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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브리나의 작가 닉 드르나소가 들려주는 우리 사는 이야기 6편
"사브리나의 작가 닉 드르나소가 들려주는 우리 사는 이야기 6편" 내용보기
이 작품은 《사브리나》로 맨부커상 최초로 그래픽 노블로 후보작에 오른 닉 드르나소(Nick Drnaso)의 데뷔작이다. 메인 콘셉트는 십대들이 겪는 다양한 심리와 세상을 보는 시각을 그리고 있다. 그들의 감수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세상의 참모습을 관조한다.   드르나소는 첫 책 《베벌리》(2016)로 〈LA타임스〉 ‘최고의 그래픽노블상’과 앙굴렘 국제만화축제 ‘새로
"사브리나의 작가 닉 드르나소가 들려주는 우리 사는 이야기 6편" 내용보기


 

이 작품은 《사브리나》로 맨부커상 최초로 그래픽 노블로 후보작에 오른 닉 드르나소(Nick Drnaso)의 데뷔작이다. 메인 콘셉트는 십대들이 겪는 다양한 심리와 세상을 보는 시각을 그리고 있다. 그들의 감수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세상의 참모습을 관조한다.

 

드르나소는 첫 책 《베벌리》(2016)로 〈LA타임스〉 ‘최고의 그래픽노블상’과 앙굴렘 국제만화축제 ‘새로운 발견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어 《사브리나》(2018)는 ‘걸작’, ‘충격적인 예술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다.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 〈가디언〉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에서 ‘새로운 재능상’을 수상했다.

 


작가 닉  드르나소

 

책은 모두 여섯 편의 이야기로 구성됐다.

 

1. 잔디 둔덕 : 왕따를 당하는 살과 살을 왕따하는 10대 아이들 (다이어트 이야기가 아니다)

2. 가장 슬픈 이야기 : 새 시트콤에 대한 시장조사에 응모한 엄마는 당첨돼 녹화테이프를 우편으로 받는다. 딸 카라와 함께 보기 시작한다.

3. 꼬마 왕 : 가족 여행을 떠난 어떤 가족 이야기. 아빠·엄마의 추억 여행에 딸 카라와 아들 타일러는 따분해한다. 한편 타일러에게 내재된 욕망이 꿈틀거린다.

4. 푸딩 : 티나는 푸딩이라 불리는 샬롯의 파티에 남친과 함께 참석한다. 샬롯과 둘만의 자리에서 티나는 옛날 둘이 밤에 함께 했던 일을 조심스레 꺼낸다. 샬롯은 부정한다.

5. 동정녀 메리 : 16세 소녀 메리는 남친 형제와 모의하여 자신이 아랍인에게 납치돼 강간당했다고 거짓으로 신고한다.

6. 나를 왕으로 : 타일러는 교외 마사지샵에 들르는 시간이 행복하다. 마사지사 베벌리의 단골이다.

 

그렇다. 마지막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 베벌리가 바로 책 제목이다.

 


1화 〈잔디 둔덕〉의 한 장면

 


2화 〈가장 슬픈 이야기〉의 한 장면

 

우리말로 옮긴 번역 작가는 고전문학부터 SF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미권 문학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박산호 씨다. 박 작가는 에세이스트이기도 하다. 그녀는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2018)에 이어 《생각보다 잘 살고 있어》(2020) 등을 펴냈다.

 

박 작가는 채널예스와의 인터뷰에서  《베벌리》에 등장하는 10대나 어른들의 모습이 우리의 그것과 너무나 닮아있다고 말한다. 책에 실린 작품들을 읽고 감상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돌이켜 보고, 우리 안의 악마성을 길들이고 다스릴 수 있다면 좋겠단다.

