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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우리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우리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내용보기
미지근한 거품 덩어리가 그녀의 몸을 덮는 것처럼, 어느덧 잠이 쏟아졌다. 소녀는 무척 강력하고 균형 잡힌 팀과 무척 약하지만 뛰어난 챔피언이 속해 있는 팀과의 대결을 관전했다. 아이는 강력한 팀의 선수 역할을 했고 동시에 다른 팀의 챔피언이자 흥분한 해설자, 심지어 골에 열광하는 관중이 되기도 했다. 그 순간 소녀는 달콤하면서도 우울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녀는 과거로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우리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내용보기


미지근한 거품 덩어리가 그녀의 몸을 덮는 것처럼, 어느덧 잠이 쏟아졌다. 소녀는 무척 강력하고 균형 잡힌 팀과 무척 약하지만 뛰어난 챔피언이 속해 있는 팀과의 대결을 관전했다. 아이는 강력한 팀의 선수 역할을 했고 동시에 다른 팀의 챔피언이자 흥분한 해설자, 심지어 골에 열광하는 관중이 되기도 했다. 그 순간 소녀는 달콤하면서도 우울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녀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 자신으로 살지 않는 매혹적인 삶의 방식이었을 텐데. 하지만 이제 그러기엔 늦었다. 그건 영원히 가지 않은 길이 되고 그녀는 재능을 썩히고 말 것이다.       p.60

 

임신 7개월인 스물두 살의 산모가 상당한 출혈을 하며 청색증의 자그마한 아기를 출산한다. 산모는 임신 중에 먹지 말아야 할 궤양 약을 몰래 먹었고, 아기는 숨을 쉬지도 울지도 않는 상태였다. 아기의 아버지는 지치고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기를 보러 하루에도 몇 번씩 병원을 오갔다. 응급 출산을 도왔던 간호사는 인큐베이터 옆에 앉아서 밤마다 아기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피아. 태어나는 게 뭔지 아니? 전쟁터로 떠나는 배와 같은 거야." 그날 아기는 위기를 넘겼고, 마침내 엄마 곁으로 돌아간다.

 

자동차 엔제니어인 아빠와 미술학도 엄마는 성향이 너무도 달랐다. 하지만 그들은 이혼이 아니라 이사를 선택한다. 밀라노를 떠나서 먼 도시 외곽으로 떠나 새로 시작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덟 살의 소피아는 벌써 여러 차례 부모님이 싸우는 것을 봤고, 두 분이 사이좋게 지내길 바라며 기도한다. 열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소피아의 탄생부터 어린 시절을 거쳐가며 성장해나가는 서사를 큰 줄기로 하고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소피아의 주변 사람들 시선으로 전개된다. 소피아가 계속 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주인공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게 아니라 간접적으로 그녀의 삶에 영향을 주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지는 것이다. 소피아는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주변인으로 스쳐 지나가기도 하며 이야기를 완성시켜 나간다.

 

 

“내 생각에.” 아빠가 말한다. “네가 관계에서 지나치게 많은 기대를 하는 것이 문제인 것 같아.”
“뭐가 지나치다는 거예요? 약간의 사랑이 아빠 눈에는 지나쳐 보여요?”
“사랑이 지나치다는 게 아니라 네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지나쳐 보인다는 거야.”
“제가 뭘 어떻게 표현한다는 말씀이세요?”
아빠는 한숨을 쉰다. “누군가에게 함께 있는 것을 요구할 수는 있어. 하지만 그 사람의 인생과 네 인생을 하나로 합치지 않고 말이야. 사랑한다고 그런 것을 요구한다면 모두가 너를 실망시킬 거야.”      p.184

 

우리는 살면서 참 많은 이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가족들과 친구들, 직장동료, 첫사랑, 힘들 때 도움을 주었던 이들도 있을 테고, 내가 빛나던 순간에 함께 해준 이들도 있었고, 배신과 상처를 주었던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내가 만나온 많은 사람들은 모두 크든, 작든 내 삶에 흔적을 남긴다. 그들로 인해 상처받고, 힘들어하고, 행복하고, 도움을 받고, 위로를 받으며 우리는 오늘도 하루를 살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 낸다는 점에서 이 작품이 전해주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소피아는 어린 시절 끝을 생각하는 놀이를 자주 하곤 했었다. 모든 관계를 시작할 때 애써 이런 장면을 상상하는 것이다. 어떤 남자가 키스를 하는 동안 그것이 사과하는 것인지, 그럼 잘 가라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걷어 차 버리는 것인지, 친구로 지내자는 것인지 말이다. 읽지도 않은 책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그러고 나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져서 불안에 떨지 않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소피아는 온몸에 피어싱을 하기도 했고 머리를 알록달록 물들이고 장례식장에나 갈 법한 옷차림을 하고 다니기도 했다. 결국 그 모든 과정을 거쳐서 배우가 되는데, 이유는 배우라는 직업이 꼭 자기 자신으로 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시작되었던 소피아의 삶은 로마의 영화학교로, 미국의 뉴욕으로 이어진다. 남자와 여자, 그리고 아이로 구성된 보통의 가족이 가질 수 있는 평범한 불행들이 꼭 불행한 결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각자 자신만의 고통과 우울과 불안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들을 이겨낼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발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r*******n 2021.01.26. 신고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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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내용보기
"소피아, 태어나는게 뭔지 아니? 전쟁터로 떠나는 배와 같은 거야"라는 문장 때문에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한 젊은 여성의 어린시절과 10대를 정교하고 세세하고 통찰력있게 묘사했다는 홍보문구도 물론 구미를 당기기에는 충분했지만. 태어나자마자 듣게되었던 그 문장이 소피아의 뇌리에 깊게 남았기 때문인지 오스카와 해적놀이에 심취해있던 탓인지 모르겠지만, 소피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내용보기

"소피아, 태어나는게 뭔지 아니? 전쟁터로 떠나는 배와 같은 거야"라는 문장 때문에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한 젊은 여성의 어린시절과 10대를 정교하고 세세하고 통찰력있게 묘사했다는 홍보문구도 물론 구미를 당기기에는 충분했지만. 태어나자마자 듣게되었던 그 문장이 소피아의 뇌리에 깊게 남았기 때문인지 오스카와 해적놀이에 심취해있던 탓인지 모르겠지만, 소피아는 쭉 해적이거나, 선장이거나, 선원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게 된다. 


