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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삶, 그리고 연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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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덕후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평소 사무실에서 연필을 주로 사용하고 가끔 기회가 되면 지인들에게 연필을 선물하곤 한다. 연필을 써내려갈 때의 '사각사각' 거리는 소리도 좋아하지만 연필의 그 고유한 나무 냄새가 좋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회사 업무에 지친 나에게 "고생했다고, 수고했다고" 연필 선물(구입)을 하다보니 서랍을 열어보면 모인 연필이 꽤 된다.  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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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필 덕후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평소 사무실에서 연필을 주로 사용하고 가끔 기회가 되면 지인들에게 연필을 선물하곤 한다. 연필을 써내려갈 때의 '사각사각' 거리는 소리도 좋아하지만 연필의 그 고유한 나무 냄새가 좋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회사 업무에 지친 나에게 "고생했다고, 수고했다고" 연필 선물(구입)을 하다보니 서랍을 열어보면 모인 연필이 꽤 된다.

 연필을 언제부터 좋아했을까? 아마도 초등학교 3학년 때가 아닌가 싶다. 당시 짝이었던 친구가 학교로 가져온 노란색 연필. 아빠가 미국 출장 중에 사왔다는 노란색 연필엔 USA라고 쓰여 있었다. 미국의 이글사 연필이었을까? 딕슨사의 연필이었을까? 아무튼 노란색 연필에 홀린 나는 친구에게 연필 한 자루만 달라고 졸랐고, 친구는 잠시 망설이다가 애니메이션 "슈렉"의 장화신은 고양이의 눈망울 같은 나의 눈을 보고 연필 한 자루를 건네 주었다. 친구가 준 미국산 노란색 연필 한 자루는 몇 번의 이사 끝에 내 품에서 사라질 때까지 애지중지하던 나의 보물 1호였다. 

 

 [아무튼, 연필]은 평소 즐겨 읽고 있는 아무튼 시리즈의 34번째 책이다. 연필 덕후인 저자 김지승이 1부에서는 자신의 그동안 걸어온 삶의 단편들을 연필과 연계하여 담아내고 있다면 2부에서는 문학계에서 큰 발자취를 남긴 여성 작가들의 작품과 연필을 매개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저자의 그동안 삶이 그리 녹록치는 않아 보인다. 잠시 다녔던 작은 회사는 남성우열주의가 강한 회사로 보이고(회사를 관두며 후임자에게 백이사와는 절대 술 따로 마시지 말라하거나, 조이사와 백이사의 연필 깎는 스타일이 다르다는 걸 알려준다) 어렵게 떠난 유학은 포기하고 돌아온다. 삶에 대한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쌓였는지 음식을 하다 양배추가 말을 거는 지경에 이르러 정신과 상담을 받을 정도다(상담을 받으면서도 상담가 손에 들린 스테들러 오피스 연필에 신경이 쓰인다). 책 속 연필에 대한 무한 애정을 고려할 때 아마도 연필 덕후로써의 삶이 그녀의 힘든 시기들을 견딜 수 있게 해 준 이유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다.

 

 1부에서는 경상도에서 전라도로 이사 온 아홉살 저자가 시골 성당에서 어린이 미사 반주를 맡고 있을 때 첫 부임한 테오 신부님의 어머니에게 받은 오셀로 연필(신부님의 어머니가 오셀로 연필을 왜 주었을까?), 힘들게 떠난 유학을 포기하고 귀국해 본가의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H에게 선물하려던 노트를 발견하고 오랜만에 연락해 만난 자리에서 H가 전해주려던 1980년대 후반에 생산된 문화 더존 연필(코끼리 때문에 연필을 받지 못한다), 스페인의 실비아라는 여성과의 온라인 장터 거래로 구입한 스타빌로 마이크로 8000세트 중 HB 연필(코로나19 팬데믹 때 스페인에 있는 그녀의 안부를 걱정하는 사이가 되었다) 등 저자의 삶 속에 연관된 연필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부에서는 버지니아 울프(그레이트 브리튼 연필)를 시작으로 다와다 요코(미츠비시사의 하이 연필), 최윤(톰보우 연필), 밀레나 예젠스카(하르트 코이누르 1500), 도로시 파커(딕슨 타이콘데로가 연필), 조엔 디디온(조터), 넬리 블라이(블랙윙) 등 문학계에서 큰 빛을 낸 여성 작가들의 작품과 연필을 매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파버 드로잉 연필을 갖고 싶어. 나 진짜 그거 필요하다고!"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은 아씨들>에서 조의 원고를 태어버려 독자들의 원망을 한 몸에 받았던 막내 에이미가 갖고 싶어했던 연필이 파버 드로잉 연필이다. 가난한 집안 형편에 파버 드로잉 연필을 갖고 싶어했던 막내 에이미의 감정은 소설처럼 궁핍하게 살았던 루이자 메이 올콧이 느꼈던 감정의 투영이었을 것이다. 참고로 에이미가 단호하게 욕망했던 1860년대 A.W.파버 드로잉 연필 세트가 현재 이베이에서 300만 원을 훌쩍 넘는 경매가로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어쩌다가 파버 드로잉 연필 세트 중 H 한 자루를 가지게 된 저자는 연필을 갖고 싶어하던 소설 속 에이미에게 연필을 전해주고 싶어한다. "1886년 에이미 손에 이 연필 좀요!"