 

6편의 이야기는 왕따, 인종 차별, 성적 욕망, 강력 범죄 그리고 살인 본능 같이 우리 내면에 도사린 어두운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때로 슬프고 때로 우울한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뿌리칠 수 없는 우리네 현실이 아닌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YES마니아 : 로얄 h*******c 2021.01.16. 신고 공감 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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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대를 살아가는 십대들의 시선
"이시대를 살아가는 십대들의 시선" 내용보기
따뜻하고 평화로운 마을에각자의 삶을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인듯 보이지만 그 이면엔 누구나 갖고있는외로움과 불안한 순간들이 삶에 투영된다.수많은 외로움과 고독과 잔인함,,그 속에서 예민하고 날선 감수성으로이 세계를 너무나도 깊고 빠르게 답습하는 십대들의차가운 말투와 무표정한 모습은 나에게 적잖은 충격이었다.무자비할 만큼의 무심함의 따돌림,잔인한 살인을 상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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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평화로운 마을에
각자의 삶을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
인듯 보이지만 그 이면엔 누구나 갖고있는
외로움과 불안한 순간들이 삶에 투영된다.

수많은 외로움과 고독과 잔인함,,
그 속에서 예민하고 날선 감수성으로
이 세계를 너무나도 깊고 빠르게 답습하는 십대들의
차가운 말투와 무표정한 모습은 나에게 적잖은 충격이었다.

무자비할 만큼의 무심함의 따돌림,
잔인한 살인을 상상하는 열살 아이,
거짓말로 시작된 걷잡을수 없는 루머,
불안함 밤거리를 걷는 여성과 남성,
나도 모르는 내안의 무수히 많은 모습들,,

기대와 두려움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변수로 나타나고
그 순간의 선택으로 우리의 삶 또한 예측 불가하게 변한다.

숨막힐 듯한 이 시대를 살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끊임없는 질문에 대한 선택과 대답은 독자의 몫이다.

박찬욱 감독의 추천
<사브리나>는 <베벌리>로 부터 시작되었다!



r*****9 2020.12.19.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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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소장용 그래픽 노블, 베벌리
"[서평] 소장용 그래픽 노블, 베벌리" 내용보기
베벌리는 그림이 독특하다. 못 그린 듯하면서도 잘 그렸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선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쉬워 보이지만 디테일하며 비율이나 특징은 다 맞기 때문에 잘 그렸다는 것이다. 또한, 그림에 명암이 없어서 깔끔한 느낌을 준다. 갑자기 떠오르는 작가가 있는데 헨리 다거라고 닉 드르나소와 그림 분위기가 비슷하다. 파스텔톤의 꽃밭이며 소녀들이 대거 등장하는 헨리 다거의
"[서평] 소장용 그래픽 노블, 베벌리" 내용보기

베벌리는 그림이 독특하다. 못 그린 듯하면서도 잘 그렸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선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쉬워 보이지만 디테일하며 비율이나 특징은 다 맞기 때문에 잘 그렸다는 것이다. 또한, 그림에 명암이 없어서 깔끔한 느낌을 준다. 갑자기 떠오르는 작가가 있는데 헨리 다거라고 닉 드르나소와 그림 분위기가 비슷하다. 파스텔톤의 꽃밭이며 소녀들이 대거 등장하는 헨리 다거의 그림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범벅 전쟁과 고문당하는 내용이다. 드르나소 그림도 흰색이 많이 들어간 색상을 사용했으며 공익광고에 나올법한 얼굴들을 하고 있지만, 내용은 스산하다. 다소 무거운 내용이어서인지 그림의 키치함과 단순성이 분위기와 찰떡이라고 생각된다. 만화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잔디 둔덕>

오타쿠와 흑인 소년이 쓰레기를 줍는다. 오타쿠는 자기 세계에 빠져서 이상한 얘기만 한다. 흑인 소년은 관심 없고, 주변 여자애들한테 눈길이 간다. 여자애들과 같이 쓰레기를 줍고 싶어서 장소를 바꿔달라 한다. 관리자는 오타쿠의 성격이 이상해서 그런 줄 알고 걔를 해고한다. 오타쿠는 웃지 않는다.

