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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도 며칠 남지 않았는데 올 한해는 정말 어떻게 보냈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특히 연초에 나타난 코로나19는 전세계를 공포와 혼란에 빠트렸으며 지금은 변종까지 등장하였네요. 흑사병은 중세를 다룬 책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책으로 읽을때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죽었다는게 잘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1세기형 흑사병이 현재진행형인 지금은 당시 중세인들이 느꼈던 기분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아요.
코로나19 외에도 중동 및 아프리카에서 탈출한 난민의 유럽행과 극우주의자들의 부상, 지구촌 곳곳의 국지적인 전쟁 등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천하대혼돈' 은 현대를 대표하는 사상가 중의 한명인 슬라보예 지젝이 쓴 글들을 모은 책입니다.
처음 제목을 봤을때는 지젝이 쓴 원제가 있을텐데 왜 한자로 번역을 했을까 생각했습니다. 책 소개를 읽어보니 이 책은 경희대 이택광 교수님이 지젝에게 직접 제안해서 만들어졌네요. 이전에 지젝의 '멈춰라, 생각하라' 를 읽으면서 현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읽어볼 수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동안 지젝이 발표한 짧은 글들을 묶은 만큼 다양한 이슈에 대해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사회는 진보한다고 하는데 역사를 긴 호흡으로 보면 대체로 그렇지만 특정 기간으로 나눠서 보면 시행 착오나 후퇴가 있기도 하였네요. 2016년 미국 대선 결과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후 트럼프는 파리기후협약,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유네스코 등 주요 국제 기구와 협약에서 탈퇴를 하였고, 기존의 우방국인 유럽보다 러시아나 북한 등을 더 중요시하는 제스처를 보여줬네요. 트럼프는 기존 미국의 체제와 이데올로기에 손상을 가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불안하게 느낀다고 하는데 지젝은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반기득권 전선으로 이에 대항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구 소련을 대신해 미국을 견제하는 새로운 세력으로 떠오른 중국도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네요. 중국은 경제 분야에서는 개혁 개방 정책을 추진하면서 자본주의를 받아들였고, 이제는 세계의 공장을 넘어 IT, 우주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도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제 발전에 따라 정치적으로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중국은 여전히 공산당 독재 체제이며, 공산당에 반하는 말이나 표현을 할 수 없도록 억압하고 있네요. 현재는 억눌려 있지만 톈안먼 사건이 보여준 것처럼 중국은 어떤 변화와 도전에 직면하게 될지 궁금합니다.
최근의 사례 뿐만 아니라 올해를 돌아보더라도 정말 제목처럼 '천하대혼란' 이 맞는것 같아요. 하지만 크게 표시가 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러한 혼란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다보면 세계의 질서도 바로 잡히게 되지 않을까요. 각종 이슈에 대해서 지젝의 생각을 읽어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
#인문교양 #천하대혼돈 |
![]() ![]() 슬라보예 지젝의 책을 언제,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현대 철학자 중에서 읽기 편하다는 정도의 느낌이었는데 어느 순간 그의 책을 모두 찾아서 읽고 이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어떤 매력이 그에게 있는 걸까? 딱히 정확하게 말하기 어려워서 그저 그의 책을 다시 말하고자 한다. 이번에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에서 출간한 <천하대혼돈>이라는 인문교양 도서로 말이다.
이 책은 지젝이 여러 언론 매체에 기고한 짧은 글들을 엮어 만든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출판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지젝이 다루는 주제는 정말 광범위하다. 인종차별, 공산주의, 자본주의, 기후문제 등 총 5장에 걸쳐 다양한 주제를 다룬 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행동하게 만든다.
이번에도 느끼는 바이지만 지젝의 글은 일반인들이 읽기에 참 좋다.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용어를 그렇게 많이 쓰지도 않고, 비비꼬인 복잡한 문장으로 설명하지 않기에 한 번에 이해하기도 쉽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사진 자료를 활용해 독자의 이해를 도와주기에 평소 관심이 없던 분야라고 지레 겁먹을 필요도 없다. 또한 이 책에서 하나의 내용을 다루는 분량은 대략 10페이지 이내라 분량적인 부담도 전혀 없다.