 

   연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가워할만한 다양한 연필들과 연필에 대한 유익한 정보들을 담고 있는 [아무튼, 연필]의 전반적인 시선은 여성을 향해 있다. 연필과 펜슬스커트에 대한 이야기부터 기획안의 초안을 연필로 쓰라는 지시를 어겼다며 새로운 부서장이 회사의 유일한 여성 팀장의 기획서를 허공에 날리던 장면과 함께 연결된 영화 <82년생 김지영>,  1885년 미국 <피츠버그 디스패치>지에 실린 칼럼 "여자아이가 무슨 쓸모가 있나"에 대하여 분노를 참지 못한 엘리자베스 제인 코크린(넬리 블라이)의 반박문에 관한 이야기 등은 [아무튼, 연필]이 연필에만 한정하여 시선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베이에서 한정판 연필이나 빈티지 연필을 직구하고 1980년대 나온 문화연필 더존을 찾으러 오래된 문방구를 찾아다닐 정도의 연필 덕후는 아니지만 연필을 좋아하고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한 사람으로서 [아무튼, 연필]과의 만남은 흥미롭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저자의 여성을 향한 시선이 연필에 대한 정보만을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겠지만 연필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읽어볼만한 책이라 하겠다. 마지막 부록에 실려있는 슬기로운 연필생활은 연필 덕후들에게는 큰 공감을, 연필 입문자들에게는 유익한 정보를 줄 것이다.

 

나는 연필을 쓴다. 그들이 사라지기 때문에, 그리고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 P.117

 


[서랍 속에서 꺼낸 연필들]

 

 

YES마니아 : 로얄 s****6 2021.11.16. 신고 공감 21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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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연필로부터 뻗어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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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여성이었던 비서는 연필을 들고 무언가를 ‘임시로’, ‘예비로’ 쓴다. 마지막 결정, 명령, 실행은 대부분 남성 상사의 결재로 이루어지며 공공의 의미 체계를 획득하는 결재란의 그 표식은 연필이 아닌 볼펜이나 만년필로 남겨졌다. 그곳은 연필의 자리가 아니다. 연필의 자리가 아니면 여성인 나의 자리도 아니기 쉬웠다.”   내 필통에는 두 자루의 연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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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여성이었던 비서는 연필을 들고 무언가를 임시로’, ‘예비로쓴다. 마지막 결정, 명령, 실행은 대부분 남성 상사의 결재로 이루어지며 공공의 의미 체계를 획득하는 결재란의 그 표식은 연필이 아닌 볼펜이나 만년필로 남겨졌다. 그곳은 연필의 자리가 아니다. 연필의 자리가 아니면 여성인 나의 자리도 아니기 쉬웠다.”

 

내 필통에는 두 자루의 연필이 있다. 작년에 선물 받은 것들인데 하나도 작아지지 않았다. 나는 연필을 자주 사용하지 못했다. 펜은 아무리 써도 소멸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느낌이 없었지만 연필은 달랐다. 나는 대부분을 아끼는데, 아까운 것은 더욱 아꼈다. 그들이 준 연필도 그랬다.