 

<꼬마 왕>

부모님과 십 대 남매는 부모님의 신혼 리마인드 여행을 간다. 남동생은 말수가 적지만, 항상 음란하고 잔인한 상상을 한다. 누나와 부모님이 잠시 나간 사이 남동생은 누나의 속옷으로 음란한 행동을 하다가 들킨다. 여행은 파탄이 났지만, 부모는 사랑으로 이해해준다.

 

 

어떻게 보면 이상한 내용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사람을 관찰하고 사람마다 갖고있는 미묘한 불쾌 기류를 잘 포착해서 작품화했다는 것을 좋게 평가하고 싶다. 게다가 한 편만 봐도 배경, 등장인물의 성격과 행동을 파악하는 데 무리가 없으니 연출 능력도 뛰어나다. 이런류의 스토리는 디시 만화갤에 가면 많지만, 이렇게 예쁜 그림으로 완성도 있게 그린 사람은 없다. 이러한 지점이 작품성의 차이를 발생시키지 않나 싶다. 

 

닉 드르나소는 89년생으로 2016년에 이 책 베벌리를 먼저 만들었다. 2년 뒤엔 사브리나를 쓰고, 그래픽 노블로선 최초로 (한강 작가가 받았던)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다. 베벌리의 흐름도 삶의 조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사브리나와 비슷하다. 연속되면서 연속되지 않는 에피소드들의 나열을 통해 인물의 삶을 조망한다. 다른 책에서 강조하는 복선의 회수, 기승전결 이런 것이 약하다. 현실의 삶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진행되므로 마치 다큐멘터리나 독립 영화를 보는 듯하다.

 

사브리나가 흥행한 덕분에 우리나라에도 베벌리가 2020년에 번역되었다. 자꾸 생각나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 좋은 책이 아닐까? 마이너한 장르인 그래픽 노블이 앞으로도 많이 수입되어 다양한 책을 한국어로 읽어보고 싶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j********0 2021.01.10. 신고 공감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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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닉 드르나소의 『BEVERLY베벌리』아르테- 소리없는 아우성, 불안한 매끄러움을 드러내다
"[서평] 닉 드르나소의 『BEVERLY베벌리』아르테- 소리없는 아우성, 불안한 매끄러움을 드러내다" 내용보기
닉 드르나소의 『BEVERLY베벌리(아르테/박산호 옮김)』는 그래픽 노블 최초로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던 “사브리나”에 앞선 데뷔작이다. “사브리나”의 강렬한 표지에 비해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보이는 표지는 레고 조각을 끼워 맞춘 듯한 개별적 공간으로 시선을 잡아당긴다. 앞 뒤의 면지는 등장 인물의 미소띤 얼굴로 채워져 있지만 속표지는 검은 실루엣의 누군가를 맞닥뜨리며 숨기
"[서평] 닉 드르나소의 『BEVERLY베벌리』아르테- 소리없는 아우성, 불안한 매끄러움을 드러내다" 내용보기

닉 드르나소의 BEVERLY베벌리(아르테/박산호 옮김)는 그래픽 노블 최초로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던 사브리나에 앞선 데뷔작이다. “사브리나의 강렬한 표지에 비해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보이는 표지는 레고 조각을 끼워 맞춘 듯한 개별적 공간으로 시선을 잡아당긴다. 앞 뒤의 면지는 등장 인물의 미소띤 얼굴로 채워져 있지만 속표지는 검은 실루엣의 누군가를 맞닥뜨리며 숨기고 엿보는 듯한 눈길앞에 주춤하게 된다. “베벌리잔디 둔덕’, ‘가장 슬픈 이야기’, ‘꼬마 왕’, ‘푸딩’, ‘동정녀 메리’, ‘나를 왕으로까지 여섯 단편이 실려있다.

