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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바라보면 가만히 떠오르는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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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렇게 커피를 재배한 농부들부터 커피 가공소의 노동자, 커피를 항구까지 실어나르는 트럭 운전사, 항구 노동자와 배의 항해사, 커피를 볶는 로스터와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까지, 한 잔의 커피가 누군가의 손에 들리기까지 거기 담긴 모두의 얼굴을 '복원'해보고 싶었다. (15쪽)   세상에는 알려고 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일들이 참 많다. 커피를 좋아하면 알게 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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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렇게 커피를 재배한 농부들부터 커피 가공소의 노동자, 커피를 항구까지 실어나르는 트럭 운전사, 항구 노동자와 배의 항해사, 커피를 볶는 로스터와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까지, 한 잔의 커피가 누군가의 손에 들리기까지 거기 담긴 모두의 얼굴을 '복원'해보고 싶었다. (15)

 

세상에는 알려고 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일들이 참 많다. 커피를 좋아하면 알게 되는 일이 있는데, 그것을 알아나갈 때의 감정은 커피의 맛만큼이나 씁쓸하고 시큼하며 복잡하다. 이런 복잡한 감정 전에, 커피를 좋아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첫째, 커피를 사고 마시느라 지출이 늘어난다. 하지만 행복하다. 둘째, 신문에 커피 관련 이야기가 나오면 유심히 읽는다. 셋째, 커피를 좋아하면 생기는 일과 같은 책을 손에 넣는다. 책의 저자 서필훈 씨를 알게 된 건 구독하는 신문의 지면을 통해서다. 후에 그가 파는 커피를 마시게 됐고, 그가 쓴 책도 읽게 됐다.

 

내가 커피를 좋아하는 것과 그가 커피를 좋아하는 것은 비교해서도 안되고, 같이 묶어서 말을 이어나갈 수도 없는 일이다. 나는 그저 커피를 사서 마시는 소비자 중 한 사람에 불과하다. 커피를 대하는 나의 마음과 태도, 커피를 아는 지식 역시 밑바닥에도 늘어놓을 수 없다. 이런 내가 커피를 사랑하는 한 사람의 글을 읽으며 커피에 담긴 얼굴과 그들의 이야기를 알아간다.

 

1년 중 4개월을 커피 산지에 머물며 커피를 발굴하는 저자의 열정과 사랑 덕분에 나는 그가 발굴한 좋은 커피를 머그잔에 내려 마실 수 있게 됐다. 그는 나와 커피를 연결해 줬다. 원두 하나하나에 누군가의 얼굴이 깃들어 있음을, 커피잔에 새겨진 커다란 로고가 커피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했다.

 

커피의 주인은 힘 있고 부유한 다국적 기업이 아니라 손수 어린 나무를 심고 가꾼 농장 주인, 열매를 따서 세척하고 골라내는 작업을 하는 원주민들을 비롯한 커피 노동자들, 좋은 원두를 찾기 위해 험한 산과 길을 헤치고 다니는 사람들, 커피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알고 마시는 소비자들이다. 나는 그동안 커피의 주인이 되고자 하지 않았다. 알면서도 깊이 알려고 하지 않는 어떤 것들이 커피에 있었다. 그의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그저 커피의 향과 맛이나 즐기며 멋 내듯 커피를 마셨을 텐데 이제 더 이상 그러지 못하게 됐다.

 

커피를 바라보는 입장과 관점은 다르지만, 커피는 많은 사람의 노력과 도전 속에 공간과 시간의 이질성을 관통하고 커피 거래구조의 다층적인 면면을 지나 우리에게 온다. 숱한 우여곡절을 거치며 커피를 기른 생산자들의 얼굴은 지워지고, 커피를 가공하고 유통하는 브랜드가 그 자리를 대신 채운다. 마침내 소비자의 손에는 브랜드만이 크게 인쇄된 컵이 쥐어진다. 커피는, 그리고 우리는 그 어디쯤에서 길을 잃은 것일까. (133)

 

커피를 재배하고 골라내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값을 받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저자가 들려주는 커피와 농장의 이야기는 좀 더 생생하고 절절하게 다가왔다. 그 역시 그토록 여러 곳의 농장들을 방문했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커피 노동자(원주민)의 이름 하나 제대로 대지 못한다고 했다. 커피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커피의 변방에 있을 수밖에 없는 슬픈 얼굴들이 있다.

