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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구맸던 책 중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했던 책은 <위대한 여성 예술가들>입니다. 커다란 판형의 하드커버 속에는 올 컬러의 예술작품이 빼곡하게 담겨 있어 왜 비싼지 그 이유를 책을 펼쳐보자마자 알 수 있지요. 노란색 겉표지를 벗겨 내면 마음을 사로잡는 하늘색 커버가 세련됨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물론 노란색 겉표지 역시 디자인적 요소를 칭찬해주고 싶을만큼 감각적으로 잘 표현했어요. 페이지마다 예술이 꽉 차 있어 눈길 닿는 곳이 예술이 됨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던 이 책의 보급판이 나왔습니다. 가격이 비싸서 부담스러웠던 분들에겐 희소식이었죠. 보급판이라지만 워낙 이전의 하드커버 책이 큼직한 사이즈라 작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책들보다도 큰 사이즈에요. 이 책은 연대기나 사조로 나눠 설명하는 기존의 예술서적과는 달리 400명의 여성예술가들을 알파벳 이름 순으로 분류해 새로운 맥락에서 예술을 있는 그대로 감상하고 알아볼 수 있게 해줍니다. 하드커버가 크고 무겁다면 보급판은 그보단 가볍네요. 같이 놓아보니 사이즈 비교가 확실하게 됩니다. 출간 기념으로 제작된 노란 에코백은 자체만으로고 존재감 훌륭합니다. ??
이 책은 제목에 여성이 들어가 있지만 젠더 이슈로 다가가기 보다는 재료, 기술, 형태, 주제 등의 접근으로 여성예술가들의 작품을 모아 보여주고 있지요. 더 놀라운 건 그래도 예술에 관여하고 있는 저조차도 생소한 예술가들이 너무 많아 공부해보고 싶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책 속 400명으론 소개에 한계가 있다는 걸 압니다. 정말 멋진 예술가들이 이 세상엔 많으니까요. 놀라운 작품, 아름다운 그림, 센세이션한 예술의 찐맛을 느끼게 해주기에 책 속에 코 박고 보고 또 보는 중입니다. 다양한 관점에서 여성 예술가들의 면모를 제대로 확인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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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도록 도울 것이다. 15쪽.
파이돈 출판사는 영국의 대표적인 예술 전문 출판사다. 고전, 미술, 건축, 사진, 디자인, 패션 등 예술 관련 대형 도감을 펴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책은 예술가들을 장르나 시대로 구분 짓지 않고 알파벳 이름순으로 소개하기 때문에 아무 곳이나 골라 펼쳐서 읽어도 된다. 한 작가당 하나의 작품과 짤막한 소개 글이 전부지만 500여 년간 활동한 2,500명의 예술가 중에서 주요 아티스트 400여 명과 그 대표작을 선정했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인 티가 난다. 편집부는 더 많은 예술가들을 책에 소개하지 못한 점을 자못 아쉬워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어 보인다.
책에 소개된 작가들의 소개와 작품을 보고 호기심이 생기면 그것을 이정표 삼아 웹으로 예술 탐험을 나가기 좋다. 코로나 시대에 이보다 더 적절한 랜선 여행 방법이 또 있을까. 지금은 비록 직접 작품을 볼 순 없지만 그럼에도 화면 너머로 자기 존재를 드러내며 현실로 손을 뻗어오는 작품들이 많다.
인류 대다수가 시각을 주요 감각으로 쓰고 있는 걸 감안하면 예술 작품 감상은 보는 행위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관객이 작품을 관찰할 때, 그 시선은 한곳으로 모이기도 하고 분산되기도 하며 때로 작품 속 인물과 만나기도 한다.
그림 속 인물이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면 그것은 전달이다. 시선의 대상을 향한 태도와 감정이 드러난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린스키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를 보면 시선이 얼마나 강력한 도구인지 알 수 있다. 젠틸린스키는 대부분의 중세 여성 화가들처럼 아버지의 작업실에서 그림을 배웠다. 그 후 자신의 작품세계를 갈고닦기 위해 아고스티노 타시의 작업실에 들어가게 된다. 거기서 그에게 강간을 당하고 법정에 나가 그 사실을 증언했다. 오랜 사투 끝에 그녀는 승소했지만 그 과정에서 느꼈을 감정이 그림 속 유디트의 표정에 그대로 드러난다. "분수처럼 튀는 피를 피해 고개를 돌리고 있지만 눈은 똑바로 장군을 응시한다.(150쪽)"
작품 속 인물이 관객을 마주 보는 것은 독백 혹은 대화의 전조다. 중세 시대 화가들의 자화상이 관객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권위를 당당히 보여주는 것이다.
