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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장길산으로 허명이 있다 하나 이것은 조선 팔도 방방곡곡의 백성들이 역병과 굶주림에 죽고 싸우며 이룬 이름이지 내 이름이 아니다. “극적(劇賊: 큰 도둑) 장길산은 몹시 사나워 여러 도를 왕래하면서 도당을 많이 모으고 있다. 이미 10년이 경과했는데도 아직 잡지 못했도다. 지난번 양덕에서 군대가 포위해 잡으려 했지만 끝내 잡지 못했으니 그 음흉함을 알만하다.”(p944)
미륵의 뜻으로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모인 사람들. 길산의 활빈도, 운부 대사가 꾸린 각지의 승병들, 오계준을 중심으로 한 해서의 무계, 여환이 조직하는 지방의 미륵교도, 양주의 검계와 이경순. 여환과 검계의 정원태는 왕조가 망하고 미륵이 도래하여 용화세계를 만든다는 신서를 퍼트리고, 백성들 사이에 동요가 일어난다. 그러나 이들의 섣부른 활동은 일을 그르치게 만드는데, 확장된 자신의 세와 일어난 민심을 믿고 기존에 약조했던 거사 일정을 앞당겨버린 것이다. 결국 거병을 함께 일으키기로 했던 다른 세력들은 실패를 예감하고, 참여했던 백성들을 구하고 다시 새로운 역모를 계획하기 위해 그들과의 연결고리를 잘라 버린다. 결국 여환이 일으킨 거사는 마치 사이비 교주가 만들어 낸 분란처럼 취급되어 가담했던 자들을 처형하는 것으로 일단락된다.
여환과 원향의 애달픈 사랑은 신비로우면서도 안타까웠다. 오누이처럼 자라나 뿌리가 하나된 연리지처럼 영혼까지 함께 한 두 사람. 마지막 이승에서 진정으로 부부가 되어 맺어질 때의 모습이 내내 잊혀지지 않았다.
한편 박대근은 인삼 재배에 성공하여 이를 바탕으로 청과의 금지된 거래를 터나가고 언진산에 새롭게 터를 잡은 길산의 활빈도는 잠채를 통해 생산물을 만들어낸다. 이는 기존에 지방 부호들이나 탐관오리를 털었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활빈을 도모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계기가 된다.
청에서 유황과 함석을 들여오면서 관군에 대항할 총포와 화약들로 무장하고, 사주전으로는 관에 타격을 주고, 각 상단을 거점으로 사람을 모으고, 마을을 이뤄 황민들의 생계를 꾸릴 기반을 마련해주는 방식으로 활빈을 이어가는 길산의 혈당들.
구월산을 토벌할 때와 마찬가지로 길산을 잡기 위해 촘촘한 포위망을 만들고 조여오던 최형기. 가장 아픈 고리인 가족들을 몰살시키고 길산의 주변 심복들을 죽여나가는데, 악귀가 따로 없다. 길산에게는 끔찍한 악몽 같은 최형기도 결국은 길산의 손에, 아니 길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백성들의 한 앞에 운명을 다한다.
기대했던 길산의 운명은....?
거의 4천페이지에 육박하는 대하소설을 읽으며, 황석영 작가의 필력에 새삼 감탄한다. 마치 그 시대를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엿본듯 생생한 양민들의 농짓거리, 얼이 살아있는 재인들의 굿판, 무예를 가진 이들의 서늘한 액션 활극,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추격전 등을 아주 종합세트로 부려놓는다. 거기에 구전 설화와 민담 등을 맛볼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재미 포인트이다.
상상력은 또 어떠한가. 이 소설 속에서는 묘옥과 이경순을 제외하고는 역사 속에 이름을 남긴 실존인물들이라는 데, 역사 속 이름 한 두 줄을 바탕으로 팔딱팔딱 뛰는 생명력 넘치는 캐릭터들을 빚어냈으니 실로 놀랍다. 마치 그 시절을 함께 산듯 생생하게 전해져 오는 감정과 풍경 묘사 덕분에, 책을 다 덮고 나서도 조선의 핍박 받는 백성이 된 듯 아련하게 장길산을 떠올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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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은 슬픔이다. 구월산의 가족들이 최형기가 이끄는 관군에 의해 처참하게 죽게 된다. 마음 속에 슬픔을 묻고 다시 길을 나서는 길산은 이들의 한과 아픔을 종식시키는 방법은 한양을 뒤집어 엎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길산에게 가르침을 주었던 운부 대사. 그 역시 임금을 죽이라는 말을 한다.