 

평범한 미국 중산층 가정에서 살고 있는 십대 청소년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본다. 이 여정이 얼핏 먼저 비치는 파스텔 색조처럼 마지막까지 부드러울지, 유난히도 깔끔하게 뻗고 교차하는 선처럼 시원스러울지 물으며 떠난다. ‘잔디 둔덕에서 쓰레기를 줍는 등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보인다. 팀을 짜주는 안내인은 팀에게(이름이 팀인건 의도적인지) 살과 함께 움직이라 하면서 살에게 살 아버지 이야기는 절대 하지 말고 첫날이니 살살 시작하라당부하고 떠난다. 그러나 팀은 단순하고 이기적이며 당연할 수도 있는 다른 선택 즉 말없이 다른 그룹에 합류한다. 이 사실을 안 살의 표정은 어떤 대사보다도 마음을 찌른다. 상처받은 채 속수무책으로 끝나버린 이야기, 과연 다음 장면은 어떻게 될지 상상하게 되지만 곧바로 다음 단편이 시작되고 있다.

 

가장 슬픈 이야기속 카라는 엄마와 함께 드라마 모니터링을 한다. 액자식으로 삽입된 드라마 어떻게든 살아가는 우리에서 감정적 충돌과 응대, 화해의 노력을 엿보나 모니터링 대상은 드라마 자체가 아닌 그 속의 광고였고, 어긋나는 기대가 분위기를 가라앉힌다. 시종일관 말없이 있다 방으로 돌아간 카라의 일그러진 표정, 일곱 컷의 표정 변화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게 된다. 얼마나 큰 고통이 가슴속에 일렁이는 걸까,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며 이전의 상황으로 거슬러 올라가 드라마를 보던 속내가 무표정한 가면 아래 얼마나 힘겨웠을까 싶어진다.

 

단편마다 굵은 검은 글씨의 제목과 주인공의 얼굴이 첫 면의 커다란 컷에 담긴다. ‘꼬마왕가장 슬픈 이야기카라의 남동생 타일러 이야기가 전면 배치된다. 부모님과 남매가 함께 떠난 휴가지의 일상이 설레임 가득한 기대와는 영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불편한 욕구와 잠재의식, 삐걱거림은 분노와 원망으로 바뀐다. "망할 놈의 여행은 그만 접자.(56P)" 며 중단을 선언하나 다시 돌이켜 십대의 나를 비추었을때 아들을 이해하노라 제법 너그럽게 포옹한다. 하지만 타일러의 시선은 다른 것을 바라보고 첫 장의 앳된 소년은 이미 달라져 있다.

 

평화로운 풍경은 가지런하고 말끔해 보이지만 주고받는 대화는 아슬아슬하거나 숨기고 외면한다. 성장통이라고 이름 붙히기에는 무겁고 공포스런 감정을 대면해야 하고 위험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어 안전지대를 찾지 못하는 불안감이 퍼진다. 십 대 청소년의 시선으로 읽히지만 다 자란 성인에게도 뾰족한 해법 없이 어른 아이를 소환하게 될 수도 있다. 그래픽 노블이라는 형식이 가면을 쓴 평화를 더욱 입체적으로 형상화시킴을 알 수 있다. 과연 두려움과 불안, 모든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인지, 그럼으로 작고 사소할지라도 단단하고 아름다운 가치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인지 질문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k*******n 2021.01.0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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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벌리] 파스텔 톤 삶의 서늘함_ 닉 드르나소
"[베벌리] 파스텔 톤 삶의 서늘함_ 닉 드르나소" 내용보기
만화와 그래픽노블.   이 둘에 대한 적절한 개념과 이해를 한 동안 찾지 못했었다. 어린 시절 만화는 책읽기보다 상상력을 저해하는 어떤 것, 너무나 적나라하게 모든 사실을 비주얼화 하여 사고과정을 돕지 못하는 요물처럼 주입되었고 인식되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만화의 꽤 긍정적인 기능들에 대한 생각을 분별하게 되었다고 한다면 나는 엄청나게 늦되고 고리타분한 인간일까.
"[베벌리] 파스텔 톤 삶의 서늘함_ 닉 드르나소" 내용보기

만화와 그래픽노블.

 

이 둘에 대한 적절한 개념과 이해를 한 동안 찾지 못했었다. 어린 시절 만화는 책읽기보다 상상력을 저해하는 어떤 것, 너무나 적나라하게 모든 사실을 비주얼화 하여 사고과정을 돕지 못하는 요물처럼 주입되었고 인식되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만화의 꽤 긍정적인 기능들에 대한 생각을 분별하게 되었다고 한다면 나는 엄청나게 늦되고 고리타분한 인간일까.