 

 

“‘연필을 아낀다를 연필 쓰는 사람의 언어로 번역하면 연필을 즐겁게 자주 쓴다이다. 손가락 한마디 정도의 몽당연필이 되기까지 이 세상에서의 소멸을 돕는 방식으로의 아낌이다. 연필들은 천천히 사라진다. 그들을 아끼는 사람들의 손에서.”

 

 

아무튼, 연필에서 김지승 작가는 연필을 쓸 때 생을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필을 사용하는 걸 두고 깊게 생각해본 적 없었던 나는 연필 하면 연필로 쓰는 글씨, 손가락에 묻는 번거로움, 연필깎기나 칼이 있어야 한다는 점 같은 실제적인 이유만 떠올렸다. 모든 것과의 관계에서 나, 혹은 가성비를 더 중심에 두는 나의 특징이 연필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았다.

책을 읽고, 북 토크에도 다녀왔다. 김지승 작가는 오랫동안 연필을 열심히 사용하고 있었다. 연필을 사용할 때는 그냥 쓰고 싶어서 쓰기도 하지만, 특별한 의미를 불어넣어서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쓸 때,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그와 맞을 법한 의미 있는 연필을 골라 깎는 게 고사처럼 느껴졌다.

가령 최근 출간된 한지혜 작가의 소설 물 그림 엄마를 읽으며 책에 나오는 엄마의 출생연도와 비슷한 연필을 골라 줄을 그었다는 말이 꼭 그랬다.

아무튼, 연필은 연필을 통해 맺은 깊은 인연을 보여준다. 작가에게 처음으로 오셀로 연필을 선물했던 신부님, 살고 있던 건물 반지하에 살던 할머니와 프리힐리아의 실비아 씨, 어느 날 말을 걸기 시작한 양배추, 어린이공원의 코끼리, 연필을 손에 쥔 여성 작가들.

연필을 앞세우고 맺은 인연들은 귀엽고 단단했다. 어쩌면 이런 인연들이 작가가 연필을 쓰면서 종이 밖을 바라보게 해주는 단초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연필을 쓰는 종이는 한정되어 있을지 모르지만, 어떤 연필 하나를 구하기 위해 작가는 전 세계를 들여다보았을 테니까.

 

 

인간이 자기 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과 연필이 연필이기를 그치는 순간의 교차는 우연이 아니다. 연필을 쓰다 보면 인간과 연필이 만나 아주 드문 풍경을 만든다는 걸 알 수 있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계속 연필을 쓰는 건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누군가 취향을 물을 때 나는 좀 난감했다. 나는 싫어하는 것은 비교적 명확한 편이지만, 좋아하는 것은 흐리멍텅했다. 취향이 명확한 친구들을 보면서 부럽기도 했지만, 현실을 고려하다 보면 취향이 명확하지 않을수록 더 현명한 것 같았다.

아무튼, 연필을 보면서 나는 내 시선 바깥에 있는 것들에 관심을 둘 때 생기는 거대한 기운과 파장에 관해 생각했다. 작가에게 연필은 연필 한 자루가 아니다. 어떤 시대의 숨결을 담고 내 손으로 온 특별한 것이고, 거기에 자기만의 서사를 쓰고 담을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보였다.

나는 아직 무엇을 좋아해야 할지 난감하다. 무엇을 좋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나의 시선 밖에 있는 것들을 하나씩 천천히 알아보고 싶다.

일단 북 토크에서 소개되었던 티콘데로가 비기너스 연필 한 다스를 샀다. 이제 연필 이름 하나를 외웠다.

 

 #아무튼연필 #제철소

s****i 2020.11.06.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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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연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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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의 명성은 익히 들었다.여기저기 소개도 많이 되어있었고, 소재들도 내가 관심있는 것들이 많았다.그래도 책을 직접 보고 사고 싶어서 중고서점에서 아무튼 시리즈를 찾아보면 잘 나타나지 않았다.그러다 몇개를 발견해서 스르륵 읽어봤는데 약간 충격.일단, 삽화나 사진이 없었다.헐. 이런 책은 좀.   그렇게 몇번을 찾아보고 들었다놨다를 반복하다중고서점에서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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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의 명성은 익히 들었다.

여기저기 소개도 많이 되어있었고, 소재들도 내가 관심있는 것들이 많았다.

그래도 책을 직접 보고 사고 싶어서 중고서점에서 아무튼 시리즈를 찾아보면 잘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 몇개를 발견해서 스르륵 읽어봤는데 약간 충격.