관군의 구월산 토벌 과정에서 크나큰 아픔을 겪은 원향은 정신을 놓는다. 원향이 모든 아픔을 잊는 방법은 정신을 놓는 길밖에 없었으리라. 그 아픔을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그가 바로 여환 스님이다. 원향과 오래 전 인연이 있었던 여환 스님은 사람들의 병을 치유하고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면서 많은 신도들이 그를 따른다. 그리고 성인이 나타났다는 소문은 민초들 사이에서 점점 퍼져나간다. 여환이 추구하고자 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민초들의 바라는 것은 단지 지금의 이 세상이 끝장나는 것이다. 그만큼 민초들이 살아가는 지금의 삶이 지옥같은 세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거사 일정을 잡고 하늘의 뜻을 실행하고자 하는 여환과 원향. 그러나 하늘은 그들 편이 아니었다. 언제나 배신자는 바로 옆에 있었다. 내 안위만을 위해 대의를 저버리는 그들. 배신의 댓가로 얻은 부로 먹을 걱정 안하고 살아간다한들 수많은 사람을 밀고했다는 자책감과 누군가의 손에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살아갈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여환과 원향은 그들이 바라는 세상을 이루지 못하고 떠나버린다.
고대근 그자의 배신으로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지고지순의 순애보를 보여주었던 이경순도, 김선일도, 김기, 말득이도 고달근을 앞세우고 나타난 최형기에 의해 죽음을 맞는다. 길산은 이 소설에서 가장 악랄한 인간으로 나온 최형기와 대결에서 그동안 그에게 목숨을 잃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한을 풀어준다.
길산이 무수한 소문을 남기고 모습을 감춘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그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길산의 모습을 볼 수 없지만 우리의 가슴에 남아 있음을 느낄 것이다. 조선 중기 서인과 남인의 당쟁 속에서 나라는 혼란 속에 빠지고, 권력을 잡기 위한 싸움의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민초에게 돌아갔다. 어느 누구도 그들의 삶을 보려하는 자는 없었다. 그들의 몸뚱이는 단지 권력있는 자들의 재산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이 바로 우리 민초 이다.
시대의 차이일 뿐 지금도 우리의 정치는 권력을 잡은 자들이 돈에 눈이 어두워 더러운 짓을 벌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이 잡으려는 권력과 돈은 결국 한낱 물거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왜 모를까. 너무도 안타깝다. 우리역사를 돌아보면 어지러운 세상, 잘못된 세상을 바로잡겠다고 나선 사람이 어디 장길산 뿐이었는가. 앞으로도 세상이 올바르게 돌아가지 않을 때 그는 다시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부디 장길산과 같은 이가 나타나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장길산 4권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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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장길산은 장길산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신분의 차별로 한없는 설움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는 커녕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살았던 헐벗은 민초들의 이야기이다. 2권에서는 또 어떤 인물을 만나게 될까? 운부 대사는 조선 불교의 나태한 전통을 바꾸려 하는 인물이다. 민초들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를 자세히 살피고, 민초들과 더불어 세상을 바꾸겠다는 운부 대사가 등장한다. 그는 길산이로 하여금 앞으로 자신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스스로 깨우치게 해 주는 인물이다.
소금장수 강선흥이 집을 떠나면서 한 말이다. 흉년이 들기나하면 굶어죽어 나가는 백성은 한 두 사람이 아니었다. 살기 위해서는 도적이 되어 사는 방법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도사공 우대용이 탐욕에 눈이 어두운 강주인을 혼내주지만 역으로 당하면서 천수, 석서방, 모신, 대용은 자연스레 수적질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누가 이들를 이런 지경으로 만들었는가.
헐벗고 굶주리는 백성이 들끓고 있지만 집강 동춘만 같이 자신의 욕심만 채우는 사람도 있었다. 오직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며 위의 권력에 아첨하고 아래 백성을 짓밟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 앞에서 민초의 목숨이란 벌레보다 못한 것이었다. 길산이는 그런 민초들을 눈으로 보았고, 그들을 구했고, 이 나라를 바로잡으려 한다. 그가 만나서 인연을 맺은 인물들은 하나같이 죽기 직전의 위기에서 만난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조선 숙종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장길산은 민초들이 그 시대를 어떻게 살아갔으며, 그들이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처절한 외침을 그려내고 있다. 최고 위치에서 나라를 이끌어 갔던 양반의 모습은 당파싸움으로 얼룩져 있었다. 남인과 서인의 권력 다툼에 희생되는 것은 민초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민초들의 이야기는 읽을수록 서글퍼진다. 그들의 이야기가 3권에는 어떻게 펼쳐질까 궁금해하면서 3권의 이야기 속으로 바로 들어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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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을 구별하여 사람끼리의 정마저 끊는 자들이 과연 누구겠는가.