지젝의 생각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완전히 반대되는 입장인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도 그의 책을 혹은 그의 주장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그가 던지는 화두들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하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상가들, 특히 마오쩌둥의 생각을 인용해 결론을 도출해낸 지젝의 의견은 우리의 행동을 촉구한다. 묻혀있는 생각은 아무런 의미도, 아무런 힘도 가지지 못하니까. 그게 아무리 훌륭한 생각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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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내가 읽은 책들 중에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확실히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문단은 몇 번이고 다시 읽어 보곤 했다. 하지만 그만큼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의 만족감은 상당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미처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문제들에 대한 저자의 날카로운 견해를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슬라보예 지젝의 철학 세계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말이 많은 걸로 안다. 어떤 사람들은 지젝을 두고 있어 보이는 말만 할 뿐 내실이 없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젝이 스타, 이슈메이커로서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새롭고 강렬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는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일단 많은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나면 공론장이 커진다. 공론장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열리게 되면 더 새롭고 의미 있는 담론들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다. 하여튼 지젝은 이 책에서도 온갖 주제를 망라하며 스스로의 견해를 펼쳐 낸다. 읽다 보면 비교적 상식적인 이야기도 있고, 이건 너무 급진적이지 않나 싶은 이야기도 있지만 확실한 건 일단 이 책은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는 책이다.
이 책에 실린 글을 전부 소개할 수는 없으니, 읽는 사람의 시선을 끌어당기기 쉬운 글 한 가지만 짧게 소개해 볼까 한다. 섹스 봇(섹스 로봇)에 대한 이야기다. 인공지능 관련 기술이 점점 발전하면서 섹스 로봇에 대한 논쟁 역시 뜨거워지고 있다. 다양한 논점들 중 대표적인 예시를 들어 보자면, 다른 로봇과 마찬가지로 '섹스 로봇에게도 인권이 있는가?' 그리고 거기에서 연결되는 '섹스 로봇을 학대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가?'와 같은 이야기가 있겠다. 지젝 역시 섹스 로봇 이슈를 언급한다. 이 이야기는 한 행사에서 섹스로봇이 학대당하고 심하게 망가진 사건에서부터 시작된다. 지젝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인공지능을 지닌 섹스봇의 위상을 둘러싼 논쟁에 걸려드는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섹스 로봇을 학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의 합당한 근거는, 섹스 로봇이 인간과 같은 자율성과 존엄성을 가지고 거기에서 오는 특별한 권리를 부여받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섹스 로봇을 학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로봇이 실제로 고통을 겪고 슬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들이 경계하는 건 '우리 인간의 문제적인 공격적 욕망, 환상, 쾌락'이다. 최근 온라인 상에서는 다른 사람이 만든 눈사람을 부수는 행위에 대한 갑론을박이 여러 차례 벌어졌다. 눈사람을 부수는 게 뭐가 문제가 되냐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눈사람을 부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후자의 사람들이 눈사람이 아플까 봐 걱정되어 눈사람을 부수는 행위를 경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저항할 수 없는 대상에게 폭력을 가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섹스 로봇 이슈도 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책의 후반부를 보면,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바이러스-19의 창궐이라는 거대한 사건 때문에 전 지구적으로 중요하게 다루어지던 여러 담론들이 거기에 자리를 내 주었다는 언급이 있다. 지젝은 그 이야기를 하며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와 정치가 버니 샌더스가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 이유는 그들이 크나큰 바이러스 위기 시국에 맞춰 그들의 활동을 전개할 정도로 충분히 급진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한 번에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이었지만, 지젝은 이렇게 말한다. "감염증은 우리가 자연환경과 맺고 있는 불균형한 관계의 일부로 폭발한 것으로서 단순히 건강 문제에 불과한 게 아니다." , "따라서 현재 우리가 대처하고 있는 위기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 동력학의 계기들로 분출한 것이다." 확실한 건 바이러스 시국에 와서 더 불거질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당장 한국에서도 자가 격리가 강하게 권고되는 와중에 지낼 곳이 없는 사람들이나 공공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취약계층에 대한 조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감염증으로 인한 경제적 위기에 더 크게 타격을 받는 것 역시 사회적 약자들이다.
위에서 소개한 글 외에도 이 책에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담론들이 소개된다. 기후 변화, 우파 포퓰리즘, 종교 비판, 반유대주의와 시오니즘, 마르크스주의 등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보았거나 생각해 볼 만한 주제들이다. <천하대혼돈>은 책 제목처럼 '천하대혼돈'이라 할 만한 요즘 시대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을 읽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고두고 여러 번 읽어도 의미가 깊은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독서 토론이나 독서 모임에 활용하기에도 적절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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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철학계에 있어 가장 '핫'한 인물이죠.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 슬로베이나 사람이면서 유럽, 미국,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습니다. 지난 2012년 6월에 그가 한국을 방문하여 강연을 연 적이 있습니다. 당시 강의장 현장에는 수많은 인원이 몰려들어 미쳐 들어서지 못했던 사람들은 입구에 서서 강의를 들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방한 당시에 서울 대한문 앞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가서 해고자들을 격려하기도 했죠. 당시 기사를 검색해 보면 방명록에 "투쟁을 멈추지 마세요. 그대들이 우리 모두의 희망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고 하네요.