일단, 삽화나 사진이 없었다.

. 이런 책은 좀.

 

그렇게 몇번을 찾아보고 들었다놨다를 반복하다

중고서점에서 아무튼, 메모를 구매했다.

지하철에 앉아 킥킥거리며 전반부를 읽었는데,

이상하게 후반부가 와닿지 않았다.

아하. 이 시리즈가 이런데가 있는 책이구나.

대부분의 글이 사적인 감정을 적은 글이긴 하지만,

특히 이 시리즈의 책이 그런 성향이 더 강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개인의 감정을 제한없이 풀어놨달까.

그래서 사진이 필요없었던거다.

뭔가를 보여주고 소개하는 그런 책이 아니었던 것.

 

이 시리즈의 평이 좋았던 건 그 감정을 오롯이 동감하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새 시리즈가 나왔는데 연필이란다.

으흠. 이건 놓칠 수 없지.

내가말이야, 연필을 짜다라 모으고 많이 알고 그러진 않아도

연필로 글 쓰는 건 엄청 좋아하거든.

지금은 비록 비싼 브랜드 연필로 전화메모나 쓰고 있지만 말이야.

 

연필덕후의 연필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나의 연필사랑이 얼마나 하찮은(?) 것이었나를 잘 알수 있었다.

그래, 이렇게 희귀템도 좀 모으고 브랜드도 잘 알고 그래야 책 하나 정도는 쓸 수 있지.

부럽고 또 대단해보였다.

그러면서 어느새 연필 브랜드명을 메모하고 어떻게 구할 수 있나

쇼핑사이트를 배회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는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아는만큼 갖고 싶은 것이 생기는 것이니

이 시리즈는 독이구나.

 

1부 연필도 재미있었지만,

이번 책은 2부 연필들도 좋았다.

유명 작가의 연필에 대한 상상이라니.

연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작가도 한 분 계시지. 김훈 작가.

그분이 쓴 연필 이야기도 언젠간 읽어볼 수 있을까.

 

나에게 연필은, 곁에 두고 있어야 안심이 되는 그런 것이다.

하루종일 한번도 못 쓰고 자꾸 떨어뜨려 심이 부러지는 그런 불상사가 생기더라도

볼펜과 함께 꼭 책상 위에 두어야만 하는 그런 존재.

2B연필을 뾰족하게 깎아 쓰는 멍청한 짓을 자꾸 하면서 반성하고,

예전보다 못나진 글자를 보고 한숨짓지만 그래도 연필로 글써보는 걸 포기하지 않는

그런 친구같은 존재.

 

연필에 대한 아주 사적인 이야기들,

아무튼, 연필이다.

YES마니아 : 골드 s****b 2020.12.0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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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1
"20210221" 내용보기
20210221 아무튼 연필 리뷰. 일 리뷰.   내가 어쨌거나 저쨌거나 좋아하는 아무튼 시리즈. 아무튼 좋아~ 인상 깊었던 구절  1. 키만 멀대 같이 크네. 거기서 더 크면 못쓰겠다. 어른들은 나를 두고 무신경하게 말했다. 들으라고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았는데 "들어도 별 수 없고"인 말이긴 했다. 21년도 정도라면 180까지 크려구요. 아직 크는 중이에요. 하며 웃으며 맞받아쳤을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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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1

아무튼 연필 리뷰. 일 리뷰.

 

내가 어쨌거나 저쨌거나 좋아하는 아무튼 시리즈. 아무튼 좋아~

인상 깊었던 구절 

1. 키만 멀대 같이 크네. 거기서 더 크면 못쓰겠다. 어른들은 나를 두고 무신경하게 말했다. 들으라고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았는데 "들어도 별 수 없고"인 말이긴 했다. 21년도 정도라면 180까지 크려구요. 아직 크는 중이에요. 하며 웃으며 맞받아쳤을테지만 그 땐 아니였다. 보이지 않는 손가락 하나가 내 이마를 천천히 힘주어 미는 듯했다. 마음이 그리 간단치 않은 것 처럼, 사람과 말의 상황 때문에 자주 헷갈렸다.