길산은 대결에서 두드러지진 않지만 활빈의 마무리를 감동적으로 장식한다. 인간답게 사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 그는 백성들의 비참한 삶을 어루만지고 내일을 살아갈 수 있게 독려한다. 3권에는 한양을 중심으로 신분제를 뒤집으며 세상을 바꾸겠다는 무리가 일어나는데, 이런 역모 사건과 관련하여 한양 조정에서 일어나는 정세 변화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실제 역사에서 있었던 정원태를 중심으로 한 검계 무리와 양반가 사노비들을 중심으로 뭉쳤던 살주계, 이들은 부호와 양반가를 덮치며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게 되고, 본인 역시 무뢰배 생활을 해서 그들의 습성을 잘 알고 있는 포도종사관 최형기는 이들을 토벌하러 나선다. 살주계는 최형기에 의해 거의 와해되고, 검계 마저 은거지를 들킬 찰나에 모신이 꾀를 써서 한양 조정 내 노론과 소론의 분열 과정을 잘 이용하여 최형기를 파직하게 만든다. 우대용에게 배를 대주는 걸로 잠시 나왔던 모신, 이 사람도 보통 사람이 아니다. 김기와 합치면 최고의 모사를 만들어 낼 듯! 최형기는 그렇게 직에서 물러나 장사치로 재산을 불려나가고 있는 가운데, 장길산의 활빈이 조정에까지 소문이 나자 급히 황해도 관찰사로 파견한 승지 신엽에게 발탁되어 구월산 녹림당을 토포하는 토포장이 된다. 그 역시 만만치않게 영리하고 전략적이어서 지박령으로 이미 은거지를 옮긴 장길산을 잡지는 못했지만, 길산과 녹림당의 식솔이 있는 탑고개와 마감동과 오만석이 다스리는 된목이골은 초토화되고, 마감동은 최형기와의 격투 끝에 운명을 달리한다. 특히 가난하고 힘없는 백성들을 짓누르는 양반가들의 폭압에 억울하게 목숨을 잃는 애달픈 백성들이 더욱 눈에 띄는 3권이었다. 조선은 같은 민족을 노예로 삼아 부렸던, 세계사적으로 이례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겉모습이 전혀 다르지 않은 사람들끼리 한 무리를 마치 가축처럼 부리는 야만. 생명에 귀천이 있다고 믿은 오만. 양반의 일은 죄가 되지 않고, 양민의 일은 너무도 쉽게 죄가 되는 부조리함. 여태 읽었던 흑인 인권에 대한 책 속 비참한 삶과 조선 노비나 무고한 양민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음이 너무나 충격이었다. 장길산에게는 정적으로 등장하는 최형기의 존재는 그래서 특별하다. 그의 부모는 아전출신으로 양반이 되지 못하지만 그에게는 출세욕이 그득하다. 하지만 그가 일생 양반으로부터 받은 멸시는 속에 양반에 대한 깊은 혐오감을 자리잡게 했다. 그래서 구월산 녹림패를 토벌하며 마주치는, 버려진 백성들의 한과 나보다 어려운 이들을 돕겠다는 이들의 강한 신념은 그를 흔들어놓는다. "최형기의 마음속에 잠깐의 동요가 일어 지나갔다.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출판사 지원으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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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산 4 황석영 (지음) | 창비 (펴냄)
책의 제목은 장길산이지만 장길산의 이야기가 아니다! 장길산으로 대표되어지는 백성들의 이야기다. 길에서 태어난 생명은 그 길에서 다른 많은 목숨을 살리기 위한 삶을 살았다. 생부가 누구인지 모르고 생모마저 산고 끝에 죽었지만 길산에게는 백성이 어버이였고 또한 길산이 백성의 어버이였을테다.
굶주림에 죽어가고 굶주림에 부모가 자식을 파는 인면수심의 세월은 선과 악의 구분조차 모호하게 만들었다. 묘옥과 길산처럼 어긋나는 인연은 안타까웠고, 사랑을 가슴에 담은 연으로 집안이 적몰되고 자신도 죽음을 맞은 이경순의 삶도 가슴 한 켠이 저릿하게 아팠다. 이문만을 쫒지 않고 사람을 취하고 정을 나눌 줄 알았던 사람 박대근. 나는 그가 참 멋있었다.
관가의 통인으로 자라나 백성의 수모를 겪고 보았음에도 백성이 아닌 양반의 편에 섰던 최형기. 출세에 눈이 먼 그의 칼은 서슬이 퍼랬다. 그 칼날에 쓰러진 장충은 죽음 앞에서도 길산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였다. 길산을 잡기 위해 몇 개의 마을을 쑥대밭을 만들었고 너무 많은 죽음을 만들었다. 제 가족이 죽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봐야 했던 이들이 어찌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었을까.
시집살이도 살아본 사람이 더하다고 하였던가. 핍박과 차별받는 세월을 살았던 고달근은 끝내 제 안위와 영달을 위해 동지들을 최형기에게 넘겼다. 장길산이 찾아올까 두려움으로 지내면서도 부귀영화가 그리도 좋았을까. 남의 눈에 피눈물 뽑아놓고 아래것들 호령하며 배 부르고 등 따시니 그리도 좋았을까. 배신으로 흥했던 고달근은 그 자신도 배신으로 최후를 맞았다.
