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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로 채워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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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병풍에 그려진 그림은 중천에 걸려 있는 흐릿한 달, 동풍에 흔들리는 강변의 갈대, 그리고 걸식하는 법사(法師)다. 휘늘어진 버드나무 둥치에 털썩 주저앉은 법사는 달을 향해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내며 격렬하게 비파를 타고 있다. (「달에 울다」, 9쪽)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 「달에 울다」의 시작이다. 달과 갈대, 법사의 모습을 묘사한 병풍. 그리고 그 병풍을 바라보는 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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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병풍에 그려진 그림은 중천에 걸려 있는 흐릿한 달, 동풍에 흔들리는 강변의 갈대, 그리고 걸식하는 법사(法師)다. 휘늘어진 버드나무 둥치에 털썩 주저앉은 법사는 달을 향해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내며 격렬하게 비파를 타고 있다. (「달에 울다」, 9쪽)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 「달에 울다」의 시작이다. 달과 갈대, 법사의 모습을 묘사한 병풍. 그리고 그 병풍을 바라보는 화자는 열 살 소년이다. 강렬한 아름다운으로 잘 알려진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은 한 편의 서정시 같았고 독자를 소설 속으로 끌어당기는 힘을 지녔다. 소년이 사는 산골마을, 사과나무가 가득한 골짜기, 소년과 한 몸처럼 지내는 늙은 백구, 그리고 소년을 미혹하는 소녀 야에코.

 

야에코의 아버지는 촌장의 곳간을 털다가 동네 사람들에게 붙잡혀 죽었다. 어떤 이유인지, 왜 그들은 야에코의 아버지를 죽게 만들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가장 앞장선 이가 소년의 아버지. 하나의 사건으로 앞으로 소년과 야에코의 관계는 결정되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가 병풍의 풍경이 바뀌고 화자는 성장한다. 그러니까 계절이 달라지면 열 살 소년은 스무 살, 서른 살, 마흔이 된다. 자연이 사과를 재배하는 마을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누군가는 마을을 떠나고 누군가는 새로운 문물에 빠져든다. 오직 소년만이 부모님과 함께 그 자리, 그곳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다. 소년이 성장하면서 느끼는 감정, 사랑, 욕망은 때로 솔직하게 때로 거칠게 드러난다. 소녀 야에코를 향한 마음, 아버지에 대한 분노.

 

여름 병풍에 그려진 그림은 산기슭에 걸린 초승달, 천지에 무성한 초록 풀, 그리고 거지 법사다. 높다란 바위 머리에 앉은 법사는 흠집 많은 비파를 여인처럼 끌어안고 격렬하게 술대를 치며 은은한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다. (「달에 울다」, 34쪽)

 

여름은 병풍의 모습처럼 생동감 넘친다. 스무 살의 소년도 그러하다. 야에코와의 관계는 깊어가고 부모님과의 갈등도 생긴다. 아버지를 잃은 야에코는 마을을 떠나지 않고 사과농사를 짓는다. 야에코네 사과는 달고 맛있다. 야에코와 화자는 사랑을 나누지만 결혼을 하지도 함께 마을을 떠나지도 않을 것이다.

 

가을 병풍에 그려져 있는 그림은 그림자 하나 없는 명월, 가을바람에 굽이치는 초원, 그리고 거지 법사다. 흠집 투성이 비파를 등에 멘 장님 법사는 회오리바람에 휘청이며 삭막한 황야를 헤매고 있다. 어디에도 사람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달에 울다」, 67쪽)

 

세상은 변했고 작은 산골 마을은 예전의 모습을 볼 수 없다. 마을의 최고 권력자였던 촌장도 약해졌다. 화자의 진정한 벗 백구도 죽었고 야에코의 어머니도 죽었다. 야에코와의 사랑도 끝났고 그녀는 비누 공장에 나간다. 나만 오롯이 산골 마을에 남아 사과농사를 짓는다. 야에코에게는 아이가 있고 그녀는 마을을 떠난다. 그녀를 배웅하는 건 나의 몫이다.

 

겨울 병풍에 그려져 있는 그림은 잘 닦인 겨울 달, 얼음과 가루눈에 갇힌 산정호수, 그리고 거지 법사다. 자신이 파낸 볼품없는 눈 동굴 속에 앉아 있는 법사는 얇은 누더기를 걸친 채 미동도 하지 않고, 낮에도 여전히 팽창을 계속하는 얼음의 비명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달에 울다」, 92쪽)

 

마흔 살이 된 나에게 남은 건 사과나무뿐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도 차례로 돌아가셨다. 혼자 남은 화자 그의 쓸쓸함이 전해진다. 마을을 떠났던 야에코는 돌아왔지만 눈 속에서 죽은 그녀를 발견한다. 상징과 은유로 채워진 소설, 인간의 심연과 고독을 병풍 속 법사의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그러니까 법사는 곧 화자인 것이다. 삶은 이처럼 허무한 것일까.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에서도 마찬가지다. 검둥이를 데리고 고향인 M 마을로 돌아온 화자는 직장을 잃었고 가족과 헤어졌다. 심지어 정신이 이상하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고향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이가 있는 건 아니다. 쇠락한 마을엔 사람이 살지 않는다. 화자는 모든 걸 버리려 그곳을 찾았지만 그 안에서 어떤 욕망과 마주한다. 홀리듯 들리는 피리새의 소리. 어린 시절 집집마다 조롱을 매달았던 기억.

 

어디서 나는 소리일까. 마을을 헤매다 노인을 발견한다. 너무도 잘 차려진 밥상과 피리새. 화자는 피리새를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은 노인에게서 강제로 빼앗는다. 그 노인에게 딸이 있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빨간 하이힐을 신은 딸이 노인을 돌보고 화자에게서 다시 피리새를 가져간다. 노인에게도 피리새는 중요했다. 피리새는 「달에 울다」속 사과나무 같은 존재다. 삶의 이유가 되는 존재.

 

생각해 보면 겁에 질려 살아온 40여 년이었다. 잃는 게 두려워 분투했음에도 나는 차례차례 잃어만 갔다. 그러나 나는 많은 것을 잃었기에 나 자신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지금 내 주위에는 나밖에 없다. 나는 그런 나에게 눌리어 숨이 막혔다.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151쪽)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묘한 전개. 환상을 통해 화자의 현실을 더욱 부각시킨다. 나약하고 무기력한 존재라는 사실을 말이다. 빨간 하이힐의 여자를 미행하고 마을의 온천에서 노인과 마주하고 혼잣말을 하는 화자. 그가 정말로 원한 건 무엇이었을까. 아니, 마루야마 겐지가 말하고 싶었던 건 무엇일까. 채우려 해도 결국엔 공허만 남는 게 삶이라는 사실은 아니었을까.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s 2021.01.19. 신고 공감 4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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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울다 - 마루야마 겐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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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소설을 읽으면서 이 책의 글귀들이 참 아름답다고 느끼는 책들이 있다 그런 책을 만나면 내 안에 소중한 무엇인가가 들어오는 듯하다. 시의 함축성과 소설의 서사성을 갖춘 천 개의 시어詩語가 빚어낸 한 편의 아름다운 소설 이라고 이 책 <달에 울다> 소개글에 써 있어서 이책을 선택하는데 참고했고 책 표지에 나무 한그루가 왠지 쓸쓸해 보여서 더욱 끌렸다. <달에 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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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소설을 읽으면서 이 책의 글귀들이 참 아름답다고 느끼는 책들이 있다 그런 책을 만나면 내 안에 소중한 무엇인가가 들어오는 듯하다. 시의 함축성과 소설의 서사성을 갖춘 천 개의 시어詩語가 빚어낸 한 편의 아름다운 소설 이라고 이 책 <달에 울다> 소개글에 써 있어서 이책을 선택하는데 참고했고 책 표지에 나무 한그루가 왠지 쓸쓸해 보여서 더욱 끌렸다.