책 전체를 보자면, 주인공이 소피아인 것을 맞지만, 각 장마다 각기 다른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주인공들은 각자 다른 시간의 소피아를 이야기한다. 그마저도 소피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기 보다는, 주인공을 이야기하다보니 그 순간에 머물던 소피아가 등장하는 느낌이랄까. 그들은 각자 소피아와 어떤 관계를 맺고, 영향을 주고 받은 인물들이다. 각 장에는 서로 다른 시간속에서, 서로 다른 관계 속에서의 소피아가 등장한다. 책은, 소피아라는 인물 자체에 집중한다기 보다는 관계 속에서의 소피아를 이야기한다. 그 점이 매력적이었다. 열개의 단편을 묶어놓은 듯한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소피아에게 동생이 생겼거나, 마르타가 로사나 곁에 조금 더 머물 수 있었다면, 로사나의 우울증이 조금은 좋아지지 않았을까. 그럼, 소피아의 인생은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해보았다. 책 마지막 챕터에 등장하는 유리는 소피아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너희는 좋은 부모 밑에서 자랐지. 털끝하나 건드리지 않는 교양있는 사람들. 너희는 겪어보지도 않은 가상의 트라우마를 만들어내고 분노하고 있어."라고. 소피아는 누가 더 아픈지 경쟁하듯 각자의 트라우마를 비교하는 건 원치 않았기 때문에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 부분을 읽고 문득 안나 카레리나의 첫문장을 생각했다. 상대의 가슴에 있는 상처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서로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나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행동이다. 그렇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저런 이야기를 한다면, 나는 아마 발끈해서 화를 내겠지. 그런 나와는 달리 대답하지 않은 소피아의 모습이 좋았다. 예전의 소피아가 저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날카로운 말로 상대방에게 돌려주지 않았을까 싶어서, 소피아가 조금 바뀌었나 하는 생각도 문득 하게 되었다. 
 

m*****a 2021.01.17. 신고 공감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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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내용보기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는 파올로 코녜티의 소설이에요. 흔히 제목에 등장하는 인물이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러나 이 소설은 좀 다른 것 같아요. 굳이 주인공을 정해야 한다면 '삶' 그 자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아요. 소피아가 태어난 순간부터 시작된 이야기지만 소피아와 관련된 주변 인물들의 시점에서 보여주고 있어요. 소피아의 부모인 로베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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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는 파올로 코녜티의 소설이에요.

흔히 제목에 등장하는 인물이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러나 이 소설은 좀 다른 것 같아요. 굳이 주인공을 정해야 한다면 '삶' 그 자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아요.

소피아가 태어난 순간부터 시작된 이야기지만 소피아와 관련된 주변 인물들의 시점에서 보여주고 있어요.

소피아의 부모인 로베르토와 로사나, 이 두 사람의 관계는 미스터리예요. 어떻게 만났고 사랑하게 됐는지는 알 수 없어요. 스물두 살의 로사나가 상당한 출혈을 하며 청색증의 자그마한 아기를 출산했고, 그 아기가 바로 소피아예요. 

짐작할 만한 단서는 '결혼 생활이 어느 시점에 다다랐을 때 이혼이 아닌 이사를 택했다'라는 거예요. 소피아가 다섯 살 무렵, 도시 외곽에 공원으로 둘러싸인 신축 빌라로 이사를 갔어요. 로베르토가 소피아 또래의 남자아이 오스카를 집으로 데려왔는데, 친한 친구의 아들이라고 했어요. 오스카의 엄마가 너무 아파서 대신 돌봐주게 된 거라고. 오스카는 소피아의 눈이 약시라서 안대를 하고 있는 걸 멋지다고 말했어요. 해적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야생 소년이라서.

어느 날 오스카의 아버지가 데리러 왔고, 그는 한쪽 눈에 안대를 한 여자아이를 보았어요. 그는 소피아와 눈이 마주치자 미소를 보냈고, 소피아도 그를 보고 미소를 지었어요. 잠시 스쳐가는 이 남자의 생각이, 제 머릿속에는 계속 맴돌았어요. 

 

어째서 아이들은 사람들을 뚫어져라 보는 걸까?

그리고 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사람을 뚫어져라 봐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는 걸까?

관심이 가는 것을 쳐다보면 안 되는 걸까?

    (42p)

 

어린 소피아는 부모의 관계가 불안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부모는 아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열여섯 살의 소피아가 자살 시도를 했던 것도 다 그때문이에요. 다행히 소피아는 살아났어요. 고모 마르타는 소피아를 부모로부터 탈출시켜줬어요. 마르타와 함께 살면서 소피아는 자유로워졌어요. 그리고 배우를 꿈꾸게 됐어요. 스물일곱 살의 소피아는 뉴욕으로 날아갔어요. 그곳에서 풋내기 영화감독 유리와 작가를 꿈꾸는 피에트로를 만나 함께 살게 되었어요. 사실 이러한 내용들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이 소설은 소피아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심리를 다각도로 보여주고 있어요. 소피아에게 무심했던 아빠 로베르토는 직장 동료인 엠마와 은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어요. 엠마는 홀로 아픈 엄마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라 로베르토에게 심적으로 의지했던 것 같아요. 그게 허상이란 건 몰랐던 거죠. 소피아의 엄마 로사나는 불안 장애와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 같아요.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게 안타까워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로사나, 반면 마르타는 너무 성숙해서 자기 희생을 통해 가족을 돌보고 있어요. 어떤 면에서 마르타와 소피아는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이중 자아 같기도 해요.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양극단의 존재 같아요. 언제나 검은 옷을 입은 건 소피아가 아니라 마르타였다고 생각해요. 어찌됐든 소피아는 자신이 꿈꿨던 여배우가 되었으니까요. 