여환의 미륵도는 성급함으로 멸하고, 활빈도도 사주전으로 꼬리를 잡혀 큰 희생을 보았다. 큰 일을 도모함에 있어 그 일을 그르치는 것은 작은 것에 있었다.
길산이 전해들은 봉순의 최후가 너무 아프다. 아프고 아프다. 다른 여자를 가슴에 품고 사는 지아비의 뒷모습을 보며 눈물짓던 봉순이. 최형기에게 잡혀서도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하지도, 겁을 먹고 약한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다. 아비를 잊지 말라 수복이에게 당부하고 욕을 보이기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모습은 두령의 아내로서 비장하기까지 하였다.
처참했지만 무의미한 죽음은 없었으리라.
*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창비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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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은 스스로 살기 위해 일어났으되, 가는 곳은 여럿이 함께 사람다웁게 살아가는 세상을 세우는 길이다.
길산은 배움을 얻기 위해 금강산에 있는 운부대사를 찾아가서 어떤 도 보다도 백성들의 실제 고통을 이해하려면 스스로 농민이 되어 그 마음을 헤아려봐야함을 깨닫고 몸공부를 시작하게 되고, 역병이 도는 마을을 구호하며 백성들의 삶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길산이 목도한 현실은 뿌리가 없는 광대로서 체념 가득한 채 바라보던 것과 완전히 다르다. 조선은 양반을 위한 나라, 백성들에게는 빼앗긴 세상인 것이다. 고려 권문세가들의 땅을 몰수해 백성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주는 제도를 도입했던 조선이란 나라는 후기에 가서 권력자들의 탐욕으로 부패하고 백성들은 최소한의 삶도 영위하지 못한 채 그들의 부를 불려주는 밑장 같은 신세가 되었다. 불만을 품은 자는 억울하게 형을 살고, 잘못하면 목숨을 빼앗기기도 했다.
도사공이었던 우대용도 춘득이네 상단에서 자리를 얻어 장사치로 다시 시작하지만 어음 사기를 당하고 난 후 차라리 자신의 세력을 조성해 수적이 되기로 결심한다. 송도 거상 배대인의 딸과 혼례를 올린 박대근은 우연히 인삼을 재배하는 기술을 가진 모녀를 돕게 되고, 그들을 활용해 송도 시장의 판도를 바꿀 계획을 세운다. 이런 새로운 시도를 좋게 본 배대인은 박대근에게 모든 재산과 사업권을 물려주게 되는데. 박대근은 아마도 길산의 든든한 뒷배가 될 것 같다. 선비 김기는 자신을 파멸시킨 여첨지네 사노가 된 딸이 그 집안의 며느리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길산의 도움으로 딸과 직접 조우하자 자신의 사사로운 원한을 내려놓고 천민의 마음이 되어 길산과 대의를 함께 하기로 결심한다. 새롭게 합류하게 된 인물들도 생겨난다. 왕실에 뇌물을 주고 불법적으로 나라의 땅에 있는 재물을 착복하는 잠채꾼들. 이런 불법적인 채금광에서 강제 노역을 하다 봉기를 하던 김선일은 길산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제하게 되자 길산의 충직한 하수인이 된다. 대기근이 들자 백성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고, 춘궁기에 백성들을 구휼하기 위해 만들어진 환곡제도는 탐욕스러운 관리들에 의해 악용되어 각종 이자 부담만 더해져 백성들은 굶주려간다. 이를 참지 못하고 민변을 주동했던 최흥복은 관리를 살해한 후 세상을 등지고 자비령의 두령이 되는데. 자비령으로 세를 옮기려는 길산과 만나 뜻을 같이 하게 된다. 길산과 엇갈린 사랑을 하는 여인 묘옥이 자신을 위해 모든 걸 잃은 경순에게 마음을 주고 부부의 연을 맺으려 마음을 먹는 것은 너무나 이해가 가는 전개다. 하지만 묘옥을 제외하고 2권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 대다수가 자신들의 색정과 탐욕으로 일을 그르치는 인물로 묘사되어 있어 보는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보는 재미 때문이겠지만 홍천수를 꾀었던 아녀자나, 첫봉을 배신하고 주지승에게 붙어 모든 걸 발고한 고만이도 그렇고, 몸둥아리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쉽게 살아가려는 것 같은 여성 캐릭터는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한계인가 싶다. "우리는 걸음이요, 너희는 씨앗이며 뿌리와 같으니라.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출판사 지원으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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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1.