 

2. 다른 사람들처럼 키가 몇이니? 라고 묻지 않았고 대신 뭘 좋아 하냐고 물었다. 뭘 싫어하냐고 물었다면 할 말이 많았을 것이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3. 당시 따돌림은 지금보다 순한 편이긴 했다. 그렇다고 폭력적이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나는 여기저기 다쳤다. 지금도 여전히 방어기제가 강하고 관계의 폭력성에 예민하고 타인의 관심에서 비켜서 있고 싶어 한다. 누구나 어느 정도는 그렇겠지만 누구에게는 그 정도가 평생 아슬아슬하다.

 

4. 누군가와 누군가를 위해 '사이'를 건축할 줄 아는 지리학적 상상력을 무엇보다 갈망한 건 그때부터다. 나는 그 상상력으로 자기를 동시에 여러 곳에 둘 수 있는 사람들을, 사람들과 사랑했다. 

5. 여성을 포함한 검색어가 토해내는 이미지들이 많은 부분 여성의 신체를 일관성있게 보여줬다는 건 믿어도 된다. 마치 이것이 당신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보편적 인류의 뇌 속 입니다 라고 알려주는 것 처럼. 그 결과로 나는 여전히 여성작가와 연필의 연관성이 약하다는 걸 알게된다. 

 

6. 결국 펜슬스커트와 펜슬을 함께 검색해본 사람 수에 1을 보태면서 둘의 연관성을 높이는 데 미필적 고의로 일조한 셈이 되었다. A와 B의 관계는 이처럼 간단하게 연류된다. 0과 1밖에 모른다는 말간 얼굴로 위장하긴 쉬워도 그곳에서 완전한 결백이란 없다. 

7. 주로 여성이었던 비서는 연필을 들고 무언가를 임시로, 예비로 쓴다. 마지막 결정, 명령, 실행은 대부분 남성상사의 결재로 이뤄지며 공공의 의미체계를 획득하는 결재란 의 그 표식은 연필이 아닌 볼펜이나 만년필로 남겨졌다. 연필과 만년필, 임시적 존재에서 영구적 존재로의 욕망은 새로운게 아니다. 툭하면 지워지고 대리되고 삭제되는 존재들에게 중첩되는 상처

 

후기: 여성이며 임시직인 계약직이기까지 한 내 처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처하여 있는 사정이나 형편이 그닥 좋지는 않았지 물론. 그러나 때로는 의심조차 하지 못했던 문제에 대해 이의제기를 해주는 어른들과 선배들이 많기도 하였다. 나대신 뭉툭한 칼자루를 휘둘러 주었던 사람들이 많았고 그 감동을 표현하진 않았지만 나의 감사를 이렇게 많은 분께 전한다. 날이 시퍼렇게 서린 칼을 휘둘러 이 부조리한 세상을 한 컷에 바꾸지는 못해도 뭉툭한 칼날과 둥그런 작은 방패로 최소한 나 자신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지킬 수 있는 미래를 향해 달려나간다.

y******5 2021.02.2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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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 연필을 읽었습니다.근데 이거 리뷰를 예전에 올렸었는데  어떤 내용이었는지 구체적으로 기억도 하는데아직 리뷰를 안썼다고 나오는게 진짜 이상합니다만...아무튼 연필 책읽는건 이번이 처음인데 생각보다 정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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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 연필을 읽었습니다.

근데 이거 리뷰를 예전에 올렸었는데  어떤 내용이었는지 구체적으로 기억도 하는데

아직 리뷰를 안썼다고 나오는게 진짜 이상합니다만...

아무튼 연필 책읽는건 이번이 처음인데 생각보다 정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h*******1 2026.07.2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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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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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연필 그때는 왜 그리 샤프가 쓰고 싶었을까. 샤프는 고학년이 쓸 수 있다고 해서 하루빨리 크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시기에 맞는 경험을 추억으로 먹고 사는 존재이다. 연필을 쓰지 않았다면 샤프를 쓸 때, 샤프를 쓰지 않았다면 볼펜을 쓸 때 행복하지 않았을테니 오늘 모처럼 연필로 사각거리는 느낌을 내볼테다. 타닥이는 자판이 아닌, 번질까 노심초사 하는 볼펜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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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연필

그때는 왜 그리 샤프가 쓰고 싶었을까. 샤프는 고학년이 쓸 수 있다고 해서 하루빨리 크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시기에 맞는 경험을 추억으로 먹고 사는 존재이다. 연필을 쓰지 않았다면 샤프를 쓸 때, 샤프를 쓰지 않았다면 볼펜을 쓸 때 행복하지 않았을테니

오늘 모처럼 연필로 사각거리는 느낌을 내볼테다. 타닥이는 자판이 아닌, 번질까 노심초사 하는 볼펜이 아닌, 부서질까 조심조심하는 샤프심 대신, 날을 뾰족히 세운 얄쌍한 연필 말이다.