소피아의 친구 카테리나와 이레네를 보면 여성들의 우정을 이해할 수 있어요. 뉴욕에서 만나 두 남자 유리와 피에트로는 남자들의 우정을 확인할 수 있고요.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건, 스물일곱 살의 로베르토 무라토레가 알파 로메오에 입사한 첫 날 공장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만난 동료 주세페 루소의 말이에요.

다시 이 부분을 읽다가 깨달았어요. 로베르토와 로사나도 어렸다는 걸, 가족이 서로에게 감옥이 된 건 아직 미숙했기 때문이라는 걸.

 

"이곳에서는 상황을 바라보는 두 가지 방식이 있어요. 가족 같은 분위기이거나 아니면 감옥이죠.

감옥으로 만드는 사람들은 딱 알아볼 수 있을 거예요. 주로 열 받은 사람들이죠.

나는 보수주이자이고 가족이에요."  (122p)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a*****7 2021.02.0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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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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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문학을 접해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간혹 영화는 본 것 같은데 말이다. 작가의 이름도 낯설었지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제목과 유수의 상을 수상했다는 이력으로 책을 선정했다. 그 모든 외양은 낯설었지만 내용만은 너무 낯익어서 역시 사람사람 세상은 다 똑같구나 하는 고리타분한 생각마저 들었다. “소피아. 태어나는 게 뭔지 아니? 전쟁터로 떠나는 배와 같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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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문학을 접해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간혹 영화는 본 것 같은데 말이다.

작가의 이름도 낯설었지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제목과 유수의 상을 수상했다는 이력으로 책을 선정했다. 그 모든 외양은 낯설었지만 내용만은 너무 낯익어서 역시 사람사람 세상은 다 똑같구나 하는 고리타분한 생각마저 들었다.

소피아. 태어나는 게 뭔지 아니? 전쟁터로 떠나는 배와 같은 거야.”

부모도 아니고 병원 간호사가 이제 막 세상의 빛을 본 소피아에게 하는 말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비슷한 내용의 노래가사가 떠올랐다. ‘어떤 날은 두려울 만큼 잔잔하고, 어떤 날은 사납게 출렁이지. 삶이란 그런 날들과 온몸으로 부딪치는 것이라는.

간호사의 그 말이 소피아에게 무의식중에 어떤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어린시절 해적놀이에 심취하는 장면이 있는 걸 보면 기시감이 느껴진다.

자동차를 만드는 아빠와 그림을 그리는 엄마사이에서 소피아가 뱃멀미를 하는 것은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잔잔함과 출렁임이 반복되니 자신을 해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게 되는 것이다. 부모의 잦은 불화를 보며 자란 소피아의 인생항로는 현실과 허구의 세계를 넘나드는 여배우를 향한다. 그 여정에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펼쳐진다.

지극히 현실적인 아빠의 일탈, 감성적인 엄마의 우울, 젊은 날을 혁명 활동에 바친 고모, 예술가의 기질이 다분했던 첫사랑, 같은 길을 걸으며 기쁨과 슬픔을 공유했던 룸메이트들.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뉴욕에 온 영화감독 지망생인 피에트로와 유리. 그들을 둘러싼 배경과 상황이 한 세대를 통과하는 의례라는 것은 굳이 세세히 말할 필요도 없다. 어느 나라 어느 누구든 겪음직한 일들이라는 것. 작가의 의도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카메라 앞에서 진짜 생을 살고 카메라 밖에서 연기를 하는 소피아의 불완전한 생활도 특별하게 볼 일이 아니다. 제목에서부터 남다른 기운을 풍기던 소피아도 상처받기 싫어서 검은색 후드안으로 몸을 숨긴 것뿐이다. 용기란 타고나는 것인지, 배우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자신에겐 모든 게 두려운 일투성이라는 소피아. 주변사람들의 감정의 변화를 보며 나름 답을 내본다면 이 정도쯤 되겠다. 용기란 살면서 저절로 생기는 거라고. 결단을 내리는 그 모든 순간이 용기라고. 소피아가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자신만의 항구에 닻을 내린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 가 볼일도 없을 것 같은 이탈리아라는 나라가 친근하게 느껴지는 독서였다. 작가의 필력이 그만큼 힘이 있다는 반증이다.

 

 

j******5 2021.02.0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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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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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스트레가상 · 프랑스 메디치상 수상작 『여덟 개의 산』 작가 파올로 코녜티 불안한 시대의 청춘들을 위한 소설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현대문학 /       임신 7개월인 스물두 살 여자의 출산. 산모는 상당한 출혈 중 청색증의 아기를 출산했지만, 아이의 생명이 위험하다. 산모는 임신 중 금지되었던 궤양 약을 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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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스트레가상 · 프랑스 메디치상 수상작

『여덟 개의 산』 작가 파올로 코녜티

불안한 시대의 청춘들을 위한 소설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현대문학 /

 

 
 

임신 7개월인 스물두 살 여자의 출산.

산모는 상당한 출혈 중 청색증의 아기를 출산했지만, 아이의 생명이 위험하다.

산모는 임신 중 금지되었던 궤양 약을 몰래 먹었던 것이다.

아기의 인큐베이터엔 소피아 무라토레라고 적힌 이름표가 붙었다.

아기의 아버지는 하루에 몇 번씩 아기를 보러 왔다. 지치고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아내와 딸이 아픈 건 둘 중 누구의 탓인지 생각하며 둘 사이를 오고 갔다.

 

간호사는 소피아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인큐베이터 앞에 앉아서.

"소피아.

태어나는 게 뭔지 아니?

전쟁터로 떠나는 배와 같은 거야."

그날 아침 소피아는 위기를 넘겼고, 그녀의 브루클린 세일스 블루스는 끝이 없었다.

-여명 중

 

1970년대 고도 경제 성장과 대공황을 겪었던 이탈리아의 시대적 배경을 볼 수 있다. 이탈리아 문학이 우리의 정서와 많이 비슷해서 와닿는 보통 사람들의 감성이 내게는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위기와 불안, 고통과 상처를 극복하는 그들의 의지가 아름답고, 화해와 상승, 인간 관계의 회복을 바라는 그들의 사람다운 모습은 곳곳에서 그러므로 더불어 살아가는 이유는 우리 가까이에 있달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탈리아 밀라노.