조선 후기 숙종 치세를 배경으로 민초들의 삶과 운명적인 사랑, 그리고 새시대를 향한 염원을 담은 대작이다. 한반도 곳곳의 아름다운 산야와 바다, 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등장인물들의 역동성은 그 어떤 무협소설보다 흥미롭고 장엄하다. 또한 길산 봉순 묘옥 경순 여환 원향의 애절한 순애보와 장충 부부의 자식을 향한 묵직한 사랑은 명치를 누르는 가슴 벅찬 감동으로 남는다.
저희들 정치 싸움에 굶주림과 역병으로 죽어가는 백성들은 아랑곳 없는 임금과 벼슬아치들, 권력자의 줄대기에 급급한 하급 관리들, 무능력한 관리 아래에서 부정부패로 재물을 축적하는 양인들, 탐욕 때문에 동지도 팔아먹는 기회주의자들, 욕망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희생 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자들. 오만가지 인간군상이 모여 세상의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들의 횡포와 폭력에 무참히 짓밟힌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의 고통어린 울부짖음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가장 낮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대동세상에 대한 염원을, 가장 미천한 신분으로써 길에서 태어난 이가 그들과 함께 이루고자 하는 설정은 최고 권력자에 대한 도전이라는 것 더 나아가 가장 천한 이로써 가장 고귀한 이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쓰다보니 숙종은 조선 왕조에서 단 일곱 명 뿐인 완벽한 금수저, 적장자 중 한 명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른다.
녹림당이 따로 있을까. 그들의 손에 들려있는 농기구가 어떤 용도로 쓰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일이다. 소설의 마지막 장터에서 장길산이라는 이름으로 죽은 광대의 죽음은 장길산의 죽음임과 동시에 또다른 장길산의 탄생일 것이다. 대동세상은 실패했다. 그러나 그러한 세상을 계속 꿈꿔야하지 않겠는가.
두 달여 정도의 <장길산> 읽기를 마친다. 좋았던 부분은 (좀 엉뚱하지만) 에필로그와 프롤로그였고, 최고는 4천쪽에 달하는 분량에서 한 줄도 놓칠 수 없었던 문장들이었다. 모든 문장의 강약이 조화로웠고 매쪽마다 벅찼다. 말을 보태 작품의 가치를 훼손할까 싶어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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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겨울부터 읽은 [장길산]을 이제 봄에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길산이 언진산에 터를 잡고 관군과 맞설 자금을 조달하고 고달근이 큰 이익을 꾀하다 관가에 검거되자 길산 일당을 밀고하면서 토포관 최형기로 부터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하지만 길산은 고달근을 찾아 징계하여 다스리고 최형기를 처단하고 해서와 관북 일대에는 장길산을 자처하는 무리들이 출몰해 조정을 괴롭히지만, 이후 장길산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일찍이 수년 전에 금강산에서 몇몇 뜻있는 승려들이 모여서 아주의 도를 잃은 정치와 벼슬아치들의 탐학에 관하여 탄식하고 백성들의 참상을 그치게 하는 방도를 논의한 적이 있었소. 그때로부터 승단 내에 추상 같은 기운이 일어나 많은 젊은 수도자들이 뜻을 모아 무리를 이루게 되었고, 여러 곳에서 백성들의 뜻을 위하여 환을 당하고 난을 겪기도 하면서 이 같은 흐름에 합류하여 온 속인들도 많았고. 물론 승단 전체의 뜻은 아니지만, 훌륭한 법사가 되어 불도를 다음 세상으로 전해야 할 기량을 지니고 있는 승려가 있는가 하면 그러한 도가 널리 퍼져 시행될 터전을 마련해야 할 승려들도 있는 것이외다.p---145
극악한 도적 장길산은 날래고 표한함이 비할 자가 없어 여러 도를 왕래한다는데 종적을 헤아릴 수가 없으며 그의 도당이 이같이 번성하여 일 년 이 년 십 년이 이미 지났어도 아직도 잡지 못하고 있도다. 양덕에서 군사를 풀어 포위하였으나 끝내 잡지 못하였으니 역시 그 음흉한 행적을 알 수가 있구나.---p944
작품을 읽고 나니 우리가 알고 있는 홍길동이나 임꺽정이 떠오르는데 장길산은 1974∼1984년에 걸쳐 '한국 일보'에 연재된 장편 소설로 1970년대 우리나라는 군사 독재 권력에 의해 수많은 지식인과 민중들이 억압을 받았던 시대에 탄생되었고 2021년 우리는 지금 바이러스와 싸우면서 실직과 생업에 어려움을 겪는 시대에 다시 책이 합본호로 나왔다는 점이 뜻깊었습니다. 소설의 배경은 18세기 숙종때이고 실존 인물이었던 장길산을 필두로 녹림당을 조직하고, 지배 계층에 좌절하지 않는 민중들의 끊임없는 생명력에 안타깝고 놀라웠습니다. 역사의 주인으로서의 가난하고 갖은것이 없는 민중들의 파란만장한 모습을 그리고 있어 감동이 있습니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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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산 통합본 제4권 황석영 대하소설/ 창비
장길산 4권은 해금 연주에 소질이 있는 임계준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계준은 월선과 짝을 맺지만 돌림병으로 아이를 잃는다. 하나뿐인 딸아이가 죽자 아내 월선은 헛것이 보이고 죽은 딸아이 목소리로 말을 하기도 하고 미래를 예측하기도 하는 신기를 보인다. 두 사람은 굿을 하며 생계를 이어간다. 강령 읍내 좌수 댁 아이의 목숨 굿을 해주었지만 병을 앓던 아이가 끝내 죽자 좌수는 분풀이로 두 사람을 옥에 가둔다. 한참만에 풀려난 이후 시름시름 앓다가 죽은 월선. 계준은 더욱 말이 없어지고 혼자 살아가는데... 마을에서 겨우 목숨만 건진 계화 부부가 원향이를 데리고 이 마을로 찾아온다. 정신을 완전히 놓은 원향이가 서리와 나졸과 함께 가던 이를 베자 감옥에 투옥된다.
