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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환 시인 겸 평론가의 글(2020. 12. 28)
박선욱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눈물의 깊이』는 다양한 사회적 현실과 일상적 진실에 자신의 촉수를 치열하게 들이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시인은 진중하고 삼엄한 태도로 자신을 둘러싼 일상을 톺아보고, 주변의 사소한 인연과 사물과 자연에게 말을 걸고, 나아가 역사를 돌아보고 시대를 내다본다. 거기서 시인은 한결같이 맑고 투명하고 겸손한 특유의 염결성을 작동시켜 시어들을 벼려낸다. 박선욱 시인의 시편들은 시가 상실했던 전통적 위의가 어떻게 하면 되살아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하나의 모범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나해철시인의 특별한 해설방식은 상투적 주례사 해설을 넘어 매우 위트 넘치고 감동을 실은 또 하나의 장르를 보여주었다. 한편 박선욱 시인은 1982년 '실천문학' 제1회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시집 《그때 이후》, 《다시 불러보는 벗들》, 《세상의 출구》, 《회색빛 베어지다》, 창작동화집 《모나리자 누나와 하모니카》, 청소년 평전 《채광석》, 어린이 평전 《윤이상》, 그림책 《행복한 이티 할아버지》 등을 출간한 장르를 넘나드는 열정의 시인이자 작가다.
(..전략...) 아내는 빈 화분에 대파 같은 줄기와 잎 가지런히 모아 조심조심 흙도 부어주고 두 손으로 꾹꾹 눌러 다진 뒤 물을 주었습니다 다음 날 일어나 보니 거실이 온통 촛불을 켜놓은 듯 샛노란 향기로 가득했습니다 늦봄에 찾아온 한 그루의 축복이었습니다" ㅡ 시 '프리지아' 중(박선욱 제5시집 《눈물의 깊이》에 수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