성격차이가 극을 오가는 부모 아래에서 소피아는 정서적 결핍을 겪는 아이로 성장한다. 아빠 로베르토는 자동차 엔지니어, 엄마 로사나는 노래와 그림을 좋아했으나 포기해야 했다. 그리고 결혼. 진보 성향의 운동권이었던 마르타 고모는 한 때 소피아를 책임지기도 했다.

소피아의 사춘기 시기는 외로움, 방황, 약물, 담배, 알코올에 둘러 싸인 검은 무대 뒤의 어지러움와 같다. 소피아는 태어나기도 약했지만, 성장하는 동안에도 사랑스러움과는 거리거 먼 정서를 가지고 있다. 열여섯 살에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던 소피아는 이 때문에 재활센터에서 치료도 받지만 도움이 되지 못한다.

결국 치유의 과정은 스스로가 찾아가는 긴 여정인 것이다.

 

식탁 아래에서 소피아는 고모 앞에는 엄마의 샌들을, 엄마 앞에는 아빠의 모카신을 놓아두고 그렇게 서로의 신발을 바꿔치기했다. 마르타는 소피아와 눈이 마주쳤을 때 이 아이가 어른이 되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이런 가족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니?

좋은 생각이라도 있니?

아니면 너도 이미 보잘것없는 여성으로 낙인찍힌 거니?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중

 

마르타 고모는 그런 면에서 소피아에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 준다.

소설의 제목처럼 소피아가 꼭 검은 옷을 입는 것이 아니게 말이다.

마르타도 자신의 열여섯 살때를 떠올려 본다. 하지만 제대로 된 기억이 없다.

그녀가 투쟁하던 시절을 떠올리면 다른 사람의 전기를 읽는 것 같았다. 기억과 현실의 무질서한 혼돈. 마르타는 생각했다. 그 시절, 누군가는 호된 대가를 치렀고, 누군가는 그렇지 않았음을.

 

하지만, 모두가 자유롭게 선택한 결과였고, 그들은 자신들 운명의 결정권자였다.

반면에 소피아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었다.

"고모의 문제가 뭔지 알죠?"

"문제가 또 있어?"

"속은 공산주의자인데, 가톨릭 신자처럼 행동하는 거요.

미래를 믿으니까 열심히 일을 하는 거잖아요.

전 지금 행복해지고 싶어요."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중

 

마르타가 소피아의 양육을 책임지면서 소녀는 연기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소피아가 자신의 허물을 벗고 탈피하는 동안 그녀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도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위한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그들만의 이야기가 서로에게 끈끈하게 엮이며 우리 모두가 방향을 달라도 결국 같은 목적지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소피아이 성장은 이탈리아에서 로마로 그리고 미국 뉴욕으로 까지 뻗어나간다. 그녀의 영혼을 이루는 행복을 찾아 행복하고 싶기 위해 살기위한 여정을 헤쳐나간다.

각자 마음에 퍼즐 하나씩은 갖고 산다. 맞출지 말지는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과 의지에 달려 있다. 하지만 어찌보면 맞추냐 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진짜는 내가 맞추고 싶은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순간의 찰나가 중요하다.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저자
파올로 코녜티
출판
현대문학
발매
2021.01.05.
 

#소피아는언제나검은옷을입는다 #파올로코녜티 #현대문학 #이탈리아문학 #외국소설 #책좋사서평단 #이벤트서평단 #추천소설

 

 

i******y 2021.02.0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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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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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전반 승전국답지 않게 사회가 불경기와 좌절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파시즘이 발호하고 현실의 권력까지 거머쥔 나라가 이탈리아였습니다. 유럽 사회가 앓기 시작한 새로운 병을 그 나름 격렬하게 먼저 앓고 먼저 "괴상한" 처방을 내놓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 처방은 당연히 잘못된 것이었고, 이를 세계에 처음으로 증명하다시피하며 온갖 망신도 당하고 사회가 큰 홍역을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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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전반 승전국답지 않게 사회가 불경기와 좌절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파시즘이 발호하고 현실의 권력까지 거머쥔 나라가 이탈리아였습니다. 유럽 사회가 앓기 시작한 새로운 병을 그 나름 격렬하게 먼저 앓고 먼저 "괴상한" 처방을 내놓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 처방은 당연히 잘못된 것이었고, 이를 세계에 처음으로 증명하다시피하며 온갖 망신도 당하고 사회가 큰 홍역을 치러 냈지만 여튼 이탈리아는 남들보다 앞서(?)갔습니다. 한 세기 가까이 시간이 지난 지금은 직접 민주주의를 일부나마 실험 중인데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를 일입니다.

 

이 연작 소설의 주인공인 소피아는 1978년생입니다. 이탈리아는 따지고 보면 1871년 통일된 이래(아니 어쩌면 그 이전에도) 단 한 번도 정치적으로 안정된 시절을 못 이뤄낸 나라일 텐데, 소피아가 태어나고 성장한 시기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도 그러합니다. 뭔가 어디서건 불안하고 다툼이 잦으며 좌건 우건 참 열정적으로 자신의 소신을 피력합니다. 소피아는 나이 열여섯에 자살을 기도하는데 성향이 너무도 다른 두 부모 사이에서 격심한 정신적 방황을 겪어서였습니다. 마치 소피아는, 장년기를 지났으면서도 여전히 정서와 진로와 정체감이 흔들리는 이탈리아를 의인화한 듯도 보입니다. 

 

"난 엄마와 똑같았어. 그리고 난 엄마와 같은 여자가 되는 걸 배우고 있었어.(p31)" 여자에게 있어 그 어머니는 언제나 롤모델이며 경원의 대상이며 불길한 앞날이고 발목 잡는 운명이며 원수 같은 친구입니다. 이탈리아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였지만 의외로 그 나라 사람들은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지 않았으며 그들이 반도라는 터전 밖으로 활발히 나간 건 고대 로마 시절이 유일하지 싶습니다. 

