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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쓰는 산문들을 좋아한다. 문장을 읽다보면 저절로 어떤 리듬에 실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그렇다. 물론 소설가들이 쓰는 산문들이라고 마냥 저어하는 것은 또 아니다. 리듬감을 대신할만한 다른 요소들 그러니까 풍부한 형용 묘사나 순탄하면서도 깜짝 놀랄만한 반전을 내포한 이야기 내지는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이어지는 논리가 있으면 좋아한다. “타만 네가라는 짐작보다 좋았다. 통나무 숙소 맞은편에는 말레이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밀림을 한참 동안 올라가면 옛날 방식대로 살고 있는 고산족도 만날 수 있었다. 일주일 동안 매일 같은 일을 반복했지만, 매일 다른 동물과 곤충과 새를 만났다. 매일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어제의 카멜레온이 스르르 지나간 자리에서 오늘은 전갈이 꼬리를 곧추세우고 서 있었다. 나무들은 매일 다른 그림자를 만들어주었고 매일 다른 햇살에 자기 몸을 씻었다.” (p.15) 그래도 최근에는 시인의 산문이 더 좋다. 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의 최대치가 점차 줄고 있어서일 수도 있다. 시인의 산문에서는 중간중간, 희석되고 있는 내 정신에 한 번씩 가해지는 원액 같은 문장을 만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무들은 매일 다른 그림자를 만들어주었고 매일 다른 햇살에 자기 몸을 씻었다‘라는 문장이 그런 경우이다. 그러면 나는 또 힘을 내어서 멈추지 않고 내처 다음 페이지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하늘이 깜깜해질 때까지 뛰어다니며 놀았다. / 바람이 불지 않아서, 바람을 만들며 뛰었다. // 놀고 있으면 바람이 따라왔다...” (p.41) 책은 이제는 오래전 이야기가 되어버린 여행의 기억을 더듬어 마련되었다. ’그 좋았던 시간에‘라는 제목은 지금은 가능하지 않은 여행의 시간을 지목한다.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인간을 만나며 다양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였던 그 시간을 회고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분명 그런 시간이 있었을 터여서, 작가도 우리도 이제는 차마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없을 터여서, 터무니없는 공감의 마음이 생긴다.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시골 마을을 발견했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할아버지와 자그마한 와사비소금 한 병을 소중하게 포장해주는 할머니를 만났다. 그런 할아버지와 친구가 되는 그런 할머니로 늙어가야지 하며 빙그레 웃었다. 집에 돌아와 냉장고 속 어묵을 꺼내고 무 반토막을 꺼내어 멸치 우린 물에 넣었다. 팔팔 끓여 푹 익힌 어묵과 무를 와사비소금에 찍어 먹었다. 그 다음날도 먹었다.” (p.122) 페이지 사이사이에 작은 사진들도 실려 있는데 작아서 아쉽다. 아쉽다가도 사진만큼이나 소소한 이야기들에 오히려 어울릴지도 모르겠다며 안도한다. 괜스레, 지난 시간, 나와 우리의 여행이 기록된 사진을 찾는 수고를 한다. 빈 의자와 빈 바닷가를 번갈아 찍은 사진을 우두커니 바라본다. 소리 없이 흔들리기만 하는 야자수에게서 들리지 않는 소리를 길어낸다. 작열하는 빛의 정적 속에 고요하게 누워 있던 고양이를 떠올린다. “결속력 없이도 행할 수 있는 다정한 관계, 목적 없이도 걸음을 옮기는 산책, 무용한 줄 알지만 즐기게 되는 취미생활, 이름도 알지 못하는 미물들에게 잠깐의 시선을 주는 일,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채로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 싱거운 대화, 미지근한 안부. 식물처럼 햇볕을 쬐고 바람을 쐬는 일. 인연이 희박한 사람, 무관한 사람, 친교에의 암묵적 약속 없는 사람과 나누는 유대감. 이 수수한 마주침을 누리는 시간이 나는 회복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간에 사람은 목소리와 표정과 손길로 실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p.245) 코로나 후 1년이 되어간다. 코로나는 마치 기원전과 기원후를 나누는 경계 같다, 거대한 담벼락 같다. 코로나 이전의 이런저런 행위가 실재하였던 것인지 희미하다. 코로나 이후의 이런저런 상황이 고정될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가득이다. 다들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다고 거기에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어떻든 그때를 기억할 수 있어야 우리는 알 수 없는 다음을 기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소연 / 그 좋았던 시간에 / 달 / 253쪽 / 2020 (2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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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정지용은 여행을 ‘이가락離家樂’이라 했다. 집 떠나는 즐거움.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우선 근사한 여행지를 전제하지 않아서 좋다. 그저 집을 너무나 감사합니다. 좋은내용입니다. 