《그래, 원향아, 미륵세상이 온단다. 우리 같은 상것들의 원이 쌓이고 쌓여서 도솔천 용화 세상이 온단다. 어서 정신을 차려라." 토포가 있은지 두 달이 지났다. 마을로 내려와 참화가 지나간 자리를 보며 최형기의 이름을 가슴에 새긴다. 월정사로 몸을 피한 어머니 안무당을 만나고 탑 고개를 돌아보며 눈물을 흘린다.
일찍이 해주를 떠난 여환은 무뢰배 등 사람 가리지 않고 모두 친하게 대했다. 여환은 수태사에서 법주 스님을 만난다. 이제 이들은 월정사에서 모두 만난다. 아~ 길산이는 아직 이경순의 아내가 꿈에 그리던 묘옥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모인 이들은 살주계와 검계, 이번에 있었던 대대적인 토포까지 원인과 결과에 대해 논의한다. 팔도의 녹림당과 활빈이 되고자 결맹한 사람들은 지난 3권에서 있었던 일 총정리. 길산은 여환으로부터 여옥의 소식을 듣는다. 이제 이경순과 한 몸이 되어 큰일을 도모하기로 하였으니 어쩌겠는가! 길산의 양어머니 안무당은 원향과 계화를 불러 마지막 인사를 하고 길산이 보는 가운데 조용히 숨을 거둔다. 여옥은 이경순과 평온한 삶을 살고 있었다. 아들 여문이를 키우면서...
길산이 죽은 줄 알고 송림방의 말바위 위에서 자진하려던 묘옥을 구해준 것도 여환이다. 사람들 사이에는 여환이 영험하다는 소문이 퍼진다. 여환의 칠성암 주변에는 여환이 써준 미륵님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집이 열세 집이나 되었다. 여환과 황회는 고을마다 기도처가 생기고 조정과 밀접하여 내막을 훤히 아는 내관이나 벼슬아치 가운데 그들을 밀어줄 자를 찾아야 하고 아전이나 서리라든가 장교들 가운데서도 계원을 심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시동은 양주목에 나아가 진영에 군적을 넣고 징번에 응하였다. 시동은 외삼촌 경립과 그의 동무인 정만일이라는 자를 만난다. 한 달 이상이나 같이 먹고 자게 되니 그들은 단짝패가 되었다. 그들은 잠시 자리를 이탈하는데 군령을 어겼다는 죄로 매를 맞고 하옥된다.
해서 감영의 구월산 토벌 후 사선 골과 탑 고개에 살던 유민들은 감영에서 면밀히 분류가 되어 두 군데로 나누어졌다. 강령진 뱀내와 삭녕으로 옮겨졌는데 겨우 개간하라고 주는 땅도 돌밭이었다. 그 중 전성달이라는 인물은 탄환을 맞았으나 겨우 회생하였다. 자신은 이미 그때 탑고개에서 죽고 없다고 생각하였다. 이서방은 김시동이 상번병으로 한양에 올랐을 때 그의 작은삼촌 오경립을 통해 알게 된 동무였다. 시동은 이들을 검계원으로 끌어넣고 싶었다. 이시흥, 정원태, 조무인, 이두완, 전성달 등은 서로 인사를 나눈다. 그들은 조정에 대한 생각이 나 백성이 무엇이라는 것쯤은 또렷하게 아는 편이었다. 삭녕 장포 사람들과 연천 사람들 역시 장군사를 중심으로 교세가 늘어난다.
