면서 결말에 담긴 냉혹한 교훈이 자신에게 말하는 것처럼 느꼈다고 해요. "그에게서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 언젠가 자신의 광기를 깨닫는 날이 온다 해도, 그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위험한 사람이야. 도망쳐!" (159p) 결국 모드는 그 집을 탈출할 때 딱 두 가지를 챙겼어요. 찢어진 조각들을 셀로판테이프로 붙인 <헝가리 랩소디> 악보와 삼층의 종이 상자에서 몰래 꺼내온 『지하로부터의 수기』. <완벽한 아이>는 지옥으로부터의 탈출기이며, 모드는 생존자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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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쓴 이야기.완벽한 아이를 만들기 위해 아이의 엄마부터 정해서 데리고 온다. 그리고 남자는 아이를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육(내가 보기엔) 한다. 엄마는 자기의 삶을 남자에게 맡기고 포기하고 살았으나 아이는 여기를 결국 탈출하고 만다. 공포 영화 같은 이 이야기는 해피 엔딩 으로 끝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만의 취미를 갖고 독서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글쓰기,자기의 취미는(그 게 무엇이든) 삶에 활력소인 동시에 자기를 지킬 수 있는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여기에 나오는 아이도 도스토옙스키를 읽고 악기를 배우고, 글을 틈틈이 쓰면서 자신의 내면을 단단하게 하고 어떤 자기만의 철학과 신념을 갖는다. 자신을 완벽한 아이로 키우려는 아빠에게 굴복 하지 않는.. 삶이 힘든 순간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나에게는 완벽한 아이의 그런 신념, 용기가 있는지.그런 것이 있다면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내면을 강하게 하자. 결국 자유를 찾은 완벽한 아이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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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부모가 아이를 본인의 소유물로 오해하는 순간- 아이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또한 아이는 부모와 다른 독립된 인격체이다. 이것을 부모가 잊어버리는 순간 아이의 영혼은 암흑속에 갇혀버린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 마치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잔혹하지만 결국엔 그러니까- 더 굳게 갖게 하는 인간의 의지의 이야기. 이 책을 읽는 내내 아이에게 속삭였다. 아니 그것은 내 어릴적 자아에게 속삭이는 소리였을지도 모른다. 아이야. 부디 포기하지 말으렴. 부디 살아서 존재해다오. 부디 잘커서 이 시련을 극복한 어른으로 자라다오-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복복서가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된다. 이번을 기회로 출판사의 행보를 응원하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가격과 디자인면에선(본문 급수와 안쪽 여백)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위로받을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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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긴 시간동안 사소하다고 무시되는 내가 중요하다고 느끼지 않아 시시한 분노로 채워지는 그렇게 흘려보낸 내 지난 시간들에 대해 반성하고 지금 이순간 역시 사소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이시간들이 얼마나 축복이고 아름다운지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알게 되었다. 순간 순간 피어나는 나의 분노들이 사르르 녹아지는 화사하게 밝아 질 수 있음을 나는 느꼈다.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은 그 걸음을 감히 나도 마음으로 함께 걸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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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인간은 없다. 하지만 완벽한 아이를 기대하는 어른은 있다. 나는 못 배웠지만 너는 충분히 가르쳤다. 나는 가난했지만 너는 풍족하게 키웠다. 이런 말들로 아이가 속한 환경에 대해 불만을 가지지 못하게 하고, 아이가 의심하거나 비판하는 것을 원천봉쇄하는 어른들을 불행히도 많이 봐왔고 겪기도 했다.
모드 쥘리앵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책 <완벽한 아이>에도 그런 부모가 나온다. 1957년생인 저자는 부유한 아버지와 교육학을 전공한 어머니 슬하에서 태어났다. 경제력과 지성을 겸비한 부모와 사랑스럽고 총명한 딸로 이루어진 이 가족은 겉보기엔 화목하고 평안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아버지는 아직 열 살도 되지 않은 광부의 딸을 데려다 자신의 아이를 낳기에 적합한 여성으로 '키웠다'. 그리고 가장 적합한 출산일을 계산해 인위적으로 임신하고 원하는 날짜에 출산하도록 했다. 그렇게 태어난 딸에게 모드라는 이름을 붙여줬고, 공부는 물론 하루 종일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통제했다. 모드는 허락된 사람 외에는 말 한마디 나눌 수 없었고, 키우는 동물조차 자유롭게 만날 수 없었다. 화장실 가는 시간과 횟수마저 정해져 있었다.
모드는 오로지 아버지가 바라는 완벽한 아이, 완벽한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키워졌다. 하지만 모드는 아버지가 바라는 존재가 되지 않기를 택했다. 아버지가 아무리 심하게 감시하고 통제해도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걸 포기하지 않았다. 원하는 게 무엇인지 끊임없이 찾고 그것을 손에 넣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모드는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모드의 영혼이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건 한참 후의 일이다. 아버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모드는 아버지가 했던 말들과 아버지가 주입한 생각들에 시달렸다. 꿈에서조차 자유롭지 못했다.