 

소피아는 또래 남자애들과 함께 해적 놀이에 빠지기도 하는데 이는 보편적인 이탈리아 어린이들의 정서라기보다 그 무렵 유행했던 영화의 소재가 해적이라서 그런 듯합니다. 이탈리아인들은 미국 대중 문화와 긴밀히 교류하며 자국 영화사보다는 미국 헐리웃 영화사에 더 큰 족적을 남기기도 했는데, 서부극 장르에서는 스파게티 웨스턴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만들었으며 해적 장르에서도 테렌스 힐(이름은 이렇지만 이탈리아인입니다) 주연의 이름난 흥행작들이 있습니다. 꼬마 이름이 오스카라서 더 의미심장하게 들립니다.

 

고모 마르타는 거의 밀라노를 떠나 본 적이 없는 토박이입니다. 올케(즉 소피아의 엄마)인 로사나처럼 격정적이기도 하며, 소피아가 태어나기 전부터 소피아 같은 불안정한 아이의 삶을 자신이 미리 살기라도 하듯(독자의 눈에는 그리도 보입니다), 이런저런 방황을 합니다. 이미 죽음이 예견되지만 자유를 향해 필사의 도주극을 벌이는 <대탈주>의 스티브 매퀸(p86)처럼 마르타는 자신의 일상 루틴에 흠뻑 젖어 무아지경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유난히도 이 작품들에는 마치 주세페 토르나토레의 <시네마천국>처럼 맥락에 따라 갖가지 미국 상업 영화들이 자주 언급되며 아득한 추억을 환기합니다.

 

"무정부 상태가 언제 올까" 19세기 독일이나 프랑스, 혹은 멀리 러시아에서는 공산주의가 진보진영의 주류로 자리했지만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는 무정부주의도 큰 세를 얻었습니다. p166에서 크로포트킨 책이 언급되는 것도 아마 그런 맥락일 것입니다. 반면 1960년대 후반 프랑스(마르타가 마치 유학생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한)에서는 온갖 사상의 혼동 속에 치기어린 마오이즘이 일각에서 한때 큰 호응을 얻기도 했죠(영화 <몽상가들>에 나오듯).  이 부근에서 서사는 마치 2인칭 시점처럼 펼쳐집니다. 때로는 누가 지금 누구의 삶을 언제 살고 있는지도 서로 헷갈기도 합니다. 이들에게 무정부는절대 자유이며 일체의 억압이 제거된 정직한 이상향입니다.

 

미스터 바탈리아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3세(p255)입니다. 이탈리야계 이민자들은 미국 현대사에서 갖가지 역사적 사건에 휘말리며 다양한 족적을 남겼기에 애증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소피아는 거의 내내 밀라노에서 성장하지만 그녀와 그 친구들, 친지들은 한쪽 시선이 항상 미국을 향해 있습니다. 어느 정도는 미국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고, 그러면서도 격렬히, 열정적으로 이탈리아이고 싶어하는 모순된 감정이 이 연작들 중 소피아를 통해 잘 드러난 것 같습니다. 

v*****7 2021.02.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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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청춘의 시간을 이겨냄으로 성장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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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파올로 코네티 글 현대문학」     책 제목에 "검은"이라는 색이 들어가면, 마음에 일어난 변화로 인한 그 어떠한 무언가가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선입견을 발휘한다. 그리고 때로는 누군가의 고통이나 힘겨움을 함께 겪어나가면서 위안이 되기도, 위로로 다시 일어설 용기를 내기도 한다. 그것이 우리가 책을 통해 얻는 가장 1차원적인 감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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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파올로 코네티 글

현대문학」

 

 

책 제목에 "검은"이라는 색이 들어가면, 마음에 일어난 변화로 인한 그 어떠한 무언가가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선입견을 발휘한다. 그리고 때로는 누군가의 고통이나 힘겨움을 함께 겪어나가면서 위안이 되기도, 위로로 다시 일어설 용기를 내기도 한다. 그것이 우리가 책을 통해 얻는 가장 1차원적인 감정이 아닐까,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글이 말해주는 것보다 그 속에 녹아내린 감정에 더욱 깊이 휩쓸리게 된다. 나는 오늘 함께 한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를 통해 무엇을 느끼게 되었을까?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는 10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구성을 하고 있으며, 10개의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이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소피아"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자동차 엔지니어의 직업을 가진, 평범한 삶을 살고자 하는 아빠 로베트토와 미술학 전공을 한, 까칠하고 수시로 화를 내는 예민한 엄마 로사나, 아빠 엄마의 곁을 떠나 있는 동안 소피아에게 선생님이자 보호자가 되어 준 고모 마르타 그들 외에도 그녀의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친구들과 함께 연극을 하며 친밀한 척하는 이들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로 연결되지 않은 인물들이 "소피아"를 중심으로 연결되며, 시작과 끝 모두 그녀의 어린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전한다.

 

소피아는 엄마의 예민함과 불안정한 감정들을 마주보며 자란다. 엄마의 곁에 머물렀던 소피아는 스스로를 보듬기에는 그녀 또한 나약해져만 간다. 바쁜 아빠와 예민한 엄마 사이에서 성장한 소피아는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미움이 커져가면서 자신까지 망가뜨리는 극한 상황을 만들고 만다. 마음의 병은 눈에 띄지 않게 서서히 잠식해 오고, 그것이 겉으로 표현되었을 땐 이미 병이 몸과 마음에 상처를 낸 다음이다. 소피아는 자신이 망가졌을 때에서야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으며, 관계 속에서의 마음을 굳게 닫는다.

 


 

상처투성이 소피아 그리고 자기만의 세계에서만 안전한 소피아, 그녀가 세상을 향해 내딛은 곳은 바로 무대이다. 배우를 향한 그녀의 도전은 그녀의 삶의 모습을 바꾸는데 충분한 도움이 되었으나, 단원들과의 관계 속 그녀의 모습은 위태롭기 그지 없다. 관계 형성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더이상 다치기 싫어 스스로 자신 안에 자신을 가두는, 외로움이란 익숙함에 빠지는 것만 같아 안타까움이 인다.

 

소피아는 배우라는 이름에 맞는, 자신만의 역할을 충실해 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쳤던 가족들의 변화에 조금씩 자신을 표현하는 노력을 한다. 한 소녀의 청춘 기록을 담은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는, 한 사람의 성장하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지극히 대담하다고 담담하게 때로는 직설적으로 표현되어 독자 입장에선 약간의 혼란을 불러일으키게 하기도 한다.