그런 그가 2020년 끝자락에 새롭게 책을 출간했습니다. 책 제목은 바로 <천하대혼돈>. 저자가 누군지 모르고 제목만 들어 보면 뭔가 '마법천자문'이나 '요괴마왕'과 같은 혼돈 속의 영웅이야기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 (저는 사실 처음에 제목 보고 엄청나게 웃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네요. (되려 영어 제목은 <Disorder>로 무척 심플합니다.)
특이한 점은, 이 책은 원저 없이 한국에서 출간되었다는 것입니다. 보통 해외 저자가 책을 쓰면 외국어로 쓴 원서가 먼저 출간되고 우리나라에서는 번역본이 나오는 식으로 새책이 출간되는 되는데, 이 책은 출판사는 경희대출판문화원이고, 한국어로 쓴 이 책이 그냥 원서입니다. 신기하죠. 사실 더 신기한건 지젝 이 분이 경희대 석학교수로 재직한 적이 있으시다는건데요, 당시의 같은 공간에서 연구를 같이 했던 이택광 교수와의 인연으로 이 같은 책이 출간될 수 있었다고 하네요.
내용은 상당히 광범위합니다. 全지구적 혼란의 양상을 총 망라한 것인데요, 기본적으로 지젝이 그 동안 여러 언론 매체에 기고하였던 칼럼들(주로 2018년 하반기 정도에 쓴 글이라고 합니다)을 모아 소개하는 형식의 책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지젝의 깊이있는 사고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현대정치를 혼란하게 만드는 포퓰리즘에 대한 비판글은 정말이지 감격스러울 정도입니다. 책을 읽었으니 국내 정치 상황과 비교를 안해 볼 수 없죠. 책에서는 좌파 포퓰리즘의 함정에 대해서도 논하고 있는데 마치 우리나라 정치 상황의 현주소를 그대로 평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놀라운 통찰과 냉철한 분석이 담긴 문장 하나하나가 진심으로 귀하게 느껴집니다. 진심을 담아 강력 추천하는 책입니다. 저도 지젝의 지적 매력에 빠져본 김에 그의 다른 책들도 마저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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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대혼돈』은 이 책의 제목이자 중국의 마오쩌둥의 지혜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대학 다닐 때 군사정권이 금서로 지정한 것을 몰래 읽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 같아 저으기 망설였다. 그때는 두려움이었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하여 두려움보다는 '생각의 혼란'이 줄 사고 체계의 붕괴가 걱정된 것이다. 만일 마오쩌둥의 지혜라면 마땅히 공산주의 이론일 것이고, 그가 중국을 통일하고 옛날 '황제'처럼 군림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독자의 생각은 부정적인 게 많다. 문화대혁명도 그런 부정적 인식을 가중시켰다. 등소평이 자본주의 경제를 일부 도입하는 이른바 '흑묘백묘론'에 의한 개방정책이 아니었다면 중국은 지금 최빈국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독자의 선입견이다. 그런데 이 제목의 단어가 마오쩌둥의 지혜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았을 때 망설임이 없을 수 없었다. 책을 읽기 전에 조금 사전 공부를 해야만 했다. 세게백과사전이나 역사대백과사전, 철학대사전, 서양사상사대백과 등 사전을 찾아봐서는 '천하대혼돈'이란 부문은 찾을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이 책을 번역한 옮긴이의 말을 읽어봤다. 다행히 대략의 의미를 알 수 있게 풀어쓴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천하대혼돈』은 지젝이 여러 언론 매제에 기고한 짧은 글들을 묶은 책이다. 그 가운데는 트럼프의 정치 행보에 관련된 내용도 다수 섞여 있다. (중략) 사실 이 책의 제목이 된 '천하대혼돈'도 이런 바탕에서 나왔다. 이 표현은 세계를 끊임없는 모순의 충돌로 이해한 마오쩌둥의 사상을 응집한 것이기도 하다. 정서와 안정은 정치의 소멸을, 대혼돈은 정치의 출현을 의미한다. 지젝은 트럼프의 출현이 미국의 위기에서 기인한 것이고, 이 위기는 정치의 귀환을 불러올 것이라고 예견했던 것이다. 2020년 미국의 대선은 이런 예견에서 크게 벗어나 보이지 않는다. 다만 민주당은 2020년에도 역시 샌더스를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근본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성공하고 말았다. 이 책에서 지젝이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정치의 귀환이자 또한 정치적 주체의 호명이다." 어렴풋이나마 제목의 배경에 대해 조금 설명을 들은 탓인지 책의 성격이나 저자의 성향, 출판의 이유 등에 대해 짐작이 간다. 다만 독자의 정치나 세계 문제에 대한 지식이 짧아 그의 의견을 잘 수용할 수 있을지, 또 부족한 면이 있는지 지적하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다. 일단은 충분히 경청하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책장을 넘긴다.