나는 이 책에서 모드의 어머니가 신기했다. 모드의 어머니는 모드와 마찬가지로 모드의 아버지에게 구속당하고 고통받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모드의 어머니는 아버지로부터 벗어나지 못했고 모드는 벗어났다. 모드의 어머니에게도 분명 달아날 기회가 있었는데도 말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때는 지금보다도 여성이 고등 교육을 받고 직업을 가질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다. 여성에게는 보호자 역할을 할 남성(아버지 혹은 남편, 남자 형제 등)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기도 했다. 아마 모드의 어머니는 아버지/남편 없이 혼자서 살기는 어렵다고, 그러니 괴롭고 힘들어도 집에 남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을 것 같다.
그러나 모든 일에 대해 그럴 만했다, 다른 수가 없었다는 변명을 댄다면 어떻게 변화가 생길까. 모드가 장래를 정할 때에도 여성에게 허락된 일자리는 결코 충분하지 않았고 가정이라는 울타리에 속해 있지 않은 여성을 백안시했다. 완벽한 인간이 없듯이 완벽한 기회도 없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할 수 있는 걸 하는 수밖에 없다. 모드의 어머니는 할 수 없어서 하지 않았고, 모드는 할 수 없어도 할 수가 생길 때까지 기다렸다. 마침내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것을 해냈다.
모드의 좋은 점은 모드의 부모가 해준 교육이나 훈육으로부터가 아니라 모드 자신에게서 나왔다. 자기보다 약한 동물들을 보살피는 마음,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감동하는 마음, 좋은 책을 읽으며 공감하는 마음,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는 마음. 이런 마음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오히려 억압하고 통제했는데도) 모드 자신에게 있었고, 모드는 이 마음들을 끝까지 지켰다. 모드는 이미 '완벽한 아이'였다. 아마 우리 모두도 그랬을 것이다. 아직 그 아이가 우리 안에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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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믿음에 빠져 자기만의 유토피아를 꿈꾸고 아내와 딸을 제멋대로 가두어 길러낸 디디에 씨. 이런 일이 실제 일어났다는 게 믿을 수 없을 정도이고 육체적, 정신적 학대를 이겨내고 이 책까지 써낸 모드 쥘리엥의 용기도 놀랍기만하다. <완벽한 아이>는 인간이란 얼마나 쉽게 미혹되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불굴의 존재라는 것을 증명한다.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내면의 목소리. 거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이렇게 소중한 결과를 낳았다. 문학, 음악, 동물과의 유대감이 어떤 가치를 갖는지도 이보다 선명해보일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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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상처받아서 생각이 한쪽으로 쏠린 한 남자가 완벽한 아이를 키워내기 위해 아이 엄마가 될 사람부터 선택하여 차근히 계획해서 오랜기간 학대한 이야기이다. 다행이다. 안타깝다. 정말 현실인가. 하는 생각만 들었다. 자신의 아이가 완벽히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인것 같다. 딸이 다 자라서 결혼하기 전까지 집에서 탈출할 수 없었다. 또래 집단과의 교류는 물론 어느 누구와도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다. 매일일어나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 일하는 시간, 공부하는 시간이 정해져있고, 아빠가 원하는대로 지키지 않으면 벌을 받았다. 그리고 끊임없는 가스라이팅. 세상은, 밖은 위험해. 아빠가 지켜주는 것이고, 가장 필요한 일과 교육을 하게 하는 것이다. 거의 학대와 가까운 일을 태어나서 탈출하기 전까지 내내 당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렇게 할수 있는것인가? 아이의 엄마도 피해자다. 가난한 집 딸로 태어나 작가의 아버지에게 선택당해서 자신의 부모와 다시는 만나지 못하고 남편이 죽을 때까지 그 집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도!!! 자기 딸이 그런 학대를 당하는데 어떻게 지켜주지 못했을까. 사랑을 표현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작가가 무사히 집에서 탈출하여 치료를 받고 이렇게 책을 쓰고 사람들과 섞여 살 수 있는 그런 정신을 붙잡고 지키고 살아낸 것에 대해 놀라는 것 말고는 할게 없다. 박수가 절로 나온다. 아이는 절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p.35 아버지는 자신이 무엇을 하든 전부 다 나를 위해서라고 되풀이해 말한다. 자신의 삶을 온전히 나를 위해, 에외적 존개가 될 운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나를 키워내는 일에, 나의 형체를 빚고 조각하는 일에 바치고 있다고 말한다. p.67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소유물이다. 내 안에도 주위에도 더이상 살아 있는 공간이 없다. p.156 나는 구원의 이미지들, 강하고 매혹적인 주인공들로부터 힘을 얻는다. 나의 암흑 속에 희미한 빛을 밝혀줄 독서가 점점 더 필요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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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 내내 책 내용이 소설이 아니라는 사실에 소름이끼쳤다. 