 

- pencil writing list -

sk 와 lg innovation 국제무역위원회 제소 승소 판결 완료, 구글과 프랑스신문연합회 사용료 대결 맞짱, 쿠팡 뉴욕증시 기업상장 완료

-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 심의 의결 부결 10표 모지람

- 미국 

- 네덜란드 외국출생 입양가 금지 조치 인신매매 금지

- 일본 7도 이상의 강진으로 지역주민 피해 사실 확인

- 코로나 거리두기 완화

- 조류독감 바이러스 살처분 기준 완화

- 민주운동가 통일, 민주화, 별거

- 플라스틱 규제 심화,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14년만에 실행할 예정 

y******5 2021.02.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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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덕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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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꽂혀서 덕질하게 되는 건 사람마다 그 대상이 참 다양한 것 같다. 대박! 이건 작가의 “연필”에 대한 덕질의 깊이를 느끼게 해줬다. 나에겐 연필은 단순 필기구인데 작가는 연필이 만들어진 시기, 제조사, 굵기, 진하기, 단단함 등등등 심지어 연필과 관련된 글도 찾아 읽고 연필과 기록, 여성작가들과 관련된 내용으로 사유도 하는..... 게다가 이렇게 책까지!!!! 냈으니....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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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꽂혀서 덕질하게 되는 건 사람마다 그 대상이 참 다양한 것 같다. 대박!
이건 작가의 “연필”에 대한 덕질의 깊이를 느끼게 해줬다.
나에겐 연필은 단순 필기구인데 작가는 연필이 만들어진 시기, 제조사, 굵기, 진하기, 단단함 등등등 심지어 연필과 관련된 글도 찾아 읽고 연필과 기록, 여성작가들과 관련된 내용으로 사유도 하는..... 게다가 이렇게 책까지!!!! 냈으니....덕질의 최고수준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책 마지막에는 사용자들의 필요에 따른 구체적인 연필 추천이 되어 있고 독자들의 연필에 대한 덕질 수준도 스스로 판단해 볼 수 있는 질문지가 동봉되어 있으니 책을 읽고 난 후에 연필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도 꽤 있지 않을까 한다????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앞 부분은 ‘연필’과 관련된 작가의 에피소드들과 관련된 생각들을 엮었고, 뒷 부분은 여성작가들의 연필 시리즈로 해당 여성작가들이 겪은 사건들과 작가의 사유로 채워져있다.

사실 내 기준에 작가의 의식의 흐름대로 책이 전개되는 것 같아서 흐름을 쫓아가기 조금 난해했지만...나름의 결론은 연필은 ‘기록’과 관련될 수밖에 없는 소재고, 지금은 흔하게 얻어서 사용할 수 있는 도구...인데, 과거엔 ’여성‘들이 의지를 갖고 목소리를 내게 해 준 무기와 같은 것이라고....
뭐, 이런 것을 다 떠나서 그냥 작가가 사랑하는 덕질의 대상임ㅋㅋㅋㅋㅋㅋㅋㅋ

“‘예’와 ‘아니오’를 분명하게 말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진실을 전혀 알 수 가 없어요“
”역사는 때론 과거로부터 아무것고 재우지 못한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기록되는 건지도 몰랐다“
”우리는 편리성보다 귀찮아도 의미를 좇는 존재라는 걸, 혹은 반대로 삶의 지겨움을 잊게 해준다면 무의미한 일도 마다하지 않고, 거기에 무의미의 의미를 부여한다는 걸 우리조차 종종 잊는다“
”슬픈 건 그런거다. 소유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소유할 수 없음을 알고 원했던 기억조차 지워버리는 일 같은 거 말이다. 갖지 못해도 ‘나 이거 필요해!’ 할 수 있었다면 기억에는 남지 않았을까“
c****1 2023.02.2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