<달에 울다>는 두편의 소설로 이루어졌다. '달에 울다'와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이렇게 두편의 소설이다. 단편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길은 중편의 소설이다. 달에 울다는 페이지에서 10줄 안팎으로 읽기 쉽게 나누워져 있다. 그래서 책을 읽는데 편하게 잘 읽어지고 내용들의 글이 정말 특별함이 있다. 조롱을 높이 매달고는 소설 같이 쓰는 형식으로 주인공의 이야기를 잘 이야기했다. 두편다 물론 주인공들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듯 정말 흥미로운 소설이다. 이렇게 생각해내는 작가 '마루야마 겐지'의 특별함에 놀랐다. 문학계신인문학상과 아쿠타가와상을 최연소로 수상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작가임에 틀림이 없다.


달에 울다는 이렇게 시작된다. 봄 병풍, 그리고 중천에 걸려 있는 흐릿한 달, 거기에 걸식하는 법사(法師) .... 여기서 법사는 자기 자신을 표현한다. 그리고 나의 30년전 열살의 이야기로 시작을 한다. 참흥미로운 소설이다. 야에코가 있는데 야에코의 아버지는 촌장집을 털다가 들켜서 동네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한다. 나는 사과밭을 가진 농나의 외아들이다. 야에코는 마을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야에코에게서는 사과꽃 향기가 난다. 야에코네 사과가 최고로 맛있었다. 나는 백구를 키우고 있다. 이렇게 시작하는 이 책은 여름, 가을, 겨울로 이어지고 거기에 20살, 30살, 40살의 나로 이야기를 한다. 계절에 따라 표현하는 나는 무척이나 외로웠고 고독했고 슬픔이 가득해보인다. 특히 한 여인인 야에코만을 짧은 기간동안 사랑했는데 평생 잊지 못하는 여인이다. 모든 사물을 보는 시점이 특별해서 표현하는 것들이 아름다우면서 그것을 읽어 내려가는 데 잘 읽혀졌다. 항상 무슨일이 있을 때 병풍속 법사가 움직였고 달의 모습또한 나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가을에 떠났던 야에코가 겨울에 집에 돌아왔던 모습에서 더 고독하게 만든다. 백구가 죽고 나는 혼자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서도 무척이나 무덤덤한듯 인생이 흘러갔다. 특히 이 책에서 사과꽃 향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어디서 향기가 나는 듯했다.

나는 그 모두가 확실하게 보이기 직전에 몸을 뒤척여 쓰러진 병풍에서 등을 돌린다. 조금 전까지 마을 하늘에 떠 있던 달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p115

마지막에 써있는 이 글이 더욱더 고독하게 만들었다. 누구든지 끝은 있다. 그 끝이 혼자가 된다는 것은 다들 알지만 이렇게 책으로 읽으니 더욱 쓸쓸하게 느껴졌다. 책을 읽으면서 부모님이 반대를 했지만 그래도 야에코와 잘 되길 바랬다. 주인공 나가 최고로 행복했던 시간은 그래도 야에코와 함께했던 시간인듯하다. 행복하기를 바랬는데 헤어지고 평생을 이렇게 혼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많이 쓸쓸할듯하다. 자기 머리맡에 있던 병풍아래서 40년이라는 세월동안 잠을자고 일어나고를 반복하며 살았던 주인공을 표현하며 글을 써가는 작가의 글들이 참 흥미로웠다.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는 이렇게 시작된다. 겨우 2센티미터 쌓으로 거리 질서가 엉망이 되어버린 그날 저녁, 그 돌팔이 의사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나지도 않는 소리가 들리거나 있지도 않은 사물이 보이면, 이미 우리 병원의 훌륭한 환자입니다." p119

나는 42살이다. 직장에서 쫓겨나고, 아이들과 아내에게서 버림받았고 직장을 잃으니 가족도 잃었다. 앞에 문장같이 정신이 이상하다고 말한다. 늙은 개 한마리를 차에 태우고 무작정 고향 마을인 M마을을 찾아간다. 이렇게 나의 전반기가 끝이 났다. 후반기의 인생은 어떨지? 늙은 개를 태우고 고향마을 가기전 K시를 들른다. 거기서 식료품과 필요한것을 사고 고향 마을에 갔지만 폐허가 되어 있다. 마치 자기 인생도 폐허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자기에게 남은 것은 아무도 없고 늙은 개 하나 뿐이었다. 고향 마을에서 항상 피리새를 키우고 싶었고 거기서 만나는 노인에게 빼앗기도 하지만 노인우 온천을 하면서 빨간구두의 딸이 가져다주는 음식을 먹고 사는듯하다. 나는 두개의 나가 있다. 마치 천사와 악마가 있듯 그리고 가끔 환상 속에서 말을탄 기마무사들이 보인다. 빨간하이힐의 여자가 힘들어 박스 속에서 울던 모습을 보며 자신의 힘듬을 생각했을듯 노인을 죽이고 싶었다. 죽음은 노인이 선택했다. 어느 날 늙은 개가 죽고 나는 정말 혼자가 되었다. 나는 고독했고 쓸쓸했고 외로웠지만 잘 버팅겼다. 내안에 다른나와 대화하고 상의하는 모습들에서 더욱 쓸쓸해보였다.

느릅나무에 기어올라가 조롱을 높이 매달았다. 느릅나무는 잎사귀가 난 부분에 연한 노란색을 띤 작은 꽃을 듬뿍 달고 있었다. 하늘에는 수많은 잠자리가 날고 있었다. 나는 조롱에 달린 문을 올려서 열어젖히고, 그것이 내려오지 못하게 고무줄을 꽉 묶었다. 피리새는 해방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계속 조롱 안에서만 지저귀었다. p263~264

나는 M마을에서 떠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듯 피리새도 조롱에서 풀어주었다. 그 다음 그곳을 나가듯 그 안에서 살든지 그것은 피리새의 몫이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내안에 갇혀서 아무것도 안하고 살든지 이것을 헤쳐나가든지 말이다. 나는 M마을을 떠나 근처에서 살아되었다. 나가 M마을에 들어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가 왔다갔다 글이 이어졌다. 참 흥미롭게 이야기를 읽으니 재미났다 과거의 나보다는 현재의 나가 더 좋기를 더 발전하기를 희망해본다.