어린 아이가 겪은 고통과 잔혹했던 매일 매일. 그리고 마침내 이 모든것을 이겨내고 탈출한 삶에 대한 의지에 큰 감명을 받았다. - 이책은 #김영하북클럽12월의책 으로 선정되었다. 12월에는 출산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 그래서 이제야 읽게되었는데, 오히려 아이를 낳고 읽게 되어 더 다양한 방향으로 감상이 가능했던 것 같다. - 주인공 모드의 살아가고자 하는 용기에 대한 찬사는 아무리 해도 부족할 것이다. 자아를 형성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모 밑에서 학대받았지만 스스로를 지켜낸 정신력이 위대하다. 자신을 괴롭히는 부모를 미워했다가, 미워했다는 사실로 수치심을 느꼈다가, 아버지로 부터 도망치고 싶다가도 사랑을 인정받고 싶고, 학대의 과정을 방임하는 어머니가 밉다가도, 아버지의 족쇄에 묶여있는 어머니가 안쓰럽기도 한. 이 모든 양가적인 감정을 모두가 공감할 수 있게, 구체적이지만 동시에 시적으로 표현한점이 놀라웠다. - 집에 드나들었던 다른 어른들은 어린 모드가 감옥과도 같은 집에 갇혀 비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들은 분명 모드를 구해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심지어 모드가 처한 상황을 악용하여 그녀를 정서적, 신체적으로 착취하기에 이른다. 너무 분노가 치밀었던 부분이다. - 모드는 몰랭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지옥에서 탈출한다. 몰랭 선생님과 같은 어른을 만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나는 그래도 모드가 반드시 스스로를 구원했으리라 믿는다. 모드는 가끔은 망연자실하고, 포기하기도 하지만 자기 스스로의 영혼을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몰랭 선생님이 나타났을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영화 #룸 을 보면 납치되어 방한칸에 갇혀 아이까지 출산한 조이가 나온다. (룸도 #실화바탕영화 다.) 나는 조이가 마침내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룸을 탈출한 이후의 이야기, 조이의 정신까지도 완전히 룸을 탈출하는 이야기 -공황장애를 겪고, 우울증을 겪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부담스러워 하고, 자신을 찾다가 포기한 부모한테 분노하고, 하지만 결국 이겨내고.-가 이 영화가 진정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책을 덮으며 탈출 후의 모드의 삶이 궁금해졌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니, 모드는 이미 완전한 탈출을 이룬것 같다. 자신의 가장 큰 공포와 상처를 마주보고, 이를 글로 정리하고, 심지어는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아름다운 책으로 완성하였으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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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 내내 책 내용이 소설이 아니라는 사실에 소름이끼쳤다. 어린 아이가 겪은 고통과 잔혹했던 매일 매일. 그리고 마침내 이 모든것을 이겨내고 탈출한 삶에 대한 의지에 큰 감명을 받았다. - 주인공 모드의 살아가고자 하는 용기에 대한 찬사는 아무리 해도 부족할 것이다. 자아를 형성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모 밑에서 학대받았지만 스스로를 지켜낸 정신력이 위대하다. 자신을 괴롭히는 부모를 미워했다가, 미워했다는 사실로 수치심을 느꼈다가, 아버지로 부터 도망치고 싶다가도 사랑을 인정받고 싶고, 학대의 과정을 방임하는 어머니가 밉다가도, 아버지의 족쇄에 묶여있는 어머니가 안쓰럽기도 한. 이 모든 양가적인 감정을 모두가 공감할 수 있게, 구체적이지만 동시에 시적으로 표현한점이 놀라웠다. - 집에 드나들었던 다른 어른들은 어린 모드가 감옥과도 같은 집에 갇혀 비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들은 분명 모드를 구해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심지어 모드가 처한 상황을 악용하여 그녀를 정서적, 신체적으로 착취하기에 이른다. 너무 분노가 치밀었던 부분이다. - 모드는 몰랭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지옥에서 탈출한다. 몰랭 선생님과 같은 어른을 만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나는 그래도 모드가 반드시 스스로를 구원했으리라 믿는다. 모드는 가끔은 망연자실하고, 포기하기도 하지만 자기 스스로의 영혼을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몰랭 선생님이 나타났을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영화 #룸 을 보면 납치되어 방한칸에 갇혀 아이까지 출산한 조이가 나온다. (룸도 #실화바탕영화 다.) 나는 조이가 마침내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룸을 탈출한 이후의 이야기, 조이의 정신까지도 완전히 룸을 탈출하는 이야기 -공황장애를 겪고, 우울증을 겪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부담스러워 하고, 자신을 찾다가 포기한 부모한테 분노하고, 하지만 결국 이겨내고.-가 이 영화가 진정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책을 덮으며 탈출 후의 모드의 삶이 궁금해졌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니, 모드는 이미 완전한 탈출을 이룬것 같다. 자신의 가장 큰 공포와 상처를 마주보고, 이를 글로 정리하고, 심지어는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아름다운 책으로 완성하였으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