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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르스나르의 궤적, 그리고 스가 아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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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난 이 이름을 처음 알았다. 제목을 보고도 이 이름이 작가의 이름이라는 것을 생각지 못했다. 당연히 유르스나르가 아카데미 프랑세즈 설립 약 350년 만에 최초의 여성 회원이 된 작가라는 것은 더욱 알지 못했다. 스가 아쓰코의 이 책을 몇 쪽 읽다 검색해봤다. 몇 권의 책이 번역되어 있다. 대표작이라고 하는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과 함께 첫 작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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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난 이 이름을 처음 알았다. 제목을 보고도 이 이름이 작가의 이름이라는 것을 생각지 못했다. 당연히 유르스나르가 아카데미 프랑세즈 설립 약 350년 만에 최초의 여성 회원이 된 작가라는 것은 더욱 알지 못했다. 스가 아쓰코의 이 책을 몇 쪽 읽다 검색해봤다. 몇 권의 책이 번역되어 있다. 대표작이라고 하는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과 함께 첫 작품을 포함한 알렉시 은총의 일격, 동양 이야기등이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는 인기 있는 작가는 아닌 듯하다. 스가 아쓰코는 어떻게 이 작가를 중심으로 글을 쓸 생각을 했을까? 게다가 이 작품은 생전 마지막으로 출판한 책이다. 그녀 스스로 유르스나르에 대해서 쓰면서 작가는 작품을 다 쓰면 죽는다고 했는데...

 


 

스가 아쓰코는 한 사람의 궤적을 쫓게 되는 이유가 자신과 비슷한 것에 끌리거나, 반대로 확실하게 거리를 두고 있는 것에도 동경을 품게 되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자신이 유르스나르에 대한 감정은 후자 쪽이라고 했다. 확실히 유르스나르의 삶과 스가 아쓰코의 삶에는 별로 겹치는 게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저 자신과 다른 삶에 대한 동경만으로 한 작가의 뒤를 따라 걷는 듯한 글을, ‘이렇게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자신에게서 모자랐던 무언가를 유르스나르의 궤적으로 메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일본인으로 유럽으로 유학 가 결혼하고 정착하다, 남편의 죽음 후 다시 일본에 돌아와 전혀 예상치 못하게 글을 쓰는 삶을 살아간 스가 아쓰코였다. 유르스나르는 프랑스인으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소설을 쓰고, 정말 숨가쁘게 여행을 하다 동성 연인을 만나 미국의 외딴 섬에 정착했다. 스가 아쓰코는 유르스나르에게서 거리로 인한 동경을 품었지만, 그 거리는 전혀 닿지 못할 정도의 것이 아니었다. 닿을 수도 있었지만 포기했던, 혹은 벽에 막혔던 그런 것이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 발견한 유르스나르였고, 글을 쓰고, 책을 발간한 것은 생의 황혼이었던 점으로 그런 짐작을 그럴 듯하게 여기게 된다.

 


 

유르스나르의 뒤를 따라 걷는 듯한 글을 썼다고는 하지만, 정작 글의 주인공은 스가 아쓰코 자신이다. 유르스나르의 궤적과 자신의 궤적을 교차시키고 있다. 유르스나르는 자신의 궤적을 돌아보기 위한 하나의 계기가 되고 있다. 그건 유르스나르의 사진이 되기도 하고, 그녀의 소설이 되기도 하고, 그녀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되기도 하고, 그녀가 살았던 집이 되기도 한다. 유르스나를 통해 스가 아쓰코는 자신의 과거로 넘어간다. 과거에는 자신과 교류했던 인물들이 있다. 그들과 함께 했던 일들은 그저 일화적인 추억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항상 의미가 있다. 아련하지만 그 아련함을 아름답게 치장하는 것이 아니라, 아련함을 거두고 될 수 있으면 명확하게 보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

 


 

 

스가 아쓰코를 안 게 불과 2, 3년이다. 그 사이, 이제 유르스나르의 구두까지 모두 여섯 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참고로 스가 아쓰코의 책을 읽은 순서로 정리하면 밀라노, 안개의 풍경, 코르시카 서점의 친구들, 베네치아의 종소리, 먼 아침의 책들, 소금 1톤의 독서, 유르스나르의 구두. 이렇게 된다). 더 많은 책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내에 번역된 책 전부다. 어떻게 읽게 되었는지는 가물가물하다. 누군가가 그녀의 책을 소개한 글을 읽은 게 계기였을 것이다. 한 작가의 책을 빠져들 듯 읽는 경우가 스가 아쓰코만은 아니다. 소설가도 있고, 과학저술가도 있다. 스가 아쓰코와 같은 에세이 작가의 경우는 없다. 그녀의 글에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일본어로 정말 어떻게 쓰여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말로 번역된 스가 아쓰코의 문장은 정갈하다. 정갈하니 편하다. 그러나 편하지만 막 읽히지 않는다. 어렵지 않은 문장이지만 읽기를 멈추고 돌아가 다시 읽게 되는 경우가 많다. 생각하게 한다. 명쾌하지만 사색의 글이라 간단하게 읽을 수 없다. 거기에 빠져 그녀의 책을 읽게 된다.