1928년 제작된 클로드 카운의 <자화상>(81쪽)을 보면 거울에 비쳐서 사진 속 인물이 둘이 되었다. 자서전 『부정 Disavowals』에서 카운은 "카드를 섞자. 남성인가? 여성인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중선은 언제 어느 때건 내게 가장 잘 맞는 성"이라고 말했는데, 이 작품이 그 말과 공명하는 것 같다.
누드화는 시선을 빼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주제다. 주체와 객체의 문제가 거론되기 때문이다. 책에 실린 누드화 중에 인상 깊은 작품은 제니 사빌의 <도면 PLAN>이다. 가까운 거리에서 인물을 아래에서 올려다본 모습으로 그려 하체가 더 커 보인다. 그림 속 여인은 관객을 내려다보고 있다. 제니 사빌은 신체 이미지의 "과잉을 겁내는" 사회(357쪽)에 대해 말한다.
때로 본다는 것은 지독히 피곤한 행위다. 내가 추상 예술을 보면 편안함과 해방감을 느끼는 것은 그 때문이다. 추상에는 내 시선을 받은 대상도, 나와 눈을 맞추는 대상도 없다. 내 시선은 이리저리 진동하면서 작품 곳곳에 부딪혀 튕겨나간다.
브리짓 라일리의 <흐름>(336쪽)에서 느껴지는 어지럼증은 실물에서도, 그것을 찍은 사진이 실린 책 속에서도, 작은 스마트폰 화면 안에서도 느껴진다. 어지럼증을 참고 계속 보고 있으면 그림 속 물결 모양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의 흐름을 방해하고, 관객의 의식을 흡수하는 작품이다.
에텔 아드난의 <세상의 무게> 연작 속에서 자연 풍경은 단순화된다.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의 움직임도 느려지게 된다. 추상화를 바라보면 평소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고 느껴진다. 우타 바르트의 <들판 #3>(51쪽)은 자동차와 도로를 초점이 흐리게 찍은 것인데 관객의 무의식을 건드리는 작품이다.
이제 예술은 시선에 얽매이지 않는다. 예술가들은 장르, 주제, 소재를 끊임없이 융합하고 초월하면서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관객 참여 예술이나 설치 예술처럼 보는 행위를 넘어서는 작품들도 많다. 이들은 관객에게 직접 말을 하고 접촉을 한다.
관심 가는 작품이나 작가의 이름을 하나하나 검색하면서 발견한 것은 여성 예술가들은 장소와 시대를 불문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슷한 화풍, 재료, 지역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물며 끝없이 이어지는 연관 검색어로 매번 다른 디지털 풍경을 경험한다.