책에 따르면 지젝의 정치학은 국가간 체제를 근간으로 하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해체이다. 지난 세대까지 세계를 지탱해온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라는 지향점은 현재에 이르러 힘을 잃었다. 권위주의를 전복하고 자유 민주주의 수호라는 목표를 이룬 여러 저항이 마주한 것은 되풀이되는 실업, 가난, 사회 부패 등 자본의 실재였다. 위기의 근원은 우리 체제 자체에 내재하기에 현재 나타나는 좌파의 저항 정치학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는 현존하는 시스템을 보완하는 것으로는 인류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의회 민주주의로는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없고, 단순히 한 정치 정당이 더 많은 투표를 얻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게다가 전 지구적 자본주의와 그 정치경제학은 구조적으로 급진적 정치의 가능성을 봉쇄하고, 기후 위기론을 경제 논리로 바꾸는 식의 환상을 재생산하며 트럼프와 같은 포퓰리즘의 망령을 불러낸다. 지구가열에서 난민에 이르기까지, 디지털화한 통제에서 유전공학적 조작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당면한 도전은 전 지구적 재조직화를 요청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젝이 레닌의 오래된 질문으로 돌아가, 무엇을 할 것인가 다시 묻고, 천하대혼돈은 곧 기회라고 본 마오쩌둥의 오래된 지혜를 되새기며, 자본주의국가의 철폐를 꿈꾼 마르크스의 슬로건으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이러한 지젝의 지향점은 개인의 욕망부터 체제 변환에 이르는 총체적 대안의 정치학을 프로그램하고 다양한 저항 세력을 아우를 정치 지도자에 대한 요청으로 구체화한다. 문제는 대중의 눈먼 욕망이 아니라 경험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정치력의 창조 여부다.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5부 ‘대혼돈을 넘어’에서 지젝은 정치의 대혼돈이 어떤 방식으로 기존 질서를 파괴하고, 새로운 정치적 주체를 불러올 수 있는지 탐색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다루는 주제는 매우 광범위하다. 인종차별, 공산주의, 자본주의, 기후문제 등 총 5장에 걸쳐 다양한 주제를 다룬 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행동하게 만든다. 『천하대혼돈』에서 다루는 주제는 현대정치와 문화 현상 가운데 이민, 반유대주의, 미국과 유럽의 정치 현안, 중국 문제, 기후 위기, 사회주의 등 지구촌 이슈를 총망라한다. 1부에서는 평화적 공존이라는 미명 아래 ‘자본’이라는 실재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허용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의 허위에 관해, 2부에서는 각종 허위 대립을 일으켜 현대정치를 혼란하게 하는 포퓰리즘이라는 유령을, 3부에서는 정치구조는 물론 무의식 세계까지 파고들기 시작한 ‘디지털 정치학’을, 4부에서는 문화와 권력이라는 불가분의 관계와 인간 심리의 심층을 다루며, 5부에서는 대혼돈을 넘어설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한다. 글의 작성 시점은 2018년도 하반기에 집중되어 있지만, 거대한 변화 속 현 상황을 진단하는 지젝의 성찰의 지도를 파악하고 그의 지적 성실성을 엿보는 데 큰 의미가 있다.