 

그리고 겨우 잡아낸 만화에 대한 이해에 약간의 혼란을 더했던 것은 '그래픽 노블'이란 장르였다. 처음에는 만화나 그래픽노블이나 그게 그거 아닌가.....만화를 예쁘고 고급스러운 말로 불러주기 위한 것이 아니겠나. 싶었다. 몇 번의 서치를 거치고나서 그나마 정립한 분류는' 만화와 소설의 중간에 있는 새로운 형식 또는 쉽게 읽을 수 있는 신기한 장르' 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작업은 설마 만화의 재미와 소설같은 깊이감(이것 역시 소설은 깊이를 가졌다는 꽤 꼰대적인 생각 되시겠다......)을 그래픽 노블, 네가 과연 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나의 첫 그래픽 노블은 <펀 홈>이었다. 벡델 테스트로 회자되는 엘리스 벡델의 자전적인 이야기.

꼬투리를 하나 쯤 잡아 볼까. 했었던 못된 마음은 <펀 홈>을 읽으면서 대부분 사라졌다. 만화처럼 시각적인 이해를 도우면서도 소설보다 글이 많을 것 같아 잘 나가지 않아 생각의 멈춤을 자주 유발하는 이 형식을 절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림만 있는 것 보다, 글만으로 만들어낸 것 보다, 그래픽 노블로 사이사이 비워진 공간이 더 큰 의미를 구성하게 하고 찾게 만들어 냈던 신기한 경험. 그래픽 노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닉 드르나소는 이런 관심에서 가장 첫번으로 택했던 작가였고 그의 작품 <베벌리>는 유명 감독의 추천으로 회자되었던 <사브리나>보다 앞서 나온 그의 처녀작이었다. 파스텔톤의 화사한 색감에서 뿜어져 나오는 비틀린 기괴함이 가득했던 작가의 스타일은 이 <베벌리>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그래픽 노블 내에서도 또 다른 독자적인 형식을 마련한다. 정확히 구획된 칸들은 만화로써의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전혀 가져오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으며, 줄줄이 설명을 늘어 놓지 않고 그림만으로 한 페이지를 채워나가는 모습은 소설의 그것도 사용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베벌리>(그리고 <사브리나>)는 오로지 꺼림직한 파스텔 톤의 색깔과 둥글한 선의 인물들이 감정표현으로 살짝 웃어보이는 그 순간에서 서늘한 느낌을 제조해 낸다.  파스텔색이 이렇게 무서운 감정을 만들어 낼 줄은 세상 처음 느꼈다. 핏빛의 잘려진 시체들도 그저 편안한 감정으로 중화시켜 흐트러내는 이 색들이 공포와 잔인함을 무디게 만들고 있다는 그 사실이 책 장을 넘기는 내내 긴장감을 주었다.  

 

<베벌리>는 전부 6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잔디둔덕'에서 시작하여 '나를 왕으로'까지. 처녀작은 아직 서투른 매력이 있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보기에는 남는 뒷맛이 서늘하다. 각각의 이야기(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야기)는 급작스럽게 끝나기도 하고 '왜 이러지?'하는 의문을 잔뜩 남기고 잘려나가지만 그것을 있는 그대로 넘겨버리고 빠르게 책의 마지막 장을 덮어 버릴 수 없다.

 

이유는 여섯 개의 단편 아닌 단편들이 모종의 이유로든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어린 아이로 등장했던 타일러(꼬마 왕 The little king)는 어른 타일러(나를 왕으로 King me)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했던 카라는 메리의 친구이자 카일의 전 여자친구로 언급된다. 내가 살아가는 삶의 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른 일들을 생각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뭔가 맞은 듯한 인식을 안기는 부분이다. 그리고 실제의 삶처럼 이 단편들은 연쇄적이고 중첩적으로 발생한다.