마루야마 겐지의 달에 울다는 두편다 색다르다. 내용 표현의 놀라웠다. 내가 나가 아닌 다른 나가 등장한다. 그리고 강렬하게 사과꽃 향기가 나는 야에코나 빨간 하이힐의 여자가 등장한다. 거기에 백구, 늙은 개같이 동물들이 등장한다. 피리새는 항상 나옆에 있는 듯하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 미래가 있다. 거기에 고독, 외로움, 쓸쓸함이 가득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혼자서도 참 잘 살아가는 듯했다. 아플때는 정말 약이라도 사다주고 싶게 만드는 주인공들이다. 글들이 생각하고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만든다. 그런데 작품이 조금은 우울하고 무거웠다. 왠지 주인공 나가 착하고 답답하기도 했다.그래도 좋았다. 작가의 다른 책들이 많이 궁금해진다. 찾아서 읽을 생각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달에울다 #조롱을높이매달고 #중편소설 #자음과모음 #마루야마겐지 #한성례옮김 #컬처블룸 #도서협찬 #컬처블룸리뷰단 #소설 #소설추천





k*****7 2021.02.26.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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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야마 겐지의 수작 [달에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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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고 단단한 고독을 그린 마루야마 겐지의 수작>     마루야마 겐지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생각해보니 그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어 이 책에 대한 궁금함이 앞섰다.   이 책에는 두 편의 소설이 실려있는데  처음 <달에 울다>는 문단이 시의 한 연처럼 나누어져 있다는 점에서 독특했다.     #달에울다 사과밭 농가의 아들로 태어나 줄곧 그곳에서 살아가는 한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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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고 단단한 고독을 그린 마루야마 겐지의 수작>

 

 

마루야마 겐지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생각해보니 그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어 이 책에 대한 궁금함이 앞섰다.

 

이 책에는 두 편의 소설이 실려있는데 

처음 <달에 울다>는 문단이 시의 한 연처럼 나누어져 있다는 점에서 독특했다.

 

 

#달에울다

사과밭 농가의 아들로 태어나 줄곧 그곳에서 살아가는 한 청년. 아버지가 죽인 남자의 딸인 '그녀'를 사랑하지만, 줄거리만 이러할 뿐 청년의 내면에 더 집중된 소설이다.

 

 

#조롱을높이매달고

가족에게 버림받고 M마을로 들어온 사내.

그 마을은 폐허라 아무도 살지 않지만, 몸 파는 딸이 벌어다 준 돈으로 여유롭게 살고 있는 노인을 만난다. (여기서 여유는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노년의 시간을 흘려보낸다는 느낌이 더 맞겠다.)

 

 

주인공들은 모두 '공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런 주인공들의 내면 묘사가 예사롭지 않다.

생애 첫 작품으로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작가가 모든 문학상을 거부하고 은거하며 창작 활동에만 전념했다고 하니 자신의 생각이 담길 수밖에 없을 텐데, <달에 울다>에서는 병풍의 '법사'를 통해, 두 번째 단편에서는 자신의 '흑과 백' 같은 마음이 또 하나의 자아를 표현한다.

 

소설은 잘 읽히지만, 그 안에 담긴 작가의 생각은 깊숙이 숨겨져 있다. 

다만 그걸 독자가 찾아내라는 불친절이 아닌 작가 자신이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삶을 표현해 내면서 스스로 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전진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을 하나씩 읽어나간다면 그의 생각을 조금 더 제대로 공감할 수 있게 될까?

 

 

 

YES마니아 : 골드 y******2 2021.01.31. 신고 공감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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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울다 - 아름다운 문장에 고독을 담아낸 두 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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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달에 울다 글쓴이: 마루야마 겐지 옮긴이: 한성례 펴낸 곳: 자음과모음       '꼭 돌아오겠다며 약속하고 떠난 님. 기약 없는 이별에 님이 떠난 자리에 오도카니 서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네. 오늘은 오실까? 내일이면 오시려나? 사랑하는 님을 기다리다 슬픔에 겨워 쓰러진 이는 이제 한 그루 나무가 되어 오늘도 변함없이 님을 기다리네.'        황량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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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달에 울다

글쓴이: 마루야마 겐지

옮긴이: 한성례

펴낸 곳: 자음과모음

 

 

 

'꼭 돌아오겠다며 약속하고 떠난 님.

기약 없는 이별에 님이 떠난 자리에 오도카니 서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네.

오늘은 오실까? 내일이면 오시려나?

사랑하는 님을 기다리다 슬픔에 겨워 쓰러진 이는 이제 한 그루 나무가 되어 오늘도 변함없이 님을 기다리네.'

 

 

 

 황량한 벌판에 홀로 서 있는 고목. 고달픈 가지와 잎사귀에 내려앉는 차가운 달빛. 고요하고 쓸쓸한 그 광경을 보고 있노라니 『달에 울다』라는 제목에 가슴이 시렸다. 표지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님과의 이별을 견디지 못하고 눈을 감은 이가 나무가 되어 여전히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닐까... 작가의 이름이 생소했다. 마루야마 겐지. 독특한 문체를 지향한다는 그는 현역 편집인들이 선정한 '일본 현대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가 베스트 14'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시의 함축성과 소설의 서사성을 갖춘 천 개의 시어가 빚어낸 한 편의 아름다운 소설'이라는 소개 문구에 걸맞게 아름다운 문장이 많았다. 가슴 깊숙이 고이 접어둔 빛바랜 추억을 조심스러 꺼내 보는 느낌. 아름다운 문장에 취해 이야기 속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나는 독자가 아닌 관찰자가 되어 화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었다.

 

 

 


 

 

 

 

달에 울다

 