1부 새로운 세계 질서 2부 현대정치와 포퓰리즘 3부 디지털 정치학 4부 문화와 권력 5부 대혼돈을 넘어
지젝은 우리 시대의 숱한 논쟁에 개입해 자기주장을 거침없이 내놓는 논쟁적 인물이다. 그가 펼치는 비판은 이념의 좌우를 가리지 않고 때로 ‘상식’도 거스르며 분야를 넘나든다. 그래서 논란에 휩싸이기도 하고 자주 구설에도 오르내린다. 하지만 그는 한때의 위로나 미봉책을 제시하는 철학자가 아니다. 슬로베니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등 현실정치에 도전한 적도 있었던 특이한 이력도 있다. 그는 영화를 비롯한 대중문화, 현실 정치 등에 대한 분석 역시 왕성하게 하고 있으며 주목할 만한 인사이트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 책 『천하대혼돈』은 지젝의 기고문들을 경희대 이택광 교수의 제안으로 한국에서 처음 출간하는 책이라고 한다. 미국 패권중심에서 탈 양극화되는 세계질서, 우파 포퓰리즘의 창궐, 디지털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가짜뉴스, 문화 권력, 기후 변화 등 세상을 어지럽게 만드는 대혼돈.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는 매우 다양하고 거대담론이다.
지젝은 이러한 대혼돈이 기존 질서를 넘어서 새로운 질서와 정치적 테마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옳다 그르다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 아니고, 독자는 그것을 판단할 식견을 갖추지 못해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입장에서 서평을 이어나간다. 저자가 담론화하는 이슈나 어젠더에 대해서는 거의 동의하지만 저자의 견해가 담긴 글에서는 일부 저항감도 느낀다는 사실만 미리 밝힌다. 현재 전 지구적인 위기(기후, 차별, 경제, 감염병 등)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그 기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읽고 배우기에 주저함이 없다.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로 생각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느낀다.
한 가지 더 좋았던 점은 전 세계 인류의 거대담론이기 때문에 굉장히 어렵고 복잡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쉬운 말로 설명해 이해가 쉬웠다. 아마 저자의 글쓰기 능력도 이 책을 읽기에 한몫을 해주리라 믿는다. 그의 다른 책을 읽어보질 못해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이 책을 읽고 소화하기에는 굉장히 훌륭한 글쓰기 실력이라는 점도 느껴질 정도로 논리도 정연하다. 이와 함께 하나의 내용을 다루는 분량은 대략 10페이지 이내여서 독자로서는 이해하기가 훨씬 쉬웠다. "인류의 생존을 위한 근본적인 변화는 우리 삶이 평소처럼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우리 내면조차 바꿔야 한다는 점을 인정할 때만 가능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천하대혼돈』을 통해 우리가 선 자리를 먼저 되짚는 통찰을 제공했다."는 판단을 내리는 데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모두가 인류의 위기를 말한다. 또 누군가는 현대 문명의 종말을 예언한다. 하지만 우리는 정작 위기의 정확한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 제4차산업혁명 같은 단어는 이미 위험성이 제거된 관용구가 되어버렸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도 인류가 비상사태에 돌입했다는 사실을 애써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가 현재 마주한 위기는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고 다면적인 원인에서 비롯했기에 해결책은 고사하고 그 실상을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다. 『천하대혼돈』은 오늘 인류가 마주한 전 지구적인 혼란의 양상을 풀어낸 슬라보예 지젝의 칼럼집이며, 원저 없이 한국에서 처음 출간되는 지젝의 신작이다. 대여섯 쪽으로 이뤄진 서로 다른 주제의 글들이지만, 조각을 맞추어 퍼즐을 완성하듯 세계의 여러 양상을 연결해 위기의 전체상을 그려낸다. 각 글은 지젝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과 날 선 통찰을 품고 있으며, 마치 창문을 깨고 날아드는 벽돌처럼 우리를 깨우고 당장의 변화를 촉구한다.
저자 : 슬라보예 지젝
현대철학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이자,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사상가로 꼽힌다.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에서 태어나 류블랴나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 파리제8대학교에서 정신분석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컬럼비아대학교, 프린스턴대학교, 파리제8대학교, 런던대학교 등 세계 주요 대학교에서 강의했고, 경희대학교 석학교수 EMINENT SCHOLAR로 재직 중에 3,500여 명의 청중이 참여한 ‘경희대 석학초청특강’에서 강연하기도 했다. 지젝은 급진적 정치이론, 정신분석학, 현대철학에서의 독창적인 통찰을 바탕으로 인문학, 사회과학, 예술, 대중문화를 자유롭게 꿰어내며 전방위적 지평의 사유를 전개하는 독보적인 철학자다. 강렬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존재감과 그와 대비되는 독특한 유머 감각 때문에 언론에서는 그를 ‘문화이론의 엘비스 프레슬리’ ‘지적인 록스타’라고 부르기도 한다. 스스로는 ‘정통 라캉주의적 스탈린주의자’ ‘마르크스주의자’ ‘공산주의자’라고 칭하며, 여전히 ‘혁명’의 불씨를 품고 그 현실화를 위해 노력한다. 첫 책인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을 시작으로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용기의 정치학》 《팬데믹 패닉》 등을 펴냈으며, 실천적 이론가로서 왕성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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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고? 됐거든!