좋은 내용이 많이있네요 그래서 더욱더 잘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내용 많이 부탁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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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가 끝나는시점 그 좋았던 시간에를 읽으며 일터에 잘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책으로의 여행으로 행복한수푼을 언져 새로운 하루를 경험하며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나도 함께 그곳에 있는것 처럼. 여행에 대한 앞으로 내가 가져야할 자세도 생각해보았구요, 어떤것을 지향하고 지양해야하는지도 함께 사유해보았습니다! 내가있는곳이 어디든 사랑하는사람과 함께라면 그곳이 곧 여행지 일꺼 같은데, 설레임은 이미 상실한지 오래 ㅋㅋ 다시 여행을 상상하며 설레임가득안고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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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산문집입니다. 여행을 갈 수 있을 때 갔어야 했는데, 여행의 자유를 빼앗긴 지금에는 그 좋았던 시간들이 더욱 그립습니다. 여행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저도 이런데, 여행을 즐기고 추억하던 사람들은 더더욱 과거가 그리울 것 같습니다. 좋았던 시간을 떠올리면서 앞으로 조금만 더 버티면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금방 곧 나아질 것입니다. 그때까지는 추억을 갖고 버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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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작가님의 그 좋았던 시간에 리뷰입니다. 누군가에겐 손꼽아 기다렸을 책이었겠지만, 저의 경우는 우연히 여행 카테고리를 보다가 발견한 책이에요.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른 여행에세이와는 다르게 챕터마다 시가 삽입되어있고 그 다음에 산문이 이어집니다. 함축적인 내용들이 너무 좋았어요. 단순히 여행지에 대한 감상만이 아니라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 보편적인 깨닳음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공감도 많이 됐고 배울 점도 많았습니다. 얼른 감염병 시대가 끝나고 더 많은 여행을 다니셔서 2권도 나왔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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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새해, 드디어 왔네요. 스톱워치를 재설정하듯이 1월 1일, 새로운 달력의 첫 장을 열었어요. 가족끼리 새해의 결심이나 꿈을 이야기하다가 첫 날에 듣는 음악과 책에 의미를 부여하게 됐어요. 왠지 이 음악과 책이 나의 일 년을 위한 선물인 것처럼. 뭘 들을까, 무슨 책을 읽을까.
<그 좋았던 시간에>는 김소연 작가님의 여행산문집이에요. 여행... 불과 하루 전이지만 작년을 떠올리면 다들 자신의 집에 '갇혀' 살았던 시기였어요. 이상하죠. 집은 나를 가두는 곳이 아니라 나를 품어주는 곳인데 여행을 못하게 되니까 갇힌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멀리 바다 건너 낯선 땅으로의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에 비하면 나의 여행이란 잠깐의 나들이에 불과하지만 그 여행 덕분에 일상을 새롭게 리셋할 수 있었네요. 누군가의 여행 이야기를 읽으면서 풍경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의 마음을 보았어요.
말레이시아의 타만 네가라,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밀림이라는 그곳. 짐을 최대한 줄여야 했고, 식당이 딱 한 군데밖에 없어서 비상식량을 싸 가야 했대요. "우리 여기에 좀더 있을까?" (15p) 일행 중 한 사람이 제안했고, 저자를 비롯한 두 사람이 함께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대요. 지갑 속에 남은 지폐를 모두 모았더니 현금이 부족해서, 묵던 숙소에 체크아웃한 뒤 강 건너 캠프 사이트로 이동하여 두 사람씩 텐트를 잡아 비상식량들로 만찬을 즐겼대요. 그곳 사람들처럼 강에 들어가 목욕하고 머리 감고, 나뭇가지를 주워 와 모닥불을 피웠고, 모닥불로 밥도 끓이고 찌개도 끓였대요. 마지막 밤에는 빗줄기가 점점 드세지는 바람에 너무 추워서 쪽잠을 잤대요. 아침이 되자 비는 개었고, 딱 하나 남은 고체 연료로 어젯밤에 남겨둔 찬밥을 끓여 나누어 먹었대요. 그때 한 친구의 손에 놓인 남은 티백을 보며 말했대요. "차를 마실 순 없겠지?" "할 수 있을 거야." (17p) 코펠에 물을 담고, 찻물을 끓이기 위해 타만 네가라의 지도에 불을 붙였고, 땔감이 더 필요해서 수첩도 태웠대요. 버스 티켓, 영수증, 바우처 등 태울 수 있는 건 모조리 꺼내어 불을 붙였고 찻물은 보글보글 끓기 시작했대요. 모두 함성을 질렀고 서로 얼싸안고 기뻐했대요. 마지막 남은 티백으로 뜨거운 찻물을 나눠 마시는 그 순간, 그윽한 향기가 퍼졌고 모두 무릎을 모으고 동그랗게 앉아 오래오래 차를 마셨대요. 저자가 들려준 첫 번째 여행 이야기, 타만 네가라에서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뜨거운 찻물이 제 마음까지 온기를 전해주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아마도 마음이 따스해지는 순간인 것 같아요.