 


 

'아파야 청춘이다' 라는 말을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청춘들이 왜 아프도록 세상과 맞서야 하는지 나는 이해하고 싶지 않은 사람 중 하나이다. 세상이 무지개빛이 아닐지라도 아파하면서 세상과 만나야한다는 현실이 난 참 싫다.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의 소피아는 성장 과정에서 받지 못한 결핍으로 인해 세상과의 단절이 얼마나 무겁고 차가운지 충분히 느꼈다. 그것에 온기를 담기 위해 무던히 애쓰며 바둥거려본다. 소피아의 청춘 또한 아프다. 그렇지만 그녀는 자신만의 틀 속을 박차고 나오는 용기를 조금씩 부려본다. 자신에게 베인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서.

 

청춘은 아픈 것이 아니다.

나를 알아보고 나를 찾아가는, 흘러가는 시간일 뿐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아 쓴, 저의 객관적인 시선이 담긴 후기입니다. >>

c******8 2021.02.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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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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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를 읽으면서 불안한 나의 20대가 떠올랐다. 죽어라 공부를 해 대학을 들어갔지만, 다시금 취업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 했고, 다가올 핑크빛 미래보다는 암울한 회색빛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언제나 내 삶을 지배하곤 했다. 치열하고 살았고, 치열하게 고민했었던 나의 20대처럼, 불안정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의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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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를 읽으면서 불안한 나의 20대가 떠올랐다. 죽어라 공부를 해 대학을 들어갔지만, 다시금 취업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 했고, 다가올 핑크빛 미래보다는 암울한 회색빛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언제나 내 삶을 지배하곤 했다. 치열하고 살았고, 치열하게 고민했었던 나의 20대처럼, 불안정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의 불안감과 고충이 어떤 작품보다도 잘 녹아들어가 있는 이 책 <소피아는 언제난 검은 옷을 입는다>는 현대 이탈리아의 흐름을 가장 잘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진 파울로 코네티가 쓴 책이다. <여덟 개의 산>이라는 작품으로 '이탈리아 스트레가상', ' 프랑스 메디치상', '영국 PEN상'에다, 시사성 있게 다룬 예술가에게 수여되는 '로스트라니에로상'까지 수상해 세계적인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진 그는 불안정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재의 우리들의 모습을 시사성 있는 메시지를 담아 글을 쓰는 작가로 유명하다.

 

이 책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는 소피아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그녀의 어린시절부터 성인이 되어서까지의 불안하고 아픈 청춘의 이야기를 시간적인 순서에 구애를 받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자유자재로 드나들면서 이야기를 엮어가고 있다. 각 이야기마다 소피아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소피아 개인의 삶에 중심을 두기보다는 그녀가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녀에게 영향을 준 인물들이 중심이 되어 그들의 입장에서 보는 소피아의 각양각색의 모습들이 마치 조각작품을 맞추어 나가듯 총10편의 이야기를 통해 하나의 전체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특이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며, 시시각각 마음이 변하고 화를 내기만 하는 엄마 로사나, 그런 로사나와 엠마 사이에서 단순하고 안락한 삶을 꿈꾸는 지친 모습의 엔지니어 아빠 로베르토에게서 소피아는 어느 한 곳에 마음을 두지 못하고, 언제나 외로움과 공허함을 느끼며 결국 16살, 어린 나이에 자살을 시도한다. 그나마 공산주의 라디오에서 자율주의 당원으로 활동하며 각종 시위대에 참여해 쫓기는 신세로 숨어지내야 하는 고모 마르타는 소피아 인생에서 유일한 보호자이면서 안식처 역할로 등장한다. 그 외에도 그녀의 삶에 영향을 주었던 첫사랑 레오, 어린시절 함께 해적놀이를 하며 함께 지냈던 오스타, 낯선 도시 뉴욕서 알게된 피에크로와 유리, 그녀의 룸메이트였던 카테리나 등은 그녀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쳤고, 이들과의 관계들을 통해 그녀는 우울했던 자신의 삶에서 벗어나 새롭게 살아나갈 힘을 얻어내게 된다.

 

이 책의 독특한 형식처럼 각장마다 등장하는 소피아의 연관인물들이 주인공이 되어 다시금 소피아와 연결고리를 이어가는 것이 굉장히 특이하게 그려졌다. 어린시절을 회상하다가 성인이 되기도 하고 다시 사춘기 소녀시절이 되기도 한다. 어린 꼬마였을 때조차도 소피아의 삶은 그저 어두운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

 

모든 것이 죽음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죽음이 없다면 기도를 할 필요도, 교회에 갈 필요도, 어른들의 말을 들을 필요도 없었다. 욕이나 거짓말을 참을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죽음은 필연적이기 때문에 그 후에 어디에 가게 될지가 문제였다.

(p.32)

"그런데 왜 우리 모두는 죽어야 하는거야?"

"음, 그건 그냥 표현방식이야. 난 늘 그렇게 말해. 죽어. 죽어라. 언제나 죽어. 또는 없어져버려. 죽어버려. 다들 죽어버려라고 말이야. 하지만 결과적으로 죽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감정을 조금 분출하는 것 뿐이야."

(p.53)

언제나 불안하고 안정감을 찾기 어려운 소피아에게서 고모 마르타는 행복해지고하는 마음을 갖게 할 만큼 소피아의 유일한 휴식처이자 안식처로 느껴져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그녀의 첫사랑 레오와의 관계 역시도 쉽지 않았음이 안타까웠고, 연극이라는 새로운 삶으로의 도전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그녀의 삶을 어느새 응원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되는 게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즐겁게 웃으며 다시 아홉 살이 되어 정원에서 모초와 함께 놀고, 그러다 열다섯 살로 돌아가 외로움에 눈물지으며 침대에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반면에 분노는 스무살에 시작됐다. 분노를 안지 얼마되지 않았고 언젠가 필요할 때를 위해 보관해 두었다. 너는 네 인생의 스승이자 제자이다. 과거의 너에게 배우고 미래의 너에게 가르쳐준다, 보통 사람들은 그 안에서 길을 잃지만 너는 춤을 추며 다닌다.