그들은 손가락을 베어 맹세한다. 『홍길동과 임꺽정의 이름을 빌려 맹세한다. 서로 배신하지 아니하고 나는 것과 죽는 것을 함께한다.』
시월에 접어들자 구월산은 이름 그대로 가을 산이 되었다. 정신이 돌아온 원향이는 자신이 살던 사선 골 옛터를 찾는다. 『아사달 옛 터전 단군 성조 님의 뜻이 새겨 있으니 너는 가장 크고 깊은 신의 뜻을 이어받은 만신이 되어야만 한다. 네가 서해 용왕님이 지시하신 용녀이고 구월산 산신님의 몸주 받은 큰 무당이니라. 이 따으이 서편에서는 너보다 더 큰 성신을 모신 이가 없다. 』 만신 안무당의 유언이 떠오른다. 원향은 사선골 폐허가 된 가운데 신당을 차린다. 여환과 원향은 부부의 연을 맺는다. 사방에서 모여든 사람들과 우선 사선골의 원혼들을 저승으로 천도하기 위한 해원 수왕굿이 시작되었다. 원향은 용녀부인이 된다. 이제 구월산 이서의 수만신격이다. 이것은 무도의 법도라 계화도 원향이에게 절을 한다. 원향 일행은 하양으로 향한다. 이들은 파주 문산포이경순네 여각에 도착했다. 묘옥은 원향이가 어딘가 낯설지 않았다.
여환은 통문을 썼으니 거사 일자와 체결 내역과 군병의 동원을 밝힌 것이었다. 통문을 나누어 가지고 각자 돌아간다. 이제 거사가 바로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다. 이제 그들은 주상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선봉에 누구를 세워야 하나? 때아닌 번개가 치고 소낙비가 쏟아지는 게 뭔가 불길하다. 이것이 정말 개벽의 조짐인가? 소문은 점점 불어났다. 백성들 사이에서는 '양수에서 성인이 나와 만백성을 구한다더라~' '간밤에 용이 나타났다더라' 소문이 무성하다. 폭우가 내린후 천변대우의 시작이라고 난리들이었다. 이때에 나타나지 않으면 백성들 민심이 흔들릴 것이며 다시 백성들을 모으기도 힘들다. 거사 날짜를 당겨야 한다.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가는데...
가장 시급한 것은 승병을 모으는 일이었는데 이것은 빨리 진행할 수 없는 일이었다. 관가에서도 소문을 들었을 것이고 아전이나 하리배들도 소문을 들었어도 하도 엄청난 노릇이라 감히 고변도 하지 못했다. 자비령 산채에서도 양주의 소식을 전해 들었으나 김기는 거병을 반대한다. 한편 별감 최 모와 군수는 아전 기찰과 장교들을 풀어 시내비골이 향도들을 수색, 체포하기 시작한다. 칠성암에 남아있던 계화를 시작으로 시동의 아버지 김돌손 노인과 그의 형 시금이 등등 줄줄이 잡혀간다. 이 문제로 인해 자비령 식구들은 파주 문산포에 도착하고 길산은 이경순의 집에서 그의 아내가 된 묘옥을 만나게 된다.
대근은 자비령에 들린다. 거의 1년 만의 재회. 궁에서도 큰 변동이 있었다. 장희빈의 아들이 세자에 책봉되는 문제를 의논하고 있었고 중전은 폐위된다. 박대근은 궁의 일을 손바닥 보듯 줄줄 읊는다. 이제 뭔가 제대로 움직여야 할 차례다. 여기서 너무 아쉬웠던 것이 이렇게 마음 맞는 이들이 활빈당이 되기를 원하는 시점에서 이들이 좀더 조직적이지 못했던 점. 당시 통신망의 한계로 연락이 원활하지 못했고 일반 백성들까지 조직적으로 총동원하기엔 신분제 사회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았다.
한편 구월산 산채가 옮겨지고 김선일과 끝춘이는 부부가 되어 객점을 내었다. 끝춘이의 알뜰살뜰한 솜씨에 아쉬운 일이 있으면 마을 사람들은 끝춘에게 와서 부탁할 정도였다. 길산은 산돌, 수돌 형제와 만나는데... 길산은 물어물어 안심사에 도착한다. 혹시나 아버지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하는데...
세상에 명근 스님이 바로 ..... 꿈에도 그리던 친아버지를 만나는 장면은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일가는 왜 이루었느냐며 큰일을 할 놈이 사사로운 인연에 얽매이지 말라며 냉정하게 내치는 스님. 그에게 아버지라 한 번만 불러 보는 것이 길산의 작은 소원이었다. 길산은 많은 인연을 떠나보내야 했다. 양아버지, 어머니, 사랑하는 여인 묘옥, 봉순이와 아들 딸. 그가 이루고자 하는 대의는 그가 자의적으로 원한 것만은 아니었다. 이 시대가 그에게 주는 사명이었을지도!