 


 

 
YES마니아 : 로얄 n*****m 2022.03.12. 신고 공감 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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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56 유르스나르의 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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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인문책시렁 156《유르스나르의 구두》 스가 아쓰코 송태욱 옮김 한뼘책방 2020.12.10.  《유르스나르의 구두》(스가 아쓰코/송태욱 옮김, 한뼘책방, 2020)를 서울마실길에 장만했고, 서울에서 볼일을 보러 움직이는 동안 읽었습니다. 이 책을 펴낸 ‘한뼘책방’은 서울 가좌마을 한켠에 2016년부터 조그맣게 책집을 열었고, 2020년 12월 22일에 닫았습니다. 나라에서는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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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56


《유르스나르의 구두》

 스가 아쓰코

 송태욱 옮김

 한뼘책방

 2020.12.10.



  《유르스나르의 구두》(스가 아쓰코/송태욱 옮김, 한뼘책방, 2020)를 서울마실길에 장만했고, 서울에서 볼일을 보러 움직이는 동안 읽었습니다. 이 책을 펴낸 ‘한뼘책방’은 서울 가좌마을 한켠에 2016년부터 조그맣게 책집을 열었고, 2020년 12월 22일에 닫았습니다. 나라에서는 돌아다니지 말라 합니다만, 볼일을 봐야 하는 사람은 돌아다닐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입가리개를 하더라도 우리는 숨을 쉬어야 하지요. 아무리 하늘이며 들이며 바다가 망가져도 우리는 흙을 일구어 밥을 먹어야 하지요. 마냥 묶어둔대서 풀 길이란 없습니다. 전화로 시키면 되지 않느냐 하지만, 나름일꾼을 생각한다면, 또 우체국 일꾼을 헤아린다면, 또 숱한 우리 삶자락 뭇일꾼을 돌아본다면 ‘모두 집에만 머물며 꼼짝을 안 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서울마실을 않고서 고흥이랑 서울 사이에서 글월만 주고받으며 일을 풀려 했으나 두 달 가까이 도무지 안 되더군요. 하룻밤을 묵기로 하고 서울마실을 했지요. 서울길은 서울답게 사람이 참으로 많습니다. 무엇보다 버스랑 전철은 사람이 물결칩니다. 밥집이나 찻집에 못 앉게 한대서, 작은모임조차 못하게 막는대서, 도서관이며 학교이며 이런저런 곳을 닫는대서, 이 돌림앓이판이 걷힐 턱이 없지 싶어요.


  서울사람은 어떻게 먹을거리를 장만해야 할까요? 먹을거리를 다루는 저잣거리는 어떡해야 할까요? 서울사람 누구나 손수 논밭을 일구고 과일밭을 돌본다면 걱정없겠지요. 그러나 서른이며 쉰 겹을 오르내리는 그 잿빛집(아파트)에서 어떻게 논밭이나 과일밭을 가꿀까요?


  이웃나라 글님은 ‘유르스나르’란 사람이 걸어간 길을 톺아보면서 삶과 생각과 하루를 되새깁니다. ‘유르스나르’란 사람이 남긴 글을 읽으며 글님하고 오래도록 삶을 나눈 오랜 동무를 떠올립니다. 글님 동무는 ‘스스로 읽고픈 책’을 거리끼지 않고 읽었다지요. 우리는 어떤 나라에서 살며 어떤 이웃을 마주하고 어떤 글·책을 읽을 적에 스스로 아름답고 즐거우며 사랑스러울까요?


  전남 고흥군은 온나라에서 가장 말썽이 많고 안 깨끗한 고장, 이른바 ‘공직자 부정부패가 으뜸인 곳’으로 꽤 오래 손꼽힙니다. 이곳만 그처럼 썩은 벼슬판으로 손꼽히지 않습니다. 서울하고 먼 참으로 많은 시골 벼슬아치가 뒷짓을 숱하게 일삼습니다. 이 뒷짓은 누가 어떻게 언제 다스릴 만할까요? 나라지기는 무엇부터 바라보면서 무엇을 먼저 제대로 해야 할까요?