"진실과 행복은 함께 가지 않는다. 진실은 아프고, 불안을 가져오며, 우리 일상생활의 매끈한 흐름을 파괴한다. 현실은 방향타 없는 공간처럼 구조화되어 있다는 가르침이 바로 여기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가 직면해야 할 궁극적 선택은 둘 중 하나다. 행복하게 조종받길 원하는가, 아니면 진정한 창조성의 위험, 이 위험이 불러일으키는 지속적 불안에 자신을 과감히 드러낼 것인가?" (187p)
이 책을 펼쳤다는 건 후자를 선택했다는 의미일 겁니다. 제목이 마치 선전포고 같습니다. 천.하.대.혼.돈. <천하대혼돈>은 슬라보예 지젝이 여러 언론 매체에 기고한 짧은 글들을 묶은 책이라고 합니다. 현대철학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이자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사상가로 꼽힌다는 슬로베니아의 철학자, 바로 슬라보예 지젝이 쓴 글들이 한국에서 처음 출간되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전 세계의 위기는 명백한 사실이 되었습니다. 다만 이 위기는 코로나 백신이나 치료제로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지젝은 우리 인류가 처한 위험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전 지구적 혼란 앞에 국가 간 경쟁이라는 논리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일인지, 그러니 이성적 반성 능력을 끌어올려 반역을 꾀하길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젝은 세계정세, 민주적 사회주의, 포퓰리즘, 인종차별, 문화권력, 디지털 정치, 문화와 권력, 기후 위기 등 전 지구적 사안이 가진 본질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생존이 걸린 위험한 항해를 막 나섰다고,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새로운 합의를 향한 요구가 있을 것이고, 우리 사회의 정치적 삶은 새로운 하나가 될 필요가 있는데 그 새로운 하나가 무엇이 될지는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지젝은 마오쩌둥을 인용하여, "천하가 대혼란이지만 기운은 상서롭다 (천하대란, 형세대호)"라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결과가 생겨날지 예측할 수 없으나 정신을 바짝 차려서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깨달아야 할 것은 무지와 착각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대혼란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진짜 우리를 괴롭혔던 부자유, 모욕, 사회 부패, 품위 있는 삶의 전망 부재 등이 새로운 형태로 지속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자유를 해치려는 위협 가운데 가장 위험한 것은 대놓고 압박하는 게 아니라 부자유 자체가 자유로 통할 때 생겨납니다. 새로 얻은 자유는 실질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형태로 자신의 불행을 선택할 자유라는 것. 일단 자유롭다는 이유로 대다수가 가난한 상태로 그대로 머물면서 가난의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리게 된다는 것. 이런 곤경에 처하게 된 건 우리 목표 자체에 결함이 있다는 뜻이며, 애초에 민주주의적 자유라는 고귀한 원칙 자체에 내재된 실패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이 점을 이해하는 일이 대혼돈을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당연히 우리는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전적으로 지지해야만 하지만 그 치명적 한계 역시 알아야 합니다. 좌파가 제시해야 할 새로운 공통의 영역, 그 새로운 하나는 바로 근대 유럽의 위대한 정치-경제적 성취, 즉 사회민주주의적 복지국가입니다. 이것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닙니다. 역설적이게도 오늘날의 새로운 상황에서 옛날식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를 고집하는 것은 거의 혁명을 하자는 태도입니다. 샌더스와 코빈의 제안은 때로는 반세기 전 온건한 사회민주주의자의 주장보다도 훨씬 덜 급진적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사회주의적 급진주의자로 매도당합니다. 포퓰리즘적 우파가 국수주의적인 것은 맞지만 자신을 국제적 네트워크를 지닌 조직으로 만드는 일에서는 좌파보다 낫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좌파 기획은 오직 포퓰리스트의 국제주의와 맞먹을 정도로 스스로 전 지구적 운동으로 조직할 때만 살아날 것입니다. 지젝은 정말로 트럼프를 물리치고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에 수호할 가치가 있는 것을 구원하는 유일한 길은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주력부대에서 이탈한 분파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포퓰리즘에 맞서려면 자유주의적 기획 자체의 약점을 비판적으로 응시해야 하며, 포퓰리즘이 약점의 증상일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궁극적으로 포퓰리즘은 통하지 않는다고 단정합니다. 우파적 변종은 속임수를 쓰며, 좌파적 변형은 훨씬 복잡하게 허위입니다. 오늘날 근본적 변화를 고집하는 이유는 전 지구적 위기 때문입니다. 급진적 변화만이 생태적 파국과 유전공학의 위협 및 우리 삶의 디지털 통제 같은 위험에 대처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전 지구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보편적 연대와 협력을 해야 합니다. 지젝의 <천하대혼란>은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행동을 촉구하는 외침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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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교양 #천하대혼돈 / 슬라보예 지젝 지음 /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
#인문교양 #천하대혼돈은 이택광 경희대학교 교수가 직접 슬라보예 지젝에게 제안해 원저 없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출간되는 책이다. 유수한 매체에 게재된 지젝의 칼럼과 새롭게 작성된 글 등을 갈무리해 펴냈다. 천하대혼돈 책에서 지젝이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정치의 귀환이자 또한 정치적 주체의 호명이다.