실험 정신과 저항 그리고 회복탄력성이 이들 예술가들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이들은 어디에나 있다. 교육을 거부당하고, 장르와 재료를 제한받고, 작품과 이름을 빼앗겼어도 그들은 항상 있었다. 중세부터 현대까지 활발한 작품 활동을 했고 앞으로는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기 더욱 쉬워진다는 확신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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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여성 예술가들》_2 파이돈 편집부 /리베카 모릴 /#을유문화사 . . ??지난번 리뷰때는 <제일 낯익은 작품-첫 이미지에 눈길을 끈 작품> 중심으로 올렸었는데요. 오늘은 <페미니즘-동성애-엄마>이라는 주제로 발췌해볼게요???♀? . .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1593년 로마 출생-1653년 나폴리 사망) 《홀로페흐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젠틸레스키는 이탈리아 바로크 화가로 인정바던 예술가였어요. 더 깊은 공부를 위해 '아고스티노 타시'의 작업실로 들어갔지만 타시가 그녀를 겁탈하면서 긴 재판이 이어졌지요. 결국 타시는 처벌받았지만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는 과정은 젠틸레스키를 괴롭혔어요. 젊은 시절 정신적 외상은 과부 유티트가 홀로페르네스를 참수하는 장면에서도 볼 수 있어요. 불의와 고통을 경험한 그녀의 감정을 상기시키며, 타락한 남성성과 성폭력에 대항하는 '최초의 페미니즘적' 분노를 담고 있답니다. ??글럭 (1895년 런던 출생-1978년 영국 웨스트서식스 스테이닝 사망) 《당신우리》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글럭은 자신의 인생, 작품 활동에서도 독립성을 추구합니다. 어떤 예술 운동이나 분류에도 포함되길 거부하죠. 예술가 본인과 그녀의 새연인이었던 미국인 사교계 인사 네스타 오베머가 등장하고 그들의 '결혼'을 무엇으로 생각했는지 기록하고 있어요. 동전에 찍힌 인물처럼 이 여자들의 옆모습은 겹쳐져 있고, 그 모습이 마치 한 사람을 복제한 것처럼 보이죠. 1928년 초판이 외설적이라고 금서로 지정되었던 래드클리프 홀의 <고독의 우물>이 1982년도판 표지에 이 작품을 쓰는 등 여러 분야에서 이미지가 재생산되면서 동생애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메리 켈리 (1941년 아이오와 포트도지 출생) 《산후 기록:기록Ⅵ,알파벳 메모,각인과 일기》 ??1970년대 중반에 엄마가 된 자기 경험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작품들 중심에는 성과 정체성 그리고 아이와 엄마 사이의 관계가 있어요. 여성운동에 직접 참여한 이후 페미니즘 작억을 시작해 50년간 이어 왔습니다. 이 작품은 켈리가 아들을 임신했던 1973년 시작한 장기 프로젝트 중 하나예요. 여섯 단계로 구성된 이 시리즈에는 사진 속 작품 말고도 쓰고 버린 기저귀, 아이들이 그린 드로잉, 철학적인 글이 포함되고 켈리의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파울라 모더존베커 (1876년 독일 드레스덴 출생 -1907년 독일 보릅스베데 사망) 《여섯 번째 결혼기념일에 그린 자화상》 ??여성 예술가 중 거의 최초로 표현주의 스타일을 받아들인 모더존베커는 엄마들과 아이들을 그린 그림이나 나체로 자주 등장하는 자화상을 통해 기존 예술에서 재현하던 관습적인 여성성에 도전한 예술가입니다. 이 그림 속 인물은 임신부의 모습이지만 사실 당시 그녀는 아이를 기대하지 않았어요. 결혼을 족쇄라고 여겼고 그래서 이 이미지는 결혼에서 벗어난 해방감과 작품을 향한 열망을 표현해요. 작품 속 인물은 아이를 낳으려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현대 미술가로 살 수 있는 새로운 삶을 뱃속에 품고 있는거죠. . . ??이 책은 한 장 한 장 넘기는 개념이 아니라 매번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여는 느낌이었어요. 그만큼 모두 고유의 세계관이 또렷이 드러나고요. 거기에서 오는 울림은 경건해지기까지 합니다.???♀? . #위대한여성예술가들 ?#아티스트클럽 3기 활동도서입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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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잉태와 창조의 능력을 지닌 여성은 이미 예술가적 운명을 타고 난 것이겠지만 페미니즘예술은 백인남성 위주의 과거예술에 반기를 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겨우 1960년대에야 탄생했다. 예절교육을 받기 위한 혹은 고상한 취미를 가진 정도의 아마추어 숙녀화가로 여성 예술가를 인식하던 때에 그녀들의 이름은 기억되지 않았다. 성공한 예술가로 향하는 길이 여성에게 허락되기 시작한 19세기 후반 활동한 이들은 여성이라는 분류 항목에 묶이거나 평가절하되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했다. 가정, 꽃, 모성 등의 여성에게 적합한 주제나 특정재료에 갇힌 예술적 한계도 벗어나서 21세기적 관점에서 볼 때 여성 예술가들과 젠더 이슈를 연관 짓는 것은 구태의연해 보일 수도 있지만 상업적으로 팔리는 예술의 측면에서 아직 남성에 비해 그 수치는 미약한 편이다. 400명 여성예술가들의 목록으로 대표작과 함께 간단한 프로필과 특징을 소개함으로 여성예술가들의 <이름>을 불러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책인 듯하다. 브랜드란 기억되어야 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