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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빨간색 표지에 노란 V자가 강렬하게 디자인된 피재현작가의 시집을 보고 소개된 시집의 내용과 조금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집을 다 읽은 후, 강렬한 색채의 그 표지가 오히려 어머니를 더욱 생생하고 유쾌하게 시집 속에서 살아계시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무덤이 되었다는 이 시집에는 글자도 모르는 까막눈의 엄마가 생생하게 살아서 밭에 파묻어둔 돈을 호미로 캐어오고, 요양원에서 다른 할머니들에게 아들이 임플란트를 해준다고 자랑을 하고, 작은 간식거리 하나에 삐지고, 밀당하던 아들을 만나면 아이처럼 배시시 웃기도 하신다. 너무 비싼 앞니 임플란트는 못한 채 앞니 없이 소고기를 드시고 원더우먼처럼 많은 일을 하신다. 그렇게 펄펄 살아있던 엄마의 불씨가 찬 바람과 함께 꺼지고 난 후 시인이 시어로도 차마 다 표현하지 못했을 깊은 그리움과 슬픔이 온마음으로 느껴졌다. 시인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고 싶었다. 고생했다고. 엄마는 그 아들이 있어 한 세상 조금은 더 기쁘게 살다 가셨을거라고. 시 한 편 한 편 책장을 쉽게 넘기지 못하고 생각에 잠기고 또 잠기며 마음을 쓸어내리듯 읽어나간 이 책은 그 마지막 장을 덮고도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게 했다. 어머니와의 하루 하루를 겸허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보냈을 작가의 하루 하루와 그 마음들이 시집 전체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분명히 마음 속에 있었을 어머니와의 이별에 대한 두려움, 안타까움, 아쉬움이라는 삶의 무거운 숙제를 조금은 가볍고 의연한 자세로 지혜롭게 받아들이고 감당해나가겠다는 작가의 의지와 용기가 느껴졌다. 어찌보면 이 시집은 어머니께 드리는 사모곡인 동시에 어머니를 떠나보내야만하는 자신에게 주는 위로의 몸부림과 같은 것이다. 그의 독백에 담긴 외로운 고뇌의 싸움이 시간과 공간을 뚫고 내 마음을 훑고 지나갔다. 내 어머니가 떠올라 더욱 가슴이 먹먹했다. 우리에게 영원히 원더우먼이었으면 좋을 모든 어머니들은 나이가 들어가고 병이 들고 힘을 잃고 때로는 생각마져도 잃는 약하고 힘없는 존재가 되어간다. 그 과정을 함께 겪고 아프게 지켜봐야하는 우리는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일게다. 이 시집은 그것을 담담하고도 단단히 그려내고 있어서 내게 그러했듯이 읽는 이들의 마음에 많은 위로를 줄 것이다. 고맙고 반갑다. 빨갛고 노란 표지 만큼이나 밝고 씩씩한 얼굴로 아들의 시집을 들고 웃고 계실 것만 같은 원더우먼 윤채선님의 명복을 빈다. 분명 봄꽃처럼 환히 웃고 계실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