#인문교양 #천하대혼돈 책의 저자 슬라보예 지젝은 현대철학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이자,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사상가로 꼽힌다.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에서 태어나 류블랴나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 파리제8대학교에서 정신분석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컬럼비아대학교, 프린스턴대학교, 파리제8대학교, 런던대학교 등 세계 주요 대학교에서 강의했고, 경희대학교 석학교수 EMINENT SCHOLAR로 재직 중에 3,500여 명의 청중이 참여한 ‘경희대 석학초청특강’에서 강연하기도 했다. 첫 책인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을 시작으로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용기의 정치학》 《팬데믹 패닉》 등을 펴냈으며, 실천적 이론가로서 왕성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가 현재 마주한 위기는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고 다면적인 원인에서 비롯했기에 해결책은 고사하고 그 실상을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다. '천하대혼돈'은 오늘 인류가 마주한 전 지구적인 혼란의 양상을 풀어낸 슬라보예 지젝의 칼럼집이며 원저 없이 한국에서 처음 출간되는 지젝의 신작이다. 대여섯 쪽으로 이뤄진 서로 다른 주제의 글들이지만 조각을 맞추어 퍼즐을 완성하듯 세계의 여러 양상을 연결해 위기의 전체상을 그려낸다. 천하대혼돈에서 다루는 주제는 현대정치와 문화 현상 가운데 이민 반유대주의 미국과 유럽의 정치 현안 중국 문제 기후 위기 사회주의 등 지구촌 이슈를 총망라한다. 1부에서는 평화적 공존이라는 미명 아래 '자본'이라는 실재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허용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의 허위에 관해 이야기한다.
![]() 천하대혼돈 책의 저자 슬라보예 지젝은 우리 시대의 숱한 논쟁에 개입해 자기주장을 거침없이 내놓는 논쟁적 인물이다. 그가 펼치는 비판은 이념의 좌우를 가리지 않고 때로 ‘상식’도 거스르며 분야를 넘나든다. 그래서 논란에 휩싸이기도 하고 자주 구설에도 오르내린다. 하지만 그는 한때의 위로나 미봉책을 제시하는 철학자가 아니다. 지젝은 묻는다. 과연 이 위기의 정체는 무엇이며,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지구가열에서 난민에 이르기까지, 디지털화한 통제에서 유전공학적 조작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당면한 도전은 전 지구적 재조직화를 요청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젝이 레닌의 오래된 질문으로 돌아가, 무엇을 할 것인가 다시 묻고, 천하대혼돈은 곧 기회라고 본 마오쩌둥의 오래된 지혜를 되새기며, 자본주의국가의 철폐를 꿈꾼 마르크스의 슬로건으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이러한 지젝의 지향점은 개인의 욕망부터 체제 변환에 이르는 총체적 대안의 정치학을 프로그램하고 다양한 저항 세력을 아우를 정치 지도자에 대한 요청으로 구체화한다. 문제는 대중의 눈먼 욕망이 아니라 경험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정치력의 창조 여부다.