  《유르스나르의 구두》를 읽으며 ‘유르스나르’도 궁금하지만, 글님하고 오래 마음을 나눈 동무가 훨씬 궁금합니다. ‘어른이나 남들 눈치를 안 보고, 오직 스스로 나아갈 즐겁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러운 삶길’ 하나를 바라보며 걸어간 글님 동무가 바로 글님한테 ‘글씨앗’을 남겼을 테지요. 수수한 자리에서 수수한 삶이 흐르고, 언제나 이 수수한 삶이 가장 빛나는 글감이요 노래가 되지 싶습니다. 다시 촛불이 물결치는 때를 그리는 해밑입니다.


ㅅㄴㄹ


내가 플랑드르(플랜더스)라는 지방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아마 많은 일본 어린이들이 그러듯이 나막신을 신은 소년 네로와 개와 할아버지의 이야기 《플랜더스의 개》를 읽었기 때문이다. 루벤스라는 화가의 이름을 알게 된 것도 그 이야기에서였다. (38쪽)


요짱은 머릿속에 마법의 거미를 키우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그녀밖에 생각할 수 없는 디자인의 장갑을, 동그스름한 손끝에 털실을 걸고 재빨리 짜나갔다. (56쪽)


안개가 짙은 날,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신호등 때문에 쉬이 나아가지 못하는 자어리 열차처럼 불안하게 나아가는 것 외에 글을 쓰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나이지만, 유르스나르의 이 부분을 읽을 때마다 왠지 깊은 위로를 받는다. (147쪽)


그때까지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 누가 가장 시몽과 비슷했을까. 그런 생각이 글을 쓰는 손을 멈추게 한다. 자투리를 이어서 붙인 작은 깃발처럼 나는 친구들 중에서 시몽을 찾는다. (230쪽)


#ユルスナ-ルの靴 #須賀敦子




h*******e 2020.12.28.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유르스나르의 구두. 스가 아쓰코 에세이, 송태욱 옮김, 한뼘책방 간행
"유르스나르의 구두. 스가 아쓰코 에세이, 송태욱 옮김, 한뼘책방 간행" 내용보기
이제 점점 에세이를 읽기가 부담스럽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작가가 하든 마음이 쏙 가는 이야기를 찾기가 힘듭니다. 벨기에 출신의 프랑스 작가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를 동경하는 일본인 스가 아쓰코가 유르스나르에게 어떻게 빠져들었고, 그의 존재를 어떻게 확인했는지를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써내려 갑니다.     내면의 풍요로움을 가진 강인한 여성, 아카데미 프랑세르의 첫 여성
"유르스나르의 구두. 스가 아쓰코 에세이, 송태욱 옮김, 한뼘책방 간행" 내용보기

이제 점점 에세이를 읽기가 부담스럽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작가가 하든 마음이 쏙 가는 이야기를 찾기가 힘듭니다. 벨기에 출신의 프랑스 작가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를 동경하는 일본인 스가 아쓰코가 유르스나르에게 어떻게 빠져들었고, 그의 존재를 어떻게 확인했는지를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써내려 갑니다.

 

  내면의 풍요로움을 가진 강인한 여성, 아카데미 프랑세르의 첫 여성 회원으로 대단한 능력을 가진 작가라고 스가 아쓰코는 소개하고 있지만, 쉽게 동의할 수 없었던 게 유르스나르의 작품을 본 적이 없어서 그랬을 것입니다. 어쩌면 누구를 소개받았다고 해서 그 사람의 소개를 완전히 믿지 못하는 세태를 살고 있어서 그런 지도 모릅니다. 스가 아쓰코는 1929년에 출생하였습니다. 한 세대를 먼저 산 사람입니다. 그 사람의 글이 아무리 “차분하고 세련된 문장”이라고 번역가는 소개하고 있지만 섬세함 외에는 공감이 잘 가지 않는 일본인 특유의 감성이라는 선입감의 함정에서 헤어나지 못한 저로서는 한계를 느꼈고, 또한 일본어가 아닌 우리말로 번역된 글을 읽는 입장에서는 역시 쉽게 동의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성으로서 앞 세대를 산 유르스나르(1903~1987)가 열악한 사회 환경에서도 여성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의 길을 찾아내 멋지게 발돋움하며 인생을 산 것에 대해서 스가 아쓰코는 우리와는 다른 공감과 동경을 가졌을 것이라는 짐작은 할 수 있습니다. 아직도 여성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안타까운 우리 시대 여성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글을 읽으면서 소년 시절 독서클럽에서 감상을 이야기하던 많은 친구들 기억이 났습니다. 조금은 유치한 감상에 빠지면서도 쉽게 동경했던 그 시절이 그리워졌습니다. 50년 남짓 전 모였던 그 친구들은 스가 아쓰코를 좋아할까 궁금합니다. 아마도 좋아했을 것 같습니다. 그때 우리는 그랬으니까요.

s*****m 2023.08.1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