{p.187)

소피아는 상처받아 외롭고 마음둘 곳 없이 방황하는 현대의 우리 청춘들을 대변하고 있어 보여 개인적으로 연민의 정이 느껴졌다. 그런 그녀의 삶을 통해 우리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무엇보다 의미있게 다가왔다.

 

모두들 살기 힘들다고 한다. 행복을 갈구하지만 때로는 불행한 자신의 모습이 더 크게 비춰지기도 하다. 하지만 그 힘든 과정 속에서도 작은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누리고 찾아나가는 것 역시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사람을 통해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삶의 올바른 의미를 찾아갈 수 있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하게 되는 의미있는 책읽기 시간이었다. 우리 안의 또 다른 '소피아'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해본다.

o***9 2021.01.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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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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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응급 출산 호출을 받고 분만실에 들어간다. 분만실에서 출산하는 산모는 22살의 젊은 여성이다. 그녀가 임신 중 먹어서는 안 될 궤양 약을 몰래 먹은 탓에 조산을 했고 청색증에 걸린 조그마한 아이가 출생했다. 태어나자마자 아기는 인큐베이터 안으로 들어간다. 간호사는 인큐베이터 안에 들어간 아이에게 자신이 겪은 모든 이야기들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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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응급 출산 호출을 받고 분만실에 들어간다. 분만실에서 출산하는 산모는 22살의 젊은 여성이다. 그녀가 임신 중 먹어서는 안 될 궤양 약을 몰래 먹은 탓에 조산을 했고 청색증에 걸린 조그마한 아이가 출생했다. 태어나자마자 아기는 인큐베이터 안으로 들어간다. 간호사는 인큐베이터 안에 들어간 아이에게 자신이 겪은 모든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아이가 엄마의 곁으로 돌아갈 때까지. 그 아이에게는 소피아 무라토레라는 이름이 붙는다. 간호사는 마지막으로 소피아에게 이런 말을 한다.

소피아, 태어나는 게 뭔지 아니? 전쟁터로 떠나는 배와 같은 거야.

14쪽

 

 이 책은 소피아의 출생부터 불안한 청춘까지를 이야기한다. 어떻게 보면 청춘소설이고 또 다르게 보면 성장소설이라 볼 수도 있지만 청춘이나 성장을 다룬 여타의 소설과는 달리 연작소설의 형식을 취한다. 총 10개의 연작소설들은 소피아의 어린 시절부터 불안정했던 청소년 시기, 그리고 성인이 된 이후의 시기를 묘사한다. 연작소설인만큼 시간이 선형적으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엄마와 아빠의 불화를 가까이서 지켜보던 어린 시절부터 불안정했던 청소년 시기, 배우를 준비하는 시기 등 여러 시간들이 순서를 바꿔가며 나온다.

 책 맨 끝에 나오는 옮긴이의 말에서 각양각색의 퍼즐을 맞추는 것 같다는 비유가 나오는데 이 소설 느낌을 정확히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퍼즐 조각을 한 조각씩 맞추면 전체적인 그림이 완성되는 것처럼 연작소설 하나 하나를 읽어가다보면 전체 틀을 맞출 수 있게 된다. 소피아라는 사람의 틀 말이다.

 

각 연작소설에서 소피아가 화자로 직접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첫 출생부터 소피아를 보살핀 간호사의 시점으로 진행되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다. 자동차 엔지니어로 단순한 삶을 사는 아빠와 불안정하고 신경질적인 엄마, 젊은 시절 좌파운동에 심취해 있었고 청소년 시절 소피아를 데려와 돌본 고모, 소피아와 룸메이트 생활을 하는 친구, 소피아의 첫사랑 레오, 미국에서 소피아를 만난 소설가 지망생 피오트르. 그 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 인물들이 소피아와 맺는 관계를 통해서 독자는 소피아의 삶과 내면, 성격을 짐작해볼 수 있다.

 

관계들 속에서 소피아라는 인물을 상상하는 과정만큼이나 연작소설에서 등장하는 시대를 주목해볼 필요도 있다. 이탈리아 현대사를 잘 모르더라도 연작소설에서 등장하는 불안정한 시대상들 역시 소피아라는 인물을 좀 더 정확히 설명해주는 부수적인 요소다.

 구조조정으로 아빠가 근무하는 자동차 회사에서 대량으로 해고당하는 노동자들, 소피아의 고모 마르타가 사회주의 활동을 열심히 했던 1970년대 사회 등 불안정하고 변화가 많았던 당시 이탈리아 사회가 연작소설에서 꾸준히 묘사된다. 소피아가 사람들과의 관계뿐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도 추측해볼 수도 있고 잘 모르는 이탈리아의 현대사를 조금이라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어떻게 보면 소피아라는 인물은 곧 그 당시 이탈리아에서 성장한 불안정한 청춘들을 대변한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연작소설들에서 물이나 바다의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을 눈 여겨볼 필요도 있을 거 같다. 간호사가 막 태어난 소피아에게 속삭인 말, 전쟁터로 떠나는 배와 같다는 말을 시작으로 바다나 물과 연관있는 이미지들이 자주 등장하곤 한다. 해적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고 어린 소피아와 동네 친구들을 모아 해적놀이를 자주 했던 오스카. 그 이후로 해적과 바다 이미지는 소피아에게 영향을 미친다. 소피아가 자신의 연인에게 선원이라고 부르는 장면이나 자살시도를 시도했던 소피아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같은 병실을 쓰던 어린 소녀에게 자신을 요나라고 지칭하는 장면(요나는 성경에 나오는 인물로 신의 말씀을 거슬렀다는 이유로 바다에 빠졌지만 거대 물고기 뱃 속으로 들어가 죽음을 면한 인물이다), 그녀가 안정을 취할 때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그 속에 몸을 담그거난 잠수를 하는 장면 등 다양한 물의 이미지가 변주돼서 나온다.