길산은 아버지 하고 속시원히 불러보지 못하고 묘향산을 내려간다. 기사년은 그들에게 대전환의 시기였다. 재물이 늘어났고 화약과 총포와 동철이 모이기 시작했다. 경기도에는 박대근이 강화에는 홍천수 경강에는 모신이가 파주 문산포에는 이경순이 있었다. 초펀 철원에는 복만이와 고달근이 있었으며 살주계의 중길이 식구들은 혜음령에 은거하였다. 거의 전국 요지를 거점으로 조직망이 형성되는데 아! 안타깝기만 하다. 역사에 만약은 없으되 소설 속에서라도 세상이 뒤집히기를 간절히 바란 탓일까!
급기야 장씨녀는 민비를 몰아내고 왕후가 되었으며 흉년이 거듭되어 아사자의 시체가 도성에서 수도 없이 수구문으로 빠져나가는 참경이 벌어지던 세월이었다. 이 놈의 답답한 조정은 공명첩만 자꾸 찍어냈다. 황석영 작가의 작품에서 당대 지대적 배경을 읽으며 참으로 의아스러웠다. 과연 숙종 때 책에 묘사된 것처럼 이 정도로 백성들의 삶이 피폐했던가! 물론 이것은 소설이므로 장길산이라는 인물의 당위성을 그리기 위한 작품적 요소일 수도 있다. 학창 시절 배운 주입식 역사, 그것이 진리라고 생각했던 어린 날들을 돌아봤다. 역사소설의 진정한 가치는 그것이 그려내는 그시대, 과거에 있어야 하는가? 그것을 집필한 시대, 현재에 있어야 하는가? 고민해 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철원의 고달근은 길산을 찾아와 활빈당에 넣어달라고 하는데.. 아! 이 자가 나중에 뒤통수를 칠 줄이야! 적당한 비유는 아니지만 예수님을 배신한 유다처럼. 고달근 같은 인물들이 여러 차례 나왔다.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인물. 우리는 역사에서 이런 인물들이 수없이 환생하는 것을 봐왔다. 나라나 백성들의 고초 같은 대의적 명분은 전혀 안중에 없는 고달근과 같은 인물하면 딱 떠오르는 것이 이완용같이 나라 팔아 먹은 자들이다. 이 역시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겠다.
조정은 그즈음에 내외가 동요하고 있었다. 기사년에 정국이 바뀌고 나서 한 해도 풍년 든 해가 없었고, 청국에서는 내란이 일어나 총포를 수천 자루나 조공으로 바치라 하였으며 조정에서도 그 여파를 두려워하여 강화도의 축성을 서둘렀다. 또한 청에 갔던 사신이 돌아와 저들의 동행을 아뢰었는데 안팎으로 위기감이 돈다. 좌포청 포도부장 박완식은 예전에 등산곶 만호로서 해서 관찰사 신엽의 부름을 받아 구월산 토포에 나섰던 전 종사관 최형기의 오른팔 노릇을 하던 장교였다. 박완식은 막대한 양의 사전이 나오자 그 원류를 파내려 했다. 그들은 기찰 끝에 까마귀의 객점을 찍었다. 객점에서 사공 하나를 꾀어 이런저런 사정을 물러 사전의 행방을 찾게 되고 사전의 행방을 찾다 보니 이 역시 장길산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최형기는 마감동의 최후를 기억하고 있다. 토포의 실패 이후 신엽의 이임과 더불어 스스로 옷 벗고 나와서는 장길산이라는 녹림 두령의 이름이 그를 끊임없이 괴롭혀왔다. 잡혀온 까마귀는 고달근이며 장길산까지 그 이름을 줄줄이 불었는데... 책의 후반부에서는 목이 바짝 타들어가면서 몇 번이나 손에 땀이 났다. 끝까지 최형기 이 놈이 원수다! 그는 비밀리에 혈당들을 하나둘 잡아들인다. 마침내 길산이 있는 초천말까지 들이닥치는데...
"한국문학은 위대하다!" 내가 한국 문학 서평을 쓸 때 마지막 문장에서 여러 번 반복했던 말이다. 한국 문학이 위대하다는 말의 증거는 대하소설 『장길산』이 있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에서 혼잡한 조정의 현실과 토포로 죽어간 활빈당과 그 가족들, 배고픔과 폭정에 시달리다 죽어간 무고한 백성들의 피울음이 오버랩되면서 차마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새 세상을 꿈꾸는 민초들의 바람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장길산 전 4권에 등장했던 많은 인물들이 떠오른다. 그들 모두가 주인공이 아니었나!
장길산 합본 총 4권의 중간리뷰 60회를 모두 마칩니다..... 재독할 때는 좀 더 여유있게 지도를 펼쳐놓고 따라읽을 생각이다. 지금은 쓰지 않는 지명이 생소해서 한 눈에 그려지지 않는 아쉬움이 있었다. 다시는 긴긴 서평을 쓰지 않으리라 매번 결심하지만 역시 또 길어지고 말았다. 써도 써도 부족하다. 나는 황석영이라는 이름 석 자와 장길산을 완독한 이 순간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한국문학은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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