첫 번째 소설 『달에 울다』에서는 10살 소년에서 40살 노총각으로 늙어버린 주인공의 일생이 펼쳐진다. 곳간을 털었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에게 쫓기는 야에코의 아버지. 주인공인 '나'의 아버지는 생선 껍질로 만든 번뜩이는 옷을 입고 다리를 절며 도망자를 추격한다. 결국 야에코의 아버지는 험한 꼴로 처형당하고 야에코는 어머니와 함께 시내로 피신했지만 금세 마을로 돌아온다. 20살이 된 '나'. 살림은 여전히 넉넉하지 않다. '나'는 야에코와 몸을 섞는 깊은 관계에 빠져들고 둘의 사이를 눈치챈 아버지가 쓴소리를 하지만 아무 소용 없다. 30살이 된 '나'. 어릴 적부터 키웠던 개 '백구'는 죽고 부모님은 여전하다. 2년 전 야에코는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았다. '나'와의 관계는 이미 7년 전에 끝나버렸다. 야에코는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아이와 함께 마을을 떠난다. 그 마지막 길을 '내'가 배웅한다. 어느덧 40살이 된 '나'. 3, 4년 전, 부모님이 연달아 돌아가시고 '나'는 홀로 남았다. 인생의 전부였던 사과나무밭에 메인 '나'는 쇠락하고 황폐해진 마을을 떠날 수 없다. 펑펑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 날, 10년 만에 야에코가 집으로 돌아온다. 숨을 거둔 채 소복한 눈 아래 묻혀 있던 야에코를 발견한 '나'. 약 천 일 동안 그녀와 보낸 추억 그리고 백 그루가 넘는 사과나무를 떠올리며 '나'는 그 둘에 매달려 살아간다. '나'의 인생을 그렇게 끝날 것이다. 몽환적인 느낌으로 꿈속에서 헤매는 것 같던 소설 도입부를 지나, '내'가 나이 들어감에 따라 소설은 점점 현실적인 민낯을 드러냈다. '내'가 자는 방에 있던 병풍 속의 법사는 마음껏 방황하며 훨훨 날고 싶은 '나'의 분신이자, 아버지 그리고 야에코의 아버지이기도 했다. 읽고 지나친 문장을 다시 되짚으면 아스라이 피어오르던 장면이 더 생생하고 또렷해진다. 코끝을 스치고 지나가는 사과향기에 뭉클해진 가슴은 이내 참지 못하고 눈물 한 방울을 떨어트렸다.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두 번째 소설 『조롱을 높이 매달고』는 좀 심오한 작품이었다. 42살의 남자가 피리새 소리를 따라 어린 시절에 살았던 고향 M 마을로 향한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몇 년간 돈을 벌고 돌아온 남자에게 이제 예전의 가족은 없었다. 서먹하고 데면데면한 아내, 자식과는 연을 끊고 각자의 인생을 살기로 했다. 20년을 일한 그에게 남은 거라곤, 겨우 손에 쥔 약간의 목돈과 폐차 직전의 승용차 그리고 말라빠진 늙은 개와 무거운 피로감뿐이다. 어린 시절 그의 부모님은 M 마을에서 온천객을 상대로 채소 조림을 팔며 생계를 꾸렸다. 지독하게 가난했던 그 시절. 그는 30여 년 전에 부모님과 함께 도망치듯 떠났던 그 M 마을에서 여생을 보내고자 한다. 주인을 잃은 건물이 즐비한 그곳에서 과거 이발소였던 건물 2층에 짐을 푼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M 마을에 한 노인이 살고 있다. 노인의 피리새를 몇천 원에 빼앗듯이 데려온 남자는 어느 날 조롱이 사라졌음을 알고 한달음에 노인에게 달려간다. '노인의 낙을 빼앗지 말아 주세요.' 노인이 건넨 쪽지를 보고 남자는 단번에 노인을 돌보는 딸의 정체를 떠올리게 된다. 일전에 보았던 빨간 하이힐을 신은 여인. 그녀는 가까운 K 시에서 밤거리를 헤매며 상대를 찾는 직업여성이다. 그는 모르겠다. 그녀와 어떻게 해보고 싶은 건지, 아니면 단지 할 말이 있는 건지. 그는 모르겠다. M 마을에 살려고 간 건지, 죽으러 간 건지. 그는 모르겠다.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가 M 마을에 머문 물리적 시간은 분명 얼마 되지 않을 터인데 마치 영겁의 세월처럼 그와 나의 목을 조이며 파고들었다. 답답하고 갑갑한 마음. 삶의 의지를 잃고 본능에 의존하여 이어가는 무기력한 나날. 돌팔이 의사가 말했듯이 그는 미쳤는지도 모른다. 자꾸 헛것을 보니 말이다. 하지만 그가 목격한 노인의 최후는 사실이었을 터. 여전히 단조롭고 시시한 삶을 살고 있지만, 그는 M 마을에서 겪은 일들을 계기로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듯하다. 밤이면 아파트에 틀어박혀 술을 마시고 취하면 잠이 들고 M 마을에 관한 꿈을 꾼다. 그리고 피리새를 떠올리곤 한다.

 

 

 

 <달에 울다>, <조롱을 높이 매달고>. 이 두 작품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책 제목이기도 한 작품 <달에 울다>를 꼽겠다. 어쩌면 너무 무지하여 잔혹했던 그 시절, 지독한 가난을 견뎌내며 뚜렷한 미래를 꿈꿀 수 없었던 순간. 한 여자를 탐닉했던 3년의 추억을 붙잡고 반평생을 살아낸 남자의 짙은 쓸쓸함에 연신 마른침을 삼켰다. 이런 인생도 있구나. 분명 아름다운 상황이 아닌데도, 마치 시를 읽는 듯한 문장에 속아 아름다움에 취한 묘한 경험을 맛보았다. <조롱을 높이 매달고>는 인생에 실패한 한 남자의 광기 어린 넋두리를 듣는 것 같아 초반에는 살짝 지루했지만, 하이힐 신은 여인이 등장하고 남자의 사연을 어느 정도 알게 된 중반부부터는 소설이 활기를 띠며 다음에 벌어질 상황이 궁금해진다. 죽을 것인가, 살아남을 것인가? 그렇다면 어떤 모습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답을 얻을 때쯤, 어느새 남자의 인생에 동화되어 나 역시 아련하게 피리새를 쫓고 있었다. 이토록 서평이 길어진 걸 보면, 분명 이 책이 어떤 식으로든 내 마음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리라. 그래, 이 책은 좀 특별했다.

 

 

 

 


 

 

 

 

 

s******g 2021.02.0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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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울다】 시어의 울림같았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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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텔레비전 따위는 보지 않고도, 사과와 더불어 20년을 살아온 것만으로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아버지 같은 남자들이 대륙에서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짐작이 간다. 명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변명은 거짓말이다. 사람들은 온갖 짓을 다 저지르고도 나중에 입을 삭 닦고 잘 살아간다. 인간이란 그런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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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텔레비전 따위는 보지 않고도, 사과와 더불어 20년을 살아온 것만으로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아버지 같은 남자들이 대륙에서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짐작이 간다. 명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변명은 거짓말이다. 사람들은 온갖 짓을 다 저지르고도 나중에 입을 삭 닦고 잘 살아간다. 인간이란 그런 동물이다. _41p.