 

소피아는 거칠게 몰아치는 삶이라는 바다에서 거세게 요동치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방식대로 멋지게 배를 조종한다. 어릴 적 오스카가 책에서 보여줬던 멋진 여자 해적처럼 말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g*******9 2021.01.2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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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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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시대를 사는 이탈리아 여성의 이야기   오늘 소개할 책은 현대문학에서 출판한 파올로 코녜티 저자, 최정윤 역자의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이다.   1978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난 파올로 코테티는 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하면서 문학을 공부하지만, 친구와 함께 독립영화사를 설립해 사회, 정치, 문화예술 분야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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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시대를 사는 이탈리아 여성의 이야기

 

오늘 소개할 책은 현대문학에서 출판한 파올로 코녜티 저자, 최정윤 역자의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이다.

 

1978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난 파올로 코테티는 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하면서 문학을 공부하지만, 친구와 함께 독립영화사를 설립해 사회, 정치, 문화예술 분야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2004공기의 질로 등단한 후, 2012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로 스트레가상 최종후보에 오르고, 2017여덟개의 산으로 마침내 스트레가상을 수상했다.

 

이번 소설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는 그의 주변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한 여자 주인공 소피아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묘사한다.

 

10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은 작가 시점에서 단편의 주인공과 소피아의 관계를 설정한다. 소피아는 주연으로 등장하지 않지만, 그의 가족과 친구, 사회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이탈리아라고 하면 과거의 문화유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관광하기 좋은 나라 정도로 알고 있다.

 

이탈리아 현대 사회를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근래 읽었던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어른들의 거짓된 삶은 이탈리아 현대사회에 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여명

 

어느 날 밤, 간호사는 병동에서 창밖을 내다보았고 병원 밖에 그의 승합차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간호사는 밤에 응급 출산 호출을 받았다. 임신 7개월인 스물두 살 여자의 출산이었다. 산모는 상당한 출혈을 하며 청색증의 자그마한 아기를 출산했다. (p.13)

 

산모는 임신중에 먹지 말아야 할 궤양 약을 몰래 먹었다. 가까스로 태어난 아기의 인큐베이터에는 소피아 무라토레라고 적힌 이름표가 붙었다.

간호사는 그녀에게 말했다.

 

소피아, 태어나는 게 뭔지 아니? 전쟁터로 떠나는 배와 같은 거야.”

 

 

해적 이야기

 

결혼 생활이 어느 시점에 다다랐을 때 소피아의 부모는 이혼이 아닌 이사를 택했다. 밀라노를 떠나서 새로 시작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색다르고 먼, 도시 외곽으로 나가기로 했다. (p.17)

 

소피아는 어려서 부모의 사이가 원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녀에게 가장 끔찍한 말은 이혼이다. 이탈리아는 가톨릭을 주로 믿는 나라이고, 과거 이혼을 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있는 나라이다.

 

아버지는 알파 로메오에 다니는 자동차 엔지니어이고, 자신의 후임으로 들어온 엠마에게 그래픽 디자인을 배워 함께 자동차 디자인을 하는 핑계로 불륜 관계를 맺는다. 아내인 로사나는 미술학도로 그림을 그리고 꽃을 가꾸는 생활을 하지만 속으로 서서히 무너져내린다.

 

소피아가 16살 되던 해, 그녀는 수면제를 먹어 자살 시도를 하지만 병원에서 다시 살아난 후, 아버지 로베르토의 여동생인 고모 마르타와 함께 생활하기로 한다.

 

클리닉에선 소피아가 나가기를 바랐다. 밤이면 병실을 돌아다녔고 몇몇 간호사들과 마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규칙을 지키는 법이 없었고 다른 환자들에게는 최악의 본보기였다. (...)

 

소피아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 대답했다. 병원에서 놔주는 신경안정제 때문에 자신이 엄마처럼 될 것 같은 불안에 시달린다는 것이었다. 가끔 엄마의 영혼이 느껴졌고 밖으로 튀어나오려 해서 있는 힘껏 내쫓아야 했다고. 뭔가를 박살 내는 것도 효과가 있지만 간호사들에게 못된 말을 하는 것 또한 도움이 된다고 했다. (p.106)

 

 

마르타는 파르티잔 (2차 세계대전 말 나치 독일에 맞서 조직된 이탈리아 독립군)이었던 사람에게 사격 훈련을 받았고, 공산당 활동을 이어간다.

국립대에서 역사를 전공했고 공산주의 라디오에서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자율주의 당원으로 활동했다.

 

 

이탈리아는 서유럽 국가 중 공산당이 가장 늦게까지 영향력을 미친 국가이다. 한때는 주요 정당으로 연합을 이뤄 총리까지 배출했으며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파업과 선동을 주도했다.

 

로베르토는 엠마와 함께 알파 로메오 164를 디자인하지만, 이를 판매할 싱가포르의 판매사 대표는 회사의 투자자인 광저우 중국인에게 164가 한어로 나는 죽음이다를 의미한다고 이름을 바꾸길 원한다.

 

 

저자는 자신의 주변 인물을 깊이 관찰한 인물을 소설의 주인공으로 차용하고, 다른 서유럽 국가에서 바라보는 이탈리아의 시선을 통해 이탈리아 국민에게 주위를 돌아볼 것을 요청한다.

 

소설은 정치, 경제, 문화가 가정에 미치는 영향을 자녀인 소피아가 겪는 불안과 우울함을 느끼는 상황을 날카롭게 묘사한다.

 

그녀의 인생의 헤쳐나가는 선원으로서 다른 사람과 관계 속에서 나아간다.

 

시시각각 기분이 바뀌고 걸핏하면 화를 내는 엄마 로사나, 예민한 두 여자 사이에서 단순한 삶을 꿈꾸는 아빠 로베르토, 한때는 혁명 좌파 활동을 하며 숨어 지냈지만 중요한 시기에 소피아의 보호자 역할을 자처한 고모 마르타.

 

소피아는 연기를 통해 자신이 행복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소설 전반에 흐르는 이탈리아의 1970년대의 경제 성장 그 속에서 벌어졌던 혼란이 개인에 미친 영향을 저자는 주변인을 통한 소설로 풀어낸다.

 

이탈리아 가정과 여성의 역할, 시대 상황을 알고 싶은 사람은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를 추천한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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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 2021.01.2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