천하대혼돈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5부 ‘대혼돈을 넘어’에서 지젝은 정치의 대혼돈이 어떤 방식으로 기존 질서를 파괴하고, 새로운 정치적 주체를 불러올 수 있는지 탐색한다. 인류의 생존을 위한 근본적인 변화는 우리 삶이 평소처럼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우리 내면조차 바꿔야 한다는 점을 인정할 때만 가능하다. 지젝은 이러한 상황에서 "천하대혼돈"을 통해 우리가 선 자리를 먼저 되짚는 통찰을 제공한다. 그리고 다시 좌파 진영부터 또 다른 반기득권 전선을 체계적으로 조직하여 혼돈을 헤쳐나가기를 촉구한다. 천하대란, 형세대호(천하가 대혼란이지만, 기운은 상서롭다)! 이 천하를 휘감은 대혼돈은 새로운 질서 출현의 조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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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예측할 수 없었던 미래가, 코로나19로 인해 더더욱 알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이 책의 저자인 슬라보예 지젝은 유명한 철학자로, 상당히 급진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어 이슈가 되는 철학자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제목인 '천하대혼돈'은 마오쩌둥이 말했던 과거의 천하대란 형세대호라는 말로부터 지어진 이름이다. 천하대란 형세대호라는 말은 천하는 대혼란이지만 기운은 상서롭다라는 말로, 이 혼란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개척자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슬라보예 지젝이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사실 굉장히 다양하다.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나는 포퓰리즘은 물론 디지털의 발전으로 인해 다루어지는 다양한 언론, 그리고 언론으로부터 발생하는 가짜 뉴스와 거짓 선전들. 이뿐만 아니라 문화, 권력, 경제에 이르는 거의 대부분의 주제에 관해서 그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그의 급진적인 사상이 향해 있는 곳에는 사실 이번 대선에서 조 바이든을 지지한다고 했었던 급진적 좌파, 버니 샌더스도 있다. 언제나 현재 세상이 만족스러운 사람들은 변혁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어 자신들의 만족이 계속되길 바란다. 하지만 역사에서 증명되었듯 안정기는 오래 가지 않는다. 이러한 자기만족과 안정을 넘어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순간 인류의 문명이 발달한 사례를 역사를 통해 본다. 슬라보예 지젝의 급진적인 말을 전부 수용하기는 어렵겠지만, 그의 입장에서 쓰여진 글들 중에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는 것이 있다면 일부는 차용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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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대혼돈 (슬라보예 지젝 著, 강우성 譯,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을 읽었습니다.
슬라보예 지젝 (Slavoj ?i?ek, 1949~)은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철학자로 가장 유명한 현대철학자 중 한 명입니다. 또한 많은 역사학자나 철학자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굉장히 논쟁적 인물 중 하나인데 대중 친화적인 글쓰기와 강연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인물임은 대부분 인정하고 있습니다. 에릭 홉스봄 (Eric John Ernest Hobsbawm, 1917~2012)이 그를 (물론 부정적인 의미로) 퍼포머 (performer)라고 칭했던 것은 이러한 대중친화적인 그의 면모를 가리킨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그는 2016년 트럼프를 지지하면서 그가 했던 발언, ‘트럼프가 이긴다 해도 미국이 독재국가가 되지는 않을 것이고 트럼프는 파시즘을 가져오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그의 승리는 아주 큰 깨어남을 가져와 새로운 정치 프로세스가 시작될 것’은 많은 비판을 받았고, 그의 예측 역시 크게 빗나갔던 일도 있었습니다. (책의 추천글에서 이택광 교수가 이러한 지젝의 과거 발언을 버니 샌더스를 지지하던 지젝이 샌더스를 지지하지 않는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나온 발언이라고 옹호해주고 있지만 이 부분은 동의가 되지는 않습니다.) 또한 슬로베니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등 현실정치에 도전한 적도 있었던 특이한 이력도 있습니다. 그는 영화를 비롯한 대중문화, 현실 정치 등에 대한 분석 역시 왕성하게 하고 있으며 주목할 만한 인사이트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천하대혼돈”은 지젝의 기고문들을 경희대 이택광 교수의 제안으로 한국에서 처음 출간하는 책입니다. 미국 패권중심에서 탈 양극화되는 세계질서, 우파 포퓰리즘의 창궐, 디지털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가짜뉴스, 문화 권력, 기후 변화 등 세상을 어지럽게 만드는 대혼돈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는 매우 다양합니다. 지젝은 이러한 대혼돈이 기존 질서를 넘어서 새로운 질서와 정치적 테마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많은 부분에 쉽사리 동의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고, 어떤 부분은 무릎을 탁 칠 정도로 공감이 가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전 지구적인 위기 (기후, 차별, 경제, 감염병 등)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그 기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는 측면에서 일독의 가치는 충분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천하대혼돈, #슬라보예지젝, #강우성,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 #인문교양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