 

시일까? 소설일까? 짧은 흐름을 이어가며 주인공, 주인공이 사랑하는 소녀 야에코, 아버지, 법사, 병풍과 사과밭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어린 시절 야에코의 아버지가 마을 사람들에 의해 사망하게 되고, 그 사건이 있었음에도 마을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사과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모녀. 화자인 '나'의 흐름으로 이어가는 이야기는 글에 등장하는 법사와 병풍의 변화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생각해 보게 되는데 이야기의 마지막에 다다를 때 즈음 어.. 어...? 어!!! 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조롱을 높이 매달고> 역시 쉽게 읽히는 글은 아니다. 직장에서도 내쫓기고, 가족들에게도 내몰려 아무도 살지 않는 어린 시절 살던 고향에 내려와 인생의 후반기를 살겠다고 결정한 한 남자의 이야기가 담담하면서도 조금은 환상동화 같은 느낌이랄까? 주인공의 환상으로 보이는 세 명의 기마 무사와 노인, 그리고 그 노인을 부양하는 딸의 관계를 천천히 짚어가며 읽어보게 된다. 전체적으로 살짝 다운된 느낌의 글이고, 쉽게 책장을 덮을 수 없어 이 책을 옮긴이의 글을 읽어보고서야 앞의 내용들이 퍼즐처럼 맞춰지는 듯했던 글. 다시 읽어도 역시 인상 깊이 남았던 글은 <달에 울다>. 시의 함축성과 소설의 서사성, 천 개의 시어가 빚어낸 소설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던 글이 아니었나 싶다.

 

"잘 있어" 하고 법사는 중얼거린다.

바람 소리가 마치 칼 휘두를 때의 신음 같은 소리를 낸다. 초원을 헤쳐 가며 한 발자국씩 내디딜 때마다 "잘 있어"를 되풀이한다. 그렇게 그는 '어제'와 헤어져간다. 아마 날이 밝기 전에 바람과 풀, 달빛밖에 없는 황야를 가로지를 것이다. 그대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는 분명 유랑을 그만두고 싶다. 그래서 사과밭 골짜기로 향하고 있다. 그곳에서 그는 비파와 승복을 태워버리고, 숨 쉬는 횟수를 반으로 줄이고, 여생을 사과나무에 맡길 작정일 것이다. _87p.

 

사람들은 잘 때마다 쇠약해진다.

그들은 매일 실컷 먹고 마시는데도 오히려 살아갈 힘을 잃어간다. 이제 그들에게는 누군가를 몰아붙여 숨통을 끊어놓을 터무니없는 힘조차 없다. 사람들은 죽지 않기 위해 살지도 않고, 살기 위해 살지도 않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_112p.

 

생각해 보면 겁에 질려 살아온 40여 년이었다. 잃는 게 두려워 분투했음에도 나는 차례차례 잃어만 갔다. 그러나 나는 많은 것을 잃었기에 나 자신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지금 내 주위에는 나밖에 없다. 나는 그런 나에게 눌리어 숨이 막혔다. _151p.

 

빼도 박도 못하던 날들은 이미 소멸했고, 나는 해방되었다. 이제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지만, 나 역시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겠다. 더욱이 이런 상태라면 스스로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_155~156p.

 

#달에울다 #마루야마겐지 #한성례 #일본소설 #도서협찬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독서노트 #필사 #동아D3_20 #하이브리드3색펜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d******7 2021.01.3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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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과 공간에 대한 집착과 고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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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인데 시어로 이루어져 이미지가 떠오르는 작품.   마루야마가 겐지가 그린 수작. 이 작가는 '소설은 너무 이완되어 있고, 시는 너무 긴장되어 있으며, 이 두 장르의 중간이 영화.' 라고 했다. 그에 대한 관점에서 나온 시소설이란 색다른 장르의 작품이다.   소설이라 서사성이 있으되, 그 중간 중간 시어로써 표현되어 있다. 그로 인해 시적인 함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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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인데 시어로 이루어져 이미지가 떠오르는 작품.

 

마루야마가 겐지가 그린 수작. 이 작가는 '소설은 너무 이완되어 있고, 시는 너무 긴장되어 있으며, 이 두 장르의 중간이 영화.' 라고 했다. 그에 대한 관점에서 나온 시소설이란 색다른 장르의 작품이다.

 

소설이라 서사성이 있으되, 그 중간 중간 시어로써 표현되어 있다. 그로 인해 시적인 함축성과 이미지가 담겨 있어서 이미지가 떠오르는, 작가가 원한 영화같은 작품이다.

 

소설은 2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고독과 공간에 대해 이야기 한다. 1편은 '나'가 한 평생 고향에서만 살아가며 생기는 고독함을 또 다른 '나'가 병풍속에 존재하며 사계절을 겪는 이야기를, 2편은 타지에서 힘들게 살다 몇십년만에 돌아온 사람의 고독함을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이야기한다.

 

시소설이란 색다른 장르에 혹해서 본 책이다. 읽어보니 호불호가 명확한 장르였다. 서사성이 있다는 점에서 소설은 소설이지만 그 표현을 시어로 한 부분이 많았다. 그렇기에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지 않고 시점과 공간이 띄엄 띄엄 표현되고 내용 또한 그렇다. 그래서 한번에 읽히지 않고 이 표현은 무얼 말하는지, 어떤 이미지인지 천천히 생각하면서 읽어야 했다. 이런 느낌이 좋은 사람에겐 하나의 작품으로 좋겠지만 읽기 편하고 재미있는 작품을 원하는 사람에겐 비추.

 

호불호를 떠나 함축성과 이미지가 있다는 시소설의 특성이 작가가 표현하려는 고독함이랑 찰떡같이 어울렸다. 고독이란걸 담담하게 표현하지만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어서 단순하지 않았다. 오히려 짧게 표현한 부분이 더 처절하기도 했으며 시적인 부분이 더 와 닿아 마음을 씁쓸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1편은 또 다른 나라는 흔한 소재를 항상 방안에 있는 병풍속에 존재하며 그림을 계절별로 이미지화한 점이 좋았고, 2편은 처절하고 안타까운 삶을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과 공간을 통해 표현한 점이 좋았다.

이 모든게 시어라는 표현으로 인해 완성되는 느낌.

 

가을 날, 빗소리가 들리는 날, 따뜻한 차 한잔 또는 술 한잔 마시면서 혼자라는 고독과 고독함이 표현된 공간을 느끼면서 보기 좋은 책.

일본 특유의 고향과 공간에 대한 집착을 고독함과 함께 잘 그렸냈다고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h******0 2021.01.23. 신고 공감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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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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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운다,도 아니고 달에서 울다,도 아니다. 달에 울다. 이게 무슨 말일까 한참을 생각했다. 소설은 계속해서 '생각하며' 읽어야 했다. 단 한줄도 그냥 쓴 것 같지 않은 마루야마겐지의 그 단단하고 묵직한 문체를 좋아하지만, 특유의 그 '생각하게 하는' 문장들은 여전하다. 아니지,  (좋은 방향으로) 더 심해졌다. 구도자의 사유가 응축된 문장들은 아름답지만, 그래서 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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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운다,도 아니고 달에서 울다,도 아니다.

달에 울다. 이게 무슨 말일까 한참을 생각했다.

소설은 계속해서 '생각하며' 읽어야 했다. 단 한줄도 그냥 쓴 것 같지 않은 마루야마겐지의 그 단단하고 묵직한 문체를 좋아하지만, 특유의 그 '생각하게 하는' 문장들은 여전하다.