 

어른인지 어린이인지 알지 못하게, 현실인지 상상인지를 파악할 수 없게 처리되는 모호함(꼬마왕 The little king)은 글로써 묘사되어 교란되는 것 보다 더 큰 인지적 혼란을 맞이하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혼란은 정확한 결론으로 명확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으나 그것이 자아내는 분위기가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묘하게 축축한 감정을 남긴다. 그 모호성 때문에 마지막 장을 넘겨도 계속해서 되돌아 책장을 넘겨 확인하게 만든다. 짧고 간단하게 130여쪽으로 단순한 그림을 채웠지만 절대 만만히, 쉽게 볼 수 없는 이유다.

 

그림에서는 감정을 나타내는 어떤 소리와 몸짓도 시각화되지 않는다. 흔히 만화나 그래픽 노블들에서 볼 수 있는 흔들리는 몸, 큰 소리를 표현하는 큰 글씨, 감정과 소리를 드러내는 휘어지고 꺾인 말풍선 따위는 <베벌리>에 없다. 대신 더 큰 감정적인 소용돌이가 기괴하게도 단정한 구획과 꽉 채워진 파스텔 톤의 배경에서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빨리 덮어 버리고 싶지만 그 끝이 무엇인가에 대한 금단의 호기심이 결국 덮지 못하게 만드는 그런 재능을 가진 책. <베벌리>다. 그리고 아직까지 왜 제목이 <베벌리>였을까 하는 고민을 여전히 남겨 놓기도 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a*******e 2021.01.0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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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벌리 BEVERLY] 닉 드르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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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속에서 무수히 늘어나는 억측과 음모로 누군가의 삶이 송두리채 망가지는 모습을 그렸던 사브리나를 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베벌리는 이미 사브리나가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지금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지내고 있는 현실의 모습을 묘사했다고 하는데 표지에서 보이는 큐브조각 같은 공간은 십대들의 머릿속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하다. 함께 있어도 즐거워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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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속에서 무수히 늘어나는 억측과 음모로 누군가의 삶이 송두리채 망가지는 모습을 그렸던 사브리나를 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베벌리는 이미 사브리나가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지금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지내고 있는 현실의 모습을 묘사했다고 하는데 표지에서 보이는 큐브조각 같은 공간은 십대들의 머릿속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하다. 함께 있어도 즐거워 보이지 않고 표정없는 얼굴을 보니 어쩌면 겉과 속을 알수 없는 그들만의 심리석 상태를 옅보는 듯 한 느낌이다. 어쨌든 LA타임스의 최고의 그래픽노블상과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에서 새로운 발견상으로 선정되었다고 하니 이 책이 품은 의미는 결코 작지는 않을것이라 예상된다.

 

그저그렇게 평범하게 보여지는 가족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 베벌리는 누군가를 만나면 자연스레 인사하고 저녁시간을 즐기며 대화를 하며 여유로운 여행을 하면서 단란한 가족상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뒤에 그려지는 십대 아이들의 심리적 모습은 왠지 위태롭기만 하다. 친구를 만들기위해 다가가지만 방법에서의 문제가 있고, 관심사를 공감하고 싶어 대화를 시도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것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데다가 일방적인 대화법에 지져가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하는 상황은 우울하게 만든다. 언제 어떠한 난감한 상황이 되더라도 이상할 것 없는 스토리들이 진행되는데 아무래도 이 책은 한번 읽어서는 도무지 그들의 심리를 이해하기가 무척이나 힘들 것 같다.

 

어른들이 보는 세계와 십대들이 바라보는 세계는 서로 다른 시각에서부터 시작된다. 한마디로 원만한 관계는 중요단어 몇마디면 다 해결이 되는 십대와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지만 유연하게 표현하려는 어른들의 대화법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읽으면서 옅보는 그들의 복잡한 심리적 불안감과 동요하지 못하는 고독 등을 보면서 우리사회의 씁쓸한 모습을 맛보게 됐다. 아프지만 우리의 현실은 아마도 베벌리가 보여주는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h********9 2020.12.14.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