"귈레귈레 (안녕히 가세요)" (67p) 터키 사프란볼루, 숙소를 떠날 때 민박집주인이 이층 창문으로 내려다보며 인사하는 모습이 책속 사진에도 나와 있어요. 따스한 눈길과 옅은 미소. 민박집주인과 일주일 동안 나눈 대화가 공책 한 권 분량이 되었다고 해요. 말 대신 그림으로. 그 그림들 한가운데에 커다랗게 하트를 그리고 터키 말로 'te?ekkur ederim 테쉐큘 에데림 (고맙습니다)'라고 적었대요. 말도 통하지 않는 터키에서 저자는 길을 잃고 방황한 적이 없었대요. 무거운 배낭 때문에 힘들었던 적도 없었대요. 누군가에게 길을 물어보면, 잘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은 있어도 그 말만 남기고 그냥 가는 사람은 한 번도 없었다고, 주변 사람들을 불러와서 제대로 길을 찾을 때까지 도와주었대요. 교통카드 없이 현금만 갖고 버스를 타서 당황했을 때도 버스기사가 괜찮다며 그냥 태워주었고, 내릴 정류장을 몰라서 옆에 서 있던 승객에게 말을 붙였을 때에도 버스에 탄 승객들 모두가 한꺼번에 대답해주었대요. 버스에서 내려 숙소의 위치를 파악하려고 지도를 보고 있을 때에는 누군가 다가와 배낭을 들어주며 숙소까지 동행해주었고, 민박집 여자는 배부르다고 할 때까지 빵과 차를 주었대요. 매일매일 과일을 함께 먹자고 불렀고, 시시때때로 차를 마시자며 불렀대요. 터키를 여행한 다음부터는 여행가방을 끌며 길을 헤매는 듯한 여행객을 보면 저자도 터키 사람이 된다고, 길만 가르쳐주지 않고 찾아가고 싶은 그곳까지 데려다주었대요.
그 좋았던 시간에, 우리가 떠올리는 건 좋은 사람들이었구나. 내가 만났던 사람들도 아닌데,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왜냐하면 나 역시 좋았던 시간들과 사람들을 추억할 수 있었거든요. 돌아보니 참으로 좋았던 순간들이 많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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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즐기는 김소연 작가의 여행산문집. 평소 산문집을 좋아하지도 않고 여행관련 책이라면 더 보지도 않는편이다. 각자가 느끼는 감흥도 다르고 보는 관점도 다른데, 기행문을 보고 나면 그 장소에 대한 환상이나 선입견이 생겨 오히려 방문했을 때, 감동이 반감되는 경험이 많았다. 그런데 코로나가 집순이인 나조차 답답하게 하자 대리만족이라도 하고 싶어서 이 책을 덜컥 구매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작가라는 직업적 특징 덕분에 작가는 긴 시간을 들여 여행을 하는 것을 즐긴 것 같다. 글을 읽어 보면 한달 씩 오지를 여행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흔히 우리가 여행지도 생각하는 휴양지나, 널리 알려진 관광도시를 여행하는게 아닌, 가이드도 없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외딴 마을에서 그 마을사람처럼 살아보고, 생각해보고, 움직여보면서 그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흥을 채워온 것 같다. 모든 사람이 하기는 어려운 여행이지만 한번쯤은 해 보고 싶은 도전정식을 자극하는 여행.. 그래도 나는 천장의 바퀴벌레를 바라보며 잠자리에 드는 여행은 못할듯 ㅋㅋ 휘향찬란한 어딘가를 여행한 경험담을 봤으면, 국내여행조차 힘든 지금은 배아픈 내용이었겠지만, 여행을 오롯이 느끼고 체험한 내용이 들어있어 오히려 공감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언제끝날지 모르는 코로나지만 이렇게라도 우울함을 달래야지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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