아니지,  (좋은 방향으로) 더 심해졌다.

구도자의 사유가 응축된 문장들은 아름답지만, 그래서 한편 어렵기도 하다.

형식도 낯설고 새롭다.

시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구현했다고 하는데

역으로 기존에 알고 있던 소설의 문법이 아니어서 꽤 작정하고 읽어야 했다.

뭐, 쓰는 사람이 그토록 수행과 구도자의 자세로 쓰는데, 읽는 독자도 이 정도의 정중한 태도는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닌가 싶다. 아무튼 썩 즐거운 고통이다. 

내가 마루야마 겐지를 오래도록 좋아했던 이유는 그토록 쓸쓸하고 아름다운 문장, 지극히 고독한 정서 때문이다.

마치 독주를 입 안에 물고 천천히 목 뒤로 넘기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소설은 전체에 두 편의 중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조롱을 높이 매달고 보다는 표제작 달에 울다가 조금 더 낫다.

읽고 나서 궁금했던 점.

1. 야에코가 기르던 사과는 도대체 어떤 맛이었을까. 매일 아침 사과를 반드시 먹어야 하는

   나도 야에코의 사과에 버금가는 맛은 못 본 것 같은데!

2. 중요한 장면마다 등장했던, 읽기만해도 비린내가 번졌던 생선 껍질 옷이란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옷일까. 도무지 생소해서 머릿속에 그려지지조차 않았던 패션이다.

3. 주인이 사랑을 나누는 동안 조금 떨어져서 주위만 살피던 똑똑한 개 백구는 고요히 눈을 감을때 어떤 심정이었을까.

 

* 예스24 서평단 자격으로 쓴 리뷰입니다.

 

d******2 2021.01.1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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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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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야마겐지의 시소설 [달에 울다]를 읽었다. 시소설이라는 장르는 처음 들어보았다. 시의 서정성이 흠뻑 담긴 소설이라고 할까. 마치 옅게 뻗은 산과 마을의 정경이 담긴 담채화를 보는 기분이랄까. 고즈넉하게 찾아온 두 편의 중편이 담긴 [달에 울다]는 표지부터 깊은 고독과 심연의 고뇌 속으로 독자를 안내할 준비를 마친듯 했다. 1. 내면의 목소리를 듣다. 이 책에서 두 주인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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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야마겐지의 시소설 [달에 울다]를 읽었다. 시소설이라는 장르는 처음 들어보았다. 시의 서정성이 흠뻑 담긴 소설이라고 할까. 마치 옅게 뻗은 산과 마을의 정경이 담긴 담채화를 보는 기분이랄까. 고즈넉하게 찾아온 두 편의 중편이 담긴 [달에 울다]는 표지부터 깊은 고독과 심연의 고뇌 속으로 독자를 안내할 준비를 마친듯 했다.

1. 내면의 목소리를 듣다.
이 책에서 두 주인공은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인다. 사랑하는 사람을 내내 그리워하지만 그를 주저앉히지도, 이곳을 떠나지도 못하는 남자 <달에 울다> 속 '나', 무슨 연유에서인지 가족들과의 삶으로부터 버림받고 좌절 속에 귀향하는 <조롱을 높이 달고> 속 '나'. 모두 내면의 목소리를 갖고 있다.

<달에 울다> 의 '나'는 사과나무를 포기할 수 없기에 방랑을 법사에게 맡긴다. 그러나 그 법사 역시 '나'의 주변을 맴돌며 기껏해야 비파를 탈 뿐이다.
<조롱을 높이달고>의 '나'는 실제도 두 가지 목소리를 갖고 있다. 노인에게 혐오를 느껴 살해하러 갔을 때도 '해치워버려' 라는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그는 그냥 나와버린다. 그것은 또 다른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번뇌는 그저 고민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두 개의 자아를 만들어내 직접 내면을 비추는 거울로 활용한다.


2. 후회없는 삶에 대한 갈망
후회없이 살다간 법사,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았다는 야에코.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나'는 후회없이 사는 것에 갈망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 후회가 없을까? 인간은 누구나 가보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를 안고 사는 것 아닐까.

딸이 몸을 판 돈으로 목숨을 연명하며 온천욕을 즐기는 무기력한 노인에게 일갈하는 <조롱을 높이달고> 속 '나'는 삶의 방기를 비난하고 있다. 아마도 마루야마겐지는 삶에 대한 고민이 지독하게 많았던 모양.

43세에 이 작품을 썼다는 작가. 마흔이면 하늘과 땅의 뜻을 아는 나이라는데 작가는 안 모양이다. 그의 소설 문장 하나하나가 마음을 후벼팠다.

예전에 일본에 갔을 때 온천이 있는 마을을 여행한 적이 있는데 쇠락한 M마을로 들어가는 모습에서 자꾸만 그 마을이 떠올랐다. 일본소설이 아니었다면, 온천마을을 가본적이 없었다면 나는 어떤 모습을 떠올렸을까.

3. 살아있는 것에 대한 집착
<달에 울다>에서는 아에코와 사과나무에 집착한다. 그것은 '나'에게 살아있는 것이다. 모두가 도시로 떠난 이 마을에서 '나'는 어쩌면 농업을 지키는 마지막 젊은이다. 그는 사랑하는 아에코가 망가지고 있는 것을 알지만 사과나무를 포기할 수 없어서 그녀를 떠나보내고 만다. 하지만 그는 부모에게 무례하다. 부모를 꺾고 아에코를 아내로 삼을 수 있었는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아마 아에코와 살려면 사과나무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조롱을 높이 달고>의 주인공은 소리새에 집착한다. 소리새에 대한 집착은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 얼마간의 현금을 놓아두고 도둑질해서 자기 숙소로 가지고 오는 짓은 거의 정신병자 수준이었다.
그런데 노인의 딸은 또 더 큰 돈을 가져다 놓고 자기 아버지의 조롱과 그 속의 소리새를 찾아간다. 소리새를 가지고 왔다갔다 하는 것은 분명히 내가 모르는 은유인데 궁금했다. 어쨌든 살아있는 것에 대한 집착이라고 생각했다.

4. 동반자 개
신기한 것은 두 작품 모두에서 동반자 개가 나온다. 하나는 백구, 하나는 검둥이. 백구와 검둥이는 모두 화자를 지켜주거나 함께 하는 개다. 그리고 작품 속에서 늙어 죽는다. 굳이 이런 장면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하다.
<달에 울다>에서는 주인공이 죽는다. 마치 백구의 죽음과 흡사하다. 지켜야 할 것을 지키다가 때가 돼서 무로 돌아가는 기분이랄까.
<조롱을 높이 달고> 의 검둥이는 그저 죽을 때가 돼서 죽는다. 하지만 버림받은 '나'와 귀향의 시간을 함께 했다는 것에서 비애보다는 따뜻함을 느꼈다. 삶에서 지쳐있는 주인공을 위로하는 존재로 토종의 개를 선택한 마루야마 겐지의 생각을 알고 싶다.