 

기후 위기가 커피나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 농장과 커피 업체 간의 대금 지불 구조, 수십 년간 턱없이 낮은 국제 커피 가격, 노동환경 등 사회에서 발생되는 모든 문제들이 커피 한 알에 담겨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그동안 커피 한 잔의 가격은 무섭게 치솟았다.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53잔이다. 많은 나라에서, 많은 인구가 매일 같이 커피를 소비하고 있음에도 왜 커피 거래 가격은 변하지 않는 것일까 

 

커피의 미래를 위협하는 것은 지구온난화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이 '후진국'인 커피 생산지와 '선진국'인 커피 소비지가 지리적으로 경제적으로 극명하게 나뉘어 있다는 점은 세계 자본주의의 고질적인 '남북문제'와 오랫동안 정체된 커피 가격을 떨어뜨려놓고 생각할 수 없게 한다. (61)

 

가난한 나라에서 자라는 커피나무와 그 나무가 맺은 열매, 그 나라 사람들이 가공하고 골라낸 커피 알맹이들. 하지만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은 부유한 나라에서 살며 커피 한 잔쯤은 원하는 만큼 사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커피가 자본주의의 산물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구조는 생각할수록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세상은 왜 늘 강자에게, 부자에게, 꾸준히 유리하게 돌아가는 것인지.

 

커피를 좋아하는 내가 좀 더 공정하고 정당하게 커피값을 지불하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방법은 스페셜티 커피(대부분 농장과 직거래 방식으로 거래한다고 한다)나 공정무역 커피를 구매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일까? 아니면 이마저도 헛된 노력인 걸까 

 

앞으로는 커피를 마실 때 그것의 향과 맛과 멋만 생각하지는 못할 것 같다. 책상 위에 커피잔을 올려놓자 커피를 길러낸 농장과 농장주,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많은 노동자들(이들의 이야기가 가장 아프고 슬프다)의 얼굴이 가만히 떠오른다. 커피콩을 골라내는 이들의 삶과 그들이 속한 나라가 좀 더 나아지길 바라며 오늘도 커피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러다 문득 그들이 내게 보여준 일상처럼 늘 주위를 돌보며 찾아준 손님을 환대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끊임없이 희망하는 것,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것만이 우리의 일상을 지킬 수 있는 평범하지만 강력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 여정에 커피가 작은 보탬이 될 수 있기를. (216)

 

리뷰는 개인블로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https://blog.naver.com/mjs0413/222181848834

YES마니아 : 로얄 m*****3 2020.12.23.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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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노력과 책임이 필요한 일인 것 같다.”커피가 좋아서, 전 세계 커피 산지 곳곳을 누비며 살게 된 사람커피리브레 서필훈 대표의 무모하고 진지한 ‘덕업일치’ 스토리!취미를 직업으로 삼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아무리 좋아하던 것도 업으로 삼게 되면, ‘밥벌이의 지겨움’과 함께 그 이면도 마주하고 해결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커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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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노력과 책임이 필요한 일인 것 같다.”

커피가 좋아서, 전 세계 커피 산지 곳곳을 누비며 살게 된 사람
커피리브레 서필훈 대표의 무모하고 진지한 ‘덕업일치’ 스토리!

취미를 직업으로 삼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아무리 좋아하던 것도 업으로 삼게 되면, ‘밥벌이의 지겨움’과 함께 그 이면도 마주하고 해결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커피에 미쳐’ 16년간 전 세계 커피 산지를 누비며 커피 생두를 한국에 들여오는 일을 하게 되고, 그도 모자라 남미 오지에서 직접 커피 농장을 운영하기까지 하는 사람에게 ‘덕업일치’란 무엇일까. 커피는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이 책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스페셜티커피 전문가 커피리브레 서필훈 대표의 산문으로, 커피로 인해 그가 겪어온 ‘범상치 않은’ 이야기들이 담겼다.

어느 날 우연히 마신 커피 한 잔은, 그에게 있어서 “인생을 들이킨”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그날로 그의 모든 시간과 감각은 커피를 향하게 된다. 그는 무서운 집념으로 커피를 공부한다. 커피를 감별하고 등급을 지정하는 큐그레이더 자격증을 한국인 최초로 획득했고, 2012년과 2013년 월드로스터스컵에서 우승해 커피 업계와 마니아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16년간 스페셜티커피 불모지인 한국에 각 산지의 원두를 소개하고 유통해 한국 스페셜티커피의 외연을 넓히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커피를 좋아하면 생기는 일』에는 그의 커피에 대한 철학, 그리고 그가 일 년 중 삼분의 일을 보내는 세계 커피 산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커피 이야기가 담겨 있다.
d******2 2021.02.12. 신고 공감 0 댓글 0