5. 사피엔스의 마음
내가 마루야마겐지를 처음 안 것은 그의 소설이 아니라 그의 인터뷰였다. 안희경이 쓴 [사피엔스의 마음]은 명사들과의 인터뷰를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뇌과학자, 진화심리학자, 영화감독, 작가 등 저명한 사람들과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속에 마루야마 겐지가 있었다. 그는 마음을 알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사피엔스의 마음] /위즈덤하우스 p.181 '스스로에게 질문하면 마음은 더 단단해진다') 고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고나니 스스로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후회없는 결단을 하는 것이 나를 단단하게 하는 것임을 생각해 보게 됐다. 완벽하게 다 이해한 것은 아닐테고, 여러가지 해결 못한 비유와 상징들도 있겠지만 나의 중심을 갖는 것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 해보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들을 더 읽어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쓴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q******k 2021.02.1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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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울다』 - 마루야마 겐지/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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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울다』는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가 43세 때 집필한 중편소설이다. 마루야마 겐지는 시와 소설을 결합한 시소설(詩小說)이라는 분야를 개척한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소설에 시적인 문장을 도입한 것이다. 소설 뒤에 수록된 작품 해설을 보면 마루야마 겐지가 '소설은 너무 이완되어 있고, 시는 너무 긴장되어 있으며, 이 두 장르의 중간이 영화'라고 한 설명이 나온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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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에 울다』는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가 43세 때 집필한 중편소설이다. 마루야마 겐지는 시와 소설을 결합한 시소설(詩小說)이라는 분야를 개척한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소설에 시적인 문장을 도입한 것이다. 소설 뒤에 수록된 작품 해설을 보면 마루야마 겐지가 '소설은 너무 이완되어 있고, 시는 너무 긴장되어 있으며, 이 두 장르의 중간이 영화'라고 한 설명이 나온다. 영화를 설명하는 말이지만 시소설의 정수라고 불리는 이 소설을 읽다 보면 그 설명이 여기에도 딱 들어맞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책에는 총 두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달에 울다」와 「조롱을 높이 매달고」. 두 소설 모두 중편소설이라서 읽는데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다만 시소설의 정수라는 설명에 걸맞게 소설 속 문장들이 단문 위주이고, 스토리텔링에 치중하기보다는 시적인 이미지들의 나열이 많아 이야기 진행에 집중하는 다른 소설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조금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달에 울다」는 병풍 그림 속에 그려져 있는 법사와 그 풍경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묘사는 곧 이불을 덮고 누운 어린 '나'에게로 옮겨온다. 그리고 이어지는 마을에 대한 이미지들. 마흔 살이 된 '나'의 과거를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형식이지만 '나'가 회상을 하며 직접적으로 서술에 참여하지 않고 병풍 그림과 그 속에 그려져 있는 법사, 그리고 사계절의 흐름을 활용해 서술한다.

 열 살의 '나', 스무 살의 '나', 서른 살의 '나', 마흔 살의 '나'가 봄, 여름, 가을, 겨울과 각자 연결되어 있다. 열 살이 봄이고, 스무 살이 여름, 서른 살이 가을, 마흔 살이 겨울인 것이다. 병풍 그림 속에서 계절이 변화한다는 묘사가 곧 '나'의 나이와 변화한 계절에 대한 묘사로 이어지는 방식이 굉장히 신선했다. 주인공인 '나'가 병풍 아래에서 덮고 있는 이불을 보여주며 시대상과 마을의 변모를 자연스럽게 언급하는 것까지. 굉장히 짧고 압축적인 묘사이지만 거기서 많은 정보와 이미지, 그리고 흐름이 한 번에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놀라웠다. 마흔 살까지의 생애를 네 분류로 나누어 사계절과 연결한 점은 사람의 생을 자연의 흐름에 비유할 수 있다는 발상을 아름다우면서도 자연스럽게 묘사했다고 생각했다.


 

 병풍은 계절의 흐름을 나타내는 역할도 하지만 동시에 주인공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평생을 한 시골 마을에서 지내며 부모님과 함께 사과나무 농사를 하는 주인공은 세상 밖으로 나가본 경험이 없다. 지극히 폐쇄적인 환경이지만 병풍 속에 그려진 법사가 세상을 돌아다닌다는 묘사와 거기에 주인공이 자신의 자아를 투영하는 묘사는 소설 속 세계를 좀 더 넓게 확장시킨다. 또한 이 법사 캐릭터는 마을 사람들에게 쫓기는 야에코의 아버지나 주인공의 아버지, 혹은 야에코가 되기도 한다. 그런 묘사는 주인공이 주변 인물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형식도 형식이지만 소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시적인 이미지들의 발견이다. 거기에 환상적인 이미지들이 더해지면서 소설은 다른 소설들과는 다른 고유한 개성을 뿜어낸다. 「달이 울다」에서 깊은 곳에 숨어있는 사과나무 이미지나 「조롱을 높이 매달고」에서 말을 타고 마을을 돌아다니는 무사 유령들이 대표적인 환상적 이미지다. 또 「조롱을 높이 매달고」에서 주인공이 온천과 바닷속에 몸을 담그는 장면은 사과나무에 대한 묘사처럼 원형 혹은 언젠가 죽어서 돌아가게 될 자연을 상징하는 묘사에 해당하는 것 같아 신비롭게 느껴졌다. 또한 사체를 땅속에 묻거나, 몰락해가거나 몰락한 지방에 대한 묘사가 두 소설에 모두 등장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

 두 소설에서 공통적으로 느꼈던 건 고립과 불안, 고독이었다. 소설 속의 인물들 모두 고립된 환경 속에서 고독하게 살아간다. 황폐화되어가는 혹은 벌써 황폐화된 곳에 중년의 나이대인 주인공들이 머물면서 불안한 내면과 심리를 드러내는 것이 유독 가슴에 깊숙이 와닿았다. 고립에서 고독감과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그대로 허물어지지 않고 그 불안을 응시하는 태도가 소설을 집필한 마루야마 겐지의 구도자적인 글쓰기와 맞닿아 있는 듯이 느껴졌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g*******9 2021.02.1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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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달에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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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길을 잃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스스로를 고독하다고 말하지 않는 고독한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이 책을 다 읽은 내가, 아직 '그 병풍'과 '그 마을'을 떠나지 못한 나에게 추천한다.     나는 이 소설들이 마음에 든다.     달에 울다 &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 두 편의 소설이 담긴 [달에 울다]         언제나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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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길을 잃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스스로를 고독하다고 말하지 않는 고독한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이 책을 다 읽은 내가, 아직 '그 병풍'과 '그 마을'을 떠나지 못한 나에게 추천한다.

 

 

나는 이 소설들이 마음에 든다.

 

 

달에 울다 &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 두 편의 소설이 담긴 [달에 울다]

 

 

 

 

언제나 그렇듯이 책의 저자가 저명하고 권위 있는 문학상을 받았다고 하면 그의 책을 읽기도 전에 호감도가 상승한다. 혹시 난해한 내용이어서 이해를 못 한다면 그것은 얇은 지식만 가진 나의 잘못일 뿐 작품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므로 수상자의 책을 읽을 기회가 온다면 망설이지 말고 잡아야 한다. 그 기회를 놓친다면 나는 언젠가는 읽겠다는 말을 남기고 도망칠 것이다.

 

 

마루야마 겐지는 소설가를 꿈꾸지도 않았고 그전에 습작을 해본 경험도 없이 처음으로 쓴 소설 [여름의 흐름]으로 문학계 신인문학상을 타고 일본 문학계의 최고 권위의 문학상 중 하나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그는 천재인가보다.

 

 

문학계문학상 · 아쿠타가와상 수상

일본 현대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가 마루야마 겐지

얼음처럼 차갑고 단단한 고독을 그린 수작

>>> 책의 띠지 중에서

 

 

'스승도 친구도 예비지식도 없이 오로지 작품 한 편으로 문학세계에 뛰어들었다.'

23세에 최연소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을 당시 그가 영향을 받은 책이라고는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의 『백경(Moby Dick)』이 전부였다.

>>> page 270 옮긴이의 말 중에서

 

시와 소설의 중간인 시소설(詩小說). 이라는 책 소개를 보고는 잠시 그런 생각을 했다.

'어쩌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지금 뭘 읽고 있는거지??? 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자가 가득한 일본판 그리스 희극이나 중세 유럽의 음유시인들의 노랫말 같은 소설이라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온갖 상상력을 발휘하다가 결국엔 지쳐서 외국어 공부를 하듯이 글자와 글자를 읽다 책이 어서 끝나기 만을 바랄 것이다.

게다가 책의 뒤표지에 쓰여진 대로 하나의 소설에 시의 함축성과 소설의 서사성이 공존한다면 내용은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아니다. 내가 틀렸다.

시소설에 인한 어려움은 없었다. 그 형식은 그의 소설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을 뿐이다. 저자는 내가 자신의 소설을 읽고서는 나의 어쭙잖은 예상이 완전히 틀렸다고 사과할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는 자신만만하게 시소설집으로 발간하였고 [달에 울다]와 [조롱을 높이 매달고]를 실었다.

 

 

 

[달에 울다]는 딱 '시소설'에 어울리는 소설이다.

단락들이 여백으로 나누어진다. 그 이야기들은 모두 이어져야만 하지만 하나의 단락을 따로 떼어놓고 보아도 어색하지 않다. 앞뒤의 내용이 없는 채로도 나쁘지 않다는 것. 그 자체로 시다. 시들을 모아 소설이 된다.

 

 

주인공이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따라 자신의 이부자리 옆 '병풍'을 묘사하는 부분이 특히 시적이다. 

병풍 속의 거지 법사는 주인공과 함께 그 세월들을 살아간다. 비파의 소리가 때로는 음악으로 때로는 절규로 바뀌며 주인공의 상상에 몸을 맡긴다. 그 병풍 속의 세상은 벗어나고 싶은 현실 넘어의 곳이고 주인공의 마음을 형상화해주는 멋진 작품이기도 하다.

 

 

단순하게 보면 사계절의 이야기다. 주인공이 살아내며 느끼는 인생의 사계절. 주인공의 이야기인 동시에 마을의 이야기다.

인생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사과밭의 이야기.

하나의 계절은 10년을 간직한다. 봄에는 10살, 여름에는 20살, 가을에는 30살, 겨울에는 40살 현재.

그래서 눈이 많이 내린 추운 겨울에서야 이야기가 끝이 난다.

 

 

주인공이 거지 법사를 바라보며 잠드는 그 수많은 세월 동안 사람들은 죽거나 살아간다. 마을은 변했지만 주인공은 변하지 않았다. 주인공에게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들어있는 병풍이 함께 한다. 그곳엔 죽은 백구도 있다.

 

 

[달에 울다]가 병풍과 함께라면 [조롱을 높이 매달고]는 피리새와 함께다.

피리새는 주인공에게 위로이자 희망이다. 그러나 결국 그는 피리새를 가질 수 없었다.

과거의 마을로 돌아간 주인공. 살기 위해 갔지만 그곳은 그가 놓지 못한 과거일 뿐이다. 그렇게 검둥이도 그곳에 묻었다.

 

 

[조롱을 높이 매달고]는 단락의 여백이 없다. 보통의 단편 소설처럼 보인다.

시소설집에 단 2개의 소설뿐인데. 이 책의 절반 이상이 이 소설인데 말이다. 시소설처럼 보이지 않는다.

 

아, 단락의 여백이나 글의 길이만을 보고 시소설이네 아니네를 말하다니 저자의 호통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K시와 M마을, 세 명의 무사와 그들이 타고 있는 말의 발자국, 말이 달리는 소리와 피리새가 지저귀는 소리, 바닷가의 풍경과 버려진 작은 노천온천,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 나와 또 다른 나, 빨간 하이힐과 노인 등등 소설을 읽고 나면 저 단어들이 가지는 의미는 굉장하다. 읽을 때는 소설이고 떠올리면 시다.

 

 

아주 한정된 장소고 아주 소수의 사람만 있지만 절망적인 주인공의 발버둥과 그 마을이 뒤엉켜 지루할 틈이 없고 조금 무서웠다.

밤에 책을 읽을 때 내 주변 공기에 오싹함을 느꼈는데 책을 읽다가 잠이 들자 제대로 기억나지도 않는 무서운 꿈을 꾸었었다.

나는 주인공을 이해한다. 주인공이 불쌍하지도 않고 위로나 응원을 해주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지만 말이다. 그래서 무서웠나.

 

 

 

두 소설 속의 사람들은 슬프고 비참하며 무서울 정도로 담담하다. 그래도 그렇게 살아간다.

내가 몇 안 되는 일본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기괴하면서 침착하고 건조한 느낌 그대로다.

영화 '링'을 봤을 때의 그 느낌도 살짝 난다.

 

 

검색해보면 나오는 그런 자세한 줄거리를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줄거리를 모른 채 읽는 것이 좋을 거다. 간략한 줄거리라도 알게 되면 이야기는 조금 시시해질 테니.

 

 

 

 

 

 

 

** 이 책은 1986년 출간되었다. 확실히 소설 안에서 몇 십 년 전의 냄새가 난다.

 

 

** 노인이 되면 근사한 병풍을 사서 이부자리 옆에 두어야겠다.

 

 

** 고독한 인간에게는 늘 사람보다 믿고 의지하던 개의 죽음이 붙어있다. 여건이 된다면 유기견을 키우고 싶다. 나도 고독한 인간이니까 개에게 도움을 요청하려는 속셈이다.

 

 

 

 

※ 위의 글은 도서리뷰단에 선정되어 해당 출판사가 무상으로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개인적인 소감문입니다. ※